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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각또각또각, 경쾌하면서도 가벼운 하이힐이 나를 향해 걸어 오는 소리가 들린다. 굳이 얼굴을 쳐다보지 않아도 약속시간에 30분이나 늦은 내 친구 M모양이다. 그녀가 늦은 것에 대해 화가 낫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나는 일부러 친구 쪽은 쳐다 보지도 않고 심드렁하게 식당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제 딴에도 미안한 듯 때아닌 웃음을 날리면서 과하게 반가워하는 친구의 얼굴에 그만 피식 웃음이 나와 버린다.

아니 나도 이렇게 까지 늦을 줄은 몰랐는데, 괜히 버스를 타 가지고 말이야. 겉옷을 벗고 자리로 앉는 친구의 배에서 무언가 반짝거리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 친구는 오랜 기간의 처절한 다이어트 끝에 몰라보게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으면서도, 24인치 청바지를 입고 말리라며 아직도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대단한 아이(?)이다. 그냥 봐도 몸매의 선이 확실히 달라져서 나는 이 친구를 만날 때마다 다이어트 의지를 새롭게 다지게 된다.

몸매에 자신이 생긴 친구는 이 추운 겨울에 배꼽티를 입고 나왔다. 물론 실외에서야 두툼한 겉옷을 입으니까 건강상 큰 문제가 없다고 해도 겨울에 배꼽티라니, 정말 예상못한 일이었다. 그런데 내가 더 놀랐던 것은 배꼽티 때문이 아니었으니...... . 친구는 날씬해 진 자기의 배를 축하하기 위해 '배걸이(마땅한 용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를 선물했단다. 배걸이라는 낯선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목에 걸면 목걸이 배에 걸면 배걸이라고 말씀드리면 이해가 빠르실 것 같다.


내 설명을 듣고 설마?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지금 상상하시는 그 기상천외한 것(적어도 두툼한 배를 가진 나에겐)이 맞으니 자신의 상상력을 폄하하지 마시도록. 내 관심에 신이 난 친구는 거기가 밥을 먹는 식당이라는 것도 잊고 친히 일어나서 뱅그르르 돌아 나에게 배걸이를 보여주었다. 뒤에는 한 줄, 앞에는 두 줄로 되어 있는 배걸이는 청바지 위와 배꼽치 아래에서 아주 아름답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너무 비싸서 차마 24k 순금으로는 주문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꽤 값을 치르고 산 것이란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보기 좋게 납작한 배 위를 반짝이는 배걸이가 내가 보기에도 참 예뻤다. 특히나 청바지 위로 잘록하게 뻗은 허리에 굵은 금줄이 반짝이니까 한층 더 섹시해 보이기도 했다. 친구의 말을 들으니 배걸이의 또다른 좋은 점은 그걸 하고 있으면 저절로 다이어트가 되는 것이란다. 무슨 말인고 하니, 방심하고 음식을 아구아구 먹으면 금줄이 툭 끊어져 버릴 수도 있으니(그렇다, 금은 탄력이 없다.) 알아저 적당한 양의 음식만을 먹게 되고 자리에 앉을 대도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을 수밖에 없어서 자세교정에도 아주 좋단다.


듣고 보니 그럴듯하다. 예쁘게 한 배걸이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툭 끊어져 버린다면 그것 참 난감한 일일테니 배걸이를 한 사람들이라면 자연스레 음식의 양을 조절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배걸이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길이가 짧은 상의와 골반 바지를 입을테고 항상 허리가 드러나니까 늘 배가 긴장된 상태일 것이다. 어느 책에서 노출이 심한 옷을 입으면 같은 이유로 다이어트 효과가 더 좋다던데, 배걸이도 다이어트 용품으로 딱일 것 같다.

이쯤되면, 보기에도 좋고 체형관리에도 좋은 배걸이가 2009년의 인기 상품 목록에 들어가게 되지 않을까? 의사들은 배 부분을 따뜻하게 해야 건강에 좋다고 하던데, 그래도 내 생각에는 가끔씩이라면 자신의 아름다운 허리선을 드러내도 큰 문제는 안 될 것 같다. 물론 배둘레햄이 두둑한 나에게는 그림의 떡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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