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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폭풍우를 뚫고, 버스를 타고서,




하트를 뿅뿅 날리고, 장화신은 고양이처럼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며
우리도 좀 데려가라고 가방 속에 들어 가 있던 저와 다솔이를
차마 떨치고 '하와이'로 갔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남편이 집을 떠나기 전, 좀 맛있는 밥상을 차려주고 싶어서
아침부터 분주하게 남편의 식사를 준비해 주었어요. 왜냐면 저는 내조의 여왕이자, 천사같은 아내기 때문이지요.
별로 먹는 것에 취미가 없는 남편에게, 예전에 예전에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어 본 적이 있어요.
한~~참을 생각한 끝에 남편이 얘기한 음식은 잡채인데요,
신혼 초 채썰기도 서툴고 요리도 어려워 하던 때라 하필이면 손 많이 가는 잡채를 좋아하는게 얄미웠지요.
그러나 이제는 결혼 5년 차 주부 9단(진짜?). 잡채를 간편하게 만드는 법 쯤은 알고 있답니다.


잡채가 왜 잡채였겠어요?
냉장고를 열어 그 속에 있는대로 잡다한(?) 채소들을 가늘게 썰어 기름에 쓱쓱 볶고
불린 당면을 넣어 간장으로 간을 맞추면, 그게 곧 잡채가 아니겠어요?


잔치음식 잡채라면 더 정성스레 재료를 갖추고 채소를 일일이 볶아 나중에 한 데 버무리거나 다시금 볶겠지만
그냥 밥 반찬으로 한 그릇 뚝딱 만들어 먹기엔 간편식 잡채도 괜찮아요.
제가 냉장고를 털어 준비한 재료는 당근, 양배추, 양파, 버섯, 조랭이떡, 당면(한 시간 정도 불린)이에요.
모든 재료를 채썰고, 기름을 넉넉하게 두른 팬을 달군 후 한꺼번에!! 볶아 줍니다.
달궈 진 프라이팬에서 착-- 소리가 날 때 기분이 좋은데요, 채소들이 거의 다 익었다 싶을 때
한 시간 정도 불려 놓은 당면과 조랭이떡을 넣고 물 반 컵을 넣고 끓여 줍니다.
당면이 익은 후 간장으로 색과 맛을 낸 후 기호에 따라 설탕을 약간, 참기름을 넉넉히 부어주면 끝!




정말 쉽죠?


그 다음으로 준비한 것이 호박전과 두부부침이에요.
사실 무척 쉽지만, 무언가 있어 보이는 것이 전이기 때문에 같이 한 번 준비해 봤어요.




재료는 애호박과 달걀과 두부.
소금을 솔솔 뿌려 놓은 호박과 두부에 고구마맛 전분가루를 묻히고, 계란을 입혀 지글지글 부쳐주면 되지요.
(저희 집에 있어서 전분가루를 썼고요, 부침가루 있으시면 소금간 안 해도 돼요.)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부엌이 소란스러우니, 남편이 무슨 일인가 싶어 빼꼼히 내다봅니다.
이히힛, 최대한 심상한 표정으로, '당신 가기 전에 맛있는 것 좀 만들어 주려고'라고 말하는 저, 정말 뿌듯하죠.
사실 저를 데려가 준다고 해도 임신 25주 된 몸으로 9시간 동안, 그것도 저녁 비행기를 탈 자신은 없어요.
하와이에 내리자 마자 여행을 시작하게 될 텐데, 으--- 생각만 해도 다크써클이 내려오는 듯 하네요.




밥상을 차리는데, 다솔이가 아빠 밥그릇을 탐내내요.
아빠를 닮아 다솔이도 잡채를 좋아하려나??





다솔이도 냠냠냠 잘 먹고, 아빠도 쩝쩝쩝 잘 드시고 행복했던 저희 집 식탁 풍경이었습니다.
주로 다솔이에게 무슨 반찬을 만들어 줄까 고민을 했었는데, 남편을 위한 음식도 자주 만들어야겠어요.
남편이 하와이로 떠난 지 사흘째, 다솔이와 저는 생각보다 훨씬 더 잘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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