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있지만 그 동안 팍삭 늙어 버린 사진 속 제 얼굴 정말 까칠하네요.
마지막 채혈을 앞두고 15시간의 금식 중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에요.>>
지난 주에 보건소에서 임신성 당뇨 검사를 했어요. 오후에 결과가 메일로 와서 열어보니 당뇨 검사는 정상이었는데, 빈혈기가 좀 있어서 걱정을 했었답니다. 며칠 후 정기 검진이 있어서 병원에 가서 담당 선생님께 보건소에서 한 임신성 당뇨 검사 결과지를 보여 드리고 '빈혈'에 대해 상담을 하려고 입을 떼는데...... ??? 의외의 결과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임신을 하면 태아가 엄마의 철분을 쏙쏙 다 빼앗아 가기 때문에(그래서 예전에는 아이를 하나씩 낳을 때 마다 산모들의 '이'도 하나씩 빠졌다고들 하지요.) 대부분의 임신부들이 약간의 빈혈기가 있다고 해요. 저 정도의 빈혈기로는 명함도 못 내밀고, 그냥 철분제를 하루에 한 알씩 꼬박꼬박 잘 챙겨 먹으면 된다네요. 그리고 시금치, 쇠고기, 생선(일주일에 한 번 권장.) 등 철분이 많은 음식을 먹는 것으로 빈혈 걱정은 뚝.
반면, 생각지도 않았던 임신성 당뇨검사를 정밀하게 다시 해 봐야 된다는 것이었어요!!! 두둥~
보건소에서는 140 이상이면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판단, 재검 판정을 받는데, 제가 다니는 분당차여성병원에서는
130이상부터 재검을 한다고 했어요. 무언가 좀 억울한 기분도 들었지만, 선생님 말씀으로는 140을 정상치로 볼 경우 임신성 당뇨를 놓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아기는 태아나자마자 당뇨 환자가 되기 때문에 아기에겐 치명적이라고 했어요. 엄마의 실수로 아기가 평생 당뇨 때문에 고생해서는 안 되지요.
그래서 지옥 같았던! 임신성 당뇨검사 재검을, 3일 후인 바로 어제 받고 돌아왔답니다. 제가 지옥 같았다고 좀 과장되게 말씀드리는 까닭은, 임당 재검은 전날 밤부터 물도 마시지 못하는
금식이고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1차 채혈, 그리고 끔찍한 단맛이 나는 '디아솔 액'을 100ml(임당검사 땐 50ml, 재검 땐 100ml)원샷 해야만 해요. 단맛이 끔찍해 봤자지... 했는데, 진짜 구역질 나는 맛이랍니다. 검사 해 주시는 분도 잘 알고 계셔서 천천히 마시라고,
토하면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되어 더 힘들다고, 저를 다독(?)거려 주셨습니다.
단 약을 마신 후 한 시간 간격으로 세 번 더 채혈을 해야만 모든 과정이 끝이 나게 돼요. 당연히 그 동안에는 물 한 모금도 마실 수 없지요. 남편이 아침에 차로 데려다 주면서 심심할 텐데 아이패드로 인터넷 하면서 놀아~ 하면서 헤어졌거든요? 속이 메슥거려서 인터넷은 커녕 가만히 앉아 있는 것도 힘들었어요. 머리를 벽에 기대고 습습후후 심호흡을 하면서 한 시간을 버텼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채혈, 그리고 습습후후...... 임당 재검을 할 때는 정해진 시간에 채혈을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환자들을 기다리지 않고 꼭 시간 맞춰서 피를 뽑으러 가야 해요. 안 그럼 다시 처음부터!!!
다행히 두 시간 이후부터는 메슥거리는 것도 어지러운 것도 덜해져서 잡지를 보고, 텔레비전을 보고, 점점 더 인간다운 모습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답니다. 마지막 채혈 전에 다솔이와 다솔 아빠가 응원차 병원으로 와 주었어요.
천신만고 끝에 네 번의 피 뽑기를 마치고, 바로 물 한 잔 벌컥벌컥 마시고...... 저는 평소에 물을 2L 이상씩 마시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목이 말라 더 힘들었었어요. 검사를 해 주셨던 선생님이 고생하셨다며, 이제 뭐라도 좀 드시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저는 남편과 함께
뷔페 식당으로 향했답니다.
제가 공복일 때, 남편은 저에게 말을 절대로 걸지 않는답니다. 잘못 건드렸다가 낭패를 보기 쉽상이라는 걸 경험상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 제가 아침과 점심을 굶었으니 제정신이었겠어요? 이럴 땐 얼른 식당으로, 그것도 먹을 것이 다양하게 많~이 차려 져 있는 뷔페 식당으로 가는 것이 상책입니다. 병원 근처에 저렴이 뷔페가 있어서 얼른 갔어요.
식당에 들어와서 음식을 한 접시 떴을 뿐인데, 그 동안의 스트레스가 싹 사라진 듯 피부가 벌써 좋아 보입니다. 과연 오늘은 몇 접시를 먹어 치울까요?
다솔이도 한 접시, 아빠도 한 접시를 냠냠 먹습니다.
이 날 다솔 군은 탄수화물은 거의 안 먹고, 수박만 왕창 먹어서 엄마를 기운 빠지게 만들었지만, 저 부터 먹고 살아야 했기에 다솔이를 온전히 챙겨 줄 겨를이 없었지요. 22개월 다솔이는 아직 공짜 입장이라 그나마 다행.
우리 가족은 제각기 자신이 좋아하는 메뉴들로 골라 신나게 먹고 돌아왔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임당 재검에 관한 내용을 찾아 보니, 좀 억울한 생각도 들었어요. 저는 첫 번째 결과가 137이었잖아요? 재검 받으신 다른 분들의 결과를 찾아 보니 보통 150이상, 160이상이신 분들도 꽤 많으시더라고요. 저는 고작(?) 137이었는데...... 게다가 140이하는 재검을 받아도 보험 적용이 안 되어서 저는 재검을 받으라 3만원이 조금 못 되는 병원비를 내야만 했는데, 다른 분들은 보험 적용을 받아서 8천원 정도만 내셨더라고요. 뭔가 억울억울억울...... .
오늘 낮에 병원에 전화를 걸어 결과를 물어 봤어요. 결과는 정상.
정상이면 좋은건데, 뭐죠? 이 찝찝한 기분은? 팔은 양쪽 모두 시퍼렇게 멍이 들고 어제 병원다녀와서 하루종일 누워만 있었는데, 괜히 고생만 했다 싶기도 하고 보험처리 받지 못한 돈도 좀 아깝고, 여러모로 참 찜찜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