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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게 결혼에 대한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준다며 많은 어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MBC '우리 결혼했어요' 그러나 다양한 커플들의 사실적인 결혼 생활을 묘사하면서 회가 거듭될 수록 점점 더 많은 팬 층을 확보하고 있어서 '일밤'의 간판이 돼 버린지도 오래다.

지난 주 '우리 결혼했어요'를 본 많은 시청자와 연예계 언론들은 한층 더 솔직해진 앤디&솔비 커플에 주목했다. 반지 사건 이후 다소 서먹해졌던 둘 사이가 솔비의 진심어린 사과로 다시 애틋해졌고 이러 저러한 사건과 갈등을 겪으면서 그 둘 사이가 더욱 더 깊어진 듯 보이는 내용이 방송됐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앤디를 향하는 솔비의 솔직한(?)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앤디에 대한 마음이 커지면 커질 수록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점점 더 두려워진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솔비를 가여워했다.
그런데,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솔비의 눈물,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듯 '우리 결혼했어요'는 스타들의 실제 결혼 생활을 다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아니다. 엄연히 작가가 있고 그 상황을 연출하는 피디가 있으며 그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모든 연예인들은 사전에 아이디어 회의를 거쳐서 자신의 역할에 따라 프로그램에 임하게 된다. 대사 하나 하나까지 작가가 써 주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그 날의 상황 설정과 자신에게 주어진 캐릭터에 맞게 연기를 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 쉽게 그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수년 전 경악스러운 반전으로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끔 했던 짐캐리 주연의 영화 '트루먼 쇼'를 기억하는가? 그 영화 속 트루먼이라는 남자 주인공은 자신만 모른채 24시간 동안의 사생활이 드라마처럼 전국에 생중계된고 시청자들은 드라마 보듯 그 남자의 삶을 지켜본다. 결국 그는 한낱 세트장에 불과했던 자신의 생활 터전을 스스로 부수고 나오게 되지만 그 인생의 덧없음은 씁쓸함만 남길 뿐이었다. 그런데 '우리 결혼했어요'는 '트루먼 쇼'와는 다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연기자들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뿐인 것이다. 나는 '우리 결혼했어요'를 보는 많은 시청자들이 연출된 거짓(?) 생활을 '트루먼 쇼'의 실제 생활과 혼동할까봐 걱정된다.
지난 주 솔비는 기자 회견장에서 울면서 인터뷰했던 게 아니다. 앤디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 것도, 그 마음이 커질까봐 두렵다고 말한 것도 사실은 그 프로그램의 한 장면일 뿐이었다는 말이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대본을 쓴 작가도, 사실 처럼 연출하고 있는 연출자와 가장 큰 공헌을 세운 솔비도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트루먼 쇼'에서는 배우 역을 했던 트루먼이 속았다면, '우리 결혼했어요'는 그것이 거짓말인지 뻔히 아는 우리가 스스로 속고 있는 것이다. 어느 네티즌의 말처럼, 우리는 시트콤 보듯 즐기며 '우리 결혼했어요'를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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