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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선수가 경기에 대한 부담감으로 잠을 뒤척였을 23일, 연아 양을 응원하는 우리 국민들도 그녀와 함께 밤잠을 설쳤을 것이다. 우리 언론은 물론 온 세계인들이 당연히 금메달은 김연아의 것이라며 추켜세웠고 그것은 '부담감'이라는 가시가 되어 밤낮없이 연아를 괴롭혀 왔다. 시간은 째깍째깍 흘러 드디어 피겨 스케이팅 쇼트 경기가 열린 24일이 되었고 어쩌면 피하고 싶었을 지도 모를 그녀의 올림픽도 시작됐다.

동계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경기에서는 늘 이변이 있었다. 누구나 다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예상했던 선수는 부진했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 새로운 은반의 여왕으로 탄생하는 모습을 우리는 자주 봐 왔다. 올림픽과 유독 인연이 없었던 전설의 피겨 여왕 '미셸 콴'은 인터뷰를 통해서 이렇게 밝히기도 했다. '사람들의 극진한 관심과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만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올림픽 경기는 나를 너무 힘들게 만들었다. 마치 생사의 갈림길에 홀로 던져진 것 같았다.'라고 말이다.

그러나 김연아는 역시 김연아였다! 바로 앞 경기에서 '아사다 마오'가 73.78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흔들림없이 멋진 경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78.50이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쇼트 경기에서 당당히 1위를 지킨 김연아는 여전히 그녀에게 맞설 상대가 없음을 또 한 번 만 천하에 알리게 되었다.


나는 오늘 쇼트 경기를 쭉 지켜 보면서 내가 만약 저 자리에 선다면?이라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 봤다. 으, 나는 극심한 소심쟁이이기 때문에 수 만명이 나를 한꺼번에 쳐다본다는 생각만으로도 온몸이 얼어붙었다. 그러니 절대로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부러운 이유가 딱 한 가지 있는데 바로바로 그녀들의 화려한 경기복이 탐나기 때문이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은 하나같이 가녀리고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데 피겨 의상은 그런 그녀들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준다. 순정 만화에나 나올 법한 근사한 옷을 입고서 은반위를 나비처럼 날아 다니는 피겨 선수들. 피겨 스케이팅은 가장 멋진 옷을 입고서 경기하는 스포츠가 아닐까? 이 글에서는 오늘(2월 24일) 있었던 쇼트 경기 중 1위에서 5위까지 성적을 낸 선수와 16위를 기록한 곽민정 선수의 화려한 피겨 의상을 살피려고 한다. 왜냐하면 너무너무 부러우니까!

실력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의상마저도 김연아의 것이 단연 최고라는 생각을 했다. 쇼트 프로그램때 입은 검은색 본드걸 의상은 김연아를 더욱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만들어 주었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하나하나 세심하게 연아의 장점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숨은 손길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의상 전체에 크고 작은 비즈를 달아서 무척 화려하고 비즈가 작은 움직임에도 반짝반짝 빛을 내면서 몸의 각도에 따라 다른 빛을 뿜어내고 있어서 정말 아름답다. 김연아는 목이 길어서 더 우아한 여성미를 보여 주는데 목을 휘감는 장식이 있어서 그런 그녀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또 한쪽 어깨를 드러내고 있어서 조금 추워 보일 수 있을 텐데 목 부분 장식으로써 그 부분을 보완했다. 뒷 모습을 보면 한 쪽 어깨에서 세 개의 선이 늘어뜨려져서 그녀의 고운 뒤태를 완성시키며 치마의 옆트임이 다리를 더욱 길어 보이게 해 준다. 옷이 너무나 예뻐서 스케이트 대신 구두로 갈아 신으면 당장이라도 파티에 참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은 올 시즌 최고 기량을 선 보이며 완벽한 연기를 펼친 '아사다 마오'이다. 최선을 다 해서 트리플 악셀까지 성공했지만 모든 부분에서 김연아를 능가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본인 스스로 만족할 만큼 훌륭한 경기를 펼쳤으니 그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아사다 마오'는 키와 체형이 김연아와 비슷하지만 김연아가 귀여움과 관능미를 다 갖춘 것에 비해 '아사다 마오'는 귀여운 느낌이 더 큰 것 같다. 이번에 그녀가 입고 나온 의상은 붉은 색 원피스인데 검은 색으로 포인트를 주어서 세련돼 보인다.
 
손목까지 길게 이어진 소매가 전체적으로 다부진 느낌을 주는데 이번 올림픽에서 변치 않은 실력을 선보이고 싶어 한 '아사다 마오'의 신념이 옷에서도 보이는 것 같았다. 여러겹으로 망사가 덧대져 있어서 정열적이면서도 고혹적인 느낌을 주는 마오의 의상은 배와 등 부분에 프린세스 라인이 잡혀 있어서 늘씬한 그녀의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주고 있다. 치마는 하늘거리는 소재여서 회전하거나 점프를 하는 등 큰 움직임이 있을 때 마다 나폴거리면서 아름답게 흔들렸다.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입고 싶어하는 붉은 색 원피스가 정말 잘 어울린다.


이번에는 3위를 기록한 캐나다의 '조애니 로셰트' 선수의 모습인데, 그녀는 24살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에 비해 한층 성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이 셋 중 가장 작으면서도 혼자서 연기하는 모습만 보면 오히려 더 커보이기도 한다.

오늘 '조애니 로셰트'의 경기를 본 사람들이라면 그녀의 눈물에 가슴이 아팠을 것이다. 이틀 전 딸의 경기를 지켜 보려고 동행했던 어머님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조애니 로셰트'는 어머니를 잃은 가슴아픈 상황에서 경기를 치뤄야만 했다. 서글픈 탱고 선율에 맞춰 준비한 연기를 모두 마친 후에야 그녀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려냈고 그것을 지켜 보던 관중들도 기립해 그녀를 위로했다.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그녀의 의상은 마치 어머니를 추모하는 듯 검은 색이었다. 그 위로 세 가지 색 비즈가 화려하게 박혀 있는데 붉은 색으로는 장미를 녹색으로는 장미 줄기를 수 놓고 있어서 그녀를 한층 더 성숙해 보이도록 만들어 주었다. 특히 뒷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허리까지 깊게 파고 드러난 등에 커다란 장미 몇 송이가 그려진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라서 아찔하기까지 했다. 역시나 그녀를 잘 아는 디자이너가 만든 의상인 듯 싶다.


4위에 그친 '안도 미키' 선수는 '올림픽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며 김연아에게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언론들의 관심을 자기에게로 끌어오고 싶어했다. 그러나 김연아를 자극하여 네티즌들을 발끈하게만 만들었을 뿐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그래도 올림픽에서 4위를 했다는 것도 대단한 일 아닌가. 올림픽에 도전을 했으니 메달을 따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터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을 '안도 미키'에게도 수고 했다고 말 해주고 싶다. 김연아가 워낙 잘 하니까 쉽게 그 기량을 따라갈 수 없으니 얼마나 속이 상하겠는가.

내가 생각할 때 '안도 미키'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참 큰 것 같다. 앞서 김연아를 자극하는 발언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했던 점에서도 그렇고 늘 파격적인 노출 의상과 짙은 화장을 선보이는 그녀의 경기 장면을 봐서도 그렇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예전 보다는 다소 절제된 모습으로 등장했는데 짙은 자주 색과 검정 색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옷이었다.

앞섶을 깊게 파고 길게 십자가 모양의 화려한 비즈를 달았고 몸매 선을 따라서도 반짝이는 비즈 장식을 했다. 왼쪽 오른쪽이 비대칭을 이루면서 엇갈리게 팔이 드러나는 소매 장식이 독특한데 역시나 그녀의 강한 개성이 이 의상에도 반영된 듯 보인다. 평범한 것을 보다는 특이한 것을 좋아하는 여성들이라면 '안도 미키'의 의상에 높은 점수를 줄 것 같다.


다음은 말괄량이 소녀를 연상시키는 미국의 '레이첼 플랫'이다. 다른 선수들 보다 다소 통통해서 더욱 익살스럽고 귀여워 보이는데, 그래서 그런지 소녀들이 좋아할 것 같은 진한 분홍 색에 눈이 내린 듯 반짝거리는 비즈 장식을 단 경기복을 입고 나왔다. 그녀의 흰 피부색과 진한 분홍색이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프로필을 보니 키도 조금 작은 듯 하고 외모에서 풍기는 느낌도 영락없는 발랄 그 자체이다.

그런 외모 탓에 앞섶이 깊게 파진 옷을 입었음에도 마냥 귀여워만 보이는데, 앞뒤가 균일하게 계곡 모양으로 파져 있고 뒤에는 끈장식이 더해 져 있다. 비즈가 박혀 있기는 하지만 다른 선수들에 비해 옷이 심심한 느낌이 들고 왠지 모르게 무성의함 마저 드는 '레이첼 플랫'의 의상, 연아의 것과 비교하니 너무 초라하다.


마지막으로 귀염둥이 곽민정 선수를 살펴 보자. 군포 수리고에 재학중인 열 여섯 살 곽민정 선수는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에서 프리 스케이팅 출전이라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했다. 53.16점을 얻어 16위에 올랐는데 목표를 이룬 만큼 프리 스케이팅 경기에서는 즐기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경기를 치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연성을 타고 났다는 평을 들으며 스핀과 스파이럴이 강점인 곽민정은 아직은 부족하지만 점점 성장하고 있으니, 김연아와 함께 우리 나라를 피겨 강국으로 이끌어 줄 새싹임에 틀림없다.

오늘 민정 양이 선보인 의상은 보라와 검정이 절묘하게 섞인 상큼한 경기복이었다. 옅은 색에서 짙은 색으로 점층적으로 색이 변화하고 한쪽 어깨끈에서부터 시작된 비즈가 세로로 이어져 있었다. 비즈도 세로에 꽃모양으로 물결 치듯 수 놓여 졌는데 색이 위 아래로 섞여있는 것과 비슷하게 반짝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반짝임의 강도를 조절해 조화를 이루어 놓았다. 시원하게 드러낸 허리를 오른쪽 어깨끈에서 이어지는 물결치는 비즈 장식으로 감싸 주어 가녀린 허리를 더욱 잘록하게 보여 주었다.


2월 26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피겨 스케이팅 여자 프리 스케이팅 경기가 열린다. 쇼트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냈으니 김연아 선수가 이제는 부담감을 조금 떨쳐 버리고 연습하듯 담담하게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선 보이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쇼트 1위=프리 1위라는 공식이 있듯 이 날에도 우리의 연아가 분명히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또 1등을 할 것이 분명하다. 다가오는 금요일에는 연아가 또 어떠한 자태로 우리에게 감동을 줄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김연아 선수 아자! 곽민정 선수도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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