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에서 불꽃이 화르륵 솟아 오를 때가 있는데요~
문제는 뭘 해도 '내 아이'는 예쁘니 화르륵 솟아 올랐던 불씨는 곧 꺼지고,
훈육을 해야할 때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참 많아요.
아무리 자상한 엄마, 친구같은 엄마가 좋다고 하지만
아이가 잘못을 저질러 혼내야 할 때는 눈물 쏙 빠지게 혼낼 줄도 알아야 되잖아요?
저에게는 칭찬 보다 더 어려운 것이 지혜롭게 혼내는 것이라
괜히 어설프게 잘못 시작했다간 본전도 못 찾고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까봐
저희 집에서는 주로 남편이 혼내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칭찬 요법은 잘 하고 있는지를 저 자신을 돌아보니,
결국 저는 당근과 채찍을 둘 다 제대로는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네요.
그래서 제가 아이들에겐 내내 '을'인가 봅니다.
아이들은 '갑', 저는 '을'
남편도 평소에는 아이들과 장난도 많이 치고 같이 잘 놀아줄 땐 친구같지만
한 번 혼을 낼 때는 아주아주 무섭게 아이들을 몰아 붙이는데요,
그래서 그런가 남편이 요즘 똑소리나게 사용하고 있는 하나, 둘, 셋! 전략도 잘 먹히고~
((( 많은 부모님들이 사용하고 계시죠? 아이들이 장난을 치거나 할 때,
그만 해라~ 하나, 둘, 셋!!!!
셋 하면 난리 난다는 공포의 하나, 둘, 셋! 전략 말예요. )))
저와 같이 있을 땐 그만 좀 하라고 고래고래 큰 소리를 쳐도 들은 척도 안 하던 아이들이
아빠의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경우도 많은데요~
남편이 아이들을 혼을 내러 방으로 데려 갈 때는
너무너무 마음이 아파서 꼭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가도,
아이들을 제대로 키워내기 위해서는 분명히 엄마든 아빠든 엄격한 쪽이 있어야 되는 것은 분명하기에
악역을 도맡아서 해 주는 남편에게 고맙기도 해요.
아이가 아직은 어리고 순진해서
남편이 무릎꿇고 앉아서 손들기를 시키기만 하는데도
이 벌을 어마어마하게 무서워 하기에
울고불고 난리가 나면서 잘못했다며 싹싹 빌고
다시는 안 그럴게요~라는 말을 필두로 조목조목 자신의 잘못을 고해성사하듯 읊더라고요.
남편이 조용히 하고 가만히 있으라고 해도 계속계속 잘못했다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용서를 구하는
아이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엄마로써 마음이 아프지만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그냥 놔 두는 것은 더 안 될 일이니까요.
그러나 아이는 역시 아이.
야단 맞은지 삼십 분도 못 되어 아이는 똑같은 장난을, 똑같은 싸움을, 똑같이 또 해요.
얼마 전 남편의 동료들과 함께 베트남에 여행을 갔을 때
베트남 현지에서 일하시는 아이에게 할아버지뻘 되는 분을 만났는데요~
이 분은 아이를 만난 그 순간부터 칭찬세례를 퍼부으시더라고요.
여행 중이라 한껏 들떠서 통제가 전혀 안 되는 순간을 뻔히 눈으로 보시면서도
아이에게 너는 정말 멋지고, 너는 정말 의젓하고 훌륭한 아이라는 것을 계속계속 말씀하셨어요.
여행 일정 중 이틀을 그 분과 함께 다녔었는데,
아이가 칭찬을 그저 흘려 들었던 건 아니었더라고요.
그 분만 보이면 칭찬 받았던 대로,
동생을 챙기는 의젓한 오빠의 모습, 혼자서도 씩씩하게 걷는 멋있는 모습 등등을 보여 주더니
식사 시간에 현지식이 입맛에 잘 맞지 않았을 텐데도
혼자서 앉아 잘 먹는 모습까지 보여 줬습니다.
(그 동안에는 제 무릎에 앉아서 식사 시간마다 저를 괴롭혔었는데 말예요.)
너털웃음을 보이시며 아이가 잘 먹는 모습을 틈틈히 계속 칭찬을 해 주시니,
급기야 향기가 독특하고 고약(?)해서
잘 먹기 힘든 박하잎까지 꼭꼭 씹어서 먹는!!! 기적같은 일이 계속계속 벌어졌어요.
역시 칭찬의 힘은 놀랍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는데요~
당근이 채찍 보다 조금 더 강한 이유는
억지로 못하게 하는 채찍의 유효 시간 보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의지를 만들어 내는 당근의 유효 시간이 더 길기 때문이에요.
아이를 춤추게 만들었던 '당근'의 마술사, 베트남에서 만난 할아버지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다시 아이는 본래의 말썽꾸러기로 돌아왔지만
그 분이 동행하시는 내내 순둥이요, 효자였거든요.
당근과 채찍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다가 당근쪽으로 완전히 마음이 기울어졌었는데,
집으로 돌아와서 이번에는 채찍의 마술을 보게 됩니다.
저희 아이는 48개월이지만 아직 '응가'는 기저귀에 다가 했었어요.
변을 가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변기에 앉기를 거부하는(쉬는 스스로 변기에 가서 하면서도...) 아이였죠.
저는 끝까지 아이가 스스로 선택할 때까지 기다려 주자고 주장했었지만
마음 한 편엔 아이가 변기에 응가를 하지 못하는 것이 큰 숙제처럼 남아 있었는데요~
남편이 변기에 반강제로 앉혀 놓고 아이가 변기에 응가를 할 때까지 화장실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엄청난 채찍질을 했었어요.
아이는 울기도 하고, 싫다고 거부도 했지만 그 날 남편은 유독 완강했죠.
육아책에는 용변을 가리기를 지도할 때 무조건 아이의 기분에 맞추고,
아이가 준비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중단하라고 있었기에 저는 속으로 꽤 걱정을 했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불가능하게 보였던 일을 아이가 결국 해내더라고요~
반강제로 진행이 되었던 용변 훈련이었지만,
일단 성취해 내고 나니 아이의 태도는 처음과는 전혀 달랐어요.
변기에 응가한 것을 제 아빠에게 자랑하고, 저에게 자랑하고, 할머니 할아버지께 전화로 자랑하고....
남편은 아이가 성공을 하자 다시금 다정한 아빠, 친한 친구의 모습으로 아이를 칭찬해 주고 보듬어 주었어요.
그 날 남편이 채찍질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이는 지금도 응가를 기저귀에 하고 있겠죠.
칭찬과 꾸중, 당근과 채찍.
칭찬이 꾸중보다 더 좋은 것 같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당근만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요.
칭찬과 꾸중을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 할 지 부모가 지혜롭게 잘 판단을 해야겠지요.
훌륭한 부모가 되는 길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워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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