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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 다솔이와 작은아이 다인이를 모두 모유만 먹여 키우는데 성공을 했어요. 수많은 시련이 있었지만 결국 해냈답니다. (저 자신에게 박수를~) 다솔이는 18개월까지 모유를 먹였고요, 다인이는 돌까지만 주력해서 먹이다가 돌잔치가 끝남과 동시에 젖을 뗐어요. 그래도 가끔씩 다인이가 젖을 먹고 싶어하면 (아기들은 배가 고플 때도 젖을 찾지만 위안을 받고 싶을 때도 젖을 찾거든요, 그걸 '위안빨기'라고 한답니다.) 지금도 다인이와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요.


모유 수유가 생각처럼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잖아요~ 저도 유선염이 걸려 병원에 입원했을 때 의사 선생님이 모유 수유를 왜 그렇게 고집하냐고, 그만 젖떼고 유선염 치료에 전념하라고 저를 설득시킨 적도 있었었는데, 그 때마다 오기로 버티게 되더라고요.


요즘에도 모유 수유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오늘은 젖량 늘리는 방법을 다시 한 번 알려 드리려고 해요. 다솔이가 7개월이 되었을 때, 힘들었던 모유 수유 전쟁에서 이긴 후 아주 쉽게 젖을 먹일 때 썼던 제 일기를 보여 드릴게요. 사실 모유 수유는 한 번 산을 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룰루랄라 아주 편하거든요. 그럼 제가 예전에 썼던 일기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모유 수유에 도움을 얻길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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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솔이가 7개월이 넘었다. 이유식과 함께 여전히 모유만 먹이는 것을 보고 주윗 사람들, 특히 다솔이 또래의 아기를 기르는 엄마들은 깜짝 놀라 묻곤 한다.



'모유가 모자라지는 않아요?'라고 말이다.
나는 심상한 표정으로 '아니오'라고 대답하고 말지만, 속으로는 '야호!'쾌재를 부른다. 바로 이런 날을 생각하면서 분유 수유의 유혹을 떨쳐 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져서 분유를 먹이면 큰일이라도 날 것 처럼 얘기하지만, 나는 모유를 먹이든 분유를 먹이든 그 선택은 전적으로 엄마에게 달렸다고 생각한다. 제 자식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도 엄마요, 자식에게 가장 좋은 것을 먹이고 싶은 사람도 바로 엄마이기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 보면 분유를 먹고서도 아주 바람직한 잘 큰 사람들이 참 많다. 그런데도 많은 수의 새내기 엄마들이 모유 수유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나도 그랬지만 가슴에 상처가 나고 탈이 나면서도 주윗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이 두려워서 모유 수유를 포기하지 못하는 엄마들이 참 많다. 내가 아는 선배 중에도 자신의 아이가 자주 아프고 체격이 작은 이유를, 분유탓으로 돌리는 것을 봤다. 벌써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아이니까 까마득한 예전 일일텐데도 그런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면서 아이 엄마를 원망하는 말을 할 때면 내 속이 다 상한다. 모유야 좋은 것은 분명하지만 분유를 먹고 자랐다고 해서 아이가 약골로 자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유 수유를 하지 못해서 내내 속상해 할까봐 두렵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도 듣고 싶지 않아서 나는 이를 악물고 모유 수유의 어려움을 극복해 내었다. 7개월 동안 온전히 모유 수유를 하고 있는 내가 경험한 바로는 모유량을 늘리는 방법이 다음과 같다.






1.규칙적으로 수유 및 유축하기.


아기가 잘 먹지 못해고 수유 자세가 나빠서 나는 한동안 유두가 너덜너덜 해지고 피가 나고 갈라지고 형편없었다. 그래서 근 한 달간을 유축을 해서 먹였는데, 유축을 하면서 터득한 것이 있다.



바로 '젖은 비워 내는 양 만큼 새로 또 생긴다'는 것이다. 출산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아직 젖량이 많지 않을 땐 양을 늘리기 위해 아기에게 직접 수유를 한 후에도 조금 더 짜주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면 다음 번 수유시에 비워 낸 것 만큼 또다시 젖이 생기기 때문이다. 반대로, 젖량이 너무 많아서 골치인 경우엔 아기에게 먹인 후 남은 젖을 그대로 두면 된다. 그러면 다음 수유시엔 그만큼 적게 젖이 돌게 되는 것이다.



전유가 너무 많을 것 같아서 고민인 엄마들도 있는데, 사실 전유와 후유의 구별은 그리 크지 않다. 아기가 꼴깍꼴깍 젖을 먹을 때 몇 모금의 차이 밖엔 나지 않는다. 그래서 젖양이 너무 많은 경우에도 굳이 전유를 짜 내지 않아도 되니 걱정하지 마시라.(산부인과 전문의에게 들은 말이니 믿어도 됨.)



백 일 정도 지나면 아기도 요령이 생겨서 잘 먹고 수유에도 규칙이 생기니 엄마의 고생도 백 일이면 끝이다. 백일 동안만 고생하면 아기가 먹는 만큼 젖이 생긴다.



나는 위와 같은 이유로 유축(유축기 보다 손이 훨씬 더 안전하다. 손으로 젖짜는 법도 예전에 쓴 글 중에 있으니 참고하시기를 바란다. http://www.hotsuda.com/390)을 해서 젖병에 담아서 젖을 먹였는데, 처음엔 세 시간에 한 번씩 유축을 했다. 서툴러서 한 번 유축할 때 너무 오래 걸려서 몹시 힘들었지만 자다가도 일어나서 세 시간에 한 번, 한 번에 한 시간씩!!! 유축을 했다.



세 시간마다 유축을 할 땐 세 시간마다 젖이 불었다. 나중에는 요령도 생기고 젖이 너무 남아서 네 시간에 한 번, 다섯 시간에 한 번씩 유축을 했는데, 참 신기하게도 그럴 땐 네 시간에 한 번, 다섯 시간에 한 번, 젖이 불었다. 바로 젖은 비워 내는 양 만큼 새로 또 생긴다는 말이 꼭 맞아 떨어진 것이다.






2. 하루에 3L씩 물 마시기.


가물치, 돼지족, 잉어탕 등등 젖량을 늘리기 위해 뽀얗고 기름진 국물들을 코를 막고 마시는 엄마들이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위에 나열 된 음식들은 젖량 늘리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산부인과 의사도 그랬다. 정말이다. 뽀얀 국물이 젖이랑 색깔과 질감이 비슷해서 그런 낭설이 생겼나 본데 먹을 때 비위만 상하지 젖량이 늘어나지는 않는단다.



그러면 뭘 먹어야 될까?



아주 쉽다. 바로 '물'이다. 모유는 아주 영양이 풍부한 음식인데 엄마의 몸에 있는 여러가지 영양소들을 엄마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골고루 쏙쏙쏙 빼 가서 만든다. 이 때 다른 것은 이미 엄마의 몸 속에 있고(엄마가 영양 결핍 상태가 아니라면) 수분만 더 필요하다. 그래서 엄마가 물을 많이, 아주 많이 마셔야 된다.



모유를 먹인다고 해서 엄마가 더 많은 영양 섭취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아시는 분들은 이미 다 알고 계신다. 임신 기간과 마찬가지로 음식으로 치자면 빵 한 쪽, 고구마 한 개, 밥 반공기 등만 더 먹어도 충분하다. 이미 임신 기간 동안 찌운 살들이 엄마의 허벅지, 배, 엉덩이에 덕지덕지 붙어서 아기에게 줄 모유의 재료로 대기하고 있다. 그러니 더 먹을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간혹 엄마가 밥을 잘 먹어야 아기도 잘 먹는 것이 아니냐며 억지로 밥을 두 그릇씩 드시는 분들도 있는데, 안 된다. 산후조리 기간에는 엄마가 몸을 추스르기 위해 많이 먹어야 되지만 그 이후엔 얼른 예전의 몸매로 돌아가는 것이 엄마에게도 아기에게도 좋다. 아기는 이기적이기 때문에 엄마가 무엇을 먹든 얼마를 먹든 자기가 필요한 것은 쏙쏙쏙 다 가져가니까 말이다.



대신 물은 꼬박꼬박 잘 마셔주어야 된다. 나는 원래부터 물을 많이 마셨는데 요즘에는 더욱 많이 마시고 있다. 물 마시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니 이제는 곁에 물이 없으면 심한 갈증을 느낀다. 내가 마시는 물은 일부러 재 보지는 않았지만 하루에 3L 정도 되는 것 같다.(국, 음료수 제외한 순수한 물) 물을 많이 마시니 젖도 잘 돌고 순환도 잘 돼서 몸 속 노폐물도 다른 사람들보다 잘 빠져나가는 것 같다



평소에 물을 적게 마시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3L를 마시는 것은 무리일테니 보리차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양을 늘려 나가길 바란다.



분유를 먹인다고 해서 비난하는 사람은 참 나쁜 사람이다. 해 본 사람은 다 알지만 물 끓이고, 분유를 타고, 식히고, 먹이고, 젖병을 씻고...... . 분유를 먹이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다. 분유에도 좋은 성분이 참 많이 골고루 들어있다. 그래서 나는 분유 먹이는 엄마들도 참 훌륭한 엄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래도 모유 100%에 성공하고 싶으신 분들은 앞서 내가 이야기 한 2가지를 기억해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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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리모컨을 이리저리 누르다가 엉거주춤 어색한 자세의 임신부들을 발견했다. 10kg의 육중한 배를 껴안은채 허리와 다리의 통증을 호소하고 있던 그녀들은 '골드미스가 간다'의 출연진이었다. 결혼도 하지 않은 골드미스가 임신을 할 리는 없고 그녀들은 이 날 방송분에서 특별히 임신부 체험을 한 것이었다. 사실 임신을 하게 되면 보통 10kg이 훨씬 넘게 체중이 불어나고 손발도 엄청나게 부어 골드미스들이 느낀 것 보다 더 많이 힘들것이다. 그러나 골드미스들은 갑작스레 10kg을 떠안게(?) 돼서 그런지 진짜 임신부 보다 더 힘들어 보였다.

아들 다솔이가 이제 곧 백일이지만 나는 아직도 출산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기에 임신과 출산에 관련 내용이 담긴 방송을 볼 때면 다시금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목이 약간 메어온다. 이 날 방송에서는 세 명씩 두 팀으로 나누어서 한 팀은 장을 보러 갔고 다른 한 팀은 레스토랑에서 일을 했는데, 낑낑대며 힘들어하는 그녀들을 보며 새삼스레 옛 생각이 났다.

아가씨들이 임신부 체험을 하면서 잠시나마 임신의 고충을 느껴본 것도 의미가 있었지만 가장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실제 자연분만 하는 과정을 보여 주었던 장면이었다. 가족분만실에서 신봉선과 박소현이 함께 한 가운데 어떤 산모가 아기를 낳게 됐는데, 조금 편집이 됐긴 했겠지만 길고 힘들었던 진통 끝에 아기를 낳아 가슴에 품는 과정이 너무나도 의미있게 느껴졌다.


산모는 출산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후-후- 호흡을 했는데 아마도 라마즈 호흡일 것이다. 나도 당연히 자연분만을 하는 줄 알았기에 남편과 함께 라마즈 호흡법을 배우러 다녔다. 라마즈 호흡으로 출산 중 통증을 아주 없앨 수는 없다. 그렇지만 잘만 활용하면 외로운 진통의 과정을 훨씬 쉽게 견뎌낼 수 있다.

진통이 오면 산모들은 남편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고 싶을 정도로 고통이 심하다고 한다.(나는 제왕절개를 했기 때문에 이 고통을 잘 모른다.) 아기고 남편이고 다 내팽겨치고 싶은 마음마저 든다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부정적인 기분이 들 수밖에 없겠다. 라마즈 호흡은 이것을 연상, 이완, 호흡이라는 긍정적인 신호를 통해서 임신부의 통증을 경감시키는데 상당히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그런데 이 호흡법은 조건 반사를 근거로 하기 때문에 꾸준히 계속 연습을 해야만 실전에서 써 먹을 수 있다.

라마즈 호흡법의 순서는 연상-이완-호흡인데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리 몸 속에서는 기분이 좋을 때 천연 진통제인 엔돌핀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연상법은 말 그대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머리에 떠올려 엔돌핀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과정이다. 결혼식 장면이나 맛있는 음식을 마구마구 먹었던 장면 등 좋았던 기억들을 떠올리려 애쓰면서 부정적인 기분을 긍정적으로 바꾼다.



그런 다음 온몸의 이완을 위해서 몸의 관절부위부터 힘을 뺀다. 진통이 시작되면 배만 아픈 것이 아니라 그 통증 때문에 온몸이 경직되고 경직된 근육에서 나오는 젖산의 축적으로 피로가 더욱 심해지게 된다. 경직된 근육은 경련을 일으키기도 하고 자궁문이 열리는데 방해가 되므로 분만 시간이 길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완하면 엔돌핀의 분비도 촉진돼 또다시 통증을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호흡을 한다. 호흡법을 배우는 목적은 산소를 체내에 충분히 공급함으로써 근육이나 조직의 이완을 돕고 더불어 태아에게도 산소 공급을 원활히 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통증 리듬에 맞추어 호흡함으로써 진통에 집중돼 있는 관심을 호흡쪽으로 분산시켜 통증을 덜 느끼게 하는 것이다. 분만의 진행 과정에 따라 호흡도 달라지게 되는데 말로 설명을 하는 것보다는 실제로 배우고 꾸준한 연습을 해 봐야 체화시킬 수가 있다.

나는 임신부라면 누구나 라마즈 호흡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나햐면 나처럼 제왕절개를 한 사람들에게도 이 호흡법은 유용하기 때문이다. 척추마취를 하여 정신이 말짱한 상태에서 수술대에 홀로 누워 수술의 전과정을 느끼(?)는 것은 생각보다 더 무서운 일인데, 이럴 때도 연상, 이완, 호흡을 하면서 출산의 무서움을 이겨낼 수가 있다.


병원에서 4주동안 이 과정을 배우고 집에서도 충분히 연습을 하면 라마즈 호흡법을 체화시킬 수가 있는데, 긴장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에서도 이 호흡을 유용하게 써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골드미스가 간다' 속 자연분만의 과정을 지켜 보면서 나는 또다시 출산하는 기분이 들었다. 산모의 후-후 내쉬는 호흡에 맞추어 같이 후-후 호흡을 하니 새삼스레 손에 땀이 나기도 했다. 곁에서 사랑스럽게 잠이 들어 있는 다솔이를 내려다 보니 어떻에 이런 귀여운 아이가 내 뱃속에서 쏙 나왔나 싶기도 했다. 출산을 앞두고 있는 많은 분들이 라마즈 호흡법을 배워서 출산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건강한 아이를 좀 더 쉽게 쑴풍쑴풍 낳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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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수술 하셨어요?'라고 누가 물으면, 나는 늘 약간 고개를 숙이면서 무언가 잘못이라도 한 듯 수줍게 대답하곤 했다. '아...... . 아기가 거꾸로 있어서요' 역아인 경우에는 자연분만을 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한다.

임신 27주부터 한결같이 내 가슴 쪽으로 머리를 두고 있는 아기 때문에 나는 무척 애를 태웠었다. 주위에서 나중에 자리를 잘 잡는 경우도 있다고 많이 들었기에 처음에는 별로 걱정도 하지 않고 '그까짓 것' 했지만 32주를 넘어서면서부터는 수시로 고양이자세 체조를 하면서 아기 머리가 아래를 향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35주가 넘고도 아기가 움직일 기미가 안 보이자 나는 너무나도 불안해서 수시로 인터넷 카페를 들락날락 거리면서 '역아'에 관한 글을 읽고 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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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중한 배를 하고서 고양이 체조를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가만히 서 있어도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데 무릎을 꿇고 배를 아래로 내렸다 올렸다 하면 허리에 얼마나 무리가 가겠는가. 그런데도 자연분만을 하고자 나는 수시로 고양이 체조를 했고 나중에는 물구나무서기까지 시도했었다. 물구나무서기는 잘못 하다가 큰일 날 것 같아서 결국 하지 않았지만 수술을 계획한 38주 4일 되던 날까지도 자연분만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버리지 못했다. 그러나 끝내 아기는 자리를 바꾸지 않았고 나는 제왕절개를 했다.


하늘이 노랗게 보일 때까지 힘을 줘야 하며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진통을 열 시간 넘게 참아 내야만 하는 것이 자연분만이다. 힘을 주다가 얼굴에 있는 실핏줄이 다 터지는 사람들도 숱하고 하도 이를 악물어서 치아가 상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는 것도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물론 마취를 하기에 고통스러운 아픔은 없지만 척추 마취를 하고 정신이 말짱한 상태로 분만 수술의 모든 상황을 고스란히 들어야만 한다. 무서워서 벌벌 떨리고 심장이 밖으로 나오려는 상황을 인내하면서, 내 배를 가르고 잡아 당기고 아기를 꺼내고 피와 불순물을 다 제거하기 위해 위에서 배를 내리 누르는 모든 상황들을 그야말로 이겨내야만 한다.


자연분만은 아기를 낳음과 동시에 모든 고통도 사라진다고 들었다.(아, 회음부의 상처가 심한 분들은 상처가 아물 때까지 많이 불편하단다.) 반면 제왕절개 수술의 경우는 낳고 나서부터 고통이 시작된다. 마약 성분이 들어 있다는 무통 진통제가 있는데 뭐가 그리 아플까 하시는 분들께 무통 주사가 정말 無痛을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고 연거푸 설명해도 듣는 사람은 그저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오죽하면 친정 엄마까지도 '별이(태명)가 엄마 힘들까봐 거꾸로 있는 것이라며 제왕절개를 앞두고 심란해 하는 당신 딸을 위로 하셨을까.' 내가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제왕절개의 아픔을 아무리 설명해도 엄마는 그래도 자연분만에 비하면 세발의 피밖엔 되지 않는다며 제왕절개는 '거저 낳는 것'이라고 표현하셨다. 나중에 제대로 회복이 안 돼 앉지도 못하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당신 딸을 보시곤 너무나도 마음 아파 하셨지만 그래도 자연분만의 위대함에 대한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실 것이다. 나도 자연분만을 한 산모들이 그 힘든 고통을 이겨내고 아기를 낳았다는 것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제왕절개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잘못된 생각들엔 억울한 생각이 든다.



bisous
bisous by Alain Bachellier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제왕절개를 하면 쉽게 아기를 낳는 것이고 너무 쉽게 낳다 보니 자연분만한 엄마에 비해 모성애도 적으며 모유수유 또한 어렵다는 잘못된 생각들이 내가 가장 속상한 부분이다. 내가 직접 경험해 보니 제왕절개도 정말 아프며 특히 물 한모금 먹지 못하고 꼼짝달싹 못하고 침대에 누워 있어야만 했던, 밤에는 통증이 더욱 심해져서 끙끙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던 수술 후 첫 이틀은 다시 생각하기도 싫다. 그리고 모유에 관한 부분은 자연분만을 한 다른 산모들과 마찬가지로 출산 후 삼일이 지난 날부터 초유가 돌기 시작하더니 한 달이 조금 넘은 지금은 모유로만 아기를 기르고 있다.


산후조리원에 있으면서도 자연분만한 산모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무용담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때면 괜시리 위축되어 방청객처럼 감탄사만 연발하며 듣기만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너무 후회스럽다. 같이 맞장구 치면서 제왕절개를 한 내 이야기도 함께 했어야 되는데 말이다. 임신/출산 관련 카페에 가 보면 많은 임신부들이 자연분만을 하기 위해 무척 애를 쓰고 있는데, 물론 자연스러운 것이 좋기는 하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무리하게 자연분만만을 고집하지 말고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것도 괜찮다. 똑같이 열 달 동안의 임신 기간을 거쳤고 힘든 분만 과정을 이겨낸 제왕절개한 엄마들 더이상 기죽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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