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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들과 필리핀 한달살기에 도전한 일레드님의 남편입니다. 아쉽게도 필리핀 한달살기는 2주로 마무리가 될 것 같습니다. 정확히는 1월 2일에 시작하여 17일에 끝나니 16일간의 도전이었네요. 오늘은 2020년 1월 13일 월요일이고요, 필리핀에 온지 12일째 되는 날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보니 날이 좋더라고요. 다행이다 싶었는데 난간을 보니 많은 화산재가 떨어져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해가 사라지고 어두워지는 느낌이 들어서 뭔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네이버와 다음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도 계속 필리핀 화산 폭발이 1위라서 기사를 보다가 답답해서 TV로 CNN 필리핀을 시청했습니다. 하루종일 화산 폭발에 관한 것을 보여주었는데 몇가지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더라고요.

 

발코니 난간에 쌓인 화산재

문제는 화산재였습니다. 실은 어느 정도 잠잠해지면 어차피 다음 주에 돌아가기 때문에 일정대로 마치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뉴스를 보니 이 화산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 큰 변수였어요. 우선 활화산이고 전세계에서 가장 작은 활화산이긴 하지만 폭발이 있을 경우 100km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여기서 화산 폭발 지역까지는 65km의 거리이기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화산 폭발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혹시 모를 일에 대해 대비를 해야 하기에 최대한 빠른 비행기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다행히 현재는 화산 활동이 잠잠해진 상태라 마닐라 공항에서 비행기도 다시 뜨기 시작했더라고요. 숙소 쪽은 공항이랑 가깝고 비행기가 지나가는 경로라서 비행기가 지나가는 소리와 모습을 볼 수 있거든요.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계속 비행기는 뜨고 있습니다. 그래서 에어아시아에서 최대한 빨리 갈 수 있는 비행기표를 구매했어요. 그게 이번 주 금요일 오후 비행기더라고요. 그 전까지 아무 일이 없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화산재는 호흡기에 안좋은데 특히 아이들이나 천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이라고 하더라고요. 같이 온 일행의 자녀는 어린데다가 천신까지 있어서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라 결정할 수 밖에 없었어요. 화산재는 그 외에도 물에도 영향을 미치고 음식물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과일이나 채소를 가급적 먹지 말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물도 충분히 확보해두라고 하고, 창과 문을 열지 말며, 문 아래는 수건으로 간극을 차단하라고 하더라고요. 마스크값은 폭등하고 모든 곳에서 다 품절인 상태입니다. 약간 재난 상황과 비슷하기에 만약 한번의 폭발이 더 크게 터진다면 그 땐 패닉 상태로 들어갈 것 같더라고요. 지금도 꼼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인데 여기서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여행객 입장에서는 어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

 

휴교령이 내려져서 학교 및 회사들은 오늘 모두 쉬는데요, 베니스몰의 상황을 보니 출근한 직원들도 몇몇 보이더라고요. 

 

뉴스에서는 계속 현지 상황을 보여주고 있었어요. 

화산 근처에 있는 주민들은 모두 대피한 상태이고요, 화산 기둥이 15km정도 높이까지 치솟고 용암이 분출되기도 하고, 그로인해 지진이 100차례 이상 났다고 합니다. 마닐라 쪽으로 연기가 진행 중이고, 북서 쪽으로 이동 중이라 마닐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상태에요. 

 

근처에 계신 분들인데 낙진이 워낙 많아서 그냥 보기에도 위험한 상황이더라고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일 것 같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고글을 쓰고, 지역 뉴스나 라디오를 계속 듣고 있으라는 지침인데요, 우선 마스크랑 고글은 다 팔리고 없는 상황입니다. 

TALL VOLCANO가 폭발했다는 뉴스와 시장과 두테르테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이어졌고요, 

 

현재는 바탕가르라는 화산 근처 지역에 사는 사람들 16,000명 이상이 모두 대피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화면에 나오는 건 모래가 아니라 화산재에요. 

 

오후가 되니 약간 잠잠해졌습니다. 그리고 비행기가 뜨더라고요. 공항은 정상화되는 중이고, 현지의 분위기도 다시 정상화 되는 분위기였습니다. 

 

베니스몰에는 관광객이 하나 둘씩 다시 오기 시작했고요, 

 

옥상에서는 베니스몰 직원들이 화산재를 쓸고 있었습니다. 

오후에 SM몰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요, 가기 전에 우선 수영장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수영장의 푸른 물이 잿빛이 된 상태였어요. 

바닥에는 쓸어놓았는지 바람 때문에 모인건지 화산재가 쌓여 있었습니다. 

 

아이들도 이런 상황에 대해서 불안해할텐데 대견하게도 아들의 경우 이런 경험을 언제해보겠냐며, 화산재 맞아본 추억을 갖게 되었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더라고요. 불안해하는 저보다 훨씬 더 어른스러운 것 같습니다.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SM몰로 향했습니다. 하루종일 집에 있어서 좀이 쑤셨던 아이들이 그래도 좀 뛰어놀 수 있도록 SM몰로 향했어요. 

SM몰 근처의 상황이고요, 필리핀 현지인들은 마스크를 안쓰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마스크를 살 수 없어서 그런 것 같고, 또 이 화산이 50여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서 그런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은 마스크를 사재기하는 수준이지만, 한번 더 터지면 혼란스런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SM몰에는 간간히 닫혀 있는 상점들이 보였어요. 사람들도 거의 없었습니다. 

 

저녁은 샤브샤브를 먹으러 갔고요, 

 

예전에 한번 와 본적이 있는 곳이라 익숙했어요. 

개인 샤브샤브 팟에 야채와 고기를 넣어서 먹는 샤브샤브였습니다. 

아이들도 잘 먹었어요. 식사를 하면서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현재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최대한 빠른 비행기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건강이 걱정되었고, 다시 폭발을 한다면 그 때는 여행객인 입장에서 대처하기에 어렵다는 판단을 했어요. 

 

기본적인 생필품이 없는 상태에서 패닉상황에 맞이한다면 이동하기도 어렵고 꼼짝없이 숙소에 있어야 하는데 숙소 기간도 정해져 있고, 가진 현금도 별로 없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되면 대처하기 어렵겠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다음 기회도 있으니 이번에는 철수하기로 결론을 내리고 우선 비행기표를 이 자리에서 바로 구매했어요. 

 

17일 금요일 오후 5시 비행기이고, 그 전까지 별일 없이 잘 비행기가 뜰 수 있기만을 기도할 뿐입니다. 

 

앞으로 4일정도 남았는데, 그 동안에는 최대한 즐길 수 있는건 즐기려고 해요.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고 해서 베스킨라빈스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었습니다.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블루 라즈베리 샤베트. 맛있었어요~ 

 

아이들은 장난감 구경을 한다고 해서 구경을 시키고, 저희는 기념품 및 장을 보러 갔습니다. 

 

약국에 2개가 있는데 아예 공지문으로 마스크가 다 품절되었고, 현재 구하는 중임으로 최대한 빨리 구해 놓겠다는 문구였어요. 

 

아무쪼록 더 이상 아무 일이 없기를 바라고, 화산이 멈춰주길 바랄 뿐입니다. 막상 재난 상황에 닥치니 마음이 불안해지고,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무엇보다 가족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귀국을 선택했습니다. 무탈히 한국으로 돌아가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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