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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지도 벌써 햇수로 6년이 됐어요. 언뜻 생각하기로는 저희 부부에게 지난 6년이라는 시간이 매우 잔잔하고 평온했기에 아무 일 없이 그 시간을 보냈던 것 같은데, 더 깊이 생각해 보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더라고요.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아 중국으로 연수를 떠났던 일, 그 후 중국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일, 큰아이 다솔이가 태어난 일, 작은아이 다인이가 태어난 일 등등등.


제가 좋아하는 '반짝이는 것'들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면 사귀기 시작한지 100일이 되었을 때 종로 예물 거리에서 맞춘 커플링 반지를 시작으로 프로포즈때 받은 티파니 하트 반지, 결혼 예물로 마련한 다이아몬드, 진주, 사파이어 반지, 귀걸이, 목걸이 세트.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는...... 없네요!!!


이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여기저기서 결혼한다는 소식이 들려 오고, 오늘도 남편의 사촌동생의 결혼식이 있어서 나가게 되는데요, 남편은 결혼을 앞둔 사람에게 꼭 프로포즈는 했냐고 물어 본답니다. 남편은 저에게 서프라이즈 프로포즈를 해 주었고 고귀한 반지도 주었었거든요. 프로포즈를 꼭 해야 하느냐고 가볍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살면서 프로포즈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아내에게 들들볶이지 않으려면 남자들은 꼭 프로포즈 계획을 세우셔야 할 것 같아요.
 

암튼 결혼식 이후로 반짝이는 선물을 한 번도 받아본적이 없는 저에게, 남편은 이번 결혼기념일엔 조금 다를 거라는 귀띔을 해 주었어요. 그래??? 정말???




남편과 제가 함께 간 곳은 종로에 위치한 효성 주얼리 시티랍니다. 보석가게 들이 꽉꽉 들어 서 커플링, 기념반지, 결혼 예물, 프로포즈 반지 등등 원하는 것을 다 고를 수 있고요, 제가 보석에만 관심이 있어서 다른 것은 잘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곳곳에 한복집도 있었고 음식점과 커피집도 있더라고요.




그 중 저희가 들어간 곳은 가장 근사하고 고급스러워 보였던 지하 1층 일리아스였어요.




효성 주얼리 시티에는 보석가게가 많지만  그 중 단연 눈에 띄는 곳이었는데 제가 다이아몬드를 사러 온 것은 아니지만 이벤트도 하고 있었어요. 역시 가을이 결혼의 계절, 예물의 계절이긴 한 것 같아요.




다솔이가 어린이집에 간 사이에 다인이만 데리고 '일리아스'를 방문한 저희 부부. 다솔이까지 왔음 정신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 봤을 거예요.




저희 부부는 결혼 예물로 5부 다이아몬드 반지를 맞췄었는데, 왠지 걱정도 좀 되고 청바지에 간편한 티셔츠를 자주 입는데 우아한 다이아몬드 반지가 안 어울리기도 해서 결혼반지는 잘 안 끼고 다니거든요? 그래서 커플링을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커플링을 먼저 좀 보여 달라고 말씀드렸더니



이렇게 예쁜 반지들을 보여 주셨어요. 위의 큰 사진을 하나씩 잘라서 썼더니 약간 사진이 노랗게 나왔는데요, 실제 사진과 좀 달라서 속상하네요.




남편과 하나씩 나눠 끼고 다시 연애 시절이나 결혼초기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을 잠시 느껴 보기도 했답니다. 남편에게 꼭 반지를 끼워야 하는 것이, 저는 애들 키우느라 폭삭 늙었는데, 남편은 결혼 후 오히려 회춘을 하여 어디 나가면 대학생 같다는 소리도 종종 듣거든요. 꼭 반지를 끼워 둬야 하는데....




이번에는 프로포즈, 예물 반지들이에요. 일리아스의 은은한 조명 때문에 사진이 약간 어둡고 색깔도 노랗게 나왔지만 반지들이 정말 예뻤어요. 커플링 보다 저는 이 반지들이 더 맘에 들었는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반지는 바로 이 반지예요. 링두개가 한세트인데 정말 고급스러워 보였어요. 짧고 뭉툭한 제 손도 예쁘게 보이는 효과를~~  진짜 예쁜 반지들이 많았는데요, 저는 아직 어린 아기를 키우느라 반지를 낄 형편이 못되거든요. 반지는 다인이를 조금 더 키워 놓은 다음에 해야 할 것 같아서,


평소 제가 갖고 싶었던 스타일의 목걸이로 방향을 전환, 드라마 속 저는 여배우들을 보면서 아주아주 작아서 잘 눈에 띄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게 더 멋스러워 보였던,, 작은 목걸이를 탐내고 있었어요. 좀 둘러 보자고요~




결혼 예물로 요즘엔 티아라도 많이들 하는가 보더라고요. 어찌나 예쁘던지 넋을 놓고 봤답니다.




어느것 하나 그냥 지나칠 수가 없네요. 나이가 들 수록 반짝이는 걸 더 좋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일리아스에서는 연예인들의 결혼식 때 협찬도 많이 하는 모양인지 연예인들의 사진이 한쪽에 놓여 있었어요. 한 눈에 들어오는 유명한 연예인들이 많던데요?




드디어 제 맘에 드는 목걸이 발견,




일사천리로 포장을 해서 나왔어요. 결혼기념일 선물 득템!!!


다인이를 내내 안고 있느라 힘들었던 저희 부부는 효성 주얼리 시티 1층에 있는 스타벅스에 가서 편히 앉아 커피를 마시며 목걸이를 해 보기로 했어요.




예쁘죠? 작고 무심한듯 보이지만 막상 하면 은근히 돋보이는, 제가 원하는 목걸이었어요.




남편이 채워 주면 더 좋았겠지만 저희에겐 다인이도 있었고 이 역사적인 순간(!!)을 사진으로 찍고도 싶어, 남편이 사진을 찍어 주고 다인이를 안은 채 제가 목걸이를 걸기로 했어요.




짜잔~~ 정말 예쁘죠?


다인이 좀 더 키워 놓으면 남편과 함께 일리아스에 반지 보러 다시 오기로 했어요!! 이제 곧 다가오는 이번 결혼기념일은 왠지 더 특별할 것 같아요. 정말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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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저찌해서 모 명품 브랜드 보석 전시회에 초대를 받게 됐다. 평소 명품의 'ㅁ'도 모르고 지냈고 그 흔한(?) '구'삐리리 짝퉁 가방 하나 없는 내가 뜬금없이 명품 브랜드에 초대를 받게 되다니, 참 모순적인 일이 아닐 수 없지만 나는 칠렐레팔렐레 들뜬 마음으로 그 자리에 참석했다. 드레스 코드가 검정과 하양이라길래 오늘 입으려고 별렀던 비둘기색 상의를 포기하고 결혼식 때 장만한 검은 예복 상의를 꺼내 입었다.

그래도 명색이 보석 전시회인데 꾸질꾸질한 맵시로 갈 수는 없지. 공들여 치장을 하고 거울을 보니, 와우 새삼 아름다운걸? 

전시회가 열린 모 호텔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보석 전시회에 가면서 실반지 하나 안끼고 나온 것이 맘에 걸려서, 결혼 예물이라도 좀 걸치고 나올 걸 후회를 했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카메라가 있으니까. 남편의 카메라다. 내 위상에 날개를 달아 줄거라고 남편이 가져가길 권유하길래 못 이기는 척 매고 나온 값비싸고 무거운 카메라, 이게 있어서 조금 든든하긴 했다.



날씨도 참 좋았고 경치도 좋아서 룰루랄라 신이 나서 전시회장에 도착했다. 블로거의 본분을 지키고자 여기저기 사진부터 찍고 내 동선을 하나도 남김없이 기록으로 남긴 후 입구로 향했다. 생각보다 큰 행사였던 듯 호텔 밖에서부터 오늘 행사를 알리는 사진, 알림판 등을 마련해 두었고 행사장 입구에는 초대 받은 사람들의 명단을 꼼꼼히 확인하는 안내원들이 여럿 있었다. 보석 관련 행사였던 만큼 만일에 사태를 대비하는 경호원들도 꽤 많이 눈에 띄었다.

이름을 확인하고 안내를 받아 들어 간 곳에는 연회 음식이 마련돼 있었다. 음식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있어도 샌드위치나 머핀 등에 커피 정도를 줄 줄 알았는데, 이건? 대체로 간단한 것들이었지만 호텔 뷔페 못지 않았다. 하긴 그곳이 호텔이었으니까. 



은은한 음악이 흐르고 은근한 조명이 켜져 있는 그 곳에는 일찍 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나도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냠냠 음식을 먹으려는데, 순간 나의 여섯 번째 감각이 천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주 천천히 그러나 예리하게.

거기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내가 그동안 봐 왔던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천천히 귀가 열리고 눈이 열리니 그녀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다 보이고 들렸다. 일단 그녀들이 입은 옷들이 내것과 질적으로 달랐다. 비록 몇 년 된 것이긴 하지만 나도 내 생애 가장 비싼 옷(결혼 예복)을 입고 갔는데도 말이다. 나도 보는 눈은 있어서 비싼 것을 구별할 줄은 아는데 여기저기 비싼 것 투성이였다. 요즘 유행한다는 봉긋한 어깨가 멋스러운 고급 옷들, 화려한 레이스, 형형색색 찬란한 실크 블라우스, 잡지를 넘기다 헉소리가 절로 나와서 대체 동그라미가 몇 개인지 세고 또 세 봤던 그런 류였다.

신발은??? 가방은??? 그제서야 나는 내가 간 곳이 '꽃 보다 남자'의 구준표나 갈 법 한 VVIP들만의 비공개 파티였다는 것을 알았다. 그곳에 난 일행도 없이 겁도 없이 혼자 간 것이다. 무심코 아래를 봤다가 헛웃음이 나왔다. 동네 아줌마들에게서 참 편할 것 같다는 이유로 별점 5개를 받은 인터넷에서 삼만 오천원 주고 산 고무재질의 내 신발이, 그녀들의 아찔하고 미끈한 킬힐과 뒤섞여 있으니 참 우스웠기 때문이다.



뭐 어때? 나도 내 나름대로 VVIP인걸, 그들과 그럭저럭 섞여서 음식을 먹고 여종업원에게 음료도 받아 마시고 최대한 두리번 거리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나름대로 그곳에 적응을 하고 있는데, 카메라가 자꾸만 걸리적 거렸다. 블로거들의 모임에서야 크고 값비싼 카메라가 좋아보이겠지만 이런 모임에서는 홀대받기 딱 좋은 소품이었다. 기자인지 손님인지 구별도 잘 안 가고 카메라가 걸리적 거려서 음식을 담을 때도 신경쓰이고.

금잔디가 왜 구준표의 파티에서 음식을 엎지르고 커피를 쏟는지 경험해 보니 알겠다. 어색한 그 자리에서 나도 소스통 한 번 엎지르고, 숟가락 하나 떨어 뜨렸으니까. 혼자서 아구아구 먹으려니 흥도 안 나고 재미도 없어서 다른 사람들을 따라 옆 방에 마련 돼 있던 보석 전시실로 갔다. 

예쁘긴 예뻤던 24억 짜리 목걸이와 참 싸게 느껴졌던 10억 짜리 반지, 전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팔기도 한다고 좋아하며 반지, 귀걸이를 보여 달라던 어떤 사람, 그 사람이 착용 해 볼 보석들을 흰 장갑을 끼고 고이고이 벨벳 소재의 상자에 담아 가는 경호원, 가장 있어 보이는 어느 부부에게 찰싹 붙어서 정성껏 보석들을 설명해 주며 이번 기회에 하나 들여가시라고 권유하는 여직원, 그 틈에서 나 홀로 붕 떠 있는 것 같아서 조금은 씁쓸하게 전시실을 빠져 나왔다.

그런데 24억짜리 목걸이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혀 있는 그 목걸이를 할 때는 어떤 옷을 입어야 되는 것일까? 아무래도 삼만 오천원 짜리 내 신발은 같이 신기 민망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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