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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다솔'은 어떻게 쓰는거야? 엄마가 좀 가르쳐 줘"


이제 제법 문장을 갖추어 말을 하기 시작한 다솔이가, 이제는 자기 이름이 궁금한가 봅니다. 종이와 색연필을 가지고 와서 자기 이름을 써 달라는 다솔이는 2013년에 (벌써!) 다섯 살이 되었어요. 저는 다섯 살이 되었지만 생일이 늦어 이제 겨우 40개월 남짓 된 어린 다솔이에게 벌써부터 한글을 가르쳐 줄 생각은 전혀 없어요. 그래도 자기 이름이 궁금하다니 종이에다 색연필을 꾹꾹 눌러,

이, 다, 솔. 이라고 큼직하게 써 주었답니다. 


그런데 오늘 남편이 호들갑을 떨며 저를 부르는 거예요. 여보! 여보! 목소리의 톤으로 보아 무슨 큰일이 일어난 것 같지만, 호들갑스러운 것이 나쁜 일은 아닌듯하여 심상하게 고개를 돌리니, 다솔이를 가리키며 말을 잇지 못하고 계속 '여보'만 외치는 남편.


이미 남편에게 한 차례 칭찬을 들은 듯 웃음기가 가득한 얼굴로 다솔이는 제 앞에 척하고 종이와 색연필을 꺼내 들더니 의기양양하게 '이'자를 써 보입니다. 그리곤 "엄마, 이건 바로 '이'야. 이다솔 이" 합니다. 한글을 배운 적이 없는 다섯 살 짜리 꼬마 아들이 떡하니 '이'자를 써 보인 것에 너무 깜짝 놀라서, 남편은 꿀먹은 벙어리가 된 것이었지요. 며칠 전에 제가 이다솔을 가르쳐 주긴 했지만 분명 기특한 일이었어요.


내친김에 '다'자와 '솔'자도 같이 써 보자며 저는 아이의 손을 잡고 이름의 나머지 부분을 완성을 했는데요, 그래도 아직 다솔이에게 한글 공부는 조금 이른 듯 해요. 저는 적어도 만 여섯 살이 지난 다음에야 한글을 가르쳐 줄 생각이거든요. 뭐, 그 전에라도 오늘처럼 다솔이가 제 스스로 한글을 뗀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요(^____^)





아이가 글씨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할 때, 슬슬 한글을 가르쳐 줘야 하는 시기일 때, 어떻게 한글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물론 엄마가 가르쳐 주는 것이 가장 좋고요, 이왕이면 조금 요령을 알고 계시는 것이 더 좋겠다 싶어 이 글을 쓰게 되었어요.


제가 아는 분 중에 아이가 학교 갈 무렵이 되어 (우리나라 나이로 7살) 한글 공부를 급하게 시작한 언니가 있는데요, 어떻게 하고 있나 물어 봤더니 아이에게 자음과 모음 표를 보여 주며 관심있는 글자를 고르라고 했고, 아이가 'ㄹ'을 골라서 '랄, 럴, 로, 루,뤠...... ' 등등을 가르쳐 주었다는 답을 들었어요.


저는 속으로 조금 놀랐지만 그 언니의 교육 방법에 훈수를 둘 형편은 못 되어 그냥 잠자코 있었는데요, 언니가 아이에게 관심있는 글자를 고르라고 한 것은 아주 좋은 방법이지만 '랄, 럴, 로, 루, 뤠......'  등을 가르친 것은 좀 무리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의미가 있는' 단어를 가르쳐 주세요.


저는 '가나다라...'가 써 있는 글자표를 벽에 붙여 놓고, '가나다'를 한 자 한 자 짚으면서 글자와 소리를 익히게 하는 교육방법이 전혀 쓸데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모 광고에서도 엄마가 아이에게 그렇게 한글을 가르치는 장면이 나오더라고요.(그러면서 그거 다 외우면 뽀로로를 보여 주겠다는 내용이었지요.)


특히나 글씨를 처음 배우는 아이들에게 '가'의 소리와 모양을 그대로 외우라고 하는 것은 너무 잔인한 학습법인 것 같아요. 아까 예로 들었던 제가 아는 언니의 경우를 다시 생각해 보면, 아이가 'ㄹ'에 관심이 있었으면 'ㄹ'이 들어가는 단어로 글씨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더 좋았을 거예요. '라면', '라디오', '레몬' 등등 의미가 있으면서 아이가 잘 알고 있는 단어가 참 많은데 왜 '랄, 럴, 로, 루, 뤠'를 외우게 했을까요? 그 언니도 한글표를 가지고 공부를 시작했던 것 아닐까요?


한꺼번에 너무 많이 가르쳐 주지 마세요.


그리고 너무 욕심을 부려서 글자를 많이 외우게 만들지 말고 한 글자라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한데요, 만약 아이에게 이다솔의 '솔'을 가르쳐 주었다면 책을 펴 놓고 '솔'만 찾아 보게 하는 것도 괜찮아요. 게임을 하듯 책을 펴고 '솔'이 나올 때마다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치라고 하면 아이는 집중해서 '솔'을 찾게 되겠죠.


글씨를 처음 배울 때는 조금 다른 글자 이를테면 '술, 살, 설, 송, 손, 속' 등과 '솔'을 같은 것으로 착각하기도 할텐데요, 그 글자들과 '솔'이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 보면서 아이에게 하나를 정확하고 재미있게 가르쳐 주는 것이 중요해요. 너무 천천히 가르치는 게 아닐까 걱정되시겠지만 어느 정도만 하다 보면 글씨 배우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니까 크게 염려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명사 뿐만 아니라 동사와 형용사도 가르쳐 주세요.


엄마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아닌가 싶은데요, 말을 가르쳐 줄 때도 그렇고, 외국어를 가르칠 때도 그렇고 글씨를 가르칠 때도 그런데 너무 명사 위주로 공부하는 경향이 있어요. 말이나 글을 가르칠 때는 이거 뭐야? 이거는? 만 입에 달고, 영어를 가르칠 때는 What's this? 만 반복하는 엄마들 많으시죠?


사과, 장난감, 집, 초콜릿, 개구리...... 처럼 명사만 가르쳐 주시면 아이가 문장을 확장시키지 못하잖아요~ 맛있다. 크다. 좋다. 달다. 빠르다......와 같은 동사와 형용사도 가르쳐야 '사과는 맛있다, 장난감이 크다, 집이 좋다. 초콜릿이 달다, 개구리가 빠르다'로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답니다.



얼마 전부터 '와이 Why'(제목이 맞는지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어요.)라는 만화영화를 즐겨 보는 다솔이는(제가 그 만화를 골라 준 것이 절대 아님을 꼭 밝히고 싶습니다^^) 영어만 보면 '엄마, 저거 와이에 나왔지'하면서 아는 척을 하는데요, 그 만화가 영어 학습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걸 보는 것 만으로도 알파벳이나 간단한 영어 문장을 자연스레 익힐 수 있고, 아이들에게 상상력과 창의적인 사고방식도 유도하기 때문에 제가 봐도 정말 재밌고 보면서 계속 감탄을 하게 만들더라고요.


다솔이는 '와이'를 보면서 ABC 노래와 알파벳 몇 개를 스스로 익혔어요. 다솔이가 만화를 보면서 영어 글씨에 관심을 갖고 만화 주인공이 주로 하는 말(영어)을 따라 하려고 애쓰는 걸 보면서, 저는 한글을 배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수준 높은' 만화영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절실하게 바라게 되었답니다.


전세계에 영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기에 당연히 투자도 잘 될 것이고 예산도 넉넉할 것이라, 영어 학습 만화는 수준이 그토록 높은 것이겠죠. 우리나라도 얼른 위상이 높높높높높!!아져야 할텐데요. 부러우면 지는거라는데 어쩔 수 없이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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