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 다솔이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 아이를 작게 낳기도 했고, 아이가 황달로 고생도 했으며 모유를 먹는 것에 익숙하지 못해서 2.84kg으로 태어났던 몸무게가 2.5kg까지 내려갔을 무렵이 있었어요. 그 당시에는 출산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산모의 70% 이상이 경험한다는 산후 우울감(우울증보다 가벼운 증상으로 대부분 출산 후 2주 후에 사라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그 무렵 제 관심사는 온통 다솔이의 몸무게 늘리기에 집중돼 있었던 것 같아요.
하루가 시작되고 점심 먹을 즈음 되면 그 날 새로 잰 아기 몸무게가 게시판에 표로 붙게 되는데, 그 앞에서 오늘은 다솔이의 몸무게가 얼마나 더 늘었는지를 신경을 곤두세우고 보곤 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저 스스로 화들짝 놀라면서 깨달은 것이 있었는데요, 제가 매일매일 눈을 부릅뜨고 점검하던 것이 비단 다솔이의 몸무게만은 아니었던 것이에요! 저는 다솔이의 몸무게를 제일 우선으로 보면서도 다른 아이들의 몸무게는 얼마나 늘었는지, 다른 아이들은 최초 몸무게가 몇 kg이었는지도 늘상 눈여겨 보면서 다솔이와 비교 하고 있었지요.
대한민국처럼 경쟁이 치열한 나라에서 살다 보면 아이를 낳은 그 순간부터 다른 아이들과 비교를 하면서 경쟁하듯 육아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겠는데요, 내 아이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 아이에 맞게 육아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어요? 다른 아이와 하나부터 열까지를 비교하기 시작하는 그 순간 (그것도 꼭 내 아이에게 부족한 것만 골라서) 이미 못된 엄마 1순위로 등극하게 되니 조심하세요.
엄마들이 잘못하기 쉬운 생각 중 하나가 조금만 도와주면 우리 아이의 발달 단계를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 일찍 진행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에요. 그런데 생각보다 아이들은 빨리빨리 자란답니다. 꼬물꼬물 귀엽던 순간이 아깝고 아쉬울 만큼요. 그러니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오래오래 기다려 주는 인내가 필요해요.
모유 수유를 하시는 엄마들이라면 얼른 젖을 떼기 위해 애쓰지 마세요. 모유 수유가 익숙해졌다면 분유를 먹이는 것 보다 훨씬 더 쉬운 것이 모유 수유고요, 분유보다 훨씬 더 영양가가 있는 것도 모유니까요.
분유를 먹는 아기와 모유를 먹는 아기는 배변 활동부터가 다른데요, 분유는 흡수가 잘 안 되기 때문에 응가를 자주 하지만, 모유는 거의 다 흡수되기 때문에 응가를 며칠에 한 번씩 하게 되고 응가의 냄새도 천양지차랍니다. 분유만 먹이던 엄마들이라면 잘 모를 수도 있는데, 모유를 먹이다가 어쩌다 한 번 분유를 주었을 때는 방귀 냄새도 응가 냄새도 훨씬 더 고약하게 달라져 있음을 알 수 있어요.
밤중수유도 아직 수유 중이라면 아기가 원할 때까지 허용해 주세요. 수유에 익숙해진 엄마들이라면 누워서 먹이는 것을 연습해 보시고, 아기가 자다가 깨어나서 젖을 찾을 땐 누워 있던 그 상태에서 그대로 젖을 먹이세요. 그러면 별로 힘들지 않답니다. 천천히 젖을 떼면 엄마도 어떠한 인공적인 노력없이 자연스레 젖을 말릴 수 있고요, 아이들도 생각보다 쉽게 젖을 뗄 수 있어요. 신통방통하게도 아이 스스로 그만 먹어야 할 때를 아는 듯 싶게 말예요. (젖 떼기 관련글 보기 http://hotsuda.com/710)
걸음마도 마찬가지예요. 친구네 아이는 생후 10개월 만에 걷는데, 왜 우리 아이는 돌이 지나도 못 걷느냐며 고민하다가, 손잡고 하루에도 몇 번씩 걸음마 연습을 시키고, 아이에게 걸으라며 다그치는 엄마들... 있죠? 그러지 마세요. 아이들마다 성장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아직 일어서서 걸을 때가 안 됐을 뿐이에요. 생각해보면 꼬물꼬물 기어다니는 시기는 정말 짧은데, 나중에 그 귀엽던 모습이 그리워지지 않겠어요? 저는 다솔이가 조금 더 아기의 모습으로 천천히 자라줬으면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면 아이들 스스로 일어나서 걷다가, 넘어지고, 그래도 또 일어나서 발을 내딛고, 또 넘어지기를 반복하면서 마침내 뒤뚱뒤뚱 걸어다니기 시작한답니다. 아직 걷기를 시작할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어른들이 반강제로 걸음마를 연습시키게 되면 아이들의 척추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요. 그냥 기다려 주시면 건강에 이상이 없는 한, 다~ 잘 걷게 된답니다. 너무 뛰다가 넘어져서 문제죠.
기저귀도 그래요. 너무 빨리 떼는 연습을 시키면 처음엔 잘 하는 듯 하다가도, 조금만 긴장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또 다시 용변을 가리지 못하게 되어 도로아미타불로 실패하는 경우가 왕왕 있더라고요. 특별한 까닭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기저귀도 조금 천천히 떼도록 허용해 주시길 권해드려요.
다솔이요? 지금 25개월인데, 아직 기저귀를 차고 있답니다. 응가를 했을 때, 쉬를 했을 때 표현을 하는 편인데요, 조금만 도와주면 아이용 변기에서 용변을 가릴 수도 있겠죠. 그러나 저는 30개월 때까지는 기다리려고 한답니다. 다솔이도 이제 조금씩 눈치를 채고 있어요. 엄마, 아빠가 쉬가 마려울 때 일정한 장소(화장실)로 간다는 것을요. 저는 화장실에 갈 때 꼭 다솔이에게 얘기를 해 주고 가거든요(그래야 눈에 안 보여도 걱정하지 않을 테니까요.)
조금 더 지나 제 의사가 다솔이에게 확실에 전달이 되고, 다솔이도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을 때가 되면 기저귀를 떼는 일도 훨~씬 더 쉽게, 일사천리로 이루어 지리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그 때 기저귀를 떼는 연습을 시키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일도 없겠죠.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과시하기 위해서, 위축되지 않기 위해서 경쟁적으로 육아를 하지 말고요, 우리 아이와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육아를 한다는 원칙을 철저히 세워 놓으시면, 다른 아이들과의 비교하면서 엄마와 아이의 자존감을 낮추는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저도 때때로 경쟁심이 발동할 때가 있어서 늘상 새롭게 마음을 다잡고 있어요. 저도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노력해야만 하는 평범한 엄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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