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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종영 설도 있었지만 나는 늘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 자명고, 내가 알던 호동 왕자 낙랑 공주 이야기와 너무 달라서 살짝 충격도 있었지만 뜻밖의 전개가 정말 재미있다. 스스로 울려서 적군의 침입을 알린다는 자명고가 실제로는 그저 북인 것이 아니라 낙랑의 공주 자명이었다는 것도 참신했고, 호동이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이 낙랑 공주가 아니라 사실은 자명 공주였다는 것도 새로웠다.

호동이 낙랑 공주를 사랑한 척 하면서 그녀를 이용한 것에는 살짝 화가 났고 그로 인해 아버지와 나라까지 배반한 낙랑 공주의 삶이 너무 애처로웠지만(어느 것이 진짜인지 나는 모른다. 역사에도 호동이 낙랑을 사랑을 미끼로 이용했다는 얘기와 정말 사랑했다는 얘기 두 가지가 전해진다고 한다.) 그것으로 인해 드라마가 더욱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나는 자명고를 보면서 극중 '모양혜'라는 인물이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락부락한 얼굴과 기차 화통 같이 큰 목소리, 그리고 뚱뚱한 몸매. 그녀는 각종 영화에 아주 강한 역할로 등장해서 외모는 낯익었지만 이름이 무엇인지는 몰랐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 자명고에서 꽤 비중있는 역할을 맡음으로써 나는 그녀의 이름이 고수희라는 것도 알았고 내가 기억하고 있었던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영화에 출연해 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모양혜, 고수희는 연극 배우 출신이란다. 어쩐지 탄탄한 연기 실력을 갖추고 있었고 성량이 풍부했다. '너나 잘 하세요'라는 명대사를 남겼던 친절한 금자씨에도 그녀가 나왔는데, 좀 끔찍하게 기억되는 목욕탕 장면의 그 여자가, 영애씨가 락스를 꾸준히 먹여서 결국 죽게 만드는 그 여자가 바로 고수희였다.

그 뿐 아니다. 그녀는 분홍신, 너는 내 운명, 괴물, 그 놈 목소리 등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작품에도 출연했단다. 고수희는 자명고에서 왕이 될 뻔 했다가 여동생인 왕자실(이미숙)에게 죽임을 당하는 왕굉(나한일)의 아내인 태대부인 모양혜로 나온다. 왕비가 될 뻔 했다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역할이기에 모양혜는 왕자실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고 후사를 도모한다.


난 그녀가 연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카리스마가 넘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껏 그녀와 같은 여배우는 본 적이 없다. 대부분의 여자 배우들은 여린 몸매와 나약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서 무서운 역할을 할 때에도 우렁차다기 보다는 앙칼진 쪽에 가까운데, 고수희는 진짜 왕후감인 것 같다. 장군역을 맡아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절대 욕 아님) 건강한 몸과 목소리가 정말로 매력적이다.

바람이 있다면 고수희와 같은 외모를 가진 여배우들이 주인공이 되어 멜로 드라마를 찍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날씬하고 예쁜 여자만 있는 것이 아닌데, 뚱뚱한 여인들도 사랑을 하는데, 왜 그녀들이 주인공인 멜로 드라마는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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