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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솔이는 문화센터를 2012년 봄학기 달랑 한 학기 다녔어요. 더 보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면서 자연스레 문화센터와는 안녕~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지만, 다솔이와 둘이서, 걸어서 어디에 '규칙적으로' 다닌다는 것이 저에게는 무척이나 부담스러운 일이었답니다. 그래서 지난 겨울에 문화센터에 다니기 시작하기 전부터 둘이서 문화센터가 열리는 이마트까지 걸어 다니는 연습을(걸어 가서 다솔이와 아이스크림이며 빼빼로 등 유혹의 간식들을 사 먹었었지요.) 했던 기억이 있네요.


처음에는 샛길로 빠지고, 안 간다고 떼 쓰고...... 저 혼자 가면 십 분이면 가는 길을 다솔이와 함께 삼십 분 넘게 걸었었어요. 점점 속력이 붙어서 나중에는 날아다니게 되었답니다.


암튼, 그동안 집에서 저와 지지고볶느라 친구를 사귈 기회, 공부를 할 기회, 수업을 받을 기회가 없었던 다솔 군은 문화센터를 아주 신기하고도 재미있게... 그렇지만 낯설고 부담스럽게 생각했어요.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면 속으로는 '네!!' 대답을 하고 싶으면서도(실제로 집에 와서 뒤늦게 대답을 하기도 해요.) 겉으로는 심통내며 제 품으로 파고 드는 것을 석 달 내내 했었지요.




친구들이 말을 걸거나, 친구 엄마들이 인사를 하면 기분이 아주 좋으면서도(저만 알아차리죠.) 절대 손을 내밀지도 같이 놀지도 않았어요. 그렇지만 내내 신경은 그 친구에게로...... .


저는 문화센터 수업을 뒤늦게 시작한 만큼 매일매일 가서 배우고 놀고 오자며(그 당시에는 다솔 아빠가 집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일할 시간도 확보해 주려고요.) 장장 네 개의 수업을 신청했었답니다. 그런데 문화센터 수업이란 것이 제가 원한다고 다 들을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다솔이가 좋아하는 음악 수업(유리드믹스=진짜 최고였어요! 다인이랑도 가서 놀 거예요.) 하나와 체육 수업 하나, 그리고 미술 수업 두 개(저희 부부가 미술에 소질이 없어서 욕심을 좀 내 봤지요.)를 신청했었는데요, 두 개가 폐강 되고 유리드믹스 고아트(미술 수업 중 하나)만 들을 수 있었어요.

 



그 즈음 교회에서도 4세부터 시작되는 유치부 예배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예배 시간 내내 집중은 5분 떼쓰기, 울기, 다른 곳으로 돌아다니기를 반복해서 엄마를 진땀 나게 만들었답니다. 결국 아빠가 저를 대신해서 다솔이 보호자로 참석하게 되었어요.

 



앉을 때도 꼭 제 무릎에 앉는 다솔 군은 내내 지루해 하다가,




간식 먹는 시간에만 반짝 기뻐했었는데요,
교회 유치부 얘기를 먼저 좀 해 드리면,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면서 엄마아빠와 떨어져서 잠깐 예배를 드리는 일이 무서운 것이 아님을,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있을 때 재미있는 것 좋은 것들을 많이 할 수 있음을 배우게 되어 지금은 유치부에서도 의젓하게 (오히려 엄마아빠가 없으니까 더 의젓하게) 예배를 잘 드리고 있어요.




문화센터는 다녀 보니 미술 수업은 32개월짜리 아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어서,
제 수업인지 아이 수업인지 모르게 제가 잘 배우고 돌아 왔어요. 수업 시간이 40분밖에 되지 않아서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아이에게는 충분히 긴(어쩌면 지루한) 시간이었겠지요? 


제가 어릴 때는 이런 수업이 없었기에(저는 시골 출신이잖아요~) 다솔이랑 같이 음악과 미술을 배우는 것이 무척 신기하고 신이 났었어요. 특히 다솔이도 엄청 좋아했던 음악 수업은 교육과정과 선생님들의 가르치는 기술에 감탄을 하면서, 집에서도 비슷한 교수법으로 아이와 놀아 주는 법도 배워 왔고요, 저와 남편이 둘 다 소질이 없는 미술 수업은 다솔이도 절반 정도만 집중해서 역시나 우리의 재능을 물려 받았음을 증명해 주었답니다.


그래도 고아트 수업을 통해 재미있는 작업도 많이 했고, 좋은 결과물도 얻어 왔어요. 몇 개 자랑을 해도 될까요?




다솔이가 그림을 그리고 오려진 색종이를 붙인 나비 날개(다른 엄마들은 아주 휘황찬찬하게 꾸며 줬던데, 저는 최대한 다솔이가 완성하게끔 놔 두었더니 약간 볼품이 없네요.)





아빠와 함께 갔던 날 만들었던 과자 인형과 목걸이. 다 먹어 버려서 사진밖엔 안 남았네요.




만드는 내내 정말 재미있었던 다솔이 닮은 종이 인형.




어버이날 만들어 할아버지께 드린 카네이션 바구니




꽤 그럴싸한 무당벌레 부채.


작품을 만들고 사진찍는 시간이 따로 주어져서 제 휴대전화에도 사진이 꽤 있는데, 컴퓨터로 옮기기 귀찮아서, 미술 선생님이 수업 후 메일로 보내 주신(진짜 친절하시죠?) 사진을 보여 드려요. 문화센터는 수업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 아쉽지만 엄마랑 둘이서 같이 배우러 다니면서 친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어요. 특히나 동생이 태어나서 엄마와 둘만의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첫째 아이들에게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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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엄마, 아빠들은 누구나 아이를 낳은 후 어떤 엄마(아빠)가 될 것인지, 자신의 아이를 어떤 방향으로 길러낼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게 됩니다. 막상 닥치면 어떻게 될 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 다음에 아이들에게 '공부' 보다는 '건강'과 '행복'을 더 강조하는 부모가 되리라 다짐하기도 하지요.


저도 그랬어요.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 하지 못해서 저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삼 년 내내 주눅이 들어 있었고 특히 시험기간만 되면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무척이나 힘들어 했었거든요. 그래서 내 아이에게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노력'은 가르치되, 성적 때문에 우울해 하도록 만들지는 말자! 고 결심을 했지요.


또 어린 아이들이 너무 일찍 어린이집, 학원, 외국어 공부를 하느라 스트레스가 심하고 어떤 경우엔 그 스트레스로 인해 뇌손상까지 생긴다는 교육 방송을 본 후, 저는 되도록 늦게 아이를 교육기간에 보내기로 맘 먹었어요. (게다가 저는 전업 주부니까요.)


특히나 외국어 공부에 관해서는 가능한한 늦게(요즘엔 외국어를 늦게 가르치고 싶어도 유치원에만 입학해도 외국어 수업이 있고, 초등학교에서야 말할 것도 없잖아요.) 가르치자는 것이 제 주관이에요.


제가 국어국문학과 국어교육학을 차례로 전공한 까닭에 가치관이 그렇게 잡혀 있기도 하지만, 모국어에 대한 인식이 잡히기도 전에 너무 일찍 외국어를 가르치게 되면, 아이들은 두 언어 사이에서 긿을 잃고 헤매기 쉽고 언어를 배우며 자연스레 배우게 되는 한국 문화와 주체의식도 흐리멍텅해지기 쉬우니까요.





다솔이를 낳아서 기른지 어느새 31개월.
다솔이는 그동안 엄마 이외의 다른 사람(선생님)과 공부를 해 본 경험이 없고, 다른 아이들이 놀이삼아 배우는 영어 노래, 알파벳 공부도 해 본 적이 없어요. 그래도 30개월이 된 후부터는 문화센터에서 음악 놀이와 미술 놀이를 한 과목씩 배우고 있는데, 다솔이 친구들이 돌 지나자마자 문화센터에서(생후 3개월부터 문화센터 강의가 시작돼요.) 무언가를 배우기 시작한 것에 비해선 늦게 시작한 편이지요.


다솔이를 다른 아이들보다 늦게 가르치고 있는, 요즘의 제 마음은 어떨까요?



엄마들끼리의 모임에서 누구누구는 어떤 학습지를 시작했다, 어떤 아이는 놀이학교에 보낸다, 또 어떤 아이는 가베를 시작했고, 어린이집은 기본일 뿐 부족한 생각이 들어 미술, 피아노도 슬슬 추가할 생각이다...... 라는 얘기를 들으면 솔직히 가슴이 조마조마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에요.


엄마들끼리의 정보 교류가 대부분 그렇듯 무엇무엇을 시작한 이후 '놀랄만한' 아이의 변화에 대한 자랑 반, 놀람 반인 '간증'을 순서대로 쭉~ 듣고 나면(저는 시키는 것이 없으니까 할 말도 없어요.) 우리애만 너무 뒤쳐지나? 하는 생각이 씁쓸한 파도가 되어 물밀 듯 밀려 오거든요.





남편도 학습지에 관해선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다솔이와 동갑인 이웃집 아이가 한다니까 솔깃한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제가 그렇게 확고했던 영어 교육에 관해서도 다솔이 또래 아이가 영어로 줄줄줄(까지는 아니었겠고, 그냥 단어 정도였지만.) 이야기를 하는 걸 들으니 속으로 내심 '우와~' 싶은거에요! 대략 낭패...... .


문화센터에도 처음 다니니까 능숙하게 참여하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다솔이는 수업 시간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엄마 다리만 붙잡고 늘어지기 일쑤거든요.(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기는 해요.)


내 생각이 틀렸나, 이 시대를 경쟁력 있게 살아가려면 무엇이든 일찌감치 가르치는게 맞는 것일까... 또한번 생각을 해 보았는데요,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역시나 제 결론은 같더라고요. 옆집 아줌마가 어떤 학원을 보내든, 옆집 아이가 얼마나 우수하든, 저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처음에 제가 세워 놓은 육아 계획대로 아이들을 키워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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