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다가 '연예인 최민수씨, 70대 노인 폭행'이라는 헤드라인을 봤다. 아직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시점이었는지, 그냥 별로 더 추가되는 내용없이 그냥 헤드라인을 조금 더 확장한 내용으로 보도가 나갔다. 그 뉴스를 보며 처음 든 생각은 '최민수'와 '70대 노인'이었다. 사실 여성들은 최민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의 말들이며, 너무 낮게 깔아서 듣기 힘든 목소리며, 도인인 듯 행동하는 여러 행동들이며...... 한마디로 비호감이다. 그런 이미지의 최민수가 70대 노인을??? 노인이라고만 해도 가냘프고 힘없는 백발의 할아버지가 연상되는데, 게다가 70대라고 하면 얼마나 더 연약할 지. 언뜻 생각해도 최민수는 악의 근원이며 70대 노인은 불쌍한 피해자였다.
다음날 아침, 출근 길에 받아 본 온갖 무가지에는 최민수에 대한 각양각색의 기사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그런데 모든 신문의 1면을 장식할 줄 알았던 그의 기사가 의외로 작게 실린 신문들이 많았고, 1면이 아닌 신문도 많았다. 모 무가지에서 그 사건의 경황을 (아직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명백하지는 않으나) 자세하게 읽을 수가 있었다. 전날 뉴스에서 보았던 70대 노인에게는 추가되는 사실이 하나 더 있었다. 그냥 노인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싸움을, 그것도 길에서 멱살잡이를 하며 여러 사람의 진로를 방해하는 노인이란다. 순식간에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연악하고 불쌍한 노인이 아니라 시비가 붙어서 길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던 노인이란다.
과연 최민수는 가해자이기만 한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내가 만약 최민수라면??? 내가 만약 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다 아는 연예인 최민수라면, 어떠한 상황에서든 소란스러운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 같다. 설령 내가 피해자인 상황이라도 구설수에 오르지 않으려고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어떤 일이든 그냥 무마하려고 들 것 같다는 얘기다. 그런데, 무고한 사람을 협박하고 흉기까지 들었을까?
어쩌면 싸움을 하고 있는 노인이 연예인 최민수를 보자 끈질기게 시비걸고 못 견디게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최민수가 그냥 돌아가려고 할 때 기어이 차에 매달렸던 것은 아닐까? 연예인이기에 각종 사건에서 혜택을 받고 죄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그 반대로 연예인이기에 작은 사건도 크게 부풀려지고 걷잡을 수 없는 소문까지 더 해지는 경우도 있다.
앞에서도 밝혔듯, 나는 최민수의 팬이 아니다. 그러나 통화하며 길을 걷다가 뒤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던 할아버지에게 길을 비키지 않았다고(뒤에는 눈이 없다) 죽으려고 환장했냐는 큰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 나는, 피곤한 퇴근길 버스에서 졸고 있다가 자리 비키라는 불호령에 놀란 적이 있는 나는, 지하철 노약자 석에 앉아 있는 임신부를 심하게 나무라는 할아버지를 봤던 나는, 이 사건이 최민수의 잘못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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