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B 법칙을 아는가? 광고계에선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쉬운 세가지 소재'를 나타내는 이 3B 법칙을 일찌감치 연구하였다. 3B란 Beauty(미인), Beast(동물), Baby(아기)를 뜻하는 말인데, 나는 이 중 여러 사람들의 폭넓은 관심을 이끌어기에는 단연 Baby가 우세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새로이 드라마가 시작될 때면 모든 사람들은 그 드라마의 아역이 누구인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리라.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아역 배우들의 실력(?)과 귀여운 정도에 따라 그 드라마의 전반전 성적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나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아역 배우들이 작은 체구에 걸맞지 않는 폭발적인 연기력을 뽐낼 때면, 성인 배우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앙증맞은 감동을 느낄때가 참 많다.
요즘에는 부모님들이 연예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과 많이 달라서, 떡잎 때부터 제대로 된 뒷바라지를 해 주기 위해 아주 어린 나이때부터 연기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꼬맹이에 불과한 아이들의 재능이 어찌나 많은 지 연기는 기본이고 춤, 노래, 성대모사까지 못하는 것이 없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을 보고 즐거워하다가도 문득문득 아역 배우로서 그들의 삶이 마냥 행복할 것인지 걱정될 때가 있다. 물론 그들의 부모님들이 어련히 잘 알아서 하시겠냐마는 오늘은 아역 배우로서의 그들에 관해 생각해보기로 한다.
내가 어렸을 적, 우리 시대의 아역으로 유명한 배우들은 이민우, 이재은, 김민정, 김민희 등 이었다. 물론 귀엽고 깜찍함의 대명사가 어디 이들뿐이었겠냐마는 대부분의 아역 배우들은 인지도 있는 성인 배우로 성장하지 못하고 사라지고 만다. 나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알고 있는 옆집 아줌마의 시선에는 서른의 나, 마흔의 나도 여전히 어리게만 보이듯, 대부분의 시청자는 아역 출신 배우들이 성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단다. 뛰어난 연기력으로 19살까지 아역상을 탔던(연기는 훌륭했으나 성인이 아니었으므로) 이민우가 군대에 가며 한 인터뷰가 생각난다. 그는 학교보다 방송국이 더 편하고 학교 친구보다 연기자 아줌마 아저씨들이 더 편하단다. 그러면서 왜 그렇게 빨리 방송을 시작했는지, 다시 기회가 주어지면 어린 시절을 평범하게 보내고 싶다고 했다. '어차피 성인이 되면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인데'
객관적인 입장에서 성공적인 아역 배우시절을 보냈고 성인 배우로의 변신 또한 성공적이었던 이민우의 말이기에 더욱 실감이 난다. 대다수 사라진 어린 새싹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방송국에서 다 보내고 난 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얼마나 부단한 노력을 해야했을까. 남자 아역 배우들이 군대를 다녀오면서 성인으로 대우 받기를 시도하는 것에 비해, 여자 아역 배우들은 그러한 통과의례가 없어서인지 그녀들이 성인 배우로 거듭나기는 더 어렵다. 그래서 어떤 아역 출신 여배우들은 성인이 된 자신의 '몸'을 보여주면서까지 성인 대우를 받으려는 위험한 시도를 하기도 한다.
아역 배우로서 가장 돋보였던 몇 명도 지금의 연예계에서는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 이민우의 말처럼 아역에서 성인으로 도약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의 노력이 더 필요하고 어떤 여배우처럼 아슬아슬한 시험대 위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투신해보아도 돌아오는 것은 비난 뿐 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부모들은 아이들을 등떠밀어 연예계로 보낼 필요가 있을까?
물론 바람직한 케이스도 있다. 천방지축 아역에서 사랑스러운 여인으로 자연스럽게 변화한 여배우 고아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학교, 친구, 심지어 사생활을 포기해서라도 연기에만 전념하고 싶다는 어린 고아라의 당찬 인터뷰가 기억난다. 그런 그녀는 노력이 남달랐던지 그녀의 성인 배우로의 전환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밝아만 보이는 그녀에게도 남모르는 상처가 있겠지.
주위를 둘러보면 자녀에게 조금만 끼가 있어도 연예계로 보낼 궁리를 하는 부모님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아이들의 삶과 행복에 관해 조금 더 깊이 신중해 생각해본다면 무작정 연기학원에 등록시키기 보다는, 아이들에게 가족과 친구들에 관한 여러 추억을 더 많이 만들어주는데 열정을 쏟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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