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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텔레비전 채널을 휙휙휙 돌리다가

EBS <달라졌어요> 폭식증 딸 편을 보게 되었어요.

처음 본 방송이었는데 느낀 바가 커서 함께 나누고 싶어 포스팅 해 봅니다. ^^

 

 

저는 소아비만 출신으로서 늘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고

기름지고 달콤하고 짜고 =  맛있는 음식을 양껏 먹는 것에 기쁨을 느끼면서도

과식을 하는 날이면 늘 후회되고 저 자신에게 실망하기도 하고...

운동을 시작하면서 요즘에는 좀 달라졌지만 (오잉? 나도 달라졌어요?? ^^)

먹는 것에 되한 이중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우연히 보게 된 EBS <달라졌어요> 폭식증 딸 편에 호기심을 가지고

방송을 끝까지 보게 되었죠.

 

 

폭식증 딸의 상황은 생각보다 너무너무 심각해서

한 달에 식비로만 300만원 정도 지출을 하고,

엄마가 주방과 냉장고를 튼튼한 자물쇠로 잠가 놓지 않으면

하염없이 음식을 먹고, 또 먹고 ....

스무살이 넘은 딸과 엄마가 '먹는 것' 때문에 몸싸움을 해야 할 정도였어요.

먹고 싶은 대로 먹도록 그냥 놔 두면 한 번에 3시간 정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양을 먹습니다.

 

 

그리곤

토하죠.

 

 

폭식증 딸에게 많이 먹는 것 보다가 더 큰 문제는 먹고나서 토한다는 건데요~

먹는 것은 좋아하지만 살이 찔 것이 두려워서 먹은 것을 다 토해 버리는 거였어요.

한 번 먹을 때 많이먹고, 또 다 토해내야 되므로

사회 생활은 불가능하죠.

그걸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집에서만 생활하면서 하루종일 먹고, 하루종일 토하고....

그런 딸을 보호(감시...)하느라 엄마도 대부분의 시간을 딸과 함게 보내야 하고,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출을 해야 할 때에는 주방을 잠그고, 냉장고를 잠그는데

 

 

처음에는 딸의 문제라고 생각했었던 것들이

전문가 상담을 통해서 서서히 딸 뿐만이 아니라 엄마에게도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어요.

그리고 단순히 다이어트 때문에, 먹는 것을 좋아해서 폭식증이 생긴 것이 아니라

다른 이유때문에 자기 몸을 혹사해서까지 먹는 것과 토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도 밝혀졌어요.

 

 

 

 

 

 

 

 

EBS <달라졌어요> 폭식증 딸은 3년 전부터 엄마랑 둘이서만 살고 있는데요,

전문가 상담을 통해

엄마도 자기를 버릴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 드러났어요.

겉으로 보이는 행동은 엄마를 싫어하는 것 같았고,

엄마가 없으면 마음대로 먹을 수 있으니 엄마의 죽음까지도 생각한 적이 있다고 얘기했던 딸.

 

 

그러나 상담이 진지해질 수록

엄마가 자기에게 꼭 필요한 존재임을 고백하는 딸.

엄마가 어디론가 떠나버릴 수 있다는 것이, 엄마가 자기를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

너무너무 두려워서

어린 아이가 으앙~ 하고 크게 울거나 많이 아프게 될 때 그 곁에 늘 엄마가 지키고 있듯,

EBS <달라졌어요> 폭식증 딸은 자기 몸을 망가뜨리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엄마가 자기 곁을 절대로 떠나지 않도록 방어막을 치는 것이었더라고요.

 

 

결말을 보고 나니 문득 드는 안타까움....

그리고 쏟아지는 눈물 ㅜㅜㅜ

 

 

 

 

 

 

 

꽤 오래 전부터 저는 아이들이 너무 말을 듣지 않거나 저를 힘들게 할 때

'엄마는 너희들을 더 못키우겠다, 같이 못 살겠다, 엄마는 갈거야'라는 말을 자주 했었고,

심지어 (길게는 5분정도) 진짜로 아이들을 놔 두고

현관 밖으로 나가 버린 적도 있어요.

 

 

지금부터 엄마는 다른 집에 가서 살거야,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시늉을 하면

아이들은 울고, 발을 동동 구르면서 속상해 하며 울고

아이들 둘이 싸웠든, 밥을 한 숟가락도 안 먹든,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제가 하는 얘길 듣고도 못 들은 척 꿈쩍도 안 하고 있든... 거의 모든일이 순식간에 싹 정리가 되거든요.

 

 

아직 어린 우리 아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엄마가 없는 것이므로,

아이에게 주는 가장 큰 벌은 엄마가 사라지는 것.

 

 

실제로 제가 아이들을 놔 두고 5분 정도 현관문을 닫고 나가 버렸을 때,

현관문 밖까지 큰 소리로 엄마엄마 부르면서 다시는 안 그럴 거라며 대성통곡을 하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어요.

그 때는 저도 너무 진빠지고 화가 났던 상황이라서

아이들을 놔두고 현관문 앞에서 5분 정도 있다가 다시 들어갔었는데,

대부분은 제가 진짜로 집을 나가기 전에 문제들이 해결되므로 진짜로 나갔던 적은 별로 없어요.

 

 

4살짜리 동생에게, 6살짜리 아이가 '죽음'을 설명해 줄 때,

죽는 다는 것은 이제부터 엄마를 다시는 못 본 다는 뜻이야~ 라고 말했을 정도로

아이들에게 엄마가 없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공포였던 거예요.

 

 

 

 

 

 

EBS <달라졌어요> 폭식증 딸편을 보고나서 아이들에게 너무너무 미안해서

저는 즉시 아이들을 모아 놓고 얘기를 했어요.

 

 

 

엄마가 지난 번에 이제 너희랑 같이 살지 않겠다고 했던 말 기억나냐면서,

이제 우리집에서 안 살고 다른 곳에 가겠다고 했던 말,

사실은 거짓말이었어! 라고 얘기하자마자

 

 

4살 딸아이는 아직 그 뜻을 잘 몰라 어리둥절하고,

6살 아들아이는 정말? 그럼 엄마는 우리랑 계속 사는 거야?? 하면서

만세를 부릅니다 ㅜㅜㅜㅜ

엄마 사랑해~ 하면서요.

 

 

그러더니 엄마 나 핸...하다가 말을 멈추고,

(핸드폰 할거야~라고 하려던 말을 멈추고)

엄마 나는 지금부터 책 좀 읽고 있을게~ 엄마는 텔레비전 보면서 쉬고 있어~ 합니다.

어느새 철이 들어서 어떤 말과 행동을 하면 엄마가 좋아하는지도 알고 있는 아이.

엄마가 다시는 다른 집에 가겠다고 말하지 않고,

아이들과 계속 같이 있겠다고 하니 기분이 좋아 말도 더 잘 듣네요~

 

 

물론 반나절을 못 넘기고

또 말썽을 부리고 둘이서 싸우고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는 아이들이지만

저는 방송을 본 후부터는 절대로 다시는 엄마가 떠나겠다는 말을 하지 않는답니다.

그동안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무서웠을지, 정말 미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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