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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무릎팍 도사'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여유있게 금메달을 딴 역도 선수 장미란 편이었다. 운동 경기를 좋아하지 않은 나이지만, 장미란 선수의 경기는 감명깊게 봤었고 같은 여자로서 역도 선수가 아닌 '여자 장미란'에 대해 더욱 알고 싶었기에 정말 기대를 한 프로그램이다. 방송 분량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무릎팍 도사를 통해 본 여자 장미란은 매력 덩어리였다.

무릎팍 도사에 초대 손님으로 나오는 사람들은 으레 고민거리를 하나씩 가지고 나오는데 장미란 선수의 고민은 의아하게도 '체중이 잘 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역도 경기에 대해 충분한 지식이 없었기에 나는 현재 장미란 선수의 체격이 그 운동에 적절한 것인줄 알았었는데, 체중이 힘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기에 지금보다 3~4kg 정도는 더 찌워야 한단다.


나는 지난 올림픽 때 장미란 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그녀가 세계 신기록을 다시 썼을 때, 장미란 선수와 친분이 있는 모 해설자께서 그녀에게 200kg을 성공해 주길 바란다는 말을 들었다. 그 때 문득 같은 여자의 심정으로는 이제 그 기록만 유지하면 됐지 왜 그렇게 그녀에게 더 혹독한 훈련을 강요하느냐고 혼자서 심통을 부렸었다. 장미란이 운동 선수로서는 타고난 몸매를 갖추었지만 여자로서 감정이입을 해 보면 속상할 거라고 나 혼자서 맘대로 판단했었다. 그런데 운동 선수 장미란은 더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 예뻐지고 싶은 여자로서의 욕심을 버리고 체중 늘리기에 힘쓰고 기록 갱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다. 내 생각이 참으로 짧았다.

그러나 역시 장미란도 역도 선수이기 이전에 여자이다. 그녀 또한 예쁘고 사랑스럽게 보이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장미란은 행사장 등에서 꽃미남 박태환, 이용대와 나란히 앉게 될 때 여자인 자신이 그들보다 덩치가 더 크게 나올까봐 의자를 뒤로 뺀단다.또한 경기장에서 자신의 얼굴을 너무 가까이에서 잡는 카메라가 싫고 얼굴이 일그러진 사진을 기사에 싣는 기자들 때문에 속상하단다. 그런 그녀가 역도 선수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머리를 질끈 묶고 오늘도 열심히 역기를 든다.



나는 그녀와 같은 여자로서 여자들의 예뻐지고자 하는 본능적 욕망을 잘 안다. 평균적인 몸무게를 가진 여자들도 더 날씬해지고자 다이어트를 하고 더 아름답게 보이고자 화장을 한다. 장미란은 그녀가 어렸을 적 역도를 처음 배우러 체육관에 갔을 때, 한 남자 선수가 자신을 보고 몸집이 크다라고 말해서 상처를 받은 나머지 그대로 발을 돌려 집으로 왔다고 회고했다. 그녀 역시 타고난 여자인 것이다. 여자에게 역도 선수 같다는 말은 그 말 그대로 '욕'으로 쓰일 수 있는데, 장미란도 여자이기에 살을 찌우고 무거운 역기를 번쩍번쩍 드는 운동인 역도를, 역도 선수를 정말 하기 싫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역도라는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도 자신이 역도 선수라는 것이 부끄러워서 주윗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했단다.

이런 저런 얘기를 듣다보니 그녀가 역도를 처음 시작했을 때 맘 고생이 얼마나 심했을 지 짐작이 됐다. 역도는 여자가 하기엔 부끄러울 수도 있는 운동이다. 역도는 여자가 하기엔 힘들 수도 있는 운동이다. 역도 선수라면 당연스레 몸무게를 불려야 하고 역도 선수는 사방에서 자신을 찍는 카메라 앞에서 온갖 인상을 쓰면서 무거운 역기를 들어야 한다. 그런데 타고난 운동선수 장미란은 역도에 자신의 꿈을 싣고 내가 짐작도 하지 못할 맘고생을 스스로 극복하고 결국 세계 최고가 됐다. 나는 여자 역도 선수 장미란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시종일관 웃음 띤 얼굴로 재미있고도 감동적인 이야기 보따리를 한아름 풀어 놓고 간 장미란. 그녀가 이렇게 달변일 줄 누가 알았겠나? 취미로 작고 예쁜 크리스탈 장식을 모은다는 천상 여자 장미란이 더 좋은 기록으로 다시 한번 세상을 놀래킬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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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강호동이 진행하는 '무릎팍 도사'(이범수편)를 봤다. 예능인의 피가 흐른다는 이범수의 매력 덕분인지 연이어 하락세를 보였다는 '무릎팍 도사'가 이번주에는 정말 재밌었다. 드라마 '온에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훈남 대열에 오른 이범수를 나도 좋아하기에, 흐뭇한 맘으로 편하게 '무릎팍 도사'를 시청했다. 그런데 보면 볼 수록 이범수보다는 강호동에게 더욱 눈길이 갔다. 이범수의 개그를 받혀주고 그가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도록 얘기의 물꼬를 터 주는 강호동의 진행 솜씨가 더욱 돋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호동을(유재석과 더불어) MC계의 최강자라고 일컫는 것인가?

지난 주 '1박 2일'에서는 6명의 출연자들이 둘 씩 짝을 지어 여행하기 위해 인기 투표로 같이 갈 짝을 정하는 내용이 방송되었다. 여차저차 해서 강호동은 김C와 짝이 됐다. 물론 재미있게 보이려고 더욱 오버했게지만, 강호동은 김C와 짝이 됐을 때 절망적인 표정으로 앞날을 걱정했었다. 왜냐하면 달인 김C는 자상하게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람이긴 하나 항상 무덤덤한 표정으로 어떤 경우에나 같은 표정, 같은 몸짓으로 한결같이 반응하기 때문이다. 강호동은 자신이 개그를 할 때, 옆에서 열렬하게 반응을 해 줘야만 흥이 난다고 한다. 그렇기에 늘 샐쭉한 표정으로 아무런 반응없는 김C와 함께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나는 그 때 그 방송을 보면서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오늘 그와는 반대로 상대에게 열렬하게 반응해 주는 강호동을 보면서, 공감하며 듣기의 힘이 얼마나 큰 지를 알 수 있었다.


강호동은 몸집이 크다. 그러니 당연히 얼굴도 크고 목소리도 크다. '무릎팍 도사'에만 한정해서 얘기 한다면, 그는 자신의 프로그램에 초대 손님이 방문하면 일단 펄쩍펄쩍 뜀박질을 하거나 재밌는 춤을 추면서 그 사람을 환영한다. 그런 다음 초대 손님이 편안하게 자신의 속 얘기를 할 수 있도록 온 몸으로, 정말 온 몸으로 반응하면서 그의 얘기를 경, 청, 한, 다. 이번 주 방송분도 그랬다. 이범수가 재밌는 얘기를 하면 강호동은 그 큰 얼굴 전체로 아주 크게 웃어줬다. 강호동의 반응에 이범수가 신나서 더 재밌는 얘기를 하면, 강호동은 이번에는 아주 바닥을 구르면서 웃어준다. 웃느라 얼굴이 벌게지고 목에는 핏대가 선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이범수가 진지한 얘기를 꺼낼 때의 표정은 또 어떤가? 강호동은 이번에는 온 얼굴 전체로 그를 한없이 이해하고 그의 의견에 공감하고 동의한다는 것을 표현한다. 그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나 조차도 나를 이해받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니, 그에게 얘기하는 당사자는 얼마나 더 그럴 것인가? 언젠가 강호동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담당 PD가 강호동에 관해 인터뷰 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강호동이지만, 그 돈이 절대로 아깝지 않을 정도로 강호동은 프로라고...... . 큰 덩치와는 달리 번뜩이는 재치와 순발력으로 상대를 압도하면서, 출연자들이 절대로 얘기하지 말아야지 결심하고 온 바로 그 내용도 유연하게 이끌어 낼 줄 아는 인터뷰 기술(?)을 가진 최고의 MC라고 했었다.


나는 강호동이 온 몸으로 웃고 온 몸으로 반응하며 최고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그것이 그가 최고의 자리에 오른 비결이 아닌가 싶다. 말을 잘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말을 잘 들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강호동. 그의 성공은 어쩌면 당연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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