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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금토드라마인 욱씨남정기는 꼴갑 저격 사이드 드라마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건 시트콤같은 드라마이다. 이요원과 윤상현이 호흡을 맞추고 있으며 욱씨인 욱다정(이요원)과 남정기(윤상현)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황금화학이라는 대기업에서 히트 상품을 만들며 고속승진을 한 욱다정, 그리고 러블리 코스메틱이라는 황금화학의 하청업체에서 화장품 개발을 맡고 있는 남정기 과장의 이야기는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로맨틱 코메디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안에는 반전이 숨어있는데, 바로 우리 사회 곳곳에 썩어있는 악습과 관행들을 낱낱히 파해쳐 고발하고 있는 것.



제목부터 반전인 욱씨남정기






우선 욱씨남정기라는 제목부터 의미가 숨어있다. 욱씨남정기라는 제목을 들으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사씨남정기이다. 사씨남정기는 조선시대 김만중이 한글로 지은 고대소설로 숙종이 인현황후를 위고당으로 보내고, 그 대신 왕자를 낳게 된 장희빈을 왕비로 책봉한 것을 풍자한 작품이다. 이를 풍자하여 명나라를 배경으로 처첩간의 갈등을 빗대어 이야기를 풀었고, 정실인 사씨처럼 현모양처인 아내를 맞이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인현황후를 옹호하는 내용이다. 



욱씨남정기는 사씨가 욱씨로 바뀌었다. 하지만 사씨의 캐릭터와는 다르게 욱씨는 현모양처가 아니다. 욱하는 성격에, 이혼도 여러번 하고, 품행에 관련된 여러 루머에 시달리고 있으며 소위 기가 쎈 여자로 비춰진다. 조선시대에 사씨같은 캐릭터가 현모양처였다면, 이제는 조용히 내조하고 순응하는 사씨같은 여자가 아닌 아닌 욱씨와 같은 캐릭터가 사회의악습을 끊고 폐단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진정한 현모양처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는 듯도 하다. 



쓰디 쓴 사회의 단면







욱씨남정기는 과장된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고 내용도 만화같다. 남정기의 오버하는 표정 연기나 욱다정의 냉정한 모습은 현실에서는 존재하기 힘든 캐릭터이고 만화에서나 나올 듯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쓰디 쓴 사회의 단면을 과장되고 가볍게 연출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무거운 소재와 내용을 가볍고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러나 그 내용을 조금 더 깊이 살펴보면 너무나 현실적이고 냉혹하다. 꼴갑이라고 표현한 갑들의 진상은 황금화학과 러블리 코스메틱의 관계에서 여과없이 보여준다. 하청업체를 대기업이 어떻게 피말려 죽이는지, 룸싸롱에서 접대를 하지 않으면 하청이 끊기는 관행, 중소기업들이 공들여 만든 상품을 그대로 카피캣하여 광고로 밀어붙이는 교활함, 경쟁업체 직원에게 좋은 조건의 스카웃 제의를 하면서 기술을 훔쳐오게 만드는 비열함, 주변 하청업체 사장들의 목을 쥐고 경쟁업체에게 물품 공급을 하지 못하게 하는 악독함 등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을 안에서의 갑질도 보여준다. 인턴에게 정직원을 시켜주겠다며 따로 불러내어 성희롱을 하거나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막말을 일삼고 손찌검을 일삼는 막돼먹은 상사들, 자신의 말을 안들으면 말도 안되는 일을 시키며 보복하는 얍삽함까지... 욱씨남정기는 디테일의 끝을 보여 주면서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어둠을 고발하고 있다.




통쾌한 욱씨남정기








그리고 이런 어두운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욱씨+남정기다. 욱하는 성격의 욱다정과 고분고분하고 소심한 남정기가 이런 불합리한 것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만 결국은 반전을 이뤄내고 이기게 되는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통쾌함을 느낀다. 욱씨남정기는 다소 가벼운 듯한 캐릭터와 상황설정들을 통해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위트있게 다루고 있다. 누구나 겪을 법한 불합리한 상황들,,,  그 어려운 것을 또 해결해내는 욱씨남정기를 보며 시청자들은 동질감을 느끼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적극적으로 그들을 응원하게 된다. 



약할 것 같은 남정기는 꾸준하고 성실한 모습으로 뚝심있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고, 욱다정은 욱하는 성격으로 화끈하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니 둘이 참 찰떡궁합이다. 욱다정의 단단함 속에 가려져 있던 다정한 모습도 재밌다. 욱씨남정기가 재미있는 또 하나의 장치는 러브라인인데, 드라마의 내용을 발랄하고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데는 역시 러브라인 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욱씨남정기 속 러브라인은 알콩달콩하다. 남봉기와 장미리, 박현우의 삼각관계, 욱다정과 남정기 그리고 욱다정의 전남편들을 통해 삼각, 사각관계가 그려진다. 그리고 우습게도 남정기의 아들인 남우주와 남정기 그리고 욱다정 간에도 삼각관계가 그려진다. 



만화같은 설정이지만 다루는 내용은 그것이 알고 싶다보다 더 신랄하고 날카로운 욱씨남정기. 욱다정과 남정기의 캐미가 그려 낼 앞으로의 전개가 더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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