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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블로그를 찾아 주시는 분들 중 참 많은 분들이 '유선염'에 대해 궁금해 하신다. 모유 수유를 하는 엄마들 중 대부분이 유선염 때문에 힘들어 하기 때문일 것이고, 그런 반면 유선염이 왜 생기는지, 어떻게 하면 예방을 할 수 있을지, 예기치 않게 걸리게 됐을 땐 어떤 조치를 취해야 되는지, 유선염으로 고생하고 있을 때 수유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모유 수유를 하는 엄마인지라 유선염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받았고 심각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으며 한편으론 억울한 생각까지 들어 모유 수유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참 컸다. 그러나 미련 곰탱이 같은 참을성 덕에 울며불며 끝까지 모유 수유를 고집하며 유선염을 이겨냈고 지금은 갖가지 수난들을 견뎌내고 나니 세상에서 모유 수유 만큼 쉬운 것은 없다고 여기며 벌써 올챙이적 고통들을 다 잊어버리고 있다.

유선염은 왜 걸릴까?

나는 유선염만 세 번 걸렸다. 그것도 짧은 기간 동안 세 번이었다. 첫 번째엔 단순히 젖몸살이려니 했다가 입원까지 하고 나서야 유선염이라는 것을 알았다. 피검사 결과에서 염증 수치가 높았다. 그 때가 아기를 낳은 지 35일 즈음 되었을 것이다. 출산 후 처음으로 잠시나마 외출할 일이 생겼는데 출산 후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처음 만나게 되는 자리여서 나도 모르게 욕심이 좀 생겼었다. '예쁘게 보이고 픈 욕심'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기에게 젖 한 번 물린 후 오랜 시간 공들여 화장하고 머리 빗고 옷을 입었다. 미리 유축해 둔 모유를 젖병에 담아서 외출을 했고 밖에서는 준비해간 젖병으로 아기를 먹였다. 다섯 시간 정도 수유를 하지 못했는데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젖이 너무 불어서 옷이 다 젖을 정도로 가슴에 압박감이 심했었다. 단단하게 굳어진 가슴을 마사지를 하면서 유축기로 젖을 유축했는데 얼마나 쌓였든지 한쪽에서 150cc이상이 나왔던 것 같다. 탈이 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날 밤 갑자기 오한이 나면서 온몸이 떨려 오고 열은 40도로 올랐다. 미련한 탓에 며칠 버텨봤지만 열은 내렸다 올랐다를 반복했고 결국 병원에서 진찰을 받음과 동시에 입원 판정을 받았다. 친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수유 간격이 불규칙했을 때 안에 고여 있던 젖에 탈이 생겨서 유선염이 되는데 갑자기 고열이 나고 오한이 생기면 영락없으니 바로 병원을 찾아야 된다.

두 번째로 유선염에 걸렸을 땐 좀 달랐다. 그 당시 나는 수유 자세가 올바르지 않고 아기가 유륜이 아닌 유두를 세게 빠는 바람에 가슴 상태가 엉망징창이었다. 모유 수유를 할 때마다 젖보다 눈물이 더 많이 나왔고 심할 땐 피까지 나는 상황이었다. 아기가 힘이 좋아서 너무 세게 빨았고 잘못된 위치를 빠는 바람에 젖을 잘 먹지 못해서 수유 시간이 길어졌고 그럴수록 유두가 너무 시달려 버텨주질 못했다. 오죽했으면 당연히 동그라미 모양이어야 될 유두가 몇 달째 동그라미가 되지 못했다. 찢어지고 헐어 있던 곳으로 균이 들어가 염증을 발생시켰다.

유선염을 예방하려먼?

유선염을 예방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 수유 간격을 일정하게 하는 수밖에는. 3~4시간 간격으로 시계를 보면서 규칙적으로 먹여야 된다. 나 같이 유두가 찢어지고 헤진 사람은 아기에게 직접 물리는 것을 자제하고(아기의 토사물이나 침에 의해 감염될 수 있다.) 유축을 해서 먹여야 되며 상처가 완전히 낫기 전에는 상처를 낫게 하는데 가장 많이 신경을 써야 된다.(세 번째 유선염은 이제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직접 젖을 물렸다가 바로 또 걸려 버렸었다.) 나는 *시딘을 발랐었다. 물론 아기가 먹으면 안되는 연고였지만 상태가 너무 심했고 효과가 빠르기에. 수유전 물로 깨끗이 씻어내고 젖을 조금 흘려보내어 그 부분을 닦는 방법을 썼다.

책이나 병원에서 준 자료에서는 모유 수유가 저절로 될 것 처럼 얘기하지만 내가 직접 해보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았다. 그래도 시간이 지날 수록 아기도 엄마도 요령이 생기고 모유의 양과 아기가 먹는 양이 점점 맞아지니까 탈도 적어진다. 그러므로 100% 모유 수유를 하려는 엄마들은 이골이 생기도록 인내하고 기다리면, 진짜 힘들긴 하지만 되긴 된다.



유선염에 걸렸으면?

앞에서도 얘기했듯 모유를 먹이는 중이라면 유선염에 걸릴 확률이 아주 높고 재발도 너무 쉽다. 나는 세 번이지만 인터넷 카페에서 본 어떤 엄마는 무려 아홉 번이었다. 나는 다행히도 심각한 수준까지 가지 않아서 비교적 쉽게 치료를 할 수가 있었는데 집에서 무턱대고 참기만 한 다른 엄마는 유방을 절개하고 염증을 뽑아 내는 수술, 그 부위를 찢고 심을 박는 수술, 주사기로 염증을 빨아들이는 수술 등 생각만 해도 오싹한 수술들을 받기도 했단다.

일단 유선염이 의심되면 산부인과 보다는 유방전문외과를 찾아야 된다. 나는 친정에 있는 종합병원에서 입원 치료한 경험이 있었기에 두 번째, 세 번째엔 나 스스로 유선염인 줄 알았지만 산부인과 의사는 그 사실을 의심했었다. 당시 한창 신종플루 때문에 전국이 들썩거릴 때였으므로, 토요일 오후 유일하게 문을 열어 찾아간 분당 K산부인과 의사는 나에게 신종플루 주사를 권유했었다.

내가 우겨서 유선염일 때 먹는, 복용 후에도 아기에게 젖을 먹일 수 있는 항생제를 받아 올 수 있었지만 그 의사는 유선염은 출산 초반에나 걸리는 병이라며 이미 출산 후 3개월이 지난 내가, 가슴이 별로 딱딱하지 않은 내가 유선염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분당에서 유명한 곳으로 손꼽히는 k산부인과에서 이렇게 말하다니 참 섭섭(?)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에서 유방에 관한 모든 것들은 '유방외과'에서 해결함이 지혜롭다고 하길래 또 인터넷에 물어물어 집 근처 유방외과를 찾았다. 역시 전문은 다른 것이 초음파를 통해 가슴을 유심히 들여다보면서 염증의 부위와 젖의 흐름, 유선염을 여러 번 앓음으로써 젖줄이 막힌 곳 등등에 관해 속시원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유방외과에서 상태에 따라 무시무시한 시술을 하기도 하고 나처럼 비교적 가벼운 상황일 땐 마사지와 유축을 권해주기도 한다. 통증을 줄여 주고 치료도 되는 약도 처방해 준다.

가벼운 유선염엔 마사지와 유축이 최고다.

가볍다고는 하지만 염증 때문에 유륜과 유두를 살짝만 건드려도 아얏 소리가 절로 나고 수유시엔 저절로 꽥꽥 비명을 지르고 싶어지는 초기 유선염. 칼로 가슴을 찢는 끔찍한 수술은 하지 않지만 유선염에 걸리면 감정적으로 만신창이가 된다. 아파도 하루에 8~10번 규칙적으로 수유는 해야되기 때문이다.

산부인과와 유방외과 모두 나에게 젖을 계속 물릴 건지를 물어 왔고, 언제까지 수유할 생각이냐고, 이 상태로 모유를 먹이는 것이 엄마인 나에게는 참 힘든 일일텐데 분유를 먹이면 되지 왜 모유만을 고집하냐고 했었다. 의사가 권유하는 상황이니 핑계도 좋았고 눈 한 번 딱 감으면 앞으로 모유 수유의 고통에서 해방될 거라는 참기 힘든 유혹도 있었다.

그러나 천성이 미련하고 주위의 눈총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어서 나는 이를 악물고 모유 수유를 택했다. 성공하고나니 밤에 자다가 분유를 타러 가는 일, 물을 끓였다 식혔다, 젖병 소독하는 일 모두가 모유 수유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인 것 같아서 모유 수유가 가장 쉬운 게 아니냐는 생각마저 든다.(그러나 실제로는 어렵다.)

유선염에 걸렸을 때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으니 가슴 마사지 업체들의 광고글만 수십 개가 주르륵 올라 왔다. 마사지만 받으면 다 낫는다는 둥, 병원 갈 필요도 없다는 둥 너무 자신만만하게 얘기하고 있어서 오히려 더 의심이 가는 글들이 태반이었다.

그런데 정말로 마사지와 유축이 최고였다. 염증 때문에 유두와 유륜이 엄청나게 붓고 제대로 수유를 하지 못해서 젖이 계속 쌓이기 때문에 가슴은 점점 커져서 수박만 해지고 딱딱해져서 아기가 먹는 것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젖을 빼 내야 되는데 유축기 보다는 당연히 손으로 젖을 짜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살짝 닿아도 너무 아픈 상태일 테니까 스스로는 절대 할 수 없으니 전문 마사지 업체를 찾아야 된다. 통증이 없다고 소문난 곳이면 어디든 괜찮고(진짜 통증이 없었다. 인정은 많았지만 요령은 없었던 유방외과 의사 선생님이 유축 시범을 보일 땐 딱 죽고 싶었는데 말이다.) 쿠폰을 끊을 필요는 전혀 없다. 한 두번만 받으면 되고 심해도 3번만 받으면 된다. 나는 4번을 받았는데 마지막엔 스스로 할 걸 괜히 갔다 싶기도 했었다.



손으로 젖짜는 방법을 배워야만 한다.

출산 준비물로 유축기를 장만하는 사람들은 참 많고 임신 기간 내내 배 마사지를 하는 사람들도 참 많은데, 가슴 마사지의 방법과 손으로 유축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들은 참 드물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배 마사지 보다 가슴 마사지와 유축 방법이 훨씬 더 중요하다. 한 번 잘 배워두고 요령을 익히면 유축기보다 훨씬 더 안전하고 쉽게 젖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유선염에 걸렸어도 모유에 피만 섞이지 않았다면 유축해서 아기에게 먹일 수가 있다. 직접 수유를 하는 경우엔 피가 좀 나와도 괜찮다. 항생제를 먹더라도 모유에까지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유선염에 걸린 대부분의 엄마들이 유두와 유륜까지 아픈 상태니 손으로 젖을 짜는 방법을 배워야 된다. 병원에서 주는 자료에도 그림으로써 설명을 잘 해두었던데 블로그에 올리고 싶지만 가슴 그림이라 괜히 선정적이라고 오해할까봐 글로 설명을 해야겠다.

만약 왼쪽 젖을 짜려고 한다면, 왼손으로 가슴 아래를 받히고 오른손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이용해서 젖을 짜면 된다. 이 때 유륜을 눌러야 되고 12시와 6시 방향에 각각 엄지, 검지를 두며 젖을 짤 때 이 두 손가락이 만나야 된다. 만냐야 된다는 말의 의미는, 손가락을 미끄러뜨려 아래에서 만난다는 말이 아니라 12시와 6시 방향을 완전히 눌러서 피부를 사이에 두고 손가락 지문 부분끼리 맞부딪혀야 된다는 뜻이다.

글로 설명을 해도 혼자서는 아무래도 이해하기 힘드니까 가슴 마사지하는 업체에 가서 배워오는 것이 좋겠다. 어차피 처음엔 너무 아파서 도움을 받아야 되니까 말이다. 이것도 연습이 필요한데 처음엔 숙달이 안되서 한 방울 씩 겨우 나오지만 익숙해지면 샤워기에 물 틀어 놓은 것 처럼 착착착 소리를 내면서 여러 가닥으로 젖이 나오니까 시간도 별로 안 걸리고 손쉽게 할 수 있다.

익숙해지면 모유 수유가 가장 쉽다.

유선염으로 한창 고생할 땐 3월만 기다렸었다. 아기가 6개월이 될 때까지만 모유 수유를 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힘들었던지 딱 6개월만 먹이고 그 이후론 분유만 주리라 다짐을 했었다. 그런데 100% 모유 수유에 성공하고 나니 이제는 분유 주는 것이 더 힘들것 같아서 계속 모유 수유를 하고 있다. 아기도 많이 커서 젖을 잘 먹어 주고 이제는 수유 간격이 좀 벌어져서 7시간 이상 먹이지 않아도 탈이 없다.

무엇보다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 두려울 것이 없는 것이다. 나는 분유가 번거로워서 아기가 돌이 지나서 생우유를 먹을 수 있을 때까지는 젖을 먹일 생각이다. 내 블로그에 놀러 오시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유선염에 관해 궁금해 하시고, 다른 분들이 유선염 때문에 고생을 덜 하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긴 글을 썼다. 부디 울지 않고 모유 수유에 성공하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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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블로그를 방문해 주시는 분들 중 참 많은 분들이 이제 막 출산을 한 초보 엄마들이에요. 당연히 모유수유, 유선염에 대해 궁금한 것들이 백만 개 쯤 되고, 매일 밤 아기 돌보는 일에 힘들어 하시고, 신생아 관련 궁금증을 해소할 길이 없어서 인터넷으로 검색도 해 보고, 주변 분들에게 물어도 보시고...해서 어찌저찌 제 블로그까지 찾아 오신 분들인데요,


제가 아기를 먼저 출산한 '선배' 엄마다 보니 저를 편안하게 생각하시고 이런저런 얘기를 메일로, 비밀덧글로 많이들 보내주시지요. 그런데 모유 수유에 관해서 너무너무 고민이 심한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서 예전에 제가 쓴 글을 좀 찾아 봤어요. 그 때 저도 한창 첫아이 다솔이를 낳고 모유 수유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았을 때거든요. 유선염도 세 번이나 걸리고 그냥 참아가며 수유를 했었었어요.


오늘도 모유 수유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분의 메일을 받았는데 그 분의 동의를 얻어 메일을 공개함과 동시에 예전에 제가 썼던 글을 다시금 보여 드립니다. 모유 수유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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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젖'은 '수도꼭지'가 아, 니, 다.


나도 아기를 낳기 전에는 틀면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처럼 엄마 젖도 그런 줄 알았다. 그저 아기 입에 물리기만 하면 젖이 콸콸 쏟아지는 줄로만 알았다는 말이다. 나와 내 동생도 순전히 모유만 먹고 자랐다기에 엄마를 닮은 나에게 모유 수유가 두려울 리 없었다. 그러나 막상 닥치고 보니 모유 수유는 출산의 과정보다 더 힘든 것이었고 나를 포함한 많은 수의 새내기 엄마들이 모유 수유 때문에 울고 웃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식이 귀해서 그런지 요즘 엄마들은 하나같이 모유 수유에 성공하려고 무척이나 애를 쓴다. 사회적으로도 모유 수유를 권장하고 있기 때문에 아기를 낳았든 낳지 않았든 모유가 아기에게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고 그러므로 좋은 엄마라면 응당 모유로써 아기를 길러야 된다고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보통 출산을 하고 나면 삼일 후쯤부터 젖이 돌기 시작하는데 이 때 산모들은 첫번째 고통을 맛보게 된다. 젖이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굳어서 마사지로 풀지 않으면 참을 수가 없다. 남편들은 출산의 과정도 잘 이겨낸 아내가 그깟 가슴 통증 때문에 낑낑거리는 것을 이해할 수 없을테지만 가슴을 옥죄어 오는 아픔은 정말 겪어보지 않고선 모르는 것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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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물수건으로 아픈 가슴을 마사지 하고 유선을 뚫어(막힌 변기를 뚫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다고 확신한다.)젖이 잘 나오도록 한 다음 아기에게 본격적으로 먹이게 되는데, 솔직히 텔레비전에서 보던 '감동'보다는 악 소리나는 '아픔'이 더 큰게 사실이다.


나는 아기에게 한 방울도 아깝다는 초유를 먹일 때 한 손에는 꼭 손수건을 쥐고 있었다. 어찌나 아픈지 손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데 손수건이 흠뻑 젖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모성이란 대단해서 눈물을 찔끔거리면서도 모유를 계속 먹였다. 그것도 두세 시간에 한 번씩!! 세 시간에 한 번씩 아기에게 먹이거나 유축을 해야 되는데 깜박 잠이 들어서 그 시간을 넘겨 버리면 야속하게도 가슴은 또 돌덩이가 되고 그것을 풀기 위해 또 눈물 콧물을 다 빼야만 한다.



그래도 모유 수유는 중요하고 꼭 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나는 모든 고통을 감내했다. 아기를 먼저 낳은 선배 엄마들을 조언을 들어보면 모유 수유를 몇 개월동안 했냐는 것에 따라 남편과 시댁의 대우가 달라지기에 힘들어도 꾹 참아야 된다고 했다. 분유를 먹인 엄마들은 아기가 조금만 아파도 '모유를 못 먹였으니'라는 핀잔이 평생 따라 붙는다고도 했다. 무,서,운,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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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가슴이 돌이 되는 젖몸살을 잘 넘기고 나니 유두 균열이 시작됐다. 균열, 말 그대로 갈라진다는 말이다. 말랑해야 할 유두가 마른 논처럼 쩍쩍 갈라지고 피도 나며 헤진 옷처럼 너덜거리는 증상이다. 운이 좋게도 잘 넘기는 분들도 있지만 나는 또 한번 손수건을 쥐어 짜야만 했다.


균열이 있어도 아기에게 먹어야 되기 때문에 약은 바를 수 없다. 낳을만 하면 또 젖을 주고, 낳을만 하면 또 주니 증상은 점점 더 심해지고 나는 수유때문에 살짝 우울증도 겪었다. 다행히(?) 한 쪽 가슴에 문제가 극심해지면 다른 쪽이 조금 괜찮고, 또 그 쪽이 심각해지면 다른 쪽이 덜 아프고를 반복해서 여러 번의 고비를 잘 넘겼다. 출산한지 50일을 넘긴 지금 가슴이 너무 심하게 아플 땐 유축을 해서 젖병으로라도 모유를 먹이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나는 젖양이 괜찮은 편이라서 참아내기만 하면 되지만 선천적으로 젖양이 부족한 엄마들도 있다. 이런 분들에게는 모유와 분유를 함께 먹이기를 권장하거나 아니면 분유만 먹이도록 해야 된다. 그런데도 모유만을 강조하는 분위기 때문에 산후조리원에서 만난 엄마들 중에는 너무나도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분들이 있었다. 시댁이며 친정에서 젖이 잘 나오느냐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울상이 돼서는 하소연을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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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엄마는 그들의 아기를 사랑한다. 모유를 먹이지 않는 엄마를 이기적인 엄마라고 단정짓지 말고 특별한 이유가 있을 땐 분유를 먹이더라도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 봐 줄 필요가 있다. 다른 가족들은 반드시 모유 수유를 해야 된다고 강요하기 보다는 엄마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그저 지켜봐 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유두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모유 수유를 했듯 모유를 가장 먹이고 싶은 사람은 바로 엄마 자신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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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을 하고 나면 병원에서 산모에게 권고하는 사항이 하나 있어요. 유축에 관한 것인데요, (자연 분만을 하든 제왕절개를 하든) 보통 아기를 낳은 후 삼일 정도가 지나면 초유가 나오기 시작하거든요? 이 때부터 모유수유에 익숙해질 때까지 피 눈물 나는 젖 먹이기 전쟁이 시작됩니다. 병원에서는 세 시간 마다 한 번씩 유축을 하라고 권하고 산모들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산책 하다가도 얼른 돌아 와, 밥 먹다가도 깜짝 놀라 세 시간에 한 번씩 유축을 하지요.


말이 세 시간에 한 번이지 출산 초기에는 기계로든 손으로든 유축을 하는 것이 쉽지가 않기 때문에, 한 번 유축을 할 때 30분이 넘는 경우가 많거든요? 유축을 시작할 때 젖병, 깔대기, 손수건 등을 준비하고 끝낼 때 유축한 모유를 챙기는 일까지 합하면 거의 한 시간이 넘어가니, 사실상 하루 종일 젖을 짜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저도 첫 번째 출산을 했을 때는 수유도 원활하게 잘 되지 않았고, 유선이 막혀서 유축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하루 종일 방에 갖혀 있느라 산후 우울감이 극심했었어요. 게다가 세 시간에 한 번씩 유축을 하려면 밤에도 쪽잠을 자야 되니까 피로가 풀리지 않아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지요.


그런데 꼭 세 시간에 한 번씩 유축을 해야 되는 걸까요?





병원이나 모유 수유 관련 서적에서 세 시간에 한 번씩 유축을 권하는 이유는요, 우선 아기들이 보통 세 시간에 한 번씩 젖을 먹기 때문이고, 다음으로는 모유량을 늘리기 위함이에요.


모유는 비워 내는 양 만큼 새로 또 생기거든요. 아기가 젖을 먹고 난 후에 유축을 해서 젖을 비워 내면 뇌에서는 '아하, 아기가 먹는 양이 이만큼이구나, 다음에 또 그만큼의 젖을 생산해 내야지' 한다는 거예요. 그러니 출산한지 얼마되지 않았거나 젖량이 부족하다 싶으면 아기에게 젖을 물린 후에도 조금 더 짜주는 것이 좋지요. 그렇게 하면 다음 번 수유시에 이번에 비워낸 것 만큼 또 다시 젖이 생기기 때문이에요.


반대로 젖량이 많은 경우에는 유축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아요. 어차피 엄마는 아기가 먹을 만큼의 모유만 가지고 있으면 되니까요. 젖량이 너무 많은데 아기가 먹는량이 적어서 수유가 끝나도 가슴이 팽팽하게 부풀어 올라있다면, 유축을 하지 말고 그대로 두면 돼요. 그러면 다음 번 수유시엔 그만큼 젖이 적게 돌게 되거든요.




저는 둘째를 낳은 엄마라 처음에 유선만 잘 뚫어 주니 모유 수유에 별 무리가 없었고요, 첫 아이가 아들이라 먹는 양이 둘째인 딸아이 보다 많았던 까닭에, 뇌에서 모유 생산을 첨부터 많이 했는지 젖이 남아 돌아서 문제였어요.


둘째 아이가 작게 태어났고 뱃고래(?)도 작아서 한 번에 먹는 양은 70ml 남짓이었거든요? 저는 출산 후 열 흘이 넘으니 한 번 유축하면 200ml 정도 모유가 나오니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결국엔 산후조리원 냉동실에 하나 둘씩 얼려 두었다가 퇴원할 때 아이스팩에 넣어서 집으로 싸가지고 왔어요.


딸아이가 젖을 잘 빨지 못해서 유축을 해서 먹였는데 (작게 태어난 아이들의 공통점이더라고요. 산후조리원에 2.5kg으로 들어 왔는데 힘이 없어서 젖을 잘 빨지 못해서 유축한 후 거의 젖병으로만 먹이고, 하루에 몇 번씩 젖빠는 연습만 시켰었어요. 조리원 나올 때 3kg 정도 되어서 집으로 돌아온 후부턴 직접 수유 잘하고 있으니 신생아 시기에 유두 혼동 올까봐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모유 저장팩이 자꾸 냉동실로 들어가게 되니까 나중에는 5~6시간에 한 번씩만 유축을 해서 딸아이와 양을 맞추었어요.


간혹 유축을 하지 않으면 젖몸살이나 유선염에 걸릴까봐 젖량이 많은데도 3시간에 한 번씩 유축을 더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젖몸살이나 유선염은 젖이 남아 있어서 걸리는 것이 아니라, 젖의 흐름이 불규칙적이었거나 오랫동안 수유를 안 했거나, 유선이 막혀서 생기는 것이에요.


그러니 아이의 먹는 양에 비해 젖량이 부족하신 분들만 유축을 하시는 것이 좋아요. 지금은 아기가 먹는 양이 충분한데 나중에 모자라면 어떡하냐고요? 앞에서 말씀드렸듯 젖은 비워 내는 양 만큼 또 생기잖아요? 아기가 먹는 양이 늘어나 젖을 오래 계속 빨게 되면 그 자극에 의해 젖량이 자연스럽게 더 늘어난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생각하기에 엄마젖은 '오병이어'의 기적과 비슷해서 아예 없는 듯 보였다가도 아기가 젖을 빨기 시작하면 다시금 샘솟아서 아이의 배를 채우고도 남을 만큼 생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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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이를 낳기 전에 정말 궁금한 것 중 하나가 '모유 수유'에 관한 것이었어요. 큰아이를 18개월 동안 완모하긴 했지만 모유 수유가 수월해지기까지 정말 힘든 일이 많았었거든요. 출산 후 얼마 되지 않아 젖몸살이 시작됐고 유선이 막히고 염증이 생겨서 유선염 세 번이나 걸리기도 했으며 그 중 한 번은 입원까지 할 정도로 심했으니까 말예요.


모르는 사람들은 '까짓 젖몸살 정도야!' 할 수도 있지만 가슴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부풀어 오르고, 믿지 못할 정도로 딱딱해지고, 눈물이 줄줄 흐를 정도로 아픈 것이 젖몸살이랍니다. 돈 아깝게 비싼 가슴 마사지도 많이 받았고 제대로 된 전문가를 찾아 올바른 정보를 듣기 전까진 진짜 힘든 일이 많았었어요.


그 고생을 두 번 다시는 하기 싫어서, 둘째 때는 순조롭게 모유 수유를 할 수 있을지 궁금했었는데, 주위에 속시원한 답을 해 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저와 비슷한 궁금증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으시죠? 그래서 제가 직접 경험해 본 결과(비록 아직 한 달도 안 됐지만)를 말씀드리자면 첫째 아이 때 모유 수유에 성공하셨다면(혼합 수유 포함) 둘째 아이는 훨씬 쉬워요! 만세!!!!




출산 후 초유가 나오는 시기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데요, 자연 분만이나 제왕절개 수술이나 비슷한 것 같아요.보통 아이 낳고 이틀 후부터 가슴이 부풀고 딱딱해지기 시작하고, 삼일 후 정도부터 초유가 나오기 시작해요. 이 때 중요한 것이 유선 뚫기거든요? 이것도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유선이(모유가 나오는 구멍)이 5~7개 정도 되는데 모유가 이 구멍을 통해 잘 배출이 되도록 하는 것이 성공적인 모유 수유의 시작이에요.


당연히 초산일 경우가 경험이 없으니 이 과정에서 애를 먹게 돼 있죠. 갓 태어난 아기도 젖 빠는 요령이 없고, 엄마도 처음이라 하나부터 열 가지가 어색하니 꽤 오랜 시간 끙끙댄 후에야 익숙해져요. 젖 먹이는 자세부터 서툴고 가슴은 예민해서 수유 시간이 조금만 길어도 유두가 헐고 탈이나고, 심하면 피도 나고...... 모유 수유에 어려움을 겪으면 산후 우울감도 더 커지고...... .  


저는 초산부들에게 모유 수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엄마와 아기가 익숙해질 때까지는 혼자서 끙끙대지말고 분유의 도움을 좀 받으라고(전문가의 의견과 정반대죠? 경험해 보니 이론은 그저 이론일 뿐이더라고요.) 말씀드리고 싶어요. 모유 수유에 익숙해지면 준비물 많고 귀찮은 분유 수유 보다 훨씬 더 홀가분하고 쉬운데, 초반에 너무 힘을 빼다 보면 진이 빠져서 모유 수유에 실패하게 되거든요. 


특히 산후조리원에 들어가는 경우에는 조리원비에 분윳값도 포함이 돼 있으니 몸조리하면서 (직접 수유도 물론 해야 되지만) 하루에 몇 번은 간호사에게 분유를 먹여 달라고 부탁하라는 말씀이에요.


그러면서 자신은 유축기와 손으로 유축을 해 가면서 가슴을 모유 수유에 익숙해지게끔 만들고, 아기는 효과적으로 빠는 연습을 한 후 다시금 직접 수유를 해도 되지요. 신생아(생후 30일 이내) 때에는 하루에 몇 번 젖병으로 먹인다고 해서 유두 혼동이 오거나 직접 수유를 거부하는 일은 없습니다. 직접 수유로 아기에게 엄마 젖을 빠는 경험도 매일 갖게 해 줄거니까요.




이제 제 경험을 살린, 둘째 모유 수유에 대해 말씀을 드릴게요. 저도 출산 후 만 이틀 후부터 가슴이 불기 시작했어요. 초유가 나오지는 않으면서 속에서는 계속계속 만들어지는지 (꽥 소리나게는 아니지만) 가슴이 아파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경산부지만 큰아이 젖을 뗀지 1년 정도가 되어서 그런지 유선이 쉽게 뚫리지는 않고 손으로 유축을 하려고 해도 맘처럼 잘 되지 않았답니다.


슬슬 불길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이러다 또, 젖몸살? 유선염?? 끔찍했지요. 유축기 보다 손으로 젖을 짜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가슴 손상도 적기 때문에, 출산 후 만 삼일 째 되는 날부터 손으로 딱딱해진 가슴을 살살 달래가며 짜는데 초유가 방울방울 떨어져 10ml가 겨우 나왔어요. 유선이 뚫리지 않아서 10ml를 짜는데도 참 오래 걸렸답니다. 이 때 저를 도와 줄 가장 중요한 그 분!! 바로 아기 님!!! 유축기 보다, 손 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유선을 뚫어 줄 바로 그 분!!


그러나 2.77kg으로 태어나 곧 2.5kg이 되어 버리신 아기 님은 너무 작아 힘이 없기에 젖을 몇 번 빨다가 지쳐서 이내 잠들어 버리기 일쑤. 아기가 3kg 정도가 될 때까지는 조금 기다려 줘야 했어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신생아실에 달려 있는 수유실을 들락달락했지만 아기는 콜콜 잠만 잤답니다. 어쩌지, 어쩌지?? 고민하며 힘들게 손으로 유축기로 간신이 유축을 하다보니 어느새 퇴원날.


다행히 제가 가기로 한 산후조리원에서는 가슴 마사지를 1회 무료로 해 주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좀 받으면 낫겠지 싶어 가슴 마사지사를 기다렸어요. 서비스로 해 주는 마사지는 삼십 분만 (돈을 지불하면 한 시간) 해 주는 거라 그 시간에 맞게 뭉친 가슴을 풀어주고 손으로 젖을 짜서 젖병에 담아 주는데요, 럴쑤럴쑤 이럴쑤!!! 시간이 짧아서 완전하게 유축을 하지 않았음에도 출산한지 5일 만에 약 120ml의 초유가 나왔어요. (아기가 한 번에 먹는 양은 40ml거든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유선을 뚫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진짜 편하게 손으로 유축기로 젖을 짤 수 있었어요. 아기가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는 하루에 두 세번만 젖을 물리고 (직접 수유를 하더라도 금방 곯아떨어지니 깨워서 젖병으로 또 먹였어요.) 대부분 젖병에 담아 젖병으로 먹였어요. 아기가 더 자랄 때까지 기다려 주자는 것이 제 생각이었고, 매일 직접 수유도 하면서 아기에게 젖 먹는 연습도 병행하게 하면, 아기는 딱딱하고 정감없는 젖병 대신 부드럽고 따뜻한 엄마의 가슴을 더 좋아하게 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제 생각대로 후조리원을 졸업해서 집으로 돌아 온 후 아기는 직접 수유로만 젖을 잘 먹습니다. 가슴도 하나도 뭉치지 않았고 전혀 아프지 않아요. 지금대로라면 둘째 아이도 완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집으로 돌아 온 후, 둘째 아이가 태어난 것을, 또 큰아이가 오빠가 된 것을 축하하는 조촐한 파티를 열었어요. 초는 오빠가 된 다솔이가 껐고 케이크는 둘째 아이 다인이에게 맞게 귀여운 것으로 골랐어요. 모유 수유가 원활하게 되니 산후 우울감도 없고 아이 보기도 한결 쉽습니다. 걱정 마세요. 첫 아이 때 수유에 성공하셨다면(혼합 수유 포함) 둘째 아이 때도 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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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날 시댁에 갔는데 시아버지께서 슬쩍 신문을 내미신다. '모유 먹일 때 도움 되라고...' 하시면서...... . 기세등등하게 '아버님, 저예요! 장장 18개월 동안 분유 한 통 안 사 보고 완모(완전한 모유 수유)한 며느리, 일레드라고욧!' 하는 말이 나오려고 했으나 일단 다소곳이 신문을 받아 놓았다. 신문을 보시다가 며느리에게 도움 되는 정보를 발견하시곤, 며느리 생각해서 살뜰히 챙겨 주신 그 마음을 알기에 말이다. 막상 신문을 받으니 나도 모유 수유에 관한 전문가들의 최신 조언이 궁금해서 내용을 읽어 보기로 했다.


애걔??!! 그런데, 웬걸!
이 전문가 이론만 아는 남자인가? 싶게, 너무 공감되지 않는 말들만 쭈욱 나열해 둔 것 아닌가? 신문에 나온 내용대로 따라하다간 초보 엄마 눈에서 눈물 깨나 빼게 생겼기에, 모유 수유 경력 18개월에 육아 경력 24개월인 똑똑한 엄마 일레드가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모유 수유에 관해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칫! 전문가도 아니면서...하실 수도 있지만 때로는 캐캐묵은 이론 보다는 진귀한 경험담이 더 생생한 도움을 줄 때도 있는 법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일단 한 번 읽어 보시길~!




자연 분만을 한 산모들은 가능한 일이지만 나처럼 제왕절개를 한 산모라면 절대로 불가능 한 것이 바로, 분만 후 30분~1시간 내 젖을 물리는 일이다. 나는 요즘 많이 하는 척추마취로 수술을 했는데 수술 후 하루가 지날 때까지 머리를 들 수 없고(두통이 심하게 올 수 있으므로) 물도 마실 수 없으며, 수술 자국이 잘 아물도록 절개 부위에 묵직한 모래 주머니까지 올려두고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꼼짝 없이 침대에 누워 손만 왔다갔다, 눈만 깜빡깜빡 할 수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아기에게 젖을 물릴 수 있겠는가?


다행히 아기는 태어나서 금방은 먹지 않아도 괜찮기에 제왕절개한 엄마가 힘들게나마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모유 수유를 권장하는 병원에서는 포도당을 젖병에 넣어 먹여 준다. 그러나 여기에도 위험이 있다. 이 대목은 자연 분만을 한 엄마들도 마찬가지인데, 아기를 낳은 후 제대로 젖을 먹일 준비가 되기까지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아기를 쑴풍 낳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젖이 펑펑 나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말이다.


가슴이 돌로 변해 버릴까봐 겁이 날 정도로 딱딱해졌다가, 악 소리가 절로 나는 마사지로 살살 달래 풀어주었다가를 몇 번 반복한 후에야 겨우 초유가 찔끔찔끔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 과정 동안 갓 태어난 아기는 3일 동안 굶어도 괜찮다는 책 속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었다가는 아기를 쫄쫄 굶겨 '황달'에 걸리게 할 것이 뻔하니(다솔이도 모유만 먹이려고 고집하다가 황달 직전까지 갔었음.) '분유'의 도움을 좀 받자.


내가 18개월 동안 분유를 한 번도 안 사고 완모를 했다고는 하지만 나에게도 비밀이 있다. 샘플로 받아 놓은 스틱형 분유와 산후조리원에서 공짜로 먹일 수 있는 분유가 바로 그것! 사실은 나도 가끔씩 필요할 때는 분유의 도움을 받았던 것이다. 몇 번 분유를 먹여 봐도 괜찮다. 정말이다!






모유 수유와 관련된 책에서 하나같이 주장하고 있는 잘못된 말 중 하나가 바로 '젖병'에 관한 것이다. 젖병은 빨기가 쉽고 구멍이 뚫려 있어서 힘들여 빨지 않아도 내용물이 술술 잘 나오기 때문에, 아기들이 한 번 젖병을 빨기 시작하면 젖병 보다 오십 배는 더 빨기 힘든 엄마 젖은 싫어하게 된다는 말인데, 전문가들이 잘 모르는 것이 있다. 갓 태어난 아기들은 엄마의 사랑을 간절히 원하고, 엄마의 냄새, 엄마의 감촉, 엄마의 젖, 엄마, 엄마, 엄마...를 무엇보다도 더 원한다는 것 말이다!


딱딱한 분유병의 가짜 젖꼭지 보다 부드럽고 따뜻한 엄마 젖을 아기들은 본능적으로 더 사랑하게 되어 있다. 몇 번 빨기 쉬운 젖병으로 분유든 모유든 먹어 보았다고 한들, 아기들은 젖병 보다는 엄마 젖을 더 필요로 한다. 이론만 읽은 순진하고 모성애 강한 엄마들은 젖몸살 때문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유두에서 피가 철철 날 때도 오로지 모성애로 버티면서 직접 수유를 하는데 이럴 땐 젖병과 교대를 해도 괜찮다. 아예 젖병으로만 먹이라는 뜻은 아니고 한 번은 직접 수유, 그 다음 번에는 젖병에 유축을 해서 수유를 하시라는 말씀이다.


이제 막 모유 수유를 시작하게 된 엄마의 가슴도,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아기도 모유 수유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아기들이 젖을 빠는 것은 생존과 직결된 본응인 만큼 그 빠는 힘이 상상을 초월하는데, 아들일 경우에는 어찌나 세게 빠는지 엄마 유두가 찢어지고 실핏줄이 터질 정도이다. 다솔이도 빠는 힘이 너무 세서 젖을 먹고 나면 늘 입가가 새빨갰다.(유두에서 피가 날 때도 아기에게 모유를 먹일 수 있다. 어차피 모유가 빨간 색이 빠진 '피'이므로.) 이럴 땐 유축을 하는 것이 모유 수유를 더 오래하는 비법이라고 생각한다. 신생아때는 두 시간 마다 수유를 해야 되는데 끔찍한 고통이 계속되면 아무리 엄마라도 항복하게 될테니 말이다.


아기가 조금 더 자라 조그맣던 입이 더 커지면 아기도 모유 수유에 적응할 시기가 된 것이고 그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라면 엄마의 가슴도 이전 보다는 더 강해졌을 테니 그 때까지만 힘들면 유축과 직접 수유를 교대로 활용해 보자. 모유를 먹일 때는 유두가 아닌 유륜까지 깊게 물려야 되는데 갓 태어난 아기는 입이 작아서 유륜까지 물기 힘들다. 그래서 유두에 상처를 내는 것이다. 아기가 자라서 입이 커지면 수유는 훨씬 더 쉬워진다.






흥! 진짜 말도 안 되는 얘기이다. '모자동실'이라는 말은 출산 후 입원 기간을 의미할 때가 많다. 퇴원 후 집에 오면 당연히 엄마와 아기가 같은 방을 쓸 테니 말이다. 그러니 이론대로 하자면 자연 분만한 엄마의 입원 기간 약 3일, 제왕절개 수술을 한 엄마의 입원 기간 약 5일 동안 엄마는 회복할 겨를도 없이 무조건 아기에게 올인해야 된다는 뜻이된다. 그러면 엄마는? 엄마의 산후조리는??

 
이론 서적을 읽으면 모유 수유에 성공을 하려면 아기가 잠에서 깼을 때, 울기 전에 모유를 먹여야 된다고 나와 있다. 그래서 모자동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모자동실을 한다고 해도 아기가 잠에서 깨자마자 바로 젖을 먹인다는 것이 실제로 가능할까? 엄마가 계속해서 아기만 바라보고 있었다면 가능하겠으나, 출산 후 입원 기간 동안엔 엄마도 쿨쿨쿨 많이 자야 되는데 어떻게 아기가 잠에서 깨 눈을 뜨는 딱 그 시점을 알아 차리겠는가 말이다.


일단 엄마가 몸을 추스려야 건강한 몸으로 아기를 잘 돌볼 수 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과 산후조리원에서(혹은 집에서) 몸을 회복할 때에는 아기도 중요하지만 엄마 역시 중요한 시기에 있으니 잘 먹고 잘 자는 데에도 집중을 하자. '출산 후 백일을 어떻게 보내는 가'가 남은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말이다. 산후조리를 잘 못해서 찬 바람이 불면 여기저기 안 아픈데가 없이 쑤신다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어 봤다. 아기도 엄마의 산후조리 기간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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