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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우결은 기존 커플에게서 더 이상의 소재를 찾아낼 수 없고, 새로운 시도였던 ‘육아일기’로도 큰 재미를 얻지 못하면서 하락세를 보였었다. 스타들의 가상 가상 결혼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취하며 한 때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으로 승승장구했던 우결에게 권태기가 찾아 왔던 것이다. 제작진은 권태기를  극복하기 위해 과감히 가지치기를 했고 다행히 그 방법이 통한 것 같다. 새로운 구성원을 들이면서 다시 프로그램이 신선해졌고 매 회 그 밥에 그 나물이었던 내용도 출연진의 개성에 따라 다시금 달라졌기 때문이다.

알렉스와 신애커플도 곧 하차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온다. 우결에서 가장 인기 있던 커플이라, 알렉스가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중도 하차했을 때 시청자들은 재결합을 강력히 주장했고 결국 그 둘은 다소 민망하게 다소 어색하게 재회했었다. 그렇지만 이 둘 역시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고 방송 분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가장 인기 있던 커플도 결국 권태로워진 것이다. 티격태격 독특한 개성을 드러내며 가장 부부(?)싸움을 많이 보여줬던 서인영-크라운 제이 커플은 정형돈을 투입시킴으로써 발등의 불은 끈 것 같다. 그러나 둘의 싸움이 셋의 싸움으로 변화했다는 것 밖에 달라진 것이 없는 이 둘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장 늦게 합류해서 아직도 보여줄 것이 많은 김현중-황보 커플은 아직은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다. 김현중의 성격이 워낙 예측할 수 없고 다른 커플들과는 달리 연상 연하라는 차이점도 이들에게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얼마 전에 ‘놀러와’에서 ‘우리 정말 결혼했어요’라는 주제로 실제 연예인 부부들을 불러다가 얘기를 풀어놓은 적이 있다. 노사연-이무송 부부, 조갑경-홍서범 부부, 이승신-김종진 부부, 주영훈-이윤미 부부, 박준형-이지혜 부부, 총 다섯 쌍의 부부들이 자리를 함께 했었다. 2주 분으로 편성된 이들의 특집 방송을 본 사람이라면 다들 느꼈을 테지만, 그들은 ‘우결’이 감히 따라올 수 없는 진정한 부부의 모습을 보여줬다. 매 순간 재미있었고 그보다 큰 감동이 있었다.  새내기 부부들은 알콩달콩한 모습을, 고참 부부들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줬지만 그들이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한결 같음을 알 수 있었다. 고참 부부들은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일부러 더 다투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나는 오히려 고참 부부들이 신참 부부들보다 한결 더 여유롭고 행복해 보이는 것 같았다. 같이 살면 살수록 더 얘깃거리가 많아지고, 늘어난 추억만큼이나 사랑이 더 깊어진 듯 보였다. ‘우결’이 고민하고 있는 소재고갈 따위가 그들에겐 있을 수가 없다는 말이다.

나는 늘 궁금했었다. ‘우결’은 결혼도 하지 않은 스타 남녀에게 왜 굳이 ‘결혼했다’는 설정을 하고 들어간 것일까? 차라리 ‘우리 사귀어요’가 더 낫지 않았을까? 사귐이 없이 바로 가상 결혼에 들어간 남녀에게 상대를 배려할 여유가 있을 수 없다. 자기 것을 하기에 바쁜 것이다. 각자의 성격을 설정하고, 부부 사이의 형태(?)를 설정하고 나면 바로 결혼 생활 시작이다. 선을 보고 나서 바로 결혼을 한다고 해도 결혼 준비까지 최소한 한 달은 걸릴 텐데 이들은 얼굴도 보지 않고 바로 결혼이니 무엇이 제대로 되겠냔 말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표방하고 있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사실은 진실성을 찾아볼 수 없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늘 자상하게 노래를 불러주고, 사진을 찍으며 이벤트에 몰두하는 남편, 조그마한 일에도 꽥꽥 소리를 지르며 이해하지 못할 짜증만 내는 아내, 매사를 장난처럼 가볍게 대하다가 어떤 내기만 했다 하면 온 몸을 내 던지는 남편, 남편이 자기를 사랑하지 않을 까봐 전전긍긍하다가 남편이 슬쩍 내 비치는 작은 관심에도 크게 기뻐하는 아내, 결혼이 무엇인지도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의 사생활을 고집하는 철없는 남편 등등 모든 것이 억지스러운 설정이다.

이들이 서로 사귄다는 가정을 했을 경우, 이 모든 것들은 훨씬 더 자연스러웠을 것 같다. 더 파격적으로 구성하여 같은 집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을 (정말 함께 살 수는 없겠지만) 정당화하기 위해 너무 많은 것들을 억지로 끼워맞춰 놓은 것 같다. 사랑도 거짓, 부부도 거짓, 생활도 거짓인 이들의 부부 흉내는 진짜 부부를 결코 이길 수 없다. 말 그대로 흉내일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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