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다인이가 태어난지 벌써 1년, 그동안 성장 앨범도 완성이 되었고 돌잔치도 잘 치뤘어요. 처음에는 무조건 동생은 밉고 싫었던 다솔이도 동생이 태어난지 1년쯤 지나니, 이제 동생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찾기도 하고, 자기는 동생 다인이가 좋다고도 하고, 동생을 다른 사람에게 주면 어떨까 묻는 물음에 엉엉 서럽게 울기도 해요.
생뚱맞게 갑자기 툭 튀어나온 동생을 서서히 받아들이게 된 것이지요. 물론 아직도 동생 다인이를 밀어서 넘어뜨리거나 깨물기는 하지만 말예요.
오후가 되면 저희 동네에는 딸랑딸랑 방울을 흔들며 옛날 식으로 두부를 파는 아저씨가 오시는데요, 딸랑딸랑 소리가 날 때마다 다솔이가 그 소리는 무슨 소리냐고 묻기에, 처음에는 별 뜻 없이 엄마 말씀 안 듣고 말썽부리는 아이들을 데려가는 무서운 딸랑딸랑 아저씨라고 소개를 했답니다. 그러다 다솔이가 유난히 말도 잘 안 듣고 다인이를 괴롭히던 날 때마침 딸랑딸랑 두부장수가 동네에 왔었어요.
"다솔이 너, 다인이가 미운가 보구나? 다인이를 딸랑딸랑 아저씨에게 보내야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니, 다솔이는 금세 굵은 눈물 방울을 뚝뚝 떨어뜨리고 발을 동동 구르면서 손사레를 치더니 다인이를 좋아한다고 큰 소리로 고백을 하는 거예요. 다인이와 사이좋게 지내겠노라고, 다인이를 딸랑딸랑 아저씨에게 주지 말라고 엉엉 울었답니다.
어느 날이었어요.
제 옆에 앉아 있던 다솔이가 저를 보더니 갑자기 '아~!, 어~!' 하며 외마디 감탄사로 말을 하는 거예요. 무슨 일인가 싶어 왜 그러냐고 물어 봤는데,
"엄마, 나는 다인이야, 엄마, 나는 아기야~" 합니다.
갑자기 마음이 짠하여, 그래, 우리 아기...... 하면서 안아 줬는데요, 그 날 꽤 오래도록 다솔이는 기어 다니고, 말 대신 옹알이를 하고, 평소 입에도 대지 않던 치즈를 먹고, 저에게 오래오래 안겨 있었어요.
그 후에도 다솔이는 가끔씩(요며칠은 참 자주) 다인이로 변신을 하는데요, 참 희안하게도 다인이의 특징을 어쩜 그리도 잘 짚어 내는지 다인이가 된 다솔이는 뽀뽀도 다인이처럼 (아기들은 입술을 오므리고 뽀뽀를 할 줄 몰라, 엄마가 뽀뽀하자고 하면 입을 벌리고 다가오거든요?) 입을 벌리고 하고, 걸음마 연습을 하겠다며 저랑 손잡고 걸음마~ 걸음마~ 노래에 맞춰 한걸음씩 뒤뚱거리며 걷기도 해요.
그 뿐인가요? 잠을 잘 땐 자장자장 노래를 불러 달라고 하는데 그 때도 제가 '자장 자장 우리 다솔이~'하면 콕 짚어 '우리 다솔이 아니잖아~, 우리 다인이잖아~ 난 아기야'하는 다솔입니다.
다솔이 친구 중에는 '오빠'가 아닌 '동생'으로 태어나, 아직도 제 엄마 등에 자주 업히고 유모차도 타고 다니는 아이가 있는데요, 그 친구를 볼 때마다 저는 다솔이도 이제 겨우 세 돌밖에 안 지났다는 걸 상기하고 있어요. 다인이와 같이 찍은 사진 속 다솔이는 벌써 의젓한 소년이지만, 다솔이는 아직 오빠보다는 아기라고 불리기 좋아하고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 아이니까요.
동생이 태어난 후 상실감이 컸을 다솔 군, 다솔이도 엄마가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항상 느낄 수 있도록 더 많이 안아주고 보듬어 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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