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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생전 처음 맞는 '어린이집 소풍 소식'
다솔이 소풍 도시락을 예행 연습까지 해서 몇 가지 싸 보았었잖아요?
어떤 엄마가 그러더라고요.
어린이집 소풍 도시락은 엄마의 자존심이라고...... .
그런 말까지 들었는데 제 아무리 치맛바람에 'ㅊ'도 모르는 엄마라고 해도
도시락 만큼은 멋드러지게 싸 주리라 결심을 했었어요.


네 살 밖에 안 된 아이들이라 소풍도 멀리가지 못하고 고작 실내 놀이터에서
두 시간 남짓 놀다 오는게 전부인데
밥, 약간의 간식과 음료를 준비하라는 어린이집 안내문을 받고 고민, 또 고민.
도시락은 보기에도 좋아야 하고 먹기에도 좋아야 하니까요.


관련글 : 어린이집 소풍 도시락, 초간단 돌돌돌 '한 입 샌드위치' 만들기
http://hotsuda.com/1159


맨처음 만들어 본 것이 한 입 샌드위치인데요,
만들어 놓고 어린이집에서 다솔이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 후 시식을 시켰답니다~
그, 러, 나!!!!
혓바닥만 소심하게 날름 대 보더니
맛이 없다며 먹기를 거부하는 나쁜 남자!
결국 돌돌돌 한 입 샌드위치는 '착한 남자'= 남편이 먹었고요,
저는 그 후로도 유부초밥 등의 몇 가지 음식을 다솔 군에게 퇴짜 맞았어요.




결국 지난 어린이집 소풍 때 제가 준비한 도시락은
아고고, 모르겠다~~
볶은 쇠고기와 후리가케를 슬슬 뿌려 주물주물 만든 주먹밥이었답니다.
그리고 소시지빵 하나와 체리, 포도,뽀로로 음료수(고작 2시간 떠나는 소풍에!!)를 넣어서 보내줬었지요.




소풍에서 돌아 온 다솔이에게 도시락 맛있게 잘 먹었냐고 물었더니,
아니, 맛이 없어서 안 먹었어~~그러는 거예요.
어린이집에서 매일같이 올려주는 사진 게시판을 통해 다른 아이들의 도시락을 살짝 엿볼 수 있었는데요,
몇 명을 빼곤 거의 다 김밥이었더라고요.
역시 소풍에는 김밥이 진리이나, 너무 손이 많이가서 슬쩍 모른 척했었는데요,
다솔이는 다른 친구들이 먹는 김밥이 무척이나 부러웠었나봐요.


다른 친구의 도시락 사진을 가리키며
김밥 먹고 싶다고 (실제로 그 후 한참동안 김밥을 가장 좋아하는 다솔이었답니다~) 울먹이고...




그래도 먹었네, 먹었어!!
하나도 안 먹었다고 해 놓고선, 사진으로 보니 먹긴 먹었더라고요.
도시락이 싸 비워져서 왔었거든요.
흥, 나쁜 남자 같으니라고.




지난 번 어린이집 소풍 사진을 보니,
친구들과 실내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잘 놀고 왔던 것 같았지만
김밥이 부러웠다는 말이 조금 맘에 남아 있었는데,


저는 그걸로 소풍은 끝인 줄 알았는데!!!
가을 소풍을 또 간다는 말에 가슴이 답답하더라고요.
날짜는 째깍째깍 잘도 가서 소풍가는 바로 전 날, 저는 알 수 없는 부담감에 잠까지 설칠 정도였답니다.
김밥 도시락을 준비해야 했으니까요.


그러나 저는 합리적인 여자~
저희 아파트 상가 깁밥집 아줌마의 솜씨를 좀 빌리기로 했답니다.
기본 김밥 한 줄에 2천원인데 김밥을 정말 양도 많이, 맛있게 잘 싸 주시거든요.



8시 30분에 김밥집 문을 연다는 말에 여는 시간맞춰 전화로 미리 세 줄을 주문하고
다솔이 김밥은 어린이집 소풍용으로 작게 싸 달라고 부탁을 드렸어요.
2천원에 푸짐한 것이 상가 김밥집의 특징인데
다솔이 김밥은 가격은 같으나 확실히 날씬하네요.


 

(다인이가 탐내고 있는 뽀로로 음료도 다솔이 소풍용)


어린이집에서 소풍을 또 갈 줄은 몰랐으나,
커피 믹스 180개를 사면 사은품으로 주는 도시락을 받아 놓고 흐뭇해 하고 있었는데,
마침 잘 되었다 싶었어요.
어린이용 도시락으론 터무니 없이 크지만,
어린이집 도시락은 음식의 내용이나, 도시락통의 모양이나...
모든 초점이 우리 아이 기살리기 + 엄마 자존심 세우기에 맞춰져 있으니 상관없어요.



커다란 도시락 통에 조그마한 어린이용 김밥을 달랑 한 줄 넣었더니
저렇게 휑~~한 기운이 감돌지만 뭐, 별 문제는 없습니다.




어른용 김밥과 비교해 보니까 정말 크기에서 차이가 나요.
그래도 제가 싸려면 훨씬 더 힘들었을 테고 재료비도 많이 들었을 텐데,
2천원짜리 김밥치고 훌륭합니다.



 
도시락은 무려 3단,
식빵에다 딸기쨈을 발라 4등분해서 넣고, 후식으로 포도도 넣었어요.
흐뭇하게 도시락 가방을 챙겨 아빠에게 들려 보내고(아빠가 어린이집에 데려다 줬지요.)
나중에 소풍 사진을 확인해 보니,
흐뭇흐뭇 또 흐뭇~~~
비록 내용물은 별 것 없었으나 있어보이는 소풍 도시락이었어요.
 
 
김밥을 직접 싸 주지 못한 것은 좀 미안하지만 (꼭두새벽에 일어나 김밥 싸 주는 엄마들 존경해요!)
어린이집 가을 소풍도 잘 치뤘네요.
소풍 도시락은 역시 김밥이 진리인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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