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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어리숙한 강도역이었던 임창정의 말처럼 '강도 당할(?) 나이지 강도 짓을 할 나이가 아닌 할머니들이 강도가 됐다'는 황당한 설정부터가 이 영화가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그런데 나는 왜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이 낫을까?

분명히 한평생을 열심히 살았을 것이 뻔한 세 할머니, 영희(김수미), 정자(나문희), 신자(김혜옥) 할머니들의 노후가 어이 없을 만큼 꾸질꾸질해서? 아니면 할머니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도둑질 기술이 기발해서? 그것도 아니면 당장먹을 밥 한 그릇이 아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와이에서 수영복 입은 몸매를 뽐내고 싶어하는 할머니들이 귀여워서?

영화 '육혈포 강도단'은 눈빛 연기 하나로도 모든 대사를 소화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굉장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김수미 할머니,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애교 문희로 인기 몰이를 했던 나문희 할머니, 이 보다 더 귀여울 수 없는 김혜옥 할머니가 주인공이고 할머니들을 도와주는 어리버리한 강도역 임창정이 조연으로 출연한다. 소위 말하는 톱스타도 없고 아이돌도 없으며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할머니들의 할머니들에 의한 이야기가 전부이다. 그런데도 평균 나이 65세 할머니들이 쏟아내는 시시콜콜한 삶의 이야기는 참으로 신선하고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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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ma by daskar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하루하루 지리멸렬한 삶을 근근히 살아가는 할머니들. 그녀들의 꿈은 오직 하와이에 가서 단 한 번만이라도 힘든 삶의 무게를 내려 놓고 신나게 살아 보는 것이다. 하와이라는 목표가 없다면 단 하루라도 견디기 힘들 만큼 할머니들의 인생은 참 비참했다. 따뜻하게 먹을 밥 한 공기, 정답게 얘기 나눌 가족 조차 아쉬운 할머니들의 피폐한 삶 속에서 하와이는 한 줄기 빛이요, 희망이요, 생명이었다.

8년간 갖은 고생을 하면서 모은 돈 837만원을 가지고 드디어 하와이에 갈 수 있는가 싶었는데, 그만 은행 창구에서 강도를 맞고 만다.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 허탕하고 그대로 포기할 수도 없기에 할머니들은 스스로 은행 강도가 되어 자신들의 돈을 돌려받고자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

코믹 영화를 내가 너무 어둡게만 표현을 했나? 다른 분들의 글들을 읽어 보니 영화를 보는 내내 빵빵 터져서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다고도 하고, 김수미 할머니의 불꽃 에드리브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역시나 코미디 영화의 최고봉은 임창정이라고 칭찬을 하기도 했으며, 할머니들의 소탈하고도 재치있는 연기에 몰입하다보니 107분이 금방 지나가 버렸다는 글도 있었다. 웃고 즐길 수 있었다는 얘기다.

나도 많은 부분에서 웃었던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입은 웃는데 눈은 우는 참 이상한 현상을 경험한 것이다. '소녀, 숙녀, 아줌마, 엄마'를 지나 앞으로 나에게 남은 호칭이 '할머니'밖에 없어서 감정이입이 된 것인지, 이미 할머니라고 불리고 있는 엄마 생각이 나서인지, 영화에서 매우 유쾌하게 표현하고 있는 그래서 더 쓸쓸해 보이는 그녀들의 삶이 참 아프게 와 닿았다.
 
입소문을 타고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육혈포 강도단'. 앞으로도 이와 같이 건강한 웃음을 주는 영화가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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