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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유독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기다려 줄 수밖에요.

그러나 때로는 단호한 모습이 필요해요.

 

 

 

 

 

 

다솔이가 태권도를 다닌지 벌써 3개월 정도가 되었어요.

흰띠, 주황띠를 거처 지금은 어엿한 노란띠 ^^

태권도에 다니면서 한결 더 의젓해지고,

체육관에서 배워 온 태권도 동작을 엄마아빠 앞에서 자주 선보이기도 하며

태권도를 즐겁고 씩씩하게 잘 배우고 있답니다.

 

 

며칠 전에 다솔이가 다니는 태권도장에서 정기 승급 발표회를 가졌어요.

유치원으로 치자면 재롱잔치??

부모님을 초대해서 아이가 태권도장에서 이러이러한 활동을 합니다~ 하는 것을 보여주는

비교적 가벼운 자리였답니다.

아이들은 승급 발표회에 맞추어 미리 연습도 하고

군무도 맞추는 것 같았는데,

다솔이도 도장에서 배워 온 군무를 집에서 자주 선보이면서 발표회 날을 기다렸지요.

 

 

 

 

 

 

드디어 대망의 발표회!!!

아이들은 한 시간 일찍 태권도장에 가서 막바지 연습을 했고,

저는 시간에 맞춰 도장에 들어갔습니다.

태권도장에 다니는 모든 아이들이 다 참여한 것은 아니었을텐데도 꽉 차 있는 도장안.

나이별, 띠별로 줄지어 앉아 있는 아이들과

맞은편에 방청객 대열로 앉아 있는 부모님, 조부모님, 형제 자매들 ㅎㅎㅎ

 

 

다솔이의 체구가 작은 편이었지만

슬쩍봐도 내 아이는 딱 눈에 띄게 마련이지요~

다솔이는 허리 꼿꼿하게 세우고

양 손을 무릎위에 올리고 바짝 긴장해 있는 모습이었는데요~

 

 

다솔이는 평소 수줍음이 많고 낯선 환경에는 적응 시간이 필요한 아이라서

이 많은 관객들 앞에서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좀 걱정이었어요.

 

 

크리스마스 발표회에서 이미 전적이 있었거든요.

제작년 크리스마스 때는 어쩔 수 없이 올라간 무대 위에서 꼼짝 없이 얼음 자세로 끝까지 서 있었고

작년에는 아예 무대 위에 올라가지도 않았었어요.

집에서 저랑 같이 연습할 땐 그렇게도 귀엽게 잘 하더니....

 

 

 

 

 

이제 발표회가 시작되었고,

체육관에서 가장 어린 아이들의 무대가(다솔이가 속한) 제일 먼저 준비 돼 있었어요.

사범님의 호명에 따라 씩씩하게 뛰어 나와 자리에 설 차례.

다른 아이들은 모두 일어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데,

다솔이만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안 나오겠다는 걸, 억지로 끌어다가 자리에 서게 했어요.

 

 

사실 이 날 사연이 조금 있긴 해요~

아침에 태권도 띠를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ㅋㅋㅋ 나중에 엉뚱한 곳에서 발견된....ㅜㅜ

한 번만 빌려 매 보자며 그냥 보냈는데,

체육관에도 다솔이의 띠 색인, 주황띠는 없어서 다솔이만 특이하게 보라색 띠를 매고....

 

 

 

 

 

 

 

 

부끄러운 듯이 손을 만지작거리는 다솔이,

괜히 옷깃을 올려 장난을 치는 다솔이,

 

 

 

 

 

국기에 대한 경례 시간에는 ???

 

 

오늘 발표회가 잘 안 되겠구나....를 이미 깨닫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집에서 신나게 연습하던 군무 시간에 혼자서만 우물쭈물대고 가만히 섰다가 앉았다가 하니까

태권도 관장님 사모님께서 사무실로 다솔이를 달래러 데려 가셨어요.

사무실에 앉아서 사탕을 먹으며 바깥을 살펴 보던 다솔이가 저랑 눈이 마주쳤지요.

 

 

 

 

 

 

 

저에게 달려 와 숨는 다솔이.

참 난감한 순간이에요.

 

 

화를 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세상에는 하기 싫은 일, 어려운 일도 많잖아요~

하기 싫다고, 어렵다고 그 일을 하지 않고 그냥 넘기게 되면

아이는 계속 아이로.... 아무 것도 못하는 아이로...

엄마에게 모든 것을 맡기게 되는 아이로... 자라게 됩니다.

그걸 견딜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유도해 주어야 되는데, 참....맘처럼 쉽지가 않아요.

 

 

다솔이는 저에게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올 줄 몰랐다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부끄럽다고 했어요.

 

 

아이가 상처받는 것이 마음 아프고 안쓰러우니

그냥 괜찮다고 엄마 품에 안겨 다른 친구들이 하는 모습을 구경만하자고 하는 게 가장 쉽지요.

그러나, 지금은 단호한 모습도 보여야 한답니다.

힘들고 어렵지만 자기 자리에서 잘하든 못하든 끝까지 힘듦을 견뎌 내도록 돌려 보내야 해요.

얼른 자리로 돌아가서 끝날 때까지 앉아 있으라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좋으니 자리로 돌아가 앉으라고 얘기를 했더니,

그제서야 고개를 드는 다솔이.

그러나 너무 부끄러워 절대 혼자서는 자리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하는 다솔이.

다솔이의 손을 잡고 다른 아이들이 앉아 있는 곳에다가 앉혀 주었어요.

 

 

 

 

 

 

 

 

이번에는 어린 아이들이 나와서 평균대 위를 걷는 순서.

이 때도 엄청 떨리고 두려웠을 거예요.

평균대는 식은죽 먹기였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힘들었을 거예요.

 

사범님의 힘에 의지해서 겨우겨우,

그러나 끝까지 평균대를 마치고....조금씩 평정심을 찾아 가는 다솔이.

 

 

 

 

 

이번에는 둘씩 짝을 지어 경쟁을 하는 게임을 했어요.

탄성이 좋은 고무줄을 끼고 자기 앞쪽에 있는 태극기를 먼저 차지 하는 사람이 이기는 승리!

저는 계속 다솔이의 표정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엉덩이를 들썩이면서 하고 싶어하더라고요~ 사범님이 모르고 그냥 지나치시면 어쩌나 걱정이었죠.

다행히 사범님도 알아 보시고 다솔이를 시켜 주셨어요.

 

 

 

 

 

 

 

긴장은 했겠지만, 여전히 시선들이 두려웠겠지만

훌륭하게 게임에 임했고 결과는 다솔이의 승리!!

여기에서 다솔이가 이겨서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몰라요.

 

 

다솔이의 기억 속에 힘들었던 순간들은 희미해지고,

힘듦을 극복하고 승리했던 이 순간이 또렷하게 남게 되지 않았을까요?

 

 

 

 

 

 

 

 

모든 순서가 끝나고 미리 준비 돼 있던 인형을 엄마들이 하나씩 골라 아이에게 나눠 주는 시간,

저도 다솔이를 꼭 닮은 인형 하나를 골라 다솔이에게 주었어요.

다솔이는 정말 기뻐하면서 오늘 자기 자신이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고 말합니다.

저도 그래요. 사실 처음에는 실망스러운 모습이었지만,

그것을 스스로 극복해 내고 끝까지 노력한 그 모습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한 번 이겨내 봤으니 다음 번에는 분명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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