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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 얘기한 적이 있어서, 제 블로그에 꾸준히 놀러 오신 분들은, 제가 과거에 국어 교사를 꿈꿨던 적이 있음을. 교사 임용 시험에 내리 세 번 떨어지고 나서 청춘을 아끼고자(?) 노량진을 벗어났음을 잘 알고 계실텐데요, 그래서 그런지 재미가 있든 없든 '학교'가 배경이 되는 드라마는 거의 대부분 애착을 가지고 보게 되는 것 같아요.


<학교 2013>은 요즘 제가 가장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인데요, 보면서 울컥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에요. 특히나 주인공을 맡은 장나라에 과도하게 감정이입을 한 나머지, 드라마를 보고 있을 땐 장나라가 저인지, 제가 장나라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랍니다.


원래 저는 드라마를 보면서 여자 주인공이나 가장 예쁜 배우와 저를 동일시 하는데, 학교 2013에서 송하경(박세영 역) 대신 비실비실한 정인재(장나라 역)에 집중했다는 것은 참 놀라운 일이지요.



제 친한 친구 중에는 제가 그렇게도 염원했었던 현직교사가 있어서 (더군다나 국어!) 가끔씩 학교 일을 물어 보기도 했는데요, 친구는 제 기대와는 달리 학교 이야기를 할 때 미간부터 찌푸리더라고요. 내색은 안 했지만 왜 아이들을 '엄마'의 마음으로 보듬지 못하는지, 문제아들이 많은 반의 담임을 맡아 골치 아프게 생겼다는 얘기를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지(지금 학교 2013의 정인재와 똑같은 심정이죠?) 조금 못마땅하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학교 2013>을 보면서는 그 친구를 헤아릴 수 있었어요. <학교 2013>의 첫 회를 보고 '헉!!!' 소리가 저절로 나왔는데, 너무 과장되게 표현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학교의 실상이라면서요? 정말 교실이 그 정도까지 망가졌다면서요? 학교가 아니라 말그대로 생지옥 아수라장인 그 곳에 안 가게 된게 다행입니다. 진심으로. 드라마를 보면서 자신이 없더라고요.


극중 정인재처럼 저는 목소리도 크지 않고, 키도 크지 않는데, 아수라장에서 수업할 자신이 전혀 없었어요. 제가 제 친구처럼 5년 이상 학교에 근무를 했었다면 저는 학교 얘기를 할 때마다 미간을 찌푸리는 정도가 아니라 치를 떨지 않겠어요? 와...상상만 해도 끔찍한 곳이 바로 현재의 학교였어요.




드라마를 보다가 문득 생각이 떠올라, 앨범을 뒤져 봤습니다. 교생실습을 갔던 사진이에요. 한 달 동안 제가 가르쳤던 한양중학교 1학년 아이들을 교생실습 마지막 주에 사진으로 담았었는데, 오랫만에 보는 사진 속 아이들이 반가웠어요.


교생 선생님도 선생님이라며 아이들과 상담도 하고, 수업도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를 했었는데... 당시 14살이었던 이 아이들이 벌써 스무 살이 훌쩍 넘어 버렸네요! 와... 아이들이 어디서 뭐 하는지 정말 궁금해요.





제가 한양중학교에서 교생 실습을 할 때요, 당시 1학년 7반이었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수업 시간마다 너무 떠들고 말썽이어서 저를 유독 힘들게 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매수업 시간에 그 아이 때문에 진땀을 빼다가, 그 아이의 이름을 기억하고 복도에서, 운동장에서, 교실에서 마주칠 때마다 이름을 불러 주었었거든요?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할 땐 꼭 웃는 얼굴로 반갑게 말예요.


그런데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아세요?


교생 실습이 거의 끝나갈 무렵 저는 국어 시간에 아이들과 '도전 골든'벨을 했는데요, 처음엔 모든 아이들이 자기 자리에 서서 시작을 해요. 제가 문제를 내면 아이들이 공책에 답을 적는데, 틀린 사람은 자리에 앉고 맞춘 사람은 계속해서 게임을 진행해 나가는 방식이죠. 마지막 한 명이 남을 때까지 계속 게임은 진행이 되고 맨 마지막에 골든벨을 울린 사람은 제가 상으로 뭔가를 사 줬던 것 같아요.


1학년 7반에서 골든벨을 울린 학생은 바로, 실습 초반에 저를 힘들게 했던 바로 그 아이였답니다!!! 다른 아이들이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야단법석이었어요. 그렇게 변하더라고요. 아이가. 제가 해 준 것은 고작 그 아이의 이름을 일곱 번 정도 불러 준 것 밖에는 없는데......




그 아이 뿐만이 아니에요. 수업시간에 떠들고 돌아다니고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 아이가 골든벨을 울렸기에 그 아이의 예를 든 것이지, <학교 2013>의 정인재 선생님처럼 아이들 편에 서고, 아이들을 보듬고, 아이를 배려하니 제가 가르쳤던 1학년 5반, 6반, 7반 아이들도 저에게 마음을 열어 보여 준 것으로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거든요.


...그러나 ...
저는 고작 한 달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교생 선생님에 불과하죠. 제가 가르친 아이들이 중학교 1학년, 아직은 순진한 어린 학생들이었기에 가능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드라마 <학교 2013>은 드라마이기에, 분명 정인재 선생님과 아이들, 그리고 강세찬 선생님(최다니엘 역)까지 모두가 행복하게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실제 학교에서도 학생들과 선생님 모두 행복한 결말을 맺었으면 좋겠다는 약간 뜬구름 잡는 기대를... 그래도 끝까지 해 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미 저는 학교가 두렵고, 속으로 임용 시험에 떨어지길 잘 했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 정인재 같은 선생님이 계실 거라고 믿어요. 이제 곧 변하게 될 (조짐이 보이잖아요?) 강세찬 같은 선생님도 분명 계실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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