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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바람의 화원'으로 복귀한 배우 문근영. 그녀의 명연기에 많은 사람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남장 여인이라는 쉽지 않은 역할임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녀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나 또한 문근영이 이렇게 연기를 잘 했었던가? 하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크게 소리치는 대사를 할 때, 자신도 모르게 소리가 높고 가늘어지는 것을 염려한 까닭에 일부러 목소리를 쉬게 만드는 노력까지 했다는 그녀. 5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하게 되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 지를 엿볼 수 있는 일화이다.

그동안 여러 화제작들에 아역으로 출연하면서 문근영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 덕에 국민 여동생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게다가 외모만 출중한 것이 아니라 남몰래 선행을 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그녀는 모든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말해도 과연이 아닐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할 때, 사람들이 그녀를 사랑한다는 징표로 붙여준 '국민 여동생'이라는 애칭이 실은 그녀를 속박하고 구속하는 굴레와도 같은 것이었다.



문근영이 일찍 데뷔를 했기에 그동안의 성장과정을 봐 왔던 사람들은 그녀가 마냥 어린 아이인 것 같을 수 있다. 어쩌면 그녀의 성장을 부정하고 마냥 어리고 귀여운 여동생으로 곁에 두고 싶은 욕심이 생겼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순리대로 그녀는 성인이 되었고, 여전히 사랑스럽지만 이제는 어엿한 숙녀이다.

여자들은 누구나 변화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아무리 청순함이 잘 어울리는 여성이라도 늘 긴 생머리에 청치마만 입기는 싫은 법이다. 가끔은 미니스커트에 진한 립스틱도 발라보고 싶고, 때로는 폭탄 머리에 힙합 바지도 입어보고 싶은 것이 여자들의 마음이다. 성인이 된 문근영 또한 화장품과 통신 등 여러 광고를 통하여 다양한 모습들을 선 보였으나, 세간의 반응은 냉담했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문근영의 엄한 오빠와 언니를 자처하며 그녀의 변화를 일탈로 간주했고 교복을 벗고 여인이 된 그녀를 꾸짖었다. 언제까지나 그녀가 자신들의 어린 여동생이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나는 문근영의 색다른 시도가 실은 참 예뻤었다고 회상한다. 영화 '어린 신부'에서 교복을 입고 '나는 사랑을 아직 모른다'고 열창할 때도 귀여웠지만, 의외의 웨이브 춤을 선보였던 모 통신 회사의 광고도 참 좋았었다. 갈래 머리에 화장기 없는 문근영도 예쁘지만 파마 머리에 화려한 화장을 했던 모습도 의외였지만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당시 내 나이를 잊고(?) 문근영을 살짝 질투하기도 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왜 한결같이 그녀를 비난했을까?



김주혁과 함께 첫 성인 연기를 시도했던 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를 본 분들은 문근영의 연기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고 인정할 것이다. 극중 눈이 어두워 앞을 보지 못하는 상황을 연기할 때에도 그녀의 모습은 자연스러웠단 말이다. 단지 사람들이 그녀가 성인이 되어 사랑을 말한다는 것이 싫고 어색했을 뿐이다.

문근영이 이러 저러한 사정으로 방송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자, '국민 여동생'이라는 애칭은 피겨 요정 '김연아'에게로 스리슬쩍 넘어갔고, 문근영을 향했던 관심들도 일순간 사그라들었다. 문근영을 자기 동생 꾸짖듯 '화장하지 마라, 짧은 치마는 안 어울린다'고 아우성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참 이중적이다. 그런데 어쩌면 사람들의 무관심이 문근영에게는 홀가분하게 느껴졌을 지도 모르겠다. '국민 여동생'이라는 애칭이 다른 곳으로 넘어간 것에 쾌재를 불렀을 지도 모른다. 그동안 문근영은 열심히 노력했던 것 같고 그 결과는 바람의 화원이다.

그녀의 이번 연기를 보고 '국민 남동생' 운운하는 기사를 봤다. 부디 그녀의 명연기에 칭찬은 하되, 이제는 그녀를 함부러 정형된 틀에 가두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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