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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솔이가 25개월이 되니 돈 아까운 일들이 참 많이도 생깁니다. 사실은 우리가 무언가 혜택들 받을 때 돈을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고 생후 24개월까지는 특별히 비용을 면제 해 주는 배려를 받은 것임에도, 이제 생후 24개월이 지나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유아용 요금이 발생하는데에 불편함을 느끼게 된 것이지요.


그동안에는 어린이 소극장에서 뮤지컬을 볼 때에도 다솔이는 공짜, 저만 관람료를 냈고 해외여행을 갈 때에도 단돈 20만원이면 가능했으며, 대부분의 키즈카페에도 다솔이는 무사 통과였었어요. 그런데 (뷔폐 식당 등 아직 혜택을 받을 곳이 몇 군데 남아 있긴 하지만) 이제는 다솔이도 어엿한 1인분(?)의 자격을 얻어 어디서 무엇을 하든 돈을 내야 된다는 것이 좀 싫었습니다.


그럴 때 마다 의료보험증(24개월 미만임을 증명하는 서류가 필요하거든요.)을 위조해서 다솔이의 개월 수를 좀 속일까...? 하는 못된 생각이 제 머리속을 휘리릭 지나가곤 하는데, 도덕 교육이 아이들을 올바르게 가르치는데 근본이 됨을 잘 알기에 재빨리 못된 생각을 고쳐 먹게 돼요.



요즘 유행하는 광고 중에 어떤 남자 분이 '환경을 보호하면, 밥이 나옵니까, 차비가 나옵니까??' 하고 볼멘 소리를 하면, 귀여운 소녀 캐릭터가 '나옵니다~~' 하고 대답하는 것이 있는데... 아시죠?
그 광고를 조금 패러디해서...'아이들에게 도덕 교육을 시키면 성적이 오릅니까?, 점수가 오릅니까? 하시는 분들께 '오릅니다~~'라고 말씀해 드리고 싶네요.


이미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으실 텐데, 실제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서,
도덕성이 높은 아이들일 수록 학업 성적이 높이며 또래 집단에서 리더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 증명이 됐어요. 사회적인 규율을 잘 지키고 자기 스스로를 통제 & 조절할 줄 아이들이 곧 공부도 잘한다는 것인데요,


실험 내용은 이러해요. (으~~ 기억력이 나빠져서 정확하게는 생각나지가 않네요. 그냥 비슷하게만 쓸게요.)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선생님 등의 감독하는 사람이 없는 방에서 혼자(혹은 팀별로) 과제를 해결하라는 주문이 주어지는데요, 아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멀리서 공을 던져 골대에 넣기나. 팀별로 공을 제빨리 바구니에 옮기거나... 뭐 그런 신체 활동이었어요. 누구나 경쟁에서 이기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고, 이기면 상품까지 준다고 하니 아이들도 엄청 이기고 싶었을 거예요.


이 실험의 내용은 숨겨져 있던 카메라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됐는데, 어떤 아이들은 누가 보지 않아도 정해진 규칙을 지키면서 과제를 해결한 반면, 또 어떤 아이들은 슬쩍슬쩍 반칙을 쓰기도 하고, (어차피 보는 사람이 없으니) 대 놓고 규율을 어기기도 했어요.




연구자는 아이들을 위의 과제를 수행한 것을 바탕으로 도덕성이 높은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로 나누고, 이번에는 집중력, 또래문제, 과잉행동, 공격성, 자제력 등등을 평가해 보았지요. 그리고 학업 성취 능력도 평가를 했고요. 결과는 이미 앞에서 말씀드린 것 처럼 도덕성이 높은 아이들이 모든 지표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고 성적도 뛰어나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즉 도덕성이 아이의 인격과 학습에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참 무섭(!!)게도 아이들은 생후 10개월이면 선과 악을 구별할 줄 알게 된다네요. 7정도가 되면 도덕성이 거의 완성이 되고 말예요. 어린 아이일수록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또 가장 좋아하는 사람인 엄마, 그리고 아빠에게서 뭐든 영향을 받게 되잖아요. 다솔이가 뭘 알겠어, 싶어 쓰레기를 차 창문 밖으로 휙휙 던져 버리고, 유모차 끌고 무단 횡단을 했던 것을 깊이 반성하게 됩니다.


돈 몇 푼 아끼고자 아이에게 나이를 속이는 연습을 시키고, 아이 손을 잡고 무단 횡단을 하면서 너 혼자 다닐 땐 꼭 신호등을 보고 건너라는 엄마, 운전할 때 신호위반을 밥 먹듯 하고 생각 없이 거친 말을 툭툭 내뱉는 아빠, 주변 사람들에게 이유 없이 쌀쌀맞게 대하면서도 자기 아이는 예의 바르게 커 주길 기대하는 엄마, 이 정도야 어겨도 괜찮지, 남들이 안 보는데 뭐 어때? 하는 생각을 함부로 드러내는 아빠...... .


우리 아이가 공부도 잘 하고 모든 면에서 뿌듯하게 자라 주길 바란다면, 아이의 도덕성을 우선적으로 길러 주시길 바라요. 저도 꼭 그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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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 효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조각가 피그말리온의 이름에서 유래했으며, 타인의 기대나 관심 등이 본인에게 영향을 미쳐 능률이 오르거나 성과를 발휘하게 되는 효과를 뜻한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로젠탈 효과, 자성적 예언, 자기충족적 예언, 교사 기대 효과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에게 학교는 천국이다. 늘 자신을 웃는 얼굴로 바라봐 주면서 작은 일에도 관심을 보여주는 선생님이 있고, 자기를 영웅으로 추대하며 따라하고자 애쓰는 또래 아이들이 있는 곳, 그곳이 바로 학교이기 때문이다. 반면 공부를 잘 하지 못하는 학생에게 학교는 생지옥이기 쉽다. 수업에 집중해도 영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 때문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지고, 그런 아이에게 선생님들이 특별한 관심을 가질 리 없다. 그나마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지만, 혹독한 시험 기간과 냉정한 평가 결과들 사이에서 느는 것은 함숨이요, 드는 것은 자괴감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 성적이 별로 좋지 않은 학생이었다. 늘 앞에 앉아서 열심히 진도를 따라가려고 했지만 수많은 공식들과 역사적인 사실들은 좀 처럼 머릿속에서 머물러 주지 않았다. 비밀을 터 놓으며 단짝이 되는 여자 아이들 사이에서 나는 자존심때문에 내 성적을 공개할 수 없었고 수능시험이 다가올 수록 점점 더 외로워졌던 것 같다.


수능 시험이 끝나고 대학 입학 원서를 쓸 무렵,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추운 교실에서 담임선생님과의 상담 약속이 있었다. 조금 더 많은 학생을 소위 명문대라고 불리는 곳에 진학시키려고 담임 선생님은 많이 애를 쓰셨을 것이다. 계속되는 상담에 많이 지치기도 하셨을 것 같다. 그러나 그 때 선생님은 나 같은 열등생에게도 우등생과 똑같은 관심을 보여주셨어야 했다. 우리도 당신의 제자임이 분명하니까 말이다. 나와 약속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일찍 온 우등생에게 순서를 가로채이면서 나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고, 그들과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홀로 추위에 떨며 내 시간을 기다렸던 나는 비참했다. 그 다음날로 상담이 연기됐고 내 차례는 십분도 안 돼 끝이 났다.

시간이 지나 열등생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었다.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어떤 맘인지 너무나도 잘 알기에 나는 다소 역차별적인 수업을 한다. 물론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도 내 제자들이니 그들에게도 동일한 관심과 사랑을 주는 것이 마땅하지만, 혼자서도 잘 해내는 우등생들에게는 덜 마음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내 학생들은 대개 성인이므로(나는 대학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 수업 외 시간을 활용한 친교 활동을 함으로써 그들과의 신뢰감을 형성하는데에도 노력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내 제자이자 곧 친구이다.

그런데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깨달은 것은 '피그말리온'의 무서운 효능이다. 내 눈맞춤, 미소, 다정한 손길 등을 거치면서 열등생이 우등생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나는 참 많이도 봐 왔기 때문이다. 어떤 계기로 학생과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끈함이 생기고 나면 수업에 임하는 학생의 눈빛부터가 달라지고 그들이 해 오는 숙제의 질이 변화한다. 일단 신뢰가 생기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크게 마음을 써 주지 않아도 학생은 스스로 우등생이 되어간다. 매학기 이런 일을 경험하고 나니, 교육의 본질은 진정 사랑이었구나 싶다.


성인 학습자가 이러한데 하물며 청소년들은 어떠하겠는가. 실제로 어느 남자 중학교에 교생실습을 갔을 때, 유독 말썽을 부려서 나를 참 난감하게 만들었던 아이들이 한 반에 한 둘 씩은 꼭 있었다. 처음에는 너무 괴로워서 저절로 그 아이들의 이름이 먼저 외워졌는데, 나중에는 가장 친한 관계가 돼 버렸다. 복도에서 만날 때 마다 반갑게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공부를 잘 하고 있는지 물어봐주고 했더니 한 달 후 수업태도와 성적이 놀랄 만큼 좋아졌다.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친구에게 내가 직접 체험한 '피그말리온 효과'에 대해서 얘기를 해 주었다. 교사의 기대 효과가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은 학습자가 어릴 수록 그 효과가 더 크니 특히나 초등학교 교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다 친구가 뜬금없이 한마디 던진다. '그래서 초등학생 엄마들이 싫든 좋든 담임 선생님에게 촌지를 주는 거잖아~ 나도 나중에 빳빳한 걸로 꼭 줘야지'. 친구의 말에 심히 부끄러움을 느꼈다. 긍정적인 효능을 이야기하다 결론처럼 나온 말이 꼭 촌지를 줄 거라는 다짐이라니, 우리나라의 공교육의 현실이 깜깜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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