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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의 맏형 김건모가 오랜 공백을 깨고 12집 '키스'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는 연예계 데뷔 10년을 훌쩍 넘긴 그야말로 배태랑 가수이다. 그런 그가 초심으로 돌아가서 김창완과 손을 잡고 옛 기억을 더듬어 초창기 김건모표 노래를 다시 부르게 된 것이다.

어느 기사에서는 김건모와 김창완의 재결합이 김건모 자신의 화려한 시절을 그리워한 까닭에서 비롯되었다고 했다. 나도 일정 부분 그 기사의 내용에 공감하는데, 덧붙여 몇 차례 반복되었던 음반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도 생각한다. 오랜 공백을 깨고 다시 돌아오기까지는 큰 용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리라.

여러 언론에서 앞다투어 기사화 했던 화려한 컴백 무대와는 달리 안타깝게도 그의 노래는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음반 판매 순위에서도 그렇고 인기 순위에서도 그렇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컴백 이후 그가 자주 얼굴을 보이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그럴 예전과 동일하게 대우해 주지는 않는 듯 보였다. (예전이라고 말하기가 정말 안쓰럽지만) 예전에는 김건모의 노래도 정말 인기가 있었지만 그의 노련하고도 재밌는 입담도 화젯거리 중 하나였다. 그가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은 고민없이 다 봤을 정도로 그는 정말 재밌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연히 방송은 김건모 위주였고 초대 손님이 김건모 한 명일 때도 있었다. 요즘에는 무엇때문에 그렇게 의기소침해졌는지 화려했던 말솜씨도 많이 줄었고 김건모는 다른 초대 손님 중 한 명으로 분류돼 있는 듯 했다.


이 때다 싶었는지 연예 뉴스들은 '김건모의 몰락'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쓰면서 그의 방송 컴백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가 초심으로 돌아가서 부른 노래 '키스'도 지금의 가요계의 판도에 맞지 않는다며 혹평을 쏟아 놓았다. 나는 그에 관한 비난 기사들을 읽으면서 '예능선수촌'에서의 엄정화가 생각났다.

D.I.S.C.O! 엄정화는 2008년 대한민국을 때 아닌 디스코 열풍에 휩싸이게 한 주인공이다. 신나는 디스코 리듬에 맞추어 요염한 몸짓과 함께 그녀 특유의 귀여움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 엄정화. 현재 활동하고 있는 다른 여가수들에 비해 다소(?) 나이가 많은 그녀이기에, 나는 그녀가 '섹시'를 컨셉트로 한 댄스 음악을 가지고 가요계에 컴백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땐 솔직히 걱정부터 했었다. 이효리마저 나이가 많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어린 가수들이 장악하고 있는 곳이 바로 가요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엄정화의 컴백 무대를 아슬아슬한 심정으로 봤다. 그러나 결과는 대 성공.

엄정화는 음악프로에 출연한 모든 여가수들을 상대로 가장 여유로우면서도 아름다운 무대를 만들었다. 30대 후반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이고도 귀여운 무대를 선보인 그녀. 그녀가 다시 그 자리에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그녀가 나는 정말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예능선수촌'에서 그녀는 뜻밖의 이야기를 쏟아 놓았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그냥 연기하지 왜 가수를 하냐고 의아하게 묻는다고 했다. 사실 배우로 인정 받은 만큼 그녀는 연기만 해도 꾸준한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연기파 배우로 이름을 얻고 그 길을 계속 걷는 것이 앞으로 엄정화의 연예인 생활에 더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그녀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다시 음악 무대에 올랐다. 이 날 보는 이의 마음도 찡하게 할 정도로 안타까운 말을 그녀가 연달에 쏟아냈다. 자신이 부른 그간의 히트 댄스곡을 들으며 결국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던 그녀는 자신의 나이 때문에 앞으로 가수를 계속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겁이 나고 너무 마음이 아프단다. 그렇지만 무대위에서의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는 까닭에, 노래하는 자신을 향한 팬들의 함성 소리를 잊을 수 없어서 계속 가수로 남고 싶다고 했다.

김건모가 은퇴를 번복하고 다시 가요계로 돌아온 것도 같은 이유때문이 아닐까? 노래가 인기를 얻지 못하고 가요계의 중심에서 벗어나더라도 가수로서 무대에 설 때의 그 느낌이 못견디게 그리웠던 것이 아닐까? 연예인들의 인기는 영원할 수 없는 것이 진리이다. 화려했던 순간을 뒤로한 채 중심에서 벗어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섭리이다. 그러나 새로운 스타가 등장했다고 해서 왕년의 스타들의 설 자리를 아예 없애버리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김건모와 엄정화를 신인들에 견주어 보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여유와 노련함을 가졌다. 그들의 열정 또한 어린 스타들에 비해 뒤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이 예전처럼 반짝거리지 않는다고 해서 비난하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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