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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쉬웠다.
오히려 너무 쉬워서 젖을 떼기로 맘 먹은 내가 더 서운할 지경이었는데, 다솔이는 18개월(정확히는 17개월 반) 씩이나 모유를 먹었으면서 끊을 때는 어찌 그리도 쉽게 단념을 할 수 있었는지 그저 대견하다고 칭찬할 수밖에......

예전에 모 예능프로그램에서 모유 수유에 관한 농담을 하면서, 돌이 지난 아이가 척척 걸어 오면서 '어머니 제가 배가 고프니 젖을 좀 먹겠습니다' 한다면 얼마나 징그(?)러울까 하는 이야기를, 한 개그우먼이 박장대소를 하며 꺼낸 적이 있었다. 그 때 다솔이는 돌이 지나 척척 잘도 걸었는데 그런 다솔이에게 젖을 먹이면서 듣기엔 다소 불편한 농담이었지만, 뭐... 의사 선생님은 24개월까지도 수유를 권장하니까.

그러나 나도 내가 모유 수유를 이렇게 오래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갓 출산을 했을 때는 수유가 너무 힘들어서 조금만 참고 백일까지만, 육개월만 하던 것이 점차로 익숙해져서 돌까지? 조금 만 더? 조금 더? 하다 보니 어느새 17개월이 넘은 것이다.

아, 이제 내가 단박에 젖을 땐 비법을 공유할 차례이다.

배를 부르게 할 것!

오랫동안 모유 수유를 해서 아이가 많이 자란 것이 첫번 째 비법인데, 이제 유아식을 하는 시기이므로 가릴 음식도 별로 없고 왠만한 간식도 별 걱정없이 먹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유식이 주식이고 모유나 분유(혹은 우유)는 간식이 될 시기에 젖을 뗄 결심을 했기에 더 쉬웠던 것 같다.

다솔이는 원래 밥을 잘 먹지 않아서 엄마 속을 태우는 아이 중 하나였는데, 외갓집에서 강아지랑 바깥에서 뛰어 놀았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식사를 해서인지 그곳에서는 세 끼와 간식을 넙죽넙죽 잘도 받아 먹었다. 아침부터 사과 반 쪽을 먹는 것으로 시작해서 세 끼의 식사와 중간중간 치즈, 아이용 과자, 귤, 딸기 등 계속해서 배를 두둑하게 만들어 주니 모유를 찾을 일이 없었던 것이다. 

한편 모유를 주지 않으면 그것을 우유로 대체해야 되는데 (다솔이는 이미 돌이 지났기 때문에 생우유를 먹을 수 있고 돌 전의 아기라면 분유로 바꾸어 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익숙하지 않은 우유를 처음부터 잘 먹을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서서히 다솔이에게 우유를 마시는 연습을 시켰다. 숟가락으로 한 숟가락, 빨대로 한 모금 놀이처럼 시작했다. 처음에는 우유를 먹이면 그대로 뱉어 버리거나 고개를 저었었는데, 비록 지금도 우유를 마실 때면 오만상을 찌푸리면서 몸을 부르르 떨긴 하지만 그래도 몇 모금은 먹어 준다. 이제 젖을 완전히 끊었으니 차츰 나아져서 우유도 맛있게 마셔주길 기대해 본다.


시선을 돌릴 무언가, 사랑을 줄 누군가를 찾을 것!

만약 나 혼자 계획하고 젖 떼기에 돌입했다면 다솔이와 내가 둘다 스트레스만 받고 실패했을지도 모른다. 외갓집에서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기에 이렇게 쉽게 젖을 뗄 수 있었다고 확신하는데, 친정이나 시댁이 가깝고 일정 기간 머물러도 된다면 아이 엄마 혼자서 끙끙대지 어른들과 말고 함께 노력해 볼 것을 추천한다.

다솔이는 외갓집에 있으면서 엄마 말고도 자기와 놀아 줄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큰 행복을 느꼈다. 엄마와 하루 종일 같이 있다 보면 엄마=젖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으므로 아이가 가슴을 파고 들 일이 많은데, 젖을 찾을 때 쯤 할아버지와 함께 간식을 먹거나, 할머니와 함께 노래를 하거나, 외삼촌과 함께 공놀이를 하면서 아이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렸다. 배가 별로 고프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다솔이는 젖을 먹는 것 보다는 자신을 사랑해 주는 어른들과 함께 노는 것을 훨씬 더 좋아했고 별로 힘을 들이지 않고도 젖을 뗄 수 있었다.


그런데 잘 때는?

내가 가장 걱정했던 대목인데, 다솔이가 잠을 잘 때 젖을 물고 자는 나쁜 습관이 있기 때문이었다. 보건소에 예방접종을 하러 갈 때 마다 상담해 주시는 의사 선생님이 아이 등을 바닥에 대고 토닥거리면서 스스로 잘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몇 번씩 강조하셨었다. 그런데 젖을 물리면 바로 잠에 드니까 내가 귀찮아서 안 좋은 버릇을 못 고치고 있었는데 젖을 끊고 나니 잠도 더 쉽게 자는 듯 싶다.

중요한 것은 낮에 아이를 충분히 피곤하게 만들어야 된다. 이제 곧 봄이니까 집에만 있지 말고 되도록 바깥으로 데려 나가서 왕성히 활동을 하도록 유도해 주고, 잠을 잘 때는 불을 완전히 끄고 잠을 잘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다솔이는 처음 이틀은 몸부림도 치고 가슴도 조금 할퀴는 등 힘들어 했지만 적응이 되니까 이제는 눕힌지 30분 이내에는 잠에 드는 것 같다.

토닥토닥 하면서 낮게 자장가를 불러주고 조근조근 하루 일과를 되짚는 이야기도 해 주는 동안 다솔이는 스르륵 잠이 들어 버렸다.


엄마의 과제

아이가 의외로 쉽게 젖을 떼어 줬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엄마의 젖은 아직도 계속 생산이 되기 때문인데, 나는 절대로 약을 먹거나 몸을 상하는 방법을 택하지 말고 시일이 걸리더라도 자연스럽게 젖이 삭도록 기다리기를 권한다. 예전에 내가 쓴 글 중에 모유량 늘리는 방법(http://hotsuda.com/444)을 다룬 글이 있다. 이것도 내 경험에 의한 것인데 이것의 반대대로 하면 모유는 줄게 되어 있다.

내가 오래 모유를 먹여서 다솔이가 하루에 필요로 했던 양이 500ml가 채 안 되었기 때문에 나는 더 쉬웠을 테지만, 혹시나 지금도 왕성히 젖을 먹이고 있으나 피치못할 사정 때문에 급하게 젖을 끊게 되었다고 해도, 이 방법대로 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젖은 아이가 먹는 만큼 다시 늘어나는 것이 원칙이다. 젖량을 늘리고 싶으면 그 만큼 아이에게 더 먹이면 되고 반대로 줄이고 싶으면 서서히 줄여나가면 된다. 아이는 젖을 단박에 끊었을지라도 엄마는 유축을 통해서 모유량을 차츰차츰 줄이면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서서히 젖을 줄일 수 있다.

나는 아직도 젖을 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가슴에 통증이 있다거나 그런것은 아니고, 다솔이와의 가장 친밀한 교감을 느낄 때가 바로 수유를 할 때였는데 이제 못하게 됐다니 너무 서운하기 때문이다. 젖을 떼면 시원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서운한 감정이 더 커서 나도 놀라운데, 지금은 가끔씩 다솔이가 젖을 달라고 보채기도 하지만 조금만 더 지나면 그 마저도 잊어 버릴 것 같다.



<사진으로 보는 다솔이의 성장>



몇 장 없는 다솔이 초음파 사진
위의 것은 임신 확인하고 나서 9주~10주쯤 되었을 때, 아랫 것은 나만 알아 보는 임신 중기의 다솔이 얼굴.



2009. 9. 11. 다솔이 태어난 날.



다솔이 백일 때, 임신 했을 때 자주 먹은 음식을 바탕으로
외할머니께서 차려 주신 백일상.



태어난 지 300일 조금 넘었을 때.



첫 돌 맞이 가족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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