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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께서는 '나중에' 나이가 더 드시면 꼭 전원주택에서 사시겠노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집 주변에는 과일 나무도 심고 갖가지 채소들도 심어서 철마다 맛있는 과일과 신선한 채소를 직접 길러서 드실 거라고도 하셨다. 동물을 좋아하시니까 당연히 강아지도 기르실 계획인데 이왕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다는 진돗개가 좋겠다시며 늘 그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속으로 과연 그 날이 오긴 할 지 의심했었지만, 세월이 흐르고 흘러 어느덧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나중'이 되었다. 드디어 주변에 논과 밭이 널리고 흙을 밟을 수 있는 곳에 우리집이 짠 생겼다. 오랜 시간 아버지의 머리 속에 그려져 있던 집이 실제 세상에 척 하고 나오자 시큰둥했었던 나도 신이 나서 이곳저곳을 둘러 봤는데, 아버지의 꿈의 실체가 이랬었구나 싶었다.



직접 설계에 참여하시고 작은 소품까지 하나하나 관여 하셔서 꾸며진 집에는 온갖 것들이 다 있었다. 천장을 유리로 만들어서 하늘이 보이는 작은 정원, 냉온욕을 할 수 있도록 욕조가 두 개 놓인 욕실(그 중 하나는 월풀), 잡동사니를 모조리 다 넣고도 공간이 넉넉해 숨바꼭질 할 때 숨고 싶은 다락방. 그 중에서도 황토로 만들어 숨을 쉰다는 찜질방이 이 집의 압권이다!

블로그를 통해서 하나하나 다 소개해 주고 싶을 정도로 예쁘게 지어진 우리-친정(이 집에 내 방은 없다.)집. 오늘은 집 밖에 아담하게 만들어 져 있는 연못을 좀 보여드리려고 한다. 겨울에 갔을 땐 연못이 꽝꽝 얼어서 거기 살고 있는 잉어들의 생사가 궁금했었는데 봄이 오고 날씨가 따뜻해지니까 물고기들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것 같은 돌들도 사실은 아버지께서 공을 들여 모양을 잡으셨고 곳곳에 심겨져 있는 식물들도 그렇다.

연못을 지나 저 멀리 보이는 빨간 우체통 역시 아버지께서 뚝딱뚝딱 만드신건데 반듯한 것이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아, 그러고 보니 그 아래엔 버려진 항아리를 화분 삼아 식물을 심어 꾸며 놓으신 게 보인다. 하나에서부터 아버지의 손길이 지나지 않은 곳이 없다. 호, 혹시 아버지는 타고난 집 꾸미기의 달인?!?

날씨가 조금 더 따뜻해지면 다솔이와 함께 하염없이 서서 연못 안을 들여다보며 알록달록 잉어들이 움직이는 것을 관찰해 보고도 싶다. 연못이 있는 빨간 우체통집에 또 놀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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