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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상한 것인지 기사들이 여론 몰이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으나, 나는 '에덴의 동쪽'이 재미없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제작비로 어마어마한 돈을 들였고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에덴의 동쪽은 처음 1, 2회만 반짝 재밌더니 점점 더 이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아역들이 나오던 초반에는 이미숙의 절절한 연기와 아역 연기자들의 애절함에 마음이 뭉클해지는 감동과 재미가 있었다. 그러다 아역이 성인으로 바뀌고 고대하던 송승헌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대부분의 기사에서 타짜보다 에덴의 동쪽이 더 재미있다고 하고 시청률도 에덴의 동쪽이 1위란다. 이연희의 연기가 다소 논란이 되긴 했지만 그것은 엄마 없이 자란 국자(국영란)가 아직 철이 덜 든 탓에 어린 아이의 티를 채 벗어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나에겐 어색하기 짝이 없는 등장 인물들의 말투와 행동이 다른 이들에겐 거부할 수 없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단다. 앞에서 열거한 모든 내용은 모두 기사화 된 것들이다. 그런데 왜 나는 에덴의 동쪽이 재미없게 느껴질까?

아역 배우가 출연하던 때부터 동철, 동욱이가 그들의 아버지 혹은 형제간의 애틋한 사랑을 표현할 때 말보다 먼저 나오는 행동이 있다. 내 기억으로는 초반에는 이 수신호가 극에서 빠진 적이 없었고 어떨 땐 한 회당 4~5회가 넘었던 적도 있었다. 나도 처음 몇 번은 이 수신호가 재밌고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너무 자주 나올 땐 보는 내가 다 민망할 정도여서 속으로 '이제 그만'을 외치게 된다. 심지어 송승헌이 연정훈을 향해 수신호를 할 땐 '제발 그것만은'을 외치기도 했다. 송승헌도 울면서 연정훈에게 '세상에서 네가 최고~!'하며 손등에 입맞추며 하늘로 팔을 뻗을 땐 스스로 민망하지 않았을까?


또 에덴의 동쪽에는 무자비한 폭력 장면이 너무 많이 나온다. 당대를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었겠다고 일면 수긍이 되기도 하지만, 쇠파이프를 들고 수십 명의 사람이 우르르 몰려 나와 한 사람을 두들겨 패는 장면을 본다는 것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또 요즘처럼 흉흉한 시대에 극중 지현이 신명훈에게 강제로 끌려가서 겁탈을 당하고 욕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무시무시한 장면을 드라마를 통해서까지 봐야 한다니...... . 힘에 의해서 무참히 짓밟힌 지현이 욕조에서 손목을 그어, 벌건 물에 기절해 있는 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도 너무 심했다. 예고편을 보니 아이 때문에 결국 자신을 겁탈한 남자와 결혼까지 하게 되던데 앞으로 또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 의문스럽다.

그런데 정말 에덴의 동쪽이 쏟아내는 수많은 대사들이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노홍철도 아니고 중요하다 싶은 대사는 꼭 두 세 번씩 반복하고, 긴 대사를 읇조리듯 연결하다가 마지막에 지르는 것은 꼭 웅변을 하는 것 같다. 물론 나는 일개의 시청자일 뿐이고 작가가 피땀흘려서 썼을 대사를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말 하는 것이 잘못된 행동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시대극이라지만 사극이 아니고서야 대사를 좀 더 세련되게 다듬어도 될텐데 굳이 70, 80년대 드라마처럼 쓴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전 드라마의 대사들을 다시 보고 들을 때 먼저 웃기부터 한다. 그만큼 지금 듣기엔 어색하고 낯간지러운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월화드라마의 최강자인 에덴의 동쪽이 재미없다고 한 나에게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뭇매를 들지도 모르겠다. 재미 없으면 안 보면 그만이지 어쩌자고 비판의 글을 쓰느냐고 야단칠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거액의 제작비에 화려한 캐스팅까지 거머쥔 에덴의 동쪽이 그에 걸맞는 수준의 드라마를 보여주기를 바라는 심정에서이다. 나는 또 어쩌면 앞으로 극이 전개되는 방향에 따라 아, 이제보니 재미있는 드라마구나 하고 마음을 고쳐먹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솔직히 에덴의 동쪽이 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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