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양심이 있는지라, 남편과 함께 봄 맞이 대청소를 했답니다. 거실에 발 디딜 틈이 없이 장난감, 책, 블록 조각들이 흩어져 있는데, 치우기 싫어서 모른 척 발로 슬슬 밀면서 다니고 있었어요. 그런데 남편이 당신과 나는 환상의 콤비야!라고 하면서 우리는 둘 다 청소하기를 싫어하니까 완전 찰떡 궁합이라나요? 주부 자존심에 심히 상처를 입고(뭐 비록 할 말은 없었지만요.) 다른 사람 앞에서 자랑이랍시고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신신 당부를 하고는 진짜 대대적인 대청소를 시작했습니다.
거실, 안방, 욕실, 아이들 방, 옷방을 한꺼번에 청소한 일은 이사 온 이래 처음인 것 같아요. 뻔한 핑계 같지만 아이 둘 데리고 온 집을 정리하고 쓸고 닦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흑~ 진짜예요.
며칠 전 다솔이가 초콜릿 사탕을 물고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려서 거무튀튀한 사탕 물이 배어 있는(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번갈아 가며 쉬를 지리고, 다인이가 몇 번 토하고, 엄청 더러운 메트리스 커버와 이불이에요.) 침구를 정리하고 세탁기에 하나 씩 돌리는 것으로 청소 시작.
저희 집에 원래는 없었던 텔레비전이 들어 올 예정이었기 때문에 거실에 있던 컴퓨터를 안방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안방을 아늑하게 꾸미는 일은 결코 불가능한 블로거 부부의 현실. 흐음. 이왕이면 프로는 아름답다.라고 해 둘까요?
빨래 한 옷들과, 빨아야 할 옷들이 구분이 되지 않고 설거지들이 넘쳐 나는 상황. 근데 원래 대청소를 시작하면 여기저기 들쑤셔 놓기 때문에 처음엔 더욱 지저분해 보인다는 사실 아시죠?
욕실
뭐야, 다솔이 방은 청소 전인데도 왜 깨끗해 보이지?
외출 후 돌아 온 남편이 허물처럼 벗어서 겹겹이 걸어 둔 옷들 때문에 심란했던 옷 방. 저희 집 옷 방엔 헹거가 이 단으로 세 개가 있는데요, 이 중 하나만 제 옷, 나머지는 모두모두 남편의 옷이라는 사실! 보통 반대지 않나요?
부엌
엉망징창으로 책이 놓여져 있는 책장,
정리하려고 마구 꺼내 놓은 화장품들 때문에 지저분한 화장대 위,
그 사이에 텔레비전이 배달 돼 와서, 설치를 하고 다솔이는 청소하는 동안에 텔레비전을 보게끔 했어요.
우리 귀여운 다인 공주님은 뒤집기 놀이를 하고 있네요. 미안해 다인아~
깔끔깔끔~~ 순둥이 다인이는 어느 새 또 잠이 들었어요. 어찌나 착한지 잘 먹고 쿨쿨 잘 자 주고.
정말 효녀예요.
아기 침대 아래 쪽에 컴퓨터 두 대, 모니터 네 대. 여기도 안방이랍니다. 사무실 아니에요~
바닥까지 비누칠 싹싹해서 다 청소 했어요. 저희 집 수리 한 거 아시고 완성품을 더 많이 보여 달라는 요청이 많아서 이참에 하나하나 다 보여 드리려고요.
다솔이의 물건을 방에다 다 갖다 놓았더니 이 방은 청소하기 전 보다 더 어지러워 보이는 경향도 있네요. 다솔이의 방은 공룡 벽지를 발랐고요, 천장엔 야광 별과 야광 뼈다귀(공룡)가 포인트예요. 아이가 참 좋아하더라고요.
다른 쪽 벽에는 선반을 붙여서 잘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올려 두도록 했어요.
현관이고요,
남편이 고생해서 치워 준 옷방,
부엌. 조리 공간이 너무 좁다는 흠이 있어요.
책장까지 정리 완료.
사실 대청소 다음 날에 집들이 손님 초대가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손님이 무려 열 명이어서(더하기, 아이들 넷) 다솔이를 할아버지 댁에 보내 놓고 음식을 장만 해야 했답니다. 그랬음에도 정신 없이 바빠서 집들이 사진은 찍지도 못했어요.
참 안타까웠던 사실은 이 깨끗함이 단 이틀도 가지 못했다는 것! 집들이 날로부터 또 다시 저희집은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렸죠. 이런 거 보면 집안 일, 참 부질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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