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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이런 방송이 있었다. 동양에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가 있는데 그 곳에 관한 도저히 믿지 못할 이야기가 들려 온다는...... . 그 나라에서는 어찌된 영문인지 밤 늦게까지 고등학교 건물의 불이 꺼지지 않는데, 그렇게 늦은 시간까지 학생들이 공부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과연 그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인가. 게다가 더욱 있을 수 없는 것은 학생들이 아침에 등교하는 시간이 7시 30분이라는 것.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꼭두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학교에서 공부를 한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실제로 이런 내용으로 외국에서 우리나라의 고등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단다. 믿거나 말거나라는 씁쓸한 말까지 하면서 말이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친구들과 이 방송 얘기를 하면서 농담 반 냉소 반으로 우리들이 겪던 심적 고통을 토로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얼마 전 더욱 놀라운 말을 들었다.

내 친구는 중국 산동성에 있는 대학교의 한국어학과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친구는 타국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는 것이 무척 보람된다면서도 중국 학생들의 뜨거운 학구열을 볼 때면 위기 의식을 느끼기도 한단다. 가끔은 활발한 동아리 활동도 없고 특별한 재밋 거리도 없는 중국 대학생들이 가엾게 보일 때도 있지만 술문화가 너무 심하게 발달(?)돼 있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걱정된다는 소리이다.

친구가 말해 준 중국 대학생들의 생활은 이렇다.(산동성에 있는 대학교의 상황이며 다른 곳은 또 사정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중국의 대학생들은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요즘 중국 경제가 많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대학 시설은 그다지 좋지 않은 듯 했다. 6인 1실로 돼 있는 기숙사에는 철근으로 만들어진 3층 침대가 양쪽으로 놓여 있고 책상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겨울에도 난방이 잘 되지 않으며 뜨거운 물도 잘 나오지 않는다. 전기를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나 철저해서 밤 10시 이후론 전기를 쓸 수도 없는 대학교.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학생들은 특별한 불평을 하지는 않는단다.

단체로 기숙사 생활을 해서인지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는데, 학생들은 밤 10시에 잠을 자서 아침 6시에 일어난다. 그리고 7시가 조금 넘으면 모든 학생들이 아침 자율학습을 하러 교실로 향한다. 수업은 오전 8시부터 시작되는데 우리와는 달리 모든 강의가 2시간 씩이다. 50분 수업에 10분 쉬는 것을 2번 반복하는데 특이한 점은 고등학교 때처럼 수업 종이 울린다는 것. 수업 시작과 끝에 종이 울리기 때문에 교수들은 정확히 그 시간을 맞추어야 된다. 우리 나라 대학처럼 2시간 짜리 수업을 대충 1시간 15분쯤 하고 일찍 끝내버리는 일이 중국에선 있을 수가 없다는 얘기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학에선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휴강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의아해하면서도 좋아했던 적이 많았지만 중국에서는 휴강이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수업은 대체로 6시에 끝나는데 저녁 식사를 하고 난 이후에도 야간 자율학습이 있단다. 보통 9시까지 자습을 한 다음에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게 된다. 아침부터 밤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학교가 중국에도 있었다. 그것도 시간표에 따라서, 그것도 대학교에서. 정말 놀라웠다. 만약 우리나라 대학교에서 이렇게 강제적으로 공부를 시킨다면 어떻게 될까? 학생들은 시간에 맞게 수업을 하는 것이 습관화 돼 있어서 종료 종이 울리지 않으면 아무도 끝까지 움직이지 않는단다. 친구가 처음 강의를 시작했을 때 시간 안배에 실패를 해서 10여분 정도 일찍 수업이 끝나버린 적이 있었는데, 왜 수업을 일찍 끝내냐며 눈을 말똥거리는 학생들 때문에 민망해서 혼났다고 했다. 어떻게든 일찍 끝내고 싶어서 안달인 우리나라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내가 대학을 졸업한 것은 벌써 꽤(?) 오래 전이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대학생들의 모습과 지금 대학생들의 모습이 어쩌면 다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엄청난 학비를 들여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들이는 돈에 비해서 학생들이 너무 적게 얻어 간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무슨 일을 하든지 본전 생각을 하기에 우리 대학생들이 지혜롭게 대학 생활을 해서 등록금을 본전 뽑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도서관을 제대로 이용하는 것도 좋고 각종 어학 시설이나 복지 시설 등도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 준비만 돼 있으면 적은 돈으로 교환 학생이나 해외 연수도 갈 수 있다. (물론 중국도 대도시는 다르겠지만)중국 대학생들은 좁아터진 기숙사에서 밤 10시 이후엔 전기를 쓸 수도 없는 환경에서도 악착같이 공부하고 있단다. 우리나라 대학교는 정말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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