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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한 떡볶이가 먹고 싶어서 남편과 둘이서만!! 데이트를 나섰어요. 임신을 하게 되면 입맛이 조금 변한다고 하던데 저는 특별히 입덧을 하지도 않고(다른 사람들은 입덧 없는 것이 축복이라고 하던데, 저는 입덧을 핑계로 살을 좀 빼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기에...... .) 제 생각으로는 예전 입맛 그대로인 것 같아요. 아,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식성이기 때문이기도 하네요.


아, 임신 시기별로 특별히 더 먹고 싶은 음식들은 조금씩 달랐었는데요, 임신 초기에는 달달한 것이 많이 당겨서 빵이랑 케이크, 쿠키류를 엄청 많이 먹었고요, 그 다음에는 느끼한 맛이 자꾸 생각나서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랑 오일 스파게티를 자주 먹었어요, 그러다가 매운 맛으로 넘어 왔지요.


시장에서 파는 떡볶이가 먹고 싶어서 안동 떡볶이 골목으로 갔습니다. 아, 저는 아직도 친정에 있어요. 20일 넘게 친정에서 100% 기생하며 살고 있는데요, 제가 오래 있을 수록 친정 엄마의 일거리가 많아 져서 너무 죄송스럽답니다. 저는 몸이 무겁다는 핑계로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개구쟁이 다솔 군은 할머니만 찾거든요.




떡볶이 골목은 안동 구시장에 있는데요, 찜닭 골목을 지나 안동 시내 중심으로 조금만 걸어 오면 찜닭집들이 쫙~~ 늘어서서 찜닭 골목을 이루었던 것 처럼 어느 순간부터 떡볶이 수레들이 골목 중앙을 장악하고 있답니다. 떡볶이가 생긴 것들은 비슷비슷 해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서 맛이 천차만별이잖아요? 조금 더 맵고, 조금 덜 달고, 조금 싱겁고...... 미세한 손맛이 확연한 맛의 차이를 내기 때문에 신중하게 잘 골라야 되지요. 


보통 어느 집이 맛있는지 기웃 거리면서 떡볶이의 자태를 보고 맛을 예상하게 되죠? 떡볶이 골목에는 열 개가 넘는 수레들이 늘어서 있기 때문에 일일이 다 보고 다니기는 좀 힘들고요, 안동 출신인 제가 추천하는 떡볶이 집은 1호 떡볶이집이에요. 떡볶이 수레에 번호가 써 있으니까 보고 찾으시면 될 거예요.




사실 저도 열 곳이 넘는 떡볶이집을 일일이 다 가 보진 못했기에 더 맛있는 곳이 있을 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몇 군데 돌아 다니며 맛을 보니, 너무 심하게 맵지도 않으면서 구수한 감칠맛이 있는 곳이 바로 1호집이더라고요.  순전히 제 주관적인 입맛에 따라 매긴 순위이니 이 점 참고하시길~




먹으면서 주인 아주머니께 맛있다고 말씀드렸더니, 같은 자리에서 36년 동안 떡볶이 장사를 하셨다고 해요. 떡볶이, 순대, 어묵, 튀김을 팔고 있는데요, 가격은 떡볶이 골목 모두 동일해요. 모든 메뉴 1인분에 2천원씩.




매콤한 맛을 원하면서도 너무 매운 것은 질색하는, 요상한 제 입맛에 딱 맞는 떡볶이. 정말 맛있어요.




어묵을 안 먹어도 어묵 국물은 공짜! 후후-- 불어서 조심해서 먹어야지 안 그럼 입천장 다 까집니다.




얼마 전 종로 3가에서 떡볶이 먹고 너무 맛이 없어서 경악을 금치 못했었는데요, 그 때 생각났던 것이 바로바로 안동 떡볶이 골목이었어요. 종로 3가에도 김밥, 떡볶이, 순대를 세트로 파는 김, 떡, 순이 유명했었잖아요? 그런데 얼마 전에 가 보니 노점상들을 싹 정리했는지 떡볶이 수레를 찾기가 힘들더라고요. 겨우 한 군데 찾아내서 떡볶이와 순대볶음을 먹었는데, 배 고파서 먹었지 정말 맛은 없었거든요.


찜닭도 안동이 제일 맛있지만 제 생각으로는 떡볶이도 안동 떡볶이 골목이 최고인듯!




떡볶이를 다 먹고 오붓하게 차 한 잔 마시기로 했어요. 안동에도 브랜드 커피 전문점들이 속속 들어 와 있던데, 그 중 한 곳을 골라 들어 갔답니다.




커피집에 가는 이유가 단순히 커피를 마시기 위함은 아니잖아요. 남편과 얘기도 나누고 분위기 있는 곳에서 여유도 갖기 위해서 가는 건데, 다솔이를 낳고 난 이후에는 갈 수 없는 곳 중 한 곳이 돼 버렸었거든요.


뜨거운 커피를 엎지를까봐 조심조심, 의자에 올라가고 탁자에 올라가려는 다솔이를 제압하느라 조마조마, 커피를 한 김 식혀서 원샷 할 수밖에는 없을 텐데요, 다솔이가 아이가 아닌 '아기'였을 때 유모차에 태워서 한 번 가보곤 자연스레 커피집과도 멀어졌었지요. 아궁! 둘만 있으니 좋네요.




둘째 임신 32주라도 애만 없으면 왠지 어려지는 듯 하여 셀카도 몇 장 찍어 보고,




남편은 카메라로 그런 저를 찍어 주기도 하며 놀았어요.
아참, 넉넉한 크기의 옷을 입으니 조금 덜 뚱뚱해보이죠? 제가 임신을 한 이후에도 계속 55사이즈 옷을 고집했더니 옷은 터질 것 같고, 몸매는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좀 우스웠었는데다가, 옷을 몇 벌 가져 오지 않아서(다솔이 옷만 한 가방) 입을게 별로 없었어요.


엄마 옷장을 열고 올레! 엄마는 최근 살이 많이 붙으셔서 (엄마에게도 절실한 것은 역시나 다이어트, 우리 모녀는 다이어트가 평생 숙제인가봐요.) 요즘 산 옷들은 대부분 88사이즈인데요, 제가 입으니까 보기 좋게 맞네요. 임신 후기에 88사이즈가 됐습니다. 집으로 돌아갈 때 몇 벌 빌려갈 생각이에요.




데이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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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솔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드나드는 인터넷 카페가 있어요. 그 카페는 임신&육아 전문 카페라서 여성들만 가입을 할 수가 있는데요, 임신을 준비하거나 임신 중인 예비엄마들에서부터 출산 후 아이를 잘 기르고 있는 선배 엄마들까지 회원이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 방면에서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에요.

제가 느끼기엔 육아 서적을 기본으로 읽고 카페 게시물들을 참고서로 활용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첫 임신을 했을 때 생기는 막연한 걱정거리에서부터 아이들 이유식 식단까지 해결할 수가 있어서 저에게는 책 보다도 더 낫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곳인데요, 얼마 전 그 카페에서 재미있는 글을 하나 발견했어요.




어떤 임신부가 육아교실에 갔는데 강사분이 말씀하셨대요. '시댁에 사는 임신부가 입덧을 덜 한다'고요. 무슨 말인지 갸우뚱 하고 있는데 그 강사가 웃으며 덧붙인 말이 좀 씁쓸했다는 이야기예요. '입덧할 시간이 없겠죠' 카페의 특성(??)상 '시댁'이라는 말만 들어가면 폭발적인 조회수와 쓰나미 격의 덧글이 달리는데요, 과연 이 글도 회원들의 엄청난 지지를 얻으며 승승장구하고 있었어요.

시어머니가 서운하게 했던 일에서부터 시어머니와 친정 엄마의 차이점, 불똥이 다른 데로 튀어서 미운 시누이와 한심한 남편 등등...... 연일 새로운 덧글이 달리면서 게시판의 최고 인기글로 자리매김 하는 듯 했어요. 임신부들은 호르몬의 영향 때문에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감정의 기복도 심하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고요, 또 이런 공간이 있어야 숨통이 좀 트이지 않겠어요?

덧글을 읽다가 어찌나 우스운 것들이 많은지 한참을 깔깔댔는데, 다시금 그 강사의 말을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아요. 뭐, 상관없는 말일 수도 있는데요, 학과 교수님과 함께한 술자리(술자리를 한 기억이 너무 오래 되었기에)에서 주량 보다 더 많은 술을 받아 마셔도 정신을 말짱하게 차릴 수 있는 것 처럼 입덧도 심리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거예요.

실제로 제가 다솔이를 임신했을 때, 친정엄마의 우려와는 달리 전혀 입덧을 하지 않았던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에요. 입덧도 엄마와 닮는다고 하잖아요? 저희 엄마께서는 임신 5개월이 다 되도록 다른 음식은 쳐다도 못 보시고 오직 빵과 과일만 조금씩 드실 수 있었대요. 그 정도로 입덧이 심하셔서 저 또한 그런 고통을 겪게 될까봐 걱정을 하셨었어요.

그런데 웬걸? 저는 임신 기간 내내 입덧의 'ㅇ'도 모른 채 가리지 않고 잘만 먹어서 스스로도 임신 체질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였었어요. 그런데 그것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으니, 바로 '더러운 화장실 환경' 때문이었답니다. 다솔이를 임신했을 때 임신 10주부터 28주까지는 중국에서 살았었거든요. 중국에 있는 웨이팡교육대학 한국어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었어요.


her hug
her hug by Flying House Studio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재미있었고 그곳에서의 삶도 만족스러웠는데, 단 하나!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화장실 때문에 사는 내내 고생을 좀 했어요. 저희 부부가 살던 곳은 학교 선생님들을 위한 아파트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더러움이 가득한 곳이었답니다.

너무 더러웠기 때문에 되도록 화장실에서는 빨리 나오는 것이 좋았으니, 차마 화장실 변기를 부여잡고 토할 수는 없는 곳이었지요. 그 생각이 강렬했기에 저는 입덧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입덧이 너무 심해서 하루종일 아무것도 드실 수 없어 괴로워하시는 분들은 어쩌면 행복한 임신 기간을 누리고 계시는지도 모르겠네요. 입덧으로 육체는 힘드실지라도 정신적으로는 긴장할 필요가 전혀 없는, 너무나도 편안한 삶을 누리고 계시니 어쩌면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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