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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장사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참 많다.
여성들을 상대로 옷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라면 딱 봐도 66사이즈를 입어야 될 손님에게도 예의상 44? 55? 하고 물어 봐 주어야 하며, 남자 손님에게 물건을 권할 땐 족히 마흔은 돼 보여도 '오빠'하고 싹싹하게 불러 주는 것이 기본 상식이거늘, 오늘 나를 연타로 충격에 빠뜨린 마트 직원과 요가 상담사는 어쩜 그렇게도 눈치가 없을까?

한 눈에 봐도 66사이즈가 뻔한 여성에게 '44? 55?'를 묻는 사람인들 그 말이 진심이었겠으며, 아빠뻘 되는 손님에게 '오빠'라고 부른 사람인들 속으로는 손발이 오그라들지 않았겠는가 말이다. 

급하게 살 것이 있어서 오전에 마트에 갔었는데 그 곳에서 나는 첫 번째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혼자 한 외출이었다. 내 나름대로는 발랄하게 옷을 입었다고 생각을 했고 맨얼굴에 야구모자를 눌러 쓴 내 모습이 어쩌면 대학생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고 흐뭇해 했다. 그러나 이런 내 상상이 그리 길지 않았을 때, 저 멀리서 나를 부르는 남자 직원의 한 마디,

'어머니, 돼지고기 좀 들여 가세요......'

오늘만 파격가로 30%를 할인 했다느니, 제주도에서 녹차를 먹여서 기른 깨끗하고 맛있는 돼지고기라느니......
그런 말은 이미 내 귀를 떠난지 오래고, 내 귓가와 머릿속을 윙윙 울리는 것은 오직,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혹시나 해서 주위를 둘러 봐도 내 주변엔 아무도 없었고,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직원은 연신 싱글거리며
나를 빤히 쳐다 보고 있었다.
흥! 그 돼지고기가 50%로 내려간들 내가 절대로 사나 봐라!

남편도 없이 아이도 없이, 나름 발랄한 모양새로 외출을 했건만 타인의 눈엔 나는 그저 '어머니'일 뿐.



아무래도 '회춘'이 필요한 것 같아서 다음 달부터는 운동을 좀 해 보려고 이것 저것 생각하던 차에, 집 앞에 요즘 유행이라는 '핫요가' 학원이 생긴 것이 생각나서 저녁에 상담을 받으러 가게 됐다. 자세 교정에도 좋고 뜨뜻한 곳에서 땀 흘리며 운동을 할 수 있어서 피부에도 좋다기에 솔깃했는데 다만 6개월을 한꺼번에 등록해야 된다는 것이 너무 마음에 걸렸다.

예전에 싸다는 말에 헬스클럽을 몇 개월씩 한꺼번에 등록했다가 남 좋은 일만 시켰던 전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아이를 키우다 보면 돌발상황이 늘 있기 마련이라 매번 아이를 맡겨놓고 6개월을 꾸준히 요가학원에 다닐 수 있을지 너무 고민이 됐다.

이런 내 마음을 이야기 했더니, 상담 해주던 사람 왈,
'보아하니 이제 웬만큼 다 키우셨을 것 같은데 뭘 그런 걱정을 하세요?'
띵--  연타로 맞았기에 내 충격은 더욱 컸다.
이제 갓(?) 엄마가 됐고, 내 나이 이제 겨우(?) 삼십 대 초반인데 나를 도대체 몇 살로 봤단 말인가?

맘 같아서는 홱 고개를 돌리고 나와 버리고 싶었으나, 요가는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운동이기에 상담을 해 주던 사람에게 말씀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니냐고, 이제 겨우 14개월된 아들이 있는데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시냐고 농담 약간과 진담을 듬뿍 담아 한 마디 해 주고는 돌아 왔다.

아줌마 고객들, 특히나 이제 막 결혼을 하여 아줌마 소리가 익숙치 않은 새댁이나 나처럼 출산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어머니 소리를 못 들은 척 하고 싶은 새내기 엄마들에게는, 
'아줌마' 보다는 차라리 '저기요'가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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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에서의 일이다. 밖이 그렇게 추웠나? 새삼스레 창문을 여시고 바깥 날씨를 가늠하는 엄마께 그저 헤헤헤 웃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주차장에서 주차장으로 이동하고 마트 안은 따뜻할 것이기 분명하므로 얇은 니트 가디건 하나 걸치신 엄마와는 달리 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야말로 완전무장이었다.

귀까지 덮는 군고구마 장수 모자에 목 위까지 깃을 올린 패팅 점퍼에 어그부츠까지. 몸 안으로 바람 한 점 안 들여 보내겠다고 작정을 한 것 같이 보였을 것이다. 그 위에다 목도리를 두를까 마스크를 쓸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역시 마스크가 더 안전할 것 같아서 눈만 빼꼼 내 놓고 마트로 향했다.

내 예상대로 마트 안은 장을 보러 온 사람들로 바글거렸고 나는 내 똑똑한 판단력을 기특해하며 안심하고 장을 봤다. 난방을 얼마나 했는지 삐질삐질 땀이 흐르기 시작했지만 나는 털모자를 벗지도 마스크를 내리지도 않았다. 좀 갑갑하고 불편한 것이 훨씬 더 나았기 때문이다.


내 친정은 경북 안동이다.
서울 사람들은 절대로 예상할 수 없는 것이 지역의 번화가 풍경인데,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에게?' 정도 될까? 무슨 뜻이냐 하면 친구와 함께 시내 중심에서 약속을 하고 음, 구체적으로 안동에서 가장 큰 서점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하자. 그 친구와 만나 서로 간단히 안부를 물은 후 커피를 마시든 밥을 먹든 분위기 좋은 곳을 골라 들어가려고 적당한 장소를 찾아 십여 분 쯤 거리를 배회했다고 치자.

오랫만에 만난 친구라 할 말도 많고 마땅히 들어갈 장소도 없었다면? 아마 이들은 십여 분 동안 시내를 세 바퀴쯤 뱅뱅 돌며 모든 밥집, 찻집 간판을 다 훑으면서 이야기를 하는 중일 것이다. 한참 얘기를 하다가 마주 오는 행인이 낯이 익어서 어디서 본 사람이었더라, 기억을 더듬으면 아까 두 바퀴째 돌 때 나를 앞질러 가던 사람이고 그 사람과 또 마주칠 확률은 70% 이상. 지역의 번화가는 주말에도 비교적 한산하기 때문에 좀 길게 놀 경우 같은 사람과 다섯 번 이상 마주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까닭에 나는 친정에 내려갈 때면 집 앞에 있는 수퍼마켓에 갈 때에도 추레한 몰골로 함부로 돌아다니지 않는다. 손바닥 보듯 빤한 동네에서 꾀죄죄한 모습으로 돌아다녔다간 금세 누군가에 눈에 띌 것이기 때문이다. 나이 들었다는 소리, 늙었다는 소리, 살 쪘다는 소리는 진짜 듣기 싫은데 동창이라도 만나게 되면? 생각만해도 자존심이 상한다. 몰골이 말이 아닐 땐 아예 집 밖을 나가지 않는 것이 상책이지만 어쩔 수 없이 나가야 될 땐 비비크림에 립글로스는 필수, 머리가 부스스하다면 모자는 선택이다. 귀찮음이 극에 달해서 씻기는 싫고 장은 봐야 되면 완전무장으로 신분을 숨기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기 낳더니 아줌마 다 됐네, 역시 나이와 주름살은 속일 수가 없어, 어머! 쟤 살 찐 것 좀 봐. 평생 이런 소리를 듣기 싫은 것이 모든 여자들의 마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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