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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하하하
어마어마하게 재미있는 일이라는 듯, 엄마는 웃음을 멈추지 못하면서
낮에 있었던 일을 얘기해 주셨는데~
사연의 주인공은 올해 7살인, 사촌언니의 아들 R군.
R군은 주말동안 할머니 댁에 혼자 와 있었대요.
엄마아빠랑 떨어져서 며칠씩이나 혼자 지내는게 대견하면서도 안쓰러워서
그 날 그 자리에 모였던 어른들이 R군에게 한마디씩 하셨었다는데요~
대부분 이제 다 컸다, 의젓하다, 근데 혼자 있어서 엄마아빠가 보고 싶지는 않으냐... 뭐 그런 말씀이셨는데,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듣고만 있었던 R군은 7살이지만 제법 속이 꽉차고 어른스러운 데가 있는 아이거든요?
맨 마지막에 누군가가 엄마한테 전화해서 왜 혼자 놔 두고 갔냐고 야단을 칠까...하던 말에
더는 안 되겠다는 듯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더니,
왜요, 불만있어요? 그랬다는 거예요.
7살 짜리의 입에서 나온 것 치고는 꽤나 파격적이었던지라 엄마는 정말정말 놀랍고 또 상황이 재밌다며
한참을 웃으시며 말씀을 하셨는데요~
역시나 엄마를 통해 들었던 5살짜리 수다쟁이 꼬마 아가씨가 떠올랐어요.
그 아이는 맞벌이인 부모님 대신 할머니의 손에서 자라고 있는데,
얼마나 재잘재잘 말을 잘하고 또 하는 말들이 보통내기가 아닌지 주변 사람들에게 칭찬이 자자한 아이예요.
그 꼬마 아가씨가 어느 날은 할머니 친구의 병문안을 따라가게 되었대요.
병문안을 가게 된 자리에서, 변변치 않은 선물을 가져간 것이 마음에 쓰였는지
그 꼬맹이 아가씨는 할머니 친구 앞에서
편찮으신대 더 좋은 선물을 가져 와야 됐는데, 요즘 아빠의 벌이가 신통치 않아서
좋은 선물은 못 사오고 겨우 음료수 몇 병을 들고 왔으니 미안하지만 이거라도 성의를 봐서 받아 달라고 했다나요???
요즘 아이들은 하나같이 어떻게 그리 똑똑하고 영특하냐며 신통방통하다는 엄마 말씀에,
제가 또 배운 체를 했습니다 ^^
(학부를 국어국문학과, 석사를 국어교육학과 나온 딸을 둔 저희 엄마도 꽤 피곤하시겠어요 ^^)
아이들의 언어 습관과 말투는 부모, 할머니, 할아버지, 선생님 등등의 주변인물을 모방하는 것이고,
아직 어린 아이들은 말뜻를 제대로 알고서 사용하는 것 보다는
어른들이 말하는 것을 잘 들어 놨다가 그것과 비슷한 상황에서 그걸 흉내내 사용해 보고,
적절하게 사용했다 싶으면 다음 번에도 또 한 번 슬쩍 써 보고,
그리고 그와 비슷한 다른 상황에서는 다른 말로 활용도 해 보고 그런다는 것이죠.
5살인 다솔이는 요즘 한창 재잘재잘 말하는 즐거움에 빠져 있는데요~
다솔이의 말 속에 참 많은 인물들이 숨어 있는 것을 느낍니다.
다솔이는 자기의 의도와는 다르게 실수를 하게 된 경우 '이게 다 작전의 일부야'라고 하는데요~
다솔이가 즐겨 보는 만화영화 속 주인공인 '오소'가 자기가 실수를 할 때마다 하는 말이거든요?
바지에 다리를 끼우다가 넘어졌을 때, 물을 마시다가 조금 쏟았을 때...
다솔이도 똑같이 이게 다 작전의 일부아~ 라고 하는걸 듣고는 참 활용을 잘한다 싶었어요.
그리고 디즈니 만화를 즐겨 보는 다솔이가 감탄사를 '어, 이런~!, 오마이갓'을 쓰는 것,
어이가 없는 상황에서 '헐~'(요것도 아이가 즐겨 보는 만화영화 속에 등장한 말 ㅜㅜ)
다솔이의 말버릇 중에 '자꾸만'이란 말은 할아버지의 습관이고,
'엄마, 다인이가 자꾸만 나를 깨물어, 엄마, 내가 책을 정리하려고 하는데 자꾸만 이게 안돼...' 등등
다솔이가 다인이를 나무랄 때 하는 말은 저와 남편이 다솔이를 꾸중할 때 하는 말이고,
'다인아, 너는 왜 자꾸~~게 하냐? 너 계속 그러면 혼난다~ 하나, 둘, 셋!'....등등등
집에서는 표준어를 쓰는 다솔이가 외할머니의 전화번호를 보자마자 사투리 어린이로 변신하는 것도 그렇고...
이 글 속에 일일이 나열하지 못할 정도로 다솔이의 말투는 곧 다솔이 주변인물들의 연합체예요.
그러니 어른들이 말을 함부로 사용할 수가 없죠.
그리고 또 재미있는 것은,
아이들도 '유행어'를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아이를 목욕시킨 후 로션을 발라 주면서
귀여운 마음에 고추를 슬쩍 만졌는데요 (아직 5살이니까 ^^)
엄마, 왜 내 고추를 만져? 물어 보기에, 미안해 고추가 너무 귀여워서 했더니
(아직 어른들에게는 '야'를 쓰면 안되는 걸 모른답니다)
야~ 내 고추가 다람쥐인줄 아냐? 그러는 거예요.
그 대답이 재밌고 또 귀여워서 한참을 웃었더니 자기의 말에 상대방이 웃는게 기분이 좋았나 보더라고요.
툭하면 그 말을 활용해서,
내 팔이 다람쥐인줄 아냐, 이 연필이 다람쥐인줄 아냐, 저 나무가 다람쥐인 줄 아냐....
혹은 엄마가 연필인 줄 아냐, 엄마가 핸드폰인줄 아냐...이렇게 바꿔서 반응을 보기도 하고...
아직까지도 계속 그 유행어를 밀고 있답니다.
뭐 별 말이 아니니까 들어도 상관이 없었는데,,, 앞으로는 다솔이가 곁에 있을 땐 말조심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된 사건이었어요.
안 듣는 것 같아도 다 듣고 있고, 모르는 것 같아도 다 알고 있는 아이들.
아이들의 말투와 어휘 속에서 내 언어 습관과 어투를 발견할 수 있고,
아이들의 행동을 보며 내 행동을 되돌아 볼 수 있지요.
바른 아이로 키우고 싶으면 바른 어른이 되어야겠다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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