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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겁(食怯)

명사
뜻밖에 놀라 겁을 먹음


'제 걸음으로 집에서 십 분 정도 걸리는 이마트에 가서 아이스크림하나 사 먹고 오자!'는게
제 계획이었어요.
일종의 서프라이즈 선물?? 정도였다고나 할까요?


너무 더운 날씨에 집에 일찍 가 봐야 특별히 할 일도 없고
어린이집 하원한 아이들 데리고
시원시원한 이마트에 놀러가서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귀여운 동물 친구들도 구경하고...
오는 길엔 놀이터 들러서 신나게 놀면 저녁밥이 맛있겠다 정도로만 생각을 했었답니다.


삼사십 분 정도면 가능하리라 생각했던 특별하지 않은 이 일정이
4시간 동안, 제가... 또 아이들이...녹초가 돼 쓰러질 때까지 계속되리라고는
진짜 상상조차 못했네요.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시에는
언제 어디서든 무조건 눕고 보는게, 요즘 다인 양의 실태라는 걸,
잠시 깜박했던 것이 화근이었어요.


그걸 잊어 버리다니,
그걸 잊고 아기띠도 없이 고장 나 손으로 끌어주지 않음 삐걱거리는 자전거를 가지고
혼자서 애들 둘을 데리고 마트에 갈 생각을 했다니......
또렷한 정신으로 찬찬히 생각해 보니
처음부터 식겁하지 않을 수 없는 무모한 계획이었습니다.




업어 주지 않음 걷지 않겠다!
온몸으로 시위하는 다인 양을, 이 더위에 낑낑 엎고 안고 땀을 뻘뻘 흘려도 제자리걸음.




패달과 핸들 부분이 말썽이라 다솔이 자전거는 뒤에서 밀어 주지 않으면 잘 나가지 않는데,
다인 양은 제가 자전거에 손을 대면 울고불고 난리가 납니다.
엥??????  무조건 제 두 손은 자기를 안거나 업는대만 써야 한다네요~




안 그럼 자전거를 내 놓으시든지....가 다인 양의 시위 내용입니다.




심통이 날 때 입이 삐죽나오는 것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터득하는 놀라운 능력~


다솔 군도 걸어갈 생각은 전혀 없으니
1차 협상 결렬.




다솔 & 다인이는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팽팽하게 대립중입니다.




엄마가 왜 화가 났는지,
자기가 어떻게 하면 이 일이 끝이 나는지 잘 아는 다솔 군.
난감한 표정으로 사태를 파악하는 중.


그러나 꽤 오랜 시간이 흐르도록 결국 타협하지 못하고
저는 다시 낑낑대며 다인이를 안고 업고
손이 아닌 몸으로 자전거를 밀며
땀으로 샤워를 한 채 이마트에 겨우겨우 도착을 했어요.



이마트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귀여운 동물 친구들이 살지요.
아이들과 동물들은 서로를 구경하며,
잠시 평화롭고 행복한 한 때를 즐기다가 (아~ 언제나 행복한 순간은 짧아요.)




앵무새, 토끼, 열대어까지 다 구경하고 나니
슬슬 눈에 들어 오는 건 장난감들...



얼른 아래층 아이스크림 가게로 내려가기만 하면
이 상황도 아름답게 끝낼 수 있을 텐데...



 
제가 한 발 늦어 아이들의 눈과 마음에 장난감이 들어오고야 말았어요.
급기야 다솔이까지 마트 바닥을 기어 다니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겨우 달래고 얼러 자전거에 태운 후
아이스크림을 사 먹였어요.
 
.
.
 
그리고
 
.
.
.
 
절반의 일정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 오면서 둘이서 어찌나 진상을 부리는지,
사진도 없는 집으로 돌아 오는 길 (끝이 없어 보였던 그 긴긴 길~)
그 짧은 거리를 오면서 얼마나 폭발을 많이 했던지 윽박질러도 보고, 타일러도 보고...
진짜 힘들었어요.
집으로 돌아 와 시계를 보니 마트가서 아이스크림 사 먹고 오는데
장장 4시간이 걸렸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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