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엄마, 아빠들은 누구나 아이를 낳은 후 어떤 엄마(아빠)가 될 것인지, 자신의 아이를 어떤 방향으로 길러낼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게 됩니다. 막상 닥치면 어떻게 될 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 다음에 아이들에게 '공부' 보다는 '건강'과 '행복'을 더 강조하는 부모가 되리라 다짐하기도 하지요.
저도 그랬어요.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 하지 못해서 저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삼 년 내내 주눅이 들어 있었고 특히 시험기간만 되면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무척이나 힘들어 했었거든요. 그래서 내 아이에게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노력'은 가르치되, 성적 때문에 우울해 하도록 만들지는 말자! 고 결심을 했지요.
또 어린 아이들이 너무 일찍 어린이집, 학원, 외국어 공부를 하느라 스트레스가 심하고 어떤 경우엔 그 스트레스로 인해 뇌손상까지 생긴다는 교육 방송을 본 후, 저는 되도록 늦게 아이를 교육기간에 보내기로 맘 먹었어요. (게다가 저는 전업 주부니까요.)
특히나 외국어 공부에 관해서는 가능한한 늦게(요즘엔 외국어를 늦게 가르치고 싶어도 유치원에만 입학해도 외국어 수업이 있고, 초등학교에서야 말할 것도 없잖아요.) 가르치자는 것이 제 주관이에요.
제가 국어국문학과 국어교육학을 차례로 전공한 까닭에 가치관이 그렇게 잡혀 있기도 하지만, 모국어에 대한 인식이 잡히기도 전에 너무 일찍 외국어를 가르치게 되면, 아이들은 두 언어 사이에서 긿을 잃고 헤매기 쉽고 언어를 배우며 자연스레 배우게 되는 한국 문화와 주체의식도 흐리멍텅해지기 쉬우니까요.
다솔이를 낳아서 기른지 어느새 31개월.
다솔이는 그동안 엄마 이외의 다른 사람(선생님)과 공부를 해 본 경험이 없고, 다른 아이들이 놀이삼아 배우는 영어 노래, 알파벳 공부도 해 본 적이 없어요. 그래도 30개월이 된 후부터는 문화센터에서 음악 놀이와 미술 놀이를 한 과목씩 배우고 있는데, 다솔이 친구들이 돌 지나자마자 문화센터에서(생후 3개월부터 문화센터 강의가 시작돼요.) 무언가를 배우기 시작한 것에 비해선 늦게 시작한 편이지요.
다솔이를 다른 아이들보다 늦게 가르치고 있는, 요즘의 제 마음은 어떨까요?
엄마들끼리의 모임에서 누구누구는 어떤 학습지를 시작했다, 어떤 아이는 놀이학교에 보낸다, 또 어떤 아이는 가베를 시작했고, 어린이집은 기본일 뿐 부족한 생각이 들어 미술, 피아노도 슬슬 추가할 생각이다...... 라는 얘기를 들으면 솔직히 가슴이 조마조마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에요.
엄마들끼리의 정보 교류가 대부분 그렇듯 무엇무엇을 시작한 이후 '놀랄만한' 아이의 변화에 대한 자랑 반, 놀람 반인 '간증'을 순서대로 쭉~ 듣고 나면(저는 시키는 것이 없으니까 할 말도 없어요.) 우리애만 너무 뒤쳐지나? 하는 생각이 씁쓸한 파도가 되어 물밀 듯 밀려 오거든요.
남편도 학습지에 관해선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다솔이와 동갑인 이웃집 아이가 한다니까 솔깃한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제가 그렇게 확고했던 영어 교육에 관해서도 다솔이 또래 아이가 영어로 줄줄줄(까지는 아니었겠고, 그냥 단어 정도였지만.) 이야기를 하는 걸 들으니 속으로 내심 '우와~' 싶은거에요! 대략 낭패...... .
문화센터에도 처음 다니니까 능숙하게 참여하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다솔이는 수업 시간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엄마 다리만 붙잡고 늘어지기 일쑤거든요.(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기는 해요.)
내 생각이 틀렸나, 이 시대를 경쟁력 있게 살아가려면 무엇이든 일찌감치 가르치는게 맞는 것일까... 또한번 생각을 해 보았는데요,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역시나 제 결론은 같더라고요. 옆집 아줌마가 어떤 학원을 보내든, 옆집 아이가 얼마나 우수하든, 저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처음에 제가 세워 놓은 육아 계획대로 아이들을 키워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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