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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연예 분야의 글들을 주로 포스팅 하는 나에게, 연예계는 놀이터요 그 속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들은 놀잇감이다. 이것은 연예계를 하찮게 여기거나 연예인들을 무시하는 태도가 아니라 그 만큼 내가 연예계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며, 연예인을 대하는 나의 마음이 순수하다는 뜻이다. 노홍철이 데뷔 때 했던 말을 약간 변형하여 모방하자면, 나는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방송/연예 관련 글을 쓰는 것이며 이 일이 시큰둥해지면 미련없이 키보드를 던져버릴(처음 의도와는 달리 약간 과격해졌으나 그만큼 내가 나이값도 못할 만큼 연예계를 즐거이 여긴다는 뜻이다.) 생각이다. 그러므로 내가 주로 읽는 기사들도 당연히 방송/연예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몇몇 기사들을 읽을 때면, 직업인이 쓴 글 치고는 너무 무책임하고 형편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기사라는 것이 선정적인 제목일 때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잘 읽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그런 연예 기사의 속성을 십분 이해하고서라도,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물론 매일같이 새로운 기사를 써야하는 기자들의 고충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칭찬 기사도 아닌 악의로 가득한 기사를 충분한 근거도 없이 무책임하게 쓴 글을 볼 때면 돈벌이를 위해 기자 자신의 명예마저 팔아넘겼다는 생각마저 든다.

해피투게더를 본 시청자라면 정선희, 안재환의 결혼 루머에 관해 다 알 것이다. 나는 그들의 결혼 루머를 기사로 처음 보았을 때,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 기사를 쓴 기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며 대충 이런 식의 내용을 써 놓았다. '어디어디에서 이런 소문을 들었는데, 그 둘이 이러쿵 저러쿵 하다더라.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냐마는 아니면 말고' 아니면 말고라니? 어쩌면 그렇게 무책임 할 수 있나? 나는 그 기사를 보고 정선희, 안재환이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표명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그들의 해명은 또 고스란히 기사화 됐다.

연예 기사에서 이 비슷한 상황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라고 카더라'는 식의 대책없는 기사가 나면, 연예인들의 해명이 이어지고 그것은 다시 기사화 되고, 나중에는 그 두 기사가 한꺼번에 다시 기사화 되곤 한다. 아마도 그 과정은 다음과 같지 않을까? 너무나도 평온하여 아무런 사건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던 어느 날에, 마감은 코앞으로 다가 왔는데 아직 한 줄의 기사도 쓰지 못한 어느 기자가, 데스크에게 독촉을 당하다 못해 자기 스스로 어떤 연예인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 냈고 그것을 기사화 한다. 데스크에선 아닌 걸 알면서도 모른척 그 기사를 내 보내고 다른 기자들은 얼씨구나 좋아한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으로 인해 자신들에게도 기삿 거리가 하나 더 생긴 셈이므로. (어째 쓰다보니 나도 점점 카더라 기자가 되고 있다.)

몇 년 전, 어떤 기자 하나가 대책없이 잘못 쓴 기사 때문에 어떤 공인 여성이 친자확인까지 해야했던 사건이 있었다. 몇 달 동안 계속 되었던 그 파문의 결론에서 그 기자는 결국 시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기사의 근원은 버스 뒷자리였다고. 마감 시간까지 아무것도 쓰지 못했던 그 기자는 버스 뒷자리에 앉아 있다가 우연히 앞자리에 앉아 있던 아줌마들의 수다를 엿듣게 되었고 근거 하나 없는 그 이야기를 기사화 한 것이다. 그 기자가 다음에 덧붙이는 말에 나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너무 진지하게 말하길래...... .'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말을 나는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요즘처럼 카더라 통신이 무책임하게 난무할 땐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말은 그저 무시무시하게 들릴 뿐이다. 그게 펜이든, 키보드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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