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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부엌이다. 밝은 색상이 우선 마음에 들고 거실과 연결돼 있어서 식사를 준비하거나 음식을 만들 때 거실에 앉아 있는 다른 사람들과도 쉽게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ㄷ'자형 싱크대는 수납공간도 넉넉하고 음식을 만들 때 각종 재료들과 조리 도구들을 마구 꺼내둘 수 있을 만큼 여유로워서 좋다. 특히나 아기를 거실에 눕혀 두고서 일을 해도 몇 발자국만 옮기면 아기의 움직임을 훤히 볼 수 있어서 무척 안심이 된다.

우리집 부엌이 가장 흐뭇하게 느껴질 때는 손님을 초대했을 때이다. 부엌이 환하고 깔끔해 보이니까 변변찮은 세간도 그럴싸해 보이고 더불어 안주인인 내 감각까지 돋보이게 만들기 쉽다. 그리고 'ㄷ'자이기 때문에 부엌의 속사정은 가려져 잘 보이지 않지만 왔다갔다 하면서 손님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가져다 줄 때도 이야기의 흐름을 다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님들 대접하느라 같이 어울리지 못하는 것 만큼 처량한 것도 없다.


반면 시댁에서 가장 끔찍한 곳도 부엌이다. 오래된 아파트라서 싱크대가 낡고 구식인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수납 공간이 엉망이어서 좀처럼 필요한 것을 찾을 수가 없다. 지금이야 많이 나아졌지만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시댁을 방문했을 땐 땀 깨나 흘렸다. 갓 결혼한 새색시들은 시댁에 발을 내딛는 순간 긴장하게 마련인데, 솜씨 좀 발휘한답시고 혼자서 된장찌개라도 끓일라치면 어찌나 부담스러운지 식은땀이 줄줄 흐를 지경이 된다.

몇 가지 안 되는 채소를 다듬었을 뿐인데도 조리대는 엉망징창이고 긴장한 탓인지 재료를 다 넣고 완성된 이후에도 맛이 영 안 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땐 좁아 터진 싱크대 때문에 속이 터질 지경이고 몰래 조미료라도 좀 넣어야겠는데 도대체 어디에 꼭꼭 숨었는지 머리카락도 안 보인다.

째깍째깍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식사 준비는 끝날 기미도 안 보이고 그럴 땐 남편의 도움이 절실한데, 구식 부엌은 대부분 다른 공간과 단절이 돼 있어서 남편을 부르기도 너무 힘이 든다. 눈을 질끈 감고 텔레파시를 보내봐도 남편은 감감 무소식, 용기를 내 헛기침을 해 봐도 눈치 없는 남편이 알아차릴 리 없다. 까치발을 들고 거실 쪽을 기웃거리다가 천신만고 끝에 남편과 눈이 마주쳤지만 시댁 부엌을 잘 모르는 것은 남편도 매한가지이다.

지금에야 시댁의 부엌 살림 정도는 깔끔히 '접수'해 버렸지만 여전히 구식 부엌에는 불만이 많다. 조금만 고치면 훨씬 쾌적한 환경에서 기분좋게 부엌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침 내가 와이프로거로 활동 하고 있는 한샘에서 부엌 공사 이벤트를 하고 있기에 얼마전 시댁에 갔을 때 우연히 발견한 것처럼 자연스레 어머님께 보여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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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부엌 공사를 하지 않아도 상담만 받으면 부엌에 대한 조언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우리 시댁에 딱 알맞는 이벤트이다. 이벤트는 2월 28일까지이지만 나는 이왕이면 명절이 시작하기 전에 얼른 상담을 좀 받았으면 좋겠다. 음력으로 새해가 시작되기 전에 깔끔하게 부엌을 새단장 한 후 새로운 마음으로 새 밥을 해 먹으면 더 좋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음식 준비로 한창일 명절 전에 공사를 끝내버리면 지지고 볶고 삶고 데치는 일이 한결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시어머님께 적극적으로 말씀드려 봐야겠다.

아, 혹시나 어두침침, 퀴퀴칙칙한 부엌 때문에 고민이 심하셨던 분들은 좋은 이벤트이니 한번 참여해 보시기를 권해드린다. 어쩔 수 없이 안주인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부엌이니 만큼 이 공간을 그저 밥 해 먹고 설거지 하는 곳으로 치부해 버리면 곤란하다. 여자라면 누구나 들어서는 순간 기분까지 좋아지는 부엌, 너무 예뻐서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은 부엌을 꿈꾸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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