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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성시백 선수의 쇼트트랙 1000m 준결승 경기를 다시 봤다. 벌써 여러 번 본 경기지만 볼 수록 더 마음이 아프다. 이정수 선수와 이호석 선수가 금, 은메달을 따던 날, 메달 소식 덕에 기뻤지만 솔직히 기쁨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컸다. 이정수 선수와 이호석 선수의 환희 사이로 자꾸만 성시백 선수의 눈물이 보였기 때문이다. 쇼트트랙 1500m와 1000m 경기에서 아쉬운 경기를 치룬 성시백 선수. 나는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성시백 선수도 이번 동계 올림픽을 통해서야 알게 됐지만 이 선수에게 특히 마음이 쓰인다.

2위로 들어 오다가 넘어져 버렸던 1500m 결승전 이후 성시백 선수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잊어버려야 다음 경기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고 모두들 입을 모아 위로와 응원의 말들을 했겠지만 그의 마음은 쉽사리 그 순간의 속상함을 떨쳐 버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1000m 준결승전, 얼마나 긴장을 했으면 성시백 선수는 부정 출발까지 했다. 마음이 급했던 것이다. 속이 상하다 못해 활활 타버릴 것 처럼 떨렸을 그 순간 저도 모르게 다른 선수들 보다 앞서 발이 나갔을 것이다. 그의 경기 장면을 보고 또 보고 자꾸 자꾸 보다 보니 그의 마음까지 읽어지는 듯 한데, 볼 수록 나도 성시백 선수와 마찬가지로 속이 아렸다.


계속해서 경기장면. 다시 한번 숨을 가다듬고 두 번째 출발신호를 기다렸는데 이번엔 약간 늦게 출발하였으나 역시나 곧 1등으로 치고 나가게 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눈 깜짝 할 사이에 미국의 '오노'와 캐나다의 '찰스 해멀린'에 밀려 3등이 되고 만다. 진짜 잠깐 동안 일어난 일이었다. 성시백이 틀림없이 선두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마지막 바퀴에서 '찰스 해멀린'에게 선두를 내줬고 바깥 쪽을 견제하다가, 안으로 치고 들어온 오노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들어왔다.

우리나라 중계석에서는 끝까지 성시백의 결과를 판단하지 않았고 실낱같은 희망으로 그가 오노보다 조금이라도 더 먼저 들어왔기를 기도해 봤지만, 결국 0.0006초 차이였다.

0.0006초. 가늠하기도 어려운 시간이다. 이 찰나의 시간 때문에 우리 성시백 선수는 또 다시 뜨거운 울음을 삼켜야 했다. 아니 이제는 삼킬 수 조차 없을 만큼의 눈물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경기가 끝나고 성시백 선수는 그의 미니 홈피를 통해 딱 반이 지나갔다며 남은 경기에 최선을 다해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은 까닭에 그는 또 한번 툭툭 털고 일어나 다음 경기를 준비할 것이다.

이제 남은 경기는 그의 주 종목인 500m와 5000m 계주이다. 경기의 결과가 좋아서 그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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