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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요즘 처럼 보고 싶은 방송이 많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드라마도 그렇고 예능도 그렇다. 특히나 나는 예능 방송을 좋아하는데, 이런 나에게 영양가 없는 쓸데없는 것을 뭐 그리 챙겨보냐고 구박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예능을 보며 시원하게 한바탕 웃고 나면 몸도 마음도 훨씬 더 건강해지는 기분이 드니, 나에게 예능은 비타민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각 방송사에서 재미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마구마구 쏟아내니 골라보는 재미가 더해져서 정말 좋다.

그런데 볼 만한 방송이 많아졌다는 것이 그것을 선택하는 내 입장에서는 즐거운 고민이지만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가 보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좋은 방송이 많아질 수록 경쟁은 더 치열해질 테고 시청률 경쟁이 치열할 수록 제작자가 받는 스트레스는 더 커 질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는 한 가지 특이한 유행이 생겨났다. 그것은 바로 방송을 보는 도중 프로그램의 줄거리(?)를 계속해서 내 보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예능 프로그램들은 방송이 시작할 때 시청자들에게 전체 줄거리를 읊어주듯 재미있는 부분부분을 맛보기로 보여 준다. 마치 '우리 프로그램에는 이런 이런 재미있는 내용들이 있으니 다른 거 보지 마시고 꼭 채널 고정하세요'하는 듯 하다. 앞뒤 다 잘라내고 특정부분만을 쭉 나열해서 보여주니 시청자들에게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뭐 이런 것은 예전부터 있어 왔던 일이니 특이할 것도 없다. 그런데 방송을 한참 보는데 갑자기 화면 위에 '잠시후(혹은 next)'라는 자막이 붙으면서 또 다시 방송의 주요 부분을 한 차례 보여준다. '아직 채널 돌리시면 안 되요, 뒤에 재미있는 것이 이만큼 더 남았거든요.'하듯 말이다.


그런 일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제작자는 전체줄거리, 그 다음 1/3의 줄거리, 마지막 줄거리 총 세 번을 반복한 다음에야 안심하는 듯 하다. 어떤 땐 방송의 내용이 아주 좋아서, 전혀 채널을 돌리고 싶은 충동을 받지 못했을 만큼 재미있었는데도, PD 님은 혹시나 그 사이를 못 참고 채널을 돌려 버릴까봐 전전긍긍 하는 듯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까지 시청자의 마음을 잡아두려고 노력했을까. 어느 한 프로그램만의 상황이 아니다. 요즘에는 방송을 보다가 갑자기 줄거리가 나와서 다음회의 예고인가? 왜 이렇게 빨리 끝나지? 하는 생각을 하다보면 여지없이 그 날 방송분을 또 다시 줄거리 보여 예고하고 있는 경우가 참 많다.

그 뿐인가? 한 회 분의 방송이 끝나면 다음 회의 예고가 또 나온다. 시식 코너에서 미리 맛을 보여주듯 프로그램의 주요 부분을 한 차례 쑥 훑어주며, 끝까지 봐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다음에도 또 우리 방송을 봐 주실거죠? 하는 것인데, 어떤 경우에는 정작 다음 주 방송에는 편집된 부분을 보여 준다거나 그 다음주 방송분까지 미리 보여줘서 시청자들에게 실망을 주는 상황도 생긴다. 예고편이 실제 방송분과 많이 다른 경우에는 뿔난 시청자들이 항의를 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예능계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계속 되는 예고들을 보면서 차라리 이 시간에 재미있는 부분 하나를 더 보여주는 것이 나을텐데 하는 생각을 해 봤다. 시청자의 마음이 떠날까봐 두려워서 조금만 기다리면 더 재미있는 것이 나온다고 유혹하는 것보다 리모컨에 손이 안 가게끔 재밌게 만들면 되지 않는가. 하긴 다시 생각해보니 그게 가장 어려운 문제이긴 하다. 경쟁이 치열한 이런 때일수록 다른 프로그램을 너무 의식하기 보다는 자기 방송만의 특성을 잘 살리고 그 안에서 해답을 찾으려 노력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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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은 정말 흥미롭다. 유행가 가사처럼 '전진'에서 점 하나만 바꾸어 '잔진'을 만들었더니 카리스마 넘치게 멋있던 '신화'의 전진이 금새 그럴싸한 예능인이 됐다. 우리말의 묘미이다.

그런데 이런 우리말 보다 더 놀라운 것이 '잔진'으로 변신한 전진의 활약상이다. 공중파부터 케이블까지 그를 그가 없으면 예능 프로그램이 안 되기라도 하듯 여기 저기서 그를 향한 러브콜은 계속되고 있다. 어찌나 일정이 빠듯했던지 춤추고 노래하던 신화 전진이 대부분의 말과 약간의 몸짓이면 되는 예능을 하다가 과로로 쓰러지기까지 했단다. 예능으로 전환하지 얼마되지 않은 그인데, 정말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소녀들의 우상이었던 신화의 전진이, 어설프기 짝이 없는 예능계의 막둥이로 변신한 것이 참 대견스럽게(?) 느껴진다. (여전히 신화는 그들의 팬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그룹 중 하나이다. 그래서 신화시절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잘못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전진이 신화라는 옷을 입고 화려한 시절을 보내고 있었던 그 때는 손짓 하나로 뭇 여성팬들을 호령할 수도 있었다. 그랬던 그가 넘어지고 망가지는 일이 다반사인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옛 이미지를 생각하지 않은 채 열심히 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잔진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난다. 신화 시절 초대 손님으로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자기 중심적인 방송을 했던 그가 야생(?)과 같다는 리얼버라이어티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까지는 혹독한 체험도 했을 것이다.

그런 전진이 그 말 많고 탈 많던 '무한도전'의 제7의 멤버의 자리를 꿰 찼다. 그가 무한도전에서 자리잡기 전까지 곱지 않은 시선을 많이 받은 것도 사실이다. 전진은 무한도전의 제7의 멤버로 전혀 거론되지 않았던 인물이기도 하고 느닷없이 예능에 뛰어 든 그가 낯설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곳에서 살아남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한 흔적이 보였기에 무한도전의 열혈시청자들은 조금씩 그의 손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무한도전 베이징 올림픽 3탄이 주말 예능 프로그램 중 단연 우세한 성적을 거두면서 잔진이 된 전진또한 자연스럽게 그 무리에 흡수된 듯 보였다.


한편 예능선수촌에서의 잔진은 비슷한 성격으로 등장하는 MC몽과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며 우위 경쟁을 하였다. 초반에는 MC몽과 비슷비슷한 성적을 거두며 신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방송에 조금 나왔다. 그러다 최근에는 서인영과 묘한 러브라인을 형성하면서 예능 프로그램을 훨씬 더 먼저 한 선배 MC몽을 유유히 따돌리며 프로그램을 선점하고 있다.

물론 전진은 화려했던 신화시절에서부터 많은 예능프로그램에서 그의 자질을 선보여왔다. 그런데 내가 전진이었을 때의 그와 잔진인 지금의 그를 굳이 나누는 이유는 이제 그에겐 신화라는 후광이 흐려졌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멋있음'을 떨쳐버리고 스스로 '웃김'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솔로가수로 성공할 수 없어서 예능을 선택했든 예능만이 살길이었든 그건 상관없다. 타고난 승부사인 잔진은 예능으로의 입성이 그 어떤 연예인보다 더 자연스러웠다. 나는 이미 전진이라는 이름보다 잔진이라는 이름에 더 호감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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