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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생후 9개월이 되어,
엄청 빠른 속도로 배밀이 하기, 자기가 원하는 곳은 어디든 앙금앙금 네 발로 기어 다니기,
적당한 곳에 자리자고 앉아 그 주변을 초토화시키기,
저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은 잡고 서서 끌어 내리기......
등등이 가능해진 다인 양이에요.
추가입니다. 말썽꾸러기 어지럽힘쟁이, 1인분 더 추가요. 이로써 저희 집에 청소 및 정리하는 사람은 저 하나, 아무렇게나 벗고 흐트리고 쌓아 놓는 사람은 셋(!!)으로 늘었네요.


분명히 아침에 깨끗해진 집을 보고 뿌듯해했는데, 오후가 되면 순식간에 초토화되는 집. 정말 허무해요.




이 둘이 마음이 맞아, 합심해서 어지럽히기 시작하면 정말 혼이 쏙 빠질 지경인데요,
그럴 땐 그냥 두고 한꺼번에 치우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따라다니면서 치우다간 지쳐 쓰러지고 스트레스지수가 하늘을 찌르게 될 듯...... .




각자의 영역에서 따로따로 어지럽히기를 시작하는 다솔 다인. 다솔이는 주로 장난감 바구니에서 장난감을 하나씩 다 꺼내기, 책장에서 책 꺼내 사방으로 던지기를 좋아하고요, 다인이는 서랍 열어 그 속 물건 꺼내기, 기저귀 휴지를 널리널리 퍼뜨리기를 좋아하는데, 다인이도 요새 슬슬 책장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어요. 책 꽂이 속 책들을 밑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아이들에겐 정말 재미있는 일인가봐요?  




휴지는 눈에 보일 때마다 치우고, 사용하고 나서 바로 치워야지 안 그럼 큰일나요.
다인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휴지인듯, 휴지만 보이면 전 속력으로 달려 와서 낚아 채 휘리릭 푼 다음에 입 속으로 쏙 우물우물 입 한 가득 휴지를 씹고 있거든요.




잡고 서는대도 이제는 도사가 되어서 높은 곳에 물건을 치워봐도 무용지물,



이제 곧 걷기 시작하면 또 얼마나 말괄량이 짓을 할 지 기대가 되는데요?
다솔이는 10개월 때 걷기 시작했는데, 지금 다인이는 9개월, 다솔이보다 운동신경이 살짝 둔하니 좀 늦는다고 해도 다인 양이 아장아장 걸어 다니며 어지럽히기 시작 할 날도 머지 않았네요.

 



각자 자기의 영역에서 어지럽히기 놀이가 살짝 지겨워지면 둘이 함께 노는 듯 하다가, 꼭 한 명이 야단을 맞는 상황으로 발전을 하게 되는데요,




다인이를 뒤에서 껴 안고 깔깔거리며 웃던 다솔군은 바지를 벗기기고 던지며 난리가 납니다.

 



식사를 마친 후 밥상 정리를 할 때에도 이 둘을 계속 바라보면서 혹 다치지는 않은지, 식탁 위에 남아 있는 것들을 떨어뜨리지는 않은지 살펴 봐야 해요.


한참 깔깔거리며 웃던 다솔이, 다인이를 먹이고 씻기고 옷까지 갈아 입힌 후, 저는 집 정리를 살살 시작합니다. 이 때는 텔레비전으로 만화를 틀어 주기도 하고 스마트폰, 아이패드 등을 가지고 놀도록 해요. 집 정리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좀 쉬고 있는데, 어느 순간 집이 너무너무 조용해졌어요.




무슨 일인가 싶어 봤더니, 다인 양이?????




엉금엉금 기어서 텔레비전 쪽으로 가다가 잠들어 버렸더라고요. 얼마나 저 자세로 잤는지는 저도 몰라요.




다솔이도 잠이 들어서 아이들 방에다 같이 눕혀 두었는데,
다솔, 다인이 중간에 확실히 보호막을 쳐 줘야겠네요. 아이들 둘이 잠들면 저희집에도 고요한 평화가 찾아 온답니다. 아이들이 있어서 더 행복하지만 가끔은 아이들이 잠들 때가 더 좋을 때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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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밤 중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9시가 거의 다 된 시각.
저는 마음이 좀 급해졌습니다.
그동안 자유방임체제로 살아 왔던 다솔이는
낮잠을 오래오래 자고 새벽까지 놀다가
아침에는 10시가 넘어서야 '엄마'하며 일어나거든요.


오늘은 다솔이가 어린이집으로 첫 등원을 해야 하는 날.
봄학기 문화센터 수업을 마치고
다음 학기엔 어떤 수업을 들을까 생각을 좀 하다가
충동적으로 아파트 단지에 있는 어린지집에 전화를 한 번 돌려 봤어요.


어머낫!
그런데 마침 한 어린이집에 자리가 하나 비는 겁니다.
다니던 아이가 이민을 가게 되었다고 했어요.
두근두근....쿵쾅쿵쾅
별 기대 없이 전화를 걸었던 터라 떨리더라고요.


상담 후 결국 보내자고 결심하고,
드디어 오늘 다솔이는 어린이집에 가야 하지요.




이 주 동안에는 아침 10시에 가서 12시에 돌아오는
2시간 짜리 적응 훈련을 거치기로 했습니다.


아침을 먹여서 보내려고 다솔이를 깨우는데,
절대 꿈쩍하지 않네요.
오히려 다인이가 일어나 버렸어요.




겨우겨우 달래서 아빠가 출근할 때 같이 나가도록 했습니다.
12시에는 제가 데리러 가고요.
어린이집에 가게 될 거라고 미리 설명은 해 주었지만
다솔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어린이집을 알 리가 없겠죠.





나중에 아빠에게 들으니
마트에 빼빼로 사러 가는 줄 알았다네요.





다솔이를 보내 놓고
너무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안 그래도 수줍음이 많은 아이인데,
낯선 곳에서 어떻게 있을지
무서워 하지는 않을지, 엄마아빠가 보고 싶지는 않을지......




다솔아~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놀다가 오렴~~






결국 울었어요.
싫다고...싫다고....가기 싫다고...... .
 
 


여기야...
잘 다녀와.
12시에 데리러 갈게.




떨리는 마음,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12시에 다솔이를 데리러 갔어요.
그런데 다솔이가 웃으며 양손에 자동차 하나씩을 가지고 나옵니다.


다솔이가 좋아하는 자동차가 많이 있었던 모양이에요.
원래는 어린이집의 장난감을 집으로 가지고 가면 안 되는데
선생님들이 배려를 해 주셔서





다솔이는 어린이집에 첫 등원을 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꼭 자동차를 두 개씩 가지고 왔다가 가져 가고 있어요.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첫 번째 주에는
아침마다 가기 싫다고 울더니,
둘째 주에는 조금 밍기적 거리다가,
셋째 주에는 하하호호 노래 하면서 갑니다.


셋째 주부터는 어린이집에서 밥도 먹고요,
한 시간 더 늘려서 10시에 가서 1시에 돌아 와요.


적응을 못할까봐 걱정 했었는데,
역시나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전문가라 다 알아서 잘 해 주시더라고요.

 


 
이제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밥도 먹고 한참을 놀다가 어린이집에 가는데요,
다녀 와서 바로 낮잠을 자게 되니
생활 패턴도 좋아지고 저도 한결 수월해진 것 같아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걱정이 많으신 어머님들!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생각보다 아이들은 훨씬 더 적응을 잘한답니다.
아이가 너무 의젓해서 놀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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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쓰는 엄마, 아빠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얘기.
아이들이 안경에 너무나 관심을 갖고
호시탐탐 빼앗을 궁리를 하잖아요?


벗어 놓은 안경을 몰래 가지고 놀다가 망가뜨리기도 하고,
너무 자주 부러뜨리니
값비싼 안경은 엄두도 못내고
싸면서도 질 좋은 것을 찾아 눈을 부릅떠야 되고...... .




작년 1월,
20만원이 넘는 안경을 다솔이가 부러뜨린 후
제가 매의 눈으로 골라 준
3만원 짜리 (안경테만) 남편 안경.


안경 값을 모르는 분들은 꽤 비싼 브랜드의 것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저도 몰랐는데,
안경 색이 두 가지로 나는 안경이 비싼 거라면서요?
3만원 주고 정말 잘 샀던 것 같아요.


그 후 1년이 지나 역시나 다솔 군의 활약으로
여기저기 흠집이 나
다솔 아빠는 새로 안경을 해야할 때가 되었어요.





이번에도 안경점 아저씨가 권해 주시는 40만원짜리, 20만원짜리 안경테 보다
훨~씬 더 좋아 보이는 3만원짜리 안경을 제가 발견을 했답니다!
눈이 보배예요. 후후훗~


쓰던 안경은 다솔이에게 물려 줬는데,
알이 없는 안경이에요.


사진 찍으려고 '눈 떠!' 하자,
반대로 눈을 감는 다솔이.
'뜬다'는 말을 모르는 것일까요?
반대로 하고 싶은 것일까요?



 
다솔이는 아빠가 쓰던 안경을 물려 받고
엄청 신나있습니다.
다솔 아빠도 눈이 많이 나쁘고
저도 라식 수술 후 광명을 되찾았기에 아이들 눈 건강에 유의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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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왔어요.
사실 별로 많이 쌓이진 않고 금세 녹아 버렸지만
눈이 갑자기 확~ 내려 아파트 단지가 새하얗게 보였을 때 
다솔이에게 눈 구경을 시켜 주려고
내복에, 모자에, 마스크에, 장갑까지 완전무장을 시킨 후
다솔 아빠가 아이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왔어요.


28개월 된 다솔이에겐 첫 번째 눈이나 다름 없어요.
작년 겨울에도 눈이 왔지만 그 땐 겨우 돌이 지났을 때여서
너무 어린 다솔이와 눈구경, 눈사람 만들기를 하기가 마땅치 않았거든요.


직접 만지고, 맞아보게(?) 한 후
다솔이가 비를 배웠듯
이번에 내린 눈도 직접 만지고 느끼게 해 주고 싶었어요.



 


모자를 잘 쓰지 않으려는 다솔 군,
춥긴 춥나 봅니다.
모자와 마스크를 얌전히 쓰고 있었더라고요.


아빠가 사 준 장갑이 눈 온 날 빛을 발하네요.





아빠와 함께 처음으로 만든 꼬마 눈사람
눈사람을 저에게 보여 주려고 집에까지 가지고 왔어요.
기념비적인 이 사진은 할머니 할아버지께도 전송이 되었죠.
(아, 모든 사진은 휴대전화로 찍어서 화질이 좋지 않아요.)



 

 
아빠와 다정하게 셀카를 찍고
삼십 분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 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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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1일은 사랑스러운 다솔 군의 두 번째 생일이었어요.
이로써 다솔이가 24개월 두 돌을 맞게 되었네요.
어린이집에 일찍 다니는 아이들은 친구들을 초대해서 근사하게 생일 잔치도 연다던데,
다솔이는 불행(??)하게도 추석 명절에 생일을 맞게 돼
다 차려 놓은 명절 밥상에 미역국 하나만 더 끓여서 약간은 억울한 생일 잔치를 하게 됐답니다.
임신 중인 엄마는 몸이 무겁다는 핑계로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백일 상에 이어 두 돌 생일 상도 외할머니께서 고생해 주셨어요. 으흐흐흐...... .


제 생일 미역국인줄 아는지 평소에는 밥을 잘 안 먹던 다솔이가
아예 손으로 미역을 건져, 미역국에 밥 한 그릇을 뚝딱 해 치우더라고요.
불고기며 다른 명절 음식도 많았지만 다솔이는 국이랑 밥만 꿀떡.


밥상을 물린 다음에 떡과 과일로 조촐하게 생일 상을 차려
다솔이를 축복해 주었답니다.
케이크 보다는 떡이 몸에도 좋고, 추석이라 떡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내년 생일엔 케이크 먹자~




생일날 입히려고 아껴 두었던,
다솔 아빠가 캐나다 여행갔다가 가져 온 새 옷도 입히고
(밥 먹을 땐 분명히 더럽힐 것 같아서 밥상을 물리고 갈아 입혔어요.)
본격적인 생일 잔치가 시작되었어요.


크흐흐흐~
케이크가 없으니 생일 초도 집에 있던 양초로 대신했어요.
큼지막한 양초 두 개가 다솔이의 생일 상을 빛내주고 있습니다.
(떡도 종류가 더 있었으나 몇 가지는 낮에 미리 다 집어 먹고, 지금 생각해 보니 좀 미안하긴 하네요.)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주니 손뼉을 치며 좋아했어요.
다솔아 사랑해!
생일 축하한다.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자라주렴!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다솔이~~~ 생일 축하합니다~




우리 다솔이가 벌써 두 돌, 세 살이 되었다니 정말 뭉클하네요.
이제 제법 말도 잘 하고,
뭘 가르쳐 주면 보람도 느끼게 해 주고,
의사 표현도 (특히 싫다는) 분명히 할 줄 아는 다솔이.
앞으로 또 어떤 모습으로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해 줄 지 기대가 됩니다.
다솔이에게 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저도 늘 노력하겠습니다.
다솔이의 두 번째 생일을 축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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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꼴로 있는 산부인과 정기 점진을 마치고 같이 갔던 남편, 아이와 함께 점심을 먹고 집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벌써 임신 19주. 몸이 무거워졌기 때문인지 어느새 여름이 절정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인지 '덥다'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6월이었다. 마침 근처에 냉면 가게가 있어 매콤시원한 냉면 한 그릇을 후루룩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에 들어가서 주문을 하고, 이윽고 음식이 나왔다.

회냉면 한 그릇과 뜨끈한 갈비탕 한 그릇. 남편이 후룩후룩 냉면을 먹는 동안 나는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밥을 만 갈비탕을 식혀 아이를 먼저 먹인다. 20개월 된 아이에게 매콤한 비빔냉면을 먹일 수는 없고 그렇다고 아이 몫의 음식을 따로 시키기도 애매하니 식당으로 들어오면서 나는 뜨뜻한 갈비탕을 먹기로 마음을 돌렸었다. 잠시 식당 분위기를 파악하느라 얌전했던 아이가 드디어 식당을 '접수'하기 시작한 지라 남편과 나는 둘다 마음이 급했다.


결국 뽀로로 님의 은혜로우신 도움을 받아 간신히 아이에게 밥 반공기를 먹이고 슬쩍 남편 쪽을 보니 남편의 냉면 그릇이 얼추 다 비워졌다. 남편과 나의 눈이 마주친 순간, 우리는 호흡이 잘 맞는 육상 선수들처럼 투명한 바통을 착착 터치하고, 서로의 역할을 바꾸었다. 아이가 남편의 손으로 넘겨진 순간부터 내 식사가 시작된다.

갈비탕 국물을 후루룩 마시고(떠 먹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먹이고 남긴 밥을 싹싹 비우고, 반찬 그릇의 반찬도 싹싹 비우고, 갈비탕 그릇을 그릇 받침대에 척 기울여 놓고 마지막 국물 한 방울까지 싹싹 먹는데 채 십 분이 안 걸린 것 같다. 나는 아직 입 속에 음식들을 우물거리며 남편과 함께 얼른 식당을 빠져 나왔다.




남편의 식사가 끝난 후에 내 식사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개구쟁이를 돌보는 남편의 입장에서는 내 식사 시간이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것도 신경이 쓰였고, 또 밥 상 밑으로 기어 다니며 숟가락통이며 휴지통을 뒤집고 물병을 쏟기 시작한 아이를 보는 것도 힘들었다. 그래서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닌 배를 채우는 수준의 식사를 하게 된 것이다. 아기 식탁 없이 아이와 함께 외식을 하며 편안하게 밥 먹기를 기대하는 것부터가 잘못된 일인지도...... .

엄마가 된 이후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우아함'에 관해서이다. 나도 우아하게 밥 좀 먹고 싶어. 나도 우아하게 차려 입고 외출을 하고 싶어. 나도 우아하게 커피 한 잔 마시며 책 한 권 읽고 싶어, 우아하게, 우아하게, 우아하게...... . 결혼 전에는, 아이를 낳기 전에는 별로 써 본 적 없었던 '우아함'이라는 말을 이렇게까지 많이 쓰게 된 까닭은 우리 엄마들이 아이를 낳고 나서 급격하게 변한 자신의 상태가 문득문득 안쓰럽기 때문이 아닐까?

출산 전에는 화려한 옷들도 잘만 입던 친한 언니가 아이를 낳고 나서는 무조건 싸고 무조건 편한 옷들만 집어 드는 것을 보고 안쓰럽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또 예전에는 유행하는 화장법을 가장 먼저 선보였던 친구 A양도 아이를 낳고부터는 아이를 치장하는 데에만 신경을 쓸 뿐 정작 자신은 푸석한 얼굴로 나타나 안쓰러웠는데...... .

전에 한 번은 '우아함'을 부르짖는 엄마들끼리 모여 언제까지 우리의 '지지리 궁상'은 계속되어야 할 지에 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아이들이 네 살쯤 되면 엄마들도 우아함을 되찾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야기가 무척이나 희망적으로 흘러가던 순간,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 모 엄마의 한 마디, 둘째는?!!!




아이가 다 클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우리 스스로 가능한한 우아해 지도록 노력하자며 급하게 이야기를 마무리 했었다. 얼마 전 가족 여행 준비를 하며 실로 오랫만에 (결혼식 이후 처음) 손톱 가게에 가서 손톱 매니큐어를 받았다. 뭉뚝하고 못생긴 손톱이 전문가의 손길을 받자 꽤 예쁘게 변신을 했다. 마음에 들어 계속 손톱을 쳐다보며 감탄을 하고 있는데, 20개월 짜리 아들 녀석이 제 눈에도 신기한지 내 손을 잡고 한참동안 바라 본다.

엄마 예쁘지? 하는데 아이가 어디론지 후다닥 뛰어 갔다 오더니 슬쩍 내미는 것이, '휴지'다. 무언가 지저분한 것을 봤을 때 내는 감탄사인 '이~~~' 소리까지 내면서.

상황이 어찌나 우스웠는지 아이와 함께 배가 아프도록 깔깔깔 한바탕 웃었다. 나는 엄마가 되면서 '우아함'은 잃었을지 몰라도 아이를 통해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을 얻었다. 아이가 자라면서 나에게 주는 행복 선물 하나하나가 매우 크기에 그깟 우아쯤은 잠시 잃어 버려도 괜찮지 싶다. 글솜씨가 없어서 이 글도 매우 우울하게 읽혀졌을게 뻔 하지만 말이다.(저,,, 발랄함은 어디서 배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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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해가 떴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 고개를 까딱까딱 손바닥을 빙글빙글.

알람 시계 대신 다솔이가 응애하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면, 다솔이에게 젖을 먹이는 것과 최대한 유치한 율동과 함께 동요를 부르는 것으로 내 아침은 시작된다. 역시 사람은 못할 것이 없는 게 잠꾸러기였던 내가 이제는 아침형 인간으로 변했다. 어느 날은 정말 달고 개운하게 잠을 자고 일어나서 시계를 봤더니 겨우 네 시간 남짓 잔 것이었다. 고 3때도 일곱 시간 이상씩 꼬박꼬박, 수업 중에도 깜빡깜빡 잠을 잤었는데..... . 내가 생각해도 정말 대견할 따름이다.

이제 곧 백일을 맞는 다솔이는 점점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으며 특히나 아침에 젖을 먹고 나서는 '엄마, 놀아줘'하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 보기 시작했다. 신생아였을 땐 잠을 재울 때만 노래를 불러줬기에 잔잔하고 고요한 노래만 선곡했었는데 지금은 재미있고 쾌활한 동요가 필요한 시기가 된 것이다.


기억의 물꼬를 트니 내가 아는 동요도 꽤 많았다. 다솔이 앞에서 동요제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갸웃갸웃 하면서 노래를 불러주면 다솔이는 좋아서 방긋방긋 웃고, 그러면 나는 더 신나서 다음 곡을 생각해 내곤 한다. 아침 체조 겸 다솔이의 손가락 발가락을 자극하는 율동과 함께 동요를 불러주면서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엄마라고 스스로 자부하니 하루를 시작하는 내 기분도 더이상 좋을 수 없다.

그런데 우연히 '신데렐라' 노래를 듣다가 가사가 조금 달라진 것을 알았다. 딱 한 단어가 바뀌었는데 누가 바꾸었는지 박수를 쳐 주고 싶을 정도로 참 적절했다. 내가 어릴 때 부르던 신데렐라 노래는,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로 시작을 했다. 신데렐라를 구박하는 나쁜 사람은 계모와 언니들, 계모는 새엄마, 새엄마는 나쁜 사람.

이러 저러한 집안 사정으로 인해 새엄마를 맞이할 수도 있고 새롭게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갈 수도 있는데 노랫말과 옛날 이야기 속에 나오는 새엄마는 한결같이 무시무시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새엄마를 둔 아이들은 신데렐라 노래를 신나게 부를 수 없었을 것이다. 새로 바뀐 노래 속에는 '계모' 대신 '엄마'로 돼 있다. 요즘처럼 이혼율이 높고 자연스레 재혼율도 높은 시대에 딱 알맞게 바뀌었다.



한편 듣다가 바뀐 가사 때문에 피식 웃음이 나왔던 동요도 있다. 송혜교의 귀여운 율동과 함께 다른 나라에까지 유행이 됐던 '곰세마리'가 그것인데, '아빠 곰, 엄마 곰, 아기 곰'을 '아버지 곰, 어머니 곰, 아기 곰'으로 바꾸어 놓았다. 아이들에게 아버지, 어머니를 가르치기 위함이었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노래는 한결 칙칙했다.

나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귀엽고 재미있는 동요, 듣기 좋고 내용 좋은 동요를 많이 가르쳐 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아이들이 나이에 맞지 않는 가사를 읊조리며 섹시 웨이브 춤을 추기 보다 예쁜 율동과 함께 율동을 더 많이 불렀으면 좋겠다. 우리 다솔이를 그렇게 키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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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됨과 동시에 여기 저기에서 청첩장이 쏟아지더니 5월이 되니까 아예 들이 붓기 시작했다. 다들 친한 사람들이기에 축하를 해 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꺼번에 여러 장의 청첩장이 손에 들어오니 머릿속에는 한가지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 '축,의,금' 늘 고놈의 돈이 문제다. 가장 기쁘게 축하해 주어야 할 날에 돈 걱정이 왠말이냐 말이다. 그래도 5월의 신부가 가장 아름답다는 망언을 한 사람을 찾아내어 따지듯 묻고 싶다. 신부는 다 예쁘지 왜 유독 5월이냐고 말이다. 이왕 이렇게 된 것, 5월을 몸 보신의 달로 지정하고 매주 한 차례 이상의 뷔폐음식을 아주 즐겁게 먹어 주기로 했다.(5월을 축하의 달로 지정하지 못한 나는 역시 속물!)

어제도 결혼식장에 다녀 왔는데 특이하게도 이 결혼식에는 들러리가 있었다. 신부가 입장하기 전에 귀엽게 정장을 차려 입은 앙증맞은 꼬마들이 먼저 등장해서 신부가 사뿐히 즈려밟을 꽃길을 만들어 주었다. 결혼식이 무엇인지, 자기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신랑 신부의 미니어쳐 같았던 두 꼬마 아이들은 꽃을 뿌리면서 자기들끼리 신이 났다. 연신 헤헤거리면서 결혼식장을 한결 밝게 만들어 주었던 꼬마 아이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7살짜리 사내 아이가 신부의 조카라고 했다. 은근히 길게 느껴졌던 주례사가 끝나고 덩달아 눈시울을 적셨던 부모님을 향한 인사도 끝났다. 신부 측에 서서 배시시 웃으며 사진 촬영까지 끝내니 이제 본격적인 식사시간(??).

이 때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식당으로 향해서 결혼식의 어느 순서보다도 더 엄숙한 자세로 음식을 뜨고 있는데, 어디선가 찢어지는 듯한 아이의 울음 소리가 들려 온다. 그냥 우는 정도가 아니라 숨이 넘어가는 정도였기에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렇게 중요한 순간 내 경건한 식사 의식을 방해하는 자가 누구인지 보기 위해 나는 식당 내부를 천천히 살피기 시작했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엄마에게 잡힌 팔과 다리를 버둥거리면서 온몸으로 울고 있는 아이가 이내 눈에 들어왔다. 더웠던지 정장 자켓은 벗겨지고 없었지만 아까 들러리를 섰던 그 남자 아이가 틀림없었다. 그렇게도 해맑게 웃더니만 뭐가 맘에 안 들어서 온 식당을 소란스럽게 만드는지 내 신경이 온통 그 쪽으로 쏠렸다.

그럼에도 음식을 한가득 먹음직스럽게 담아 와서 자리에 앉는데, 같이 갔던 동료가 한 마디 한다. '정말 웃기지 않니? 아까 울던 남자애 말야. 같이 들러리 했던 여자애하고 사귀는 사이인데 여자애가 먼저 집에 간다고 그렇게도 서럽게 울었단다. 듣자하니 걔네 엄마들끼리 벌써부터 사돈 맺자고 약속까지 하고 유치원에서도 다른 애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둘이서만 논다네' 일곱살 짜리 꼬마가 밥을 마다하고 사랑 때문에 그토록 서럽게 울었다니, 문득 그득한 내 뷔폐 접시가 부끄러워졌다.

요즘에는 아이들이 참 빨리도 성숙해서 유치원에만 들어가도 사귀는 사람이 있고 초등학생들은 자기의 여자친구에게 반지며 각종 선물들을 기념일마다 사 준단다. 요즘 신세대 엄마들은 자녀들의 이성 교제에 관대해서 어린 자식들이 그들의 이성친구와 어떻게 지내는지 늘 궁금해 하고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분위기란다. 이미 짝이 맺어진 아이들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놀 때도 자신의 상대와 놀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두루두루 친구를 사귈 기회를 놓치게 된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면서도 남자 친구의 'ㄴ'도 겪어보지 못한 나와는 정말 세대 차이가 나는 아이들인 것이다.

그런데 아동전문가들은 아이들이 너무 일찍부터 이성 교제를 시작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 내가 생각해도 아이들은 동성끼리의 우정을 먼저 쌓으면서 사회성을 길러야 하고 다양한 또래 아이들과 교류하면서 자라야 할 시기가 있는데, 이성 교제를 하느라 그 기간을 놓치는 것이 좋은 현상은 아닌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똑소리가 나서 애인지 어른인지 구분이 안 가는 경우도 있다. 나는 너무 똑똑한 아이들에겐 왠지 거부감마저 드는데, 아이는 아이다운 것이 더 예뻐보이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에서 어른처럼 섹시 댄스를 추거나 트로트를 구성지게 부르는 아이들이 거북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내가 그 아이들의 엄마가 아니기에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다른 아이들보다 다소 모자란 듯 보여도 순수하고 아이답게 길러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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