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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다섯 시, 하와이로 여행 간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침형 인간과는 거리가 먼 저로서는 아무리 오매불망 그리는 남편의 전화라 하더라도 상냥하게 전화를 받기가 힘든 시간이지요. 그러나 쇼핑센터에서 저를 위한 선물을 고르는 중이라는 남편의 한 마디에, 심봉사가 청이를 만나듯 눈이 번쩍! 한순간에 온 몸에 기운이 펄펄펄 샘솟았습니다. 이런, 속물...... .




남편이 간 쇼핑몰은 하와이에서도 유명한 와이켈레 아울렛이었어요. 하와이에 여행 간 한국인이라면 90% 이상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지요. 특히나 코치(COACH)가 무척이나 저렴해서 많이 사는 사람들은 코치 가방을 열 개 이상씩 사 오기도 한다고 해요. 그 동안 변변한 가방이 없어서 벼르고 있던 차에 남편이 선물로 가방을 사 주겠다니 아무리 잠꾸러기인들 그깟 잠이 대수겠어요?


우리는 전화로 코치 매장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좀 나눈 뒤, 사진을 전송할 수 있는 카카오톡으로 채팅을 하면서 가방을 고르기로 의견을 모았어요. 하와이는 한국보다 다섯 시간이 빠르니, 남편이 코치 매장에 도착한 시각은 현지 시각으로 오전 10시였는데, 중국과 일본의 아줌마 손님들이 파도처럼 밀려 와서 얼른 고르지 않으면 물건을 살 수 없을 지경이었다고 해요.




대략적으로 한국에서 사는 것의 절반, 잘만 고르면 1/3 가격으로도 질 좋은 가방을 살 수 있기에 패션에 관심이 있는 여성 관광객들은 절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지요. 특히 하와이로 신혼 여행을 떠난 새내기 부부들은 양가 어르신들이나 친지들의 선물로도 코치 가방을 많이들 사 오는데, 어르신들이 하와이 현지 가격을 잘 모르시니까 생색내기용 선물로도 무척 좋은 것 같아요.




이야~ 남편이 찍어온 사진을 보니, 카카오톡으로 보던 작은 사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매장이 넓고 예쁜 가방도 더 많이 눈에 띄네요. 아궁, 직접 가서 이것저것 들어 보고 골랐어야 되는데...... 이 다음엔 꼭 직접 가서 싹쓸이를 해 오고 말겠어요!




기본적인 것들도 예쁘고,




알록이 달록이들도 정말 예쁘네요. 맘 같아선 색깔별, 소재별로 하나씩 다 사 오고 싶지만 싸다고 욕심부리다가 패가망신할 수 있으니 신중하게 골라야 해요. 남편이 구역을 나누어서 카카오톡으로 15장의 사진을 보내 주었고 저는 그 중에서 고르고 또 골라, 눈물을 머금고 두 개를 선택했어요.




꺄오~ 제가 선택한 가방이 저기 보이네요. 과연 저는 저렇게 많은 가방들 중에서 어떤 것을 골랐을까요? 아마 직접 가서 들어 보고 샀으면 결과가 좀 달라졌을 수도 있는데, 저를 위해 귀찮음을 무릅쓰고 일일이 사진을 찍어 보내고 설명까지 해 준 다솔 아빠! 고마워! 사...탕 사줄게.



한국에서도 코치 가방을 꽤 많이 할인해서 팔던데요, 마침 저희 집 근처에 아울렛 매장이 있어서 가 봤더니 거기도 최대 70% 이상 할인 된 가격으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어요. 제가 고른 가방과 완전히 동일한 것은 없었지만 엇비슷한 것이 있어서 가격표를 봤는데, 꺄오~! 절반 가격에 샀더라고요. 이럴 때 만세가 절로 나오지요.




제 가방을 두 개 산 남편이 다음으로 간 곳은 역시나 폴로 매장이에요. 이번에는 아이들(?)의 옷가지를 사러 간 것이지요. 한국에서 폴로 옷을, 그것도 아이들 옷을 사려면 손이 떨려서 못 사잖아요? 손바닥 만한 것들이 어찌나 비싼지 말예요. 솔직히 하와이에서도 폴로가 싸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한국에서 사는 것 보다 50% 이상 저렴하게 살 수 있어요.


다솔이 옷은 그리 신경을 써서 사지 않았었는데, 둘째는 왠지 모르게 예쁘게 키우고 싶은 욕심히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아직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한 딸아이의 선물을 먼저 고르고(우리는 이미 둘 다 딸바보) 안 사줄까 하다가 미안한 마음에 뒤늦게 다솔이의 선물도 골랐답니다.


 


폴로 매장도 무척 크고 넓어요. 카카오톡으로는 아이들 옷들만 봤었는데, 실제 매장에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크기의 옷들이 구비되어 있네요. 사계절 옷들이 모두 있고요. 저는 폴로가 잘 어울리지 않는데(마네킹 처럼 키 크고 늘씬한 사람들에게 잘 어울리더라고요.) 남편은 폴로가 잘 맞아서, 셔츠 하나, 바지 하나 골라 왔더라고요.

 




우리 둘째는 아직 뱃속에 있기에 어떤 사이즈를 골라야 할 지 정말 난감했어요. 한국과 치수를 표기하는 방법도 다르고, 실물을 볼 수가 없어서 좀 답답했지요. 꽤 고민을 하다가 작은 것 보다는 큰 것이 낫겠다 싶어서 넉넉한 크기로 몇 벌 골랐는데요, 고르다 보니 작은 사이즈는 남아 있는 것들이 별로 없어서 안타까웠어요.


아울렛이라 그렇겠지요? 결국 원했던 디자인으로 골랐다기 보다는 사이즈가 있는 옷으로 몇 벌 골라서 살 수밖에 없었답니다. 예쁜 것들은 정말 많았는데 아쉬워요.




가방과 딸아이 옷을 고르는데 너무 힘을 쏟았던 탓에(시간이 진짜 많이 흘렀고 너무 집중을 했던 까닭에 어지러울 지경이었어요.) 첫째 아이 다솔 군의 옷들은 남편에게 알아서 사 오라고 했는데 막상 가방을 열어 보니 다솔이의 선물이 가장 많았답니다.


처음엔 안 사주려고 했었는데 미안한 마음에 이것저것 넣었나? 다솔이의 옷들도 여유 있게 큰 사이즈로 사 와서 대부분 좀 뒀다가 입혀야 될 것 같아요.



남편이 피팅룸에서 재미있는 사진을 찍어 왔네요. 네 장의 사진 중 어떤 옷이 가장 잘 어울리나요? 제가 봐도 참 잘 골랐다 싶게 아주 예쁜 옷을 사 왔더라고요. 남편이 고른 옷은 오른쪽 아래의 흰 셔츠와 빨간 바지랍니다. 실제로 보면 더 잘 어울리고 예뻐요.


글이 너무 길어져서 본격적인 선물 꾸러미 펼쳐 보기는 다음 이야기로 좀 미룰게요. 과연 남편이 골라 온 선물은 어떤 것일까요? 헤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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