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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들은 어떠실 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두 개의 은행을 이용해서 금융거래를 하고 있다. 보통 하나의 은행을 이용하는 것이 차곡차곡 돈을 모으는 데 좋다고 하시던데, 어쩌다 보니그렇게 되었다. 대학 때부터 주로 이용하던 은행이 있고 또 특정한 돈만을 받는 통장으로 이용하는 은행이 있다는 말이다. 부차적으로 이용하는 은행에는 그저 돈을 넣어 두기만 했고(주로 이용하는 은행만으로도 생활을 할 수 있으니까, 주거래 은행이 아닌 은행의 통장은 마치 돼지 저금통처럼 절대 출금을 하지 않고 비상금처럼 돈을 모아 두리라 맘 먹었었다) 

은행들의 실명을 밝히긴 좀 그러니까 내가 부차적으로 거래하는 은행을 편의상 A은행이라고 하기로 하자. A은행을 이용한지 2년 쯤 됐는데 그동안 한번도 돈을 찾아 본 적이 없다. 그동안에는 인터넷으로 돈이 얼마가 모였나를 보기만 하다가 이제는 어느 정도 쌓였다 싶어서 돼지 저금통의 배를 가르듯 뿌듯한 마음으로 돈을 출금하고 싶어졌다. 인터넷 뱅킹으로 주거래 은행의 주거래 통장으로 돈을 보내려고 했는데 어라? 1년 동안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지 않아서 보안상 저절로 잠겨 버렸다는게 아닌가. 영업점에를 직접 찾아가서 잠긴 것을 풀어야만 다시 인터넷 뱅킹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동안 돈이 쌓이는 것만을 보느라 이체 서비스가 되는지 안 되는지(공인인증서가 있으니까 잔액조회는 계속 할 수 있었고 이체가 안 되는 것이었다)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통장을 처음 만들때 ATM기 현금 입출금 카드를 만들지 않아서 인터넷 뱅킹이 아니면 영업점에 찾아 가야만 돈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2년 동안 돈을 찾지 않고도 잘만 살다가 찾아야겠다고 맘을 먹고 나니 한시가 급해졌다. 그래서 얼른 근처에 있는 A은행의 영업점을 찾았다. 요즘 은행의 문 닫는 시간이 왜 그렇게 빨라졌는지, 세 번을 방문해서야 볼일을 볼 수 있었다. 나도 세상 물정을 참 몰랐지 첫번째는 예전 생각만 하고 6시에 문을 닫는 줄 알고 5시 조금 넘어서 갔더니 벌써 은행문이 닫혀 있었다. 친구에게 물어 보니까 문을 일찍 닫기 시작한지 꽤 오래 됐다면서 4시 쯤에는 가야 일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 친구 말만 듣고 다음날 4시 쯤 다시 갔더니 또 문이 닫혀 있다.

헉! 그럼 요즘 은행 업무 시간은 3시 반이란 말인가? 정확한 시간은 아직도 모르는 상태이다.문이 닫힌 은행의 어디에도 영업 시간을 써 둔 곳이 없어서 이 시간도 내가 그저 짐작한 것이다. 그 다음날에는 아예 아침을 먹자마자 은행으로 향했다.

잠겨 버린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다시 할 수 있게 만들고 현금입출금카드를 만드는 것이 나의 목적이었다. 이 업무는 일반 창구가 아닌 의자를 놓고 앉을 수 있게 만드는 조금 더 대접받을 수 있는 창구에서 해서 나는 별로 기다리지도 않고 의자에 앉아서 업무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이런 나의 용무를 얘기하니까 A은행의 직원은 대뜸 내 용무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 신용카드를 소개한다.

물론 그 직원은 손으로는 내가 원하는 내용을 처리했지만 자신의 목적은 다른데 있다는 듯 열성적으로 자기 은행의 카드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내가 이미 쓰는 카드가 있다고 말하면서 더 이상의 카드는 필요없다고 했더니 설명이나 들어보라면서 나를 한참 동안이나 잡아 두며 카드의 좋은점을 일일이 소개했다.

친절한 목소리와 친절한 미소로써 얘기하는 직원에게 됐다고 얘기하기가 어려워서 한참이나 듣고 있다가 더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서 '홍보지 주시면 집에가서 차근차근 읽어 볼게요'하면서 현금입출금카드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공짜가 아니었던가? 처음에 통장을 만들 때 내가 왜 입출금카드를 만들지 않았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카드를 만드는데 2천원이 들기 때문이었다. 짠순이인 내가 자주 이용하지도 않는 A은행의 입출금카드를 2천원을 더 내면서까지 만들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이다. 인터넷 뱅킹으로 돈을 이체하거나 영업점을 찾으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말이다. 이번에도 동일한 생각으로(2천원이 이럴땐 왜 이리도 아까운지) 그냥 입출금카드는 만들지 않고 인터넷 뱅킹만을 열어 두고 왔다.

일이 끝나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은행 직원이 다시한번 신용카드를 강조한다. '고객님 집에 가서 꼭 읽어 보시고 이번 기회에 저희 카드로 꼭 바꾸세요. 정말 좋아요' 다른 은행에서 A은행의 신용카드를 쓰지 말고 자기 은행으로 바꾸라고 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카드가 있다는데도 굳이 자기 은행 카드로 바꾸라는 그 은행의 직원, 너무한다 싶었다. 쓰지 않아도 좋으니 일단 발급만 받아 두라며 싱긋 웃는데 차마 같이 웃어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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