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1일, 새해 첫 날
아이가 좋아하는 조개 듬뿍 떡국을 끓여 주었더니,
떡국을 먹으며 아이가 신이 나서 얘기합니다.
엄마, 1월 1일이 되었으니까 이제 나 7살이야.
그 다음 1월 1일이 되면 8살, 또 그 다음 1월 1일이 되면 9살... 10살...11살...... .
6살에서 7살이 된 것이 더 없이 감개무량하다는듯
아이는 틈만 나면 자기가 7살이 되었다는 걸 자랑했어요.
오빠, 나는?
곁에서 오빠의 자랑질을 듣고 있던 동생이 묻자
아들 아이는 '너는 당연히(요즘 자주 쓰는 단어로 {쉽다, 별 거 아니다}라는 뜻으로 사용됨) 5살이지~' 하며
까불지마라! 오빠 일곱 살이다!! 라며 으스댑니다.
이후 동생이랑 놀 때, 싸울 때, 화를 낼 때 종종 들려오는
까불지마라 오빠 일곱 살이다~ 반말하지 마라(??)는 말.
아이는 유치원에 다니는 것 외에 태권도를 배우고 있는데요,
아마도 형, 누나들이랑 같이 운동을 하면서 위계질서가 자연스레 잡히게 되었고
어른들이 보기엔 다 고만고만한 꼬맹이들이지만
더 어린 꼬맹이가 덜 어린 꼬맹이에게 '형, 누나'라고 부르지 않고
이름이나 야~로 부르는 것에
(아이들이 오히려 더) 자기들 스스로 매우 엄격하게 규율을 만들어 놓은 것 같았어요.
처음에는 그런 양상들을 보면서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는데 아이들이 자기들만의 규율을 만들어 내고
그걸 자연스레 따르는 것이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었어요.
6-7세가 되면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아이들도 '사회성'이라는 것이 길러지기 시작하는데
사회성에 서서히 눈을 떠 터득하면서
올바른 친구 관계, 선생님과의 관계, 수업시간에는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어른들이 개입해서 억지로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이들끼리 부딪히고 놀면서 스스로 깨닫게 돼요.
어느 날 태권도 차를 기다리러 가는 길에
아이가 간식을 사 먹고 싶다고 했고 시간이 조금 남아 가게에 들러 과자를 좀 사주었어요.
과자의 양이 많아 짧은 시간에 혼자서 다 먹을 수는 없었기에
태권도차에 태워 보내면서 차 안에서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잘 나눠 먹으라고 당부를 했지요.
간식을 다른 아이들과 함께 나누어 먹는 기쁨을 알게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태권도를 갈 때, 가끔씩 큰 봉지에 들어 있는 사탕이나 호두과자 같은 것들을 들려서 보내주었습니다.
아이가 또 태권도장에서 친구들이랑 나누어 먹고 싶으니
사탕을 사 달라기에 같이 가게로 갔는데,
사탕 봉투을 손에 쥔 아이가 '내 말을 잘 듣는 사람에게만 이걸 줄 거야'라고 하는게 아니겠어요?
일곱 살 아이의 생각과 말이라고 하기엔 너무 무시무시해서,
태권도 관장님께 조심스레 여쭤보니까
아이가 그동안 간식을 가져 가서는 매우매우 얄밉게(!) 아이들을 줄 세우고 ㅜㅜ
깐족거리면서 자기 말을 잘 듣는 아이들에게만 간식을 나누어 주었다고 상황을 설명해 주시더라고요.
더불어 함께 사는 나눔의 마음을 가르쳐 주려다,
간식을 손에 쥐고 횡포를 부리는 아이를 만들 뻔했어요!!!
누가 이런 나쁜 마음을 가르쳤을까....
누구에게도 배우지 않고 혼자서 생각해냈다면, 인간의 본성은 이렇게나 악한가...
잠깐 생각에 잠기니 ^^ 두둥실 떠오르는 일상의 조각들~
엄마 말 잘 들으면 사탕 준다~
얼른얼른 청소 해라!!! 빨리 다 치우고 젤리 먹자~~
밥 다 먹었니? 다 먹은 사람만 아이스크림 먹을 수 있다.....
결국 또 제가 범인이네요~
아이를 키우면서 하루하루 '제가' 성장합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더니
저의 좋은 점도 물론 본받았겠지만^^ 제 허물도 역시나 쏙쏙 스폰지처럼 흡수하고 있는 아이들.
아이가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분명하고 단호하게 이야기를 해 주었어요.
간식을 친구들 - 형, 누나들 - 동생들과 함께 나누어 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네 말을 잘 듣는 친구들에게만 주는 것은 나쁜 일이고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7살 즈음 되니 제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도 잘 알아 듣네요.
우리 아이가 둥글둥글 잘 화합하는 아이로 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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