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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나는 서인영의 속눈썹춤과 그녀의 노래 '신데렐라'에 빠져있었다. 어쩌면 내가 그녀를 더 좋아하게 된 건, 유연하게 허리를 돌리며 추는 그 춤이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는 허리와 배에 군살이 하나도 없어야 한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은 후였을 지도 모른다. 그만큼 혹독하게 자기관리를 했을 서인영이 대단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 전까지 나는 서인영에게 별로 관심도 없었고 그녀를 떠 올리면 과한 무대 의상에 대한 거부감만 생길 뿐이었다. 그랬던 내가 서인영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 것은 케이블에서 '카이스트'라는 프로그램을 본 이후부터였다.

'카이스트'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나는 거만하고 독한 줄만 알았던 서인영에게도 따뜻함과 진정성이 있음을 알게 됐고, 그녀가 일반인 출연자들과 쌓아가는 우정을 보며 그녀의 진면목을 보게 됐다. 한번 관심을 가지게 되니, '우리 결혼했어요'에서의 모습도 달리 보였다. 아직도 '구두'를 너무 사랑하는 그녀의 속마음을 다 헤아리지는 못하지만, 그녀가 이전의 여자 연예인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솔직하고 당당한 여성상'을 제시한 것도 같다. 명품을 좋아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척, 불평불만이 가득하면서도 착한 척하지 않는 새로운 면모말이다.

서인영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반했던 나는 2008년이 그녀의 해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고, 이런 내 마음을 블로그에 남겼다가 뭇매를 맞았다. '신데렐라'의 가사처럼 이제 이효리보다 서인영이 대세인 시대가 올 것이라고 다소 과격(??)한 내용을 썼기 때문이다.(정확한 제목은 '이효리 지고 서인영 뜬다!!') 정말로 그 때는 그렇게 생각을 했었다. '신데렐라'와 '우리 결혼했어요'가 동시에 흥행하면서 서인영도 비호감에서 호감으로 상승세를 탔고, 초반 주춤했던 당대 최고의 여가수 이효리보다도 어쩌면 더 낫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역시 이효리는 이효리였다. 출발이 비슷했던 '유고걸'은 '신데렐라'를 급격히 따돌리고 연일 1위를 달렸으며, 곧이어 '패밀리가 떴다'가 성공을 거두면서 아무도 이효리를 따라갈 자가 없었다. 나는 내가 쓴 글이 있었기에 끝까지 서인영이 선전해주길 바랐는데, 서인영의 독한 캐릭터는 오래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독하게 더 독하게 이미지를 구축해버린 서인영은 '예능 선수촌'에 출연한 대다수의 남성 출연자로부터 '매력 없음' 판정을 받았고, 점점 예전의 '밉상'이미지로 회귀하고 있다.

나는 서인영의 활동 중단 소식을 듣고 그녀가 쉬면서 재충전을 하는 동안 이미지 변신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갑자기 청순녀로 거듭나라는 것은 아니지만 목소리가 허스키하게 변할 정도로 늘상 소리치고 떼쓰는 모습은 더이상 안 된다. 예전에 서인영이 방송에서 코성형을 고백했을때 나는 묘한 호기심이 발동해서 그녀의 수술 전 사진을 찾아봤었다. 그 때 나는 너무나 놀랐는데, 코성형 전의 그녀의 모습은 정말 청순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서인영은 성형과 동시에 이미지 변신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연예인의 이미지는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우리는 솔직히 서인영의 진짜 성격이 어떤지는 잘 모른다.


몇 주전 '예능 선수촌'에서 부른 노래가 화제가 되면서 서인영은 가창력을 인정받았다. 이로써 예쁘고 춤도 잘 추면서 노래까지 잘 부르는 몇 안 되는 가수 중 한명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나는 서인영의 팬으로서 그녀가 눈으로만 즐기는 무대보다는 귀가 먼저 열리는 무대를 보여주길 바란다. 쉬는 동안 새로운 이미지와 발전된 모습으로 다시한번 그녀가 대세가 되는 날을 만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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