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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절개 수술로 다인이를 낳았어요.
수술 당시 마취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살을 찢고, 벌리고, 누르는 과정을
몸을 덜덜 떨고, 식은 땀을 흘리면서 견뎠는데요,
너무너무 아파서 다시는 임신을 하지 않으리라(셋째부터는 제왕절개술이 위험하다고도 해요.) 결심을 했지요.
결국 아기 얼굴도 못 보고 수면 마취를 하고, 회복실에서 잠을 깼는데,
아팠다가 마취를 다시 해서 그런지 마취가 깨는 순간 아팠던 기억으로 되돌아갔는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정신이 들었는데 간호사가 왜 우냐고, 따지듯 묻더라고요.


다시 병실로 옮겨져서 남편에게 눈물을 흘리면서 그간의 상황을 설명을 했답니다.
같이 마음 아파해 주며 저를 다독거리는 남편...... .
저는 다시금 잠이 들었고 다인이가 잠시 저를 만나러 왔어요.
24개월 된 다솔이를 보다가 갓난 아기를 보니 어찌나 작고 귀여운지 인형을 보는 것 같았어요.


조그마한 머리, 눈, 코, 입을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다인아! 엄마야... 부르는데,
그동안의 아픔과 설움이 눈 녹듯 사라집니다.
이렇게 예쁜 아기를 만나는데 그깟(??) 아픔이 대수야? 하는 심정도 들고,
셋, 넷, 다섯도 쑥쑥 잘 낳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어요.


다인이는 잠깐 동안 제 옆에 누워있다가(제 상황이 좋지 않아 젖을 물릴 수는 없었어요.)
신생아실로 돌아갔고,
저는 그 때부터 또 다른 사투에 접어 들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아프다는 아기를 낳는 고통.
자연 분만한 산모들은 하늘이 노래지는 고통을 겪은 후에 아이를 만나게 된다지요?
제왕절개한 산모들은 아이를 만난 후에 진짜 아픔을 겪게 됩니다.
이제 시작이에요.


저는 둘째를 낳았고, 또 제왕절개 수술을 했고, 자궁에 커다란 근종이 있어서 같이 떼어냈기에
그 고통이 더욱 심했는데요,
담당 선생님도 미리 아셔서 저에게는 진통제까지 처방해 놓으신 상황이었어요.
마약 성분의 진통제인 무통 주사가 있어서 많이 아플 뗀 버튼을 눌러 주사약을 더 많이 들어가게 하는데,
무통 주사로는 견디기 힘들테니, 그럴 땐 참지 말고 진통제를 맞으라고 말씀하셨답니다.


그런데, 왜왜왜!!!
자연분만한 산모는 무통 주사가 무료이고 제왕절개한 산모에겐 비용이 청구되나요?
왜왜왜!!!인가요????




저는 오전 10시 즈음에 척추 마취로 수술을 했는데요, 그 날 오후에 마취가 완전히 풀렸어요.
척추 마취를 했을 때 머리를 들면 심한 두통이 올 수 있고,
척추 마취를 한 부위에 (작지만) 구멍이 생기기 때문에 구멍이 잘 막힐 수 있도록
머리와 등을 바닥에 완전히 붙이고 꼼짝하지 말아야 해요.
마취가 풀리면서 극심한 고통이 시작되는데, 꼼짝없이 누워서 통증을 이겨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머리는 수술한 후 24시간 동안 들 수 없고요,
물은 수술 전날 밤 12시부터 ~ 수술 후 31시간 동안 마실 수 없어요.
대신 수액을 맞아서 탈수를 예방하고, 옴짝달싹 할 수 없는 동안에는 소변줄을 꽂고 있게 된답니다. 
어떤가요? 제왕절개가 자연분만 보다 쉽나요?
...... 보통 일이 아니지요?




고개를 좌우로 돌릴 수는 있지만 정면을 응시할 때는
제가 볼 수 있는 것은, 수액과 무통 주사밖에는 없어요.


밤에도 잠을 30분 이상 연속으로 잘 수 없고,
끙끙대다가, 신음하다가, 잠깐 잠이 들었다가, 또 끙끙, 신음, 잠깐 잠......
너무너무 불편한 침대에서 함께 고생해 주었던 남편도 제가 끙끙댈 때마다, 신음할 때마다
같이 깨서 제 손을 잡아 주기도, 땀을 닦아 주기도 하며 고통을 분담해 주었어요.
사실 제가 아플 때 남편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는데요,
그래도 저는 꼭 남편을 깨웠답니다.
혼자서 아픈 것은 너무 외로운 일이니까요.
왠지 꺼려졌던 진통제도 밤에는 조금이나 잠을 자려고 5시간에 한 번씩은 맞았는데,
진통제의 효능은 그리 길지 않았어요.




제가 입원했던 분당차여성병원에는 모자동실을 원칙으로 하지만,
제가 전혀 움직일 수가 없기에, 제왕절개 수술 다음날에는 다인이를 만날 수가 없었어요.
다인이는 태어난 날에는 금식이었고요,
아직 젖이 돌지 않아서 젖이 나오기 전까지 다인이에게는 분유를 신청해서 먹였어요
.
다솔이때 모유 수유만 고집하다가 황달 수치가 높아졌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융통성 있게 대처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잘 했다고 생각해요.
(관련 내용은 다음에 더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제왕절개 수술 다음날 제 모습입니다.
좀 부끄럽지만 통증이 좀 덜했을 때 기념으로 찍은 것이에요.
헉! 소리가 나오게 부었지요?
얼굴에 잡티도 많이 보이고, 입술도 엄청 두툼해졌네요.
그래도 추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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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작은아이 다인이를 낳았어요!
두 번째 제왕절개 수술로 아이를 낳았는데, 수술 전 날 걱정 반 설렘 반에 뜬 눈으로  밤을 세우고
당일 오전 10시 즈음 수술 준비를 하고 수술실로 가게 되었답니다.
두 번째 제왕절개 수술은 처음에 수술했던 그 부위를 또 다시 절개해야 되므로
훨~~~~~~~씬!!!!   더 아프고 회복도 더디 된다고 들었어요.
수술이 닥치니, 사실 아이를 낳는다는 기쁨 보다는 아픔에 대한 걱정이 더 컸답니다.


'수술하러 가겠습니다'
간호사 선생님의 말을 듣자 갑자기 심란해지면서 급격히 무서워졌는데요,
이럴 땐 혼자 있는 것이 더 좋겠으나,
이미 엄마, 아빠, 남편, 다솔 군까지 가족들이 총출동해서 대기하고 있는 상황.
가족 분만실을 선택해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중에 분만하는 산모들은 참 성격이 원만한 분들인 것 같아요.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저는 이런 상황에서는 혼자가 더 편하다는 생각이거든요.




만삭(38주 이상이면 만삭이래요.)이었던 마지막 모습이네요.
부른 배를 한 채, 수술 방으로 옮겨질 침대에 오르고
두근두근 떨리는 맘으로 잠시 누워 있는데,
거울 속에 다솔 아빠의 모습 보이시죠? 다솔 아빠는 열심히 사진을 찍습니다.


상황 파악 안 된 다솔 아빠,
동영상 찍는다며 저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다가 1차로 낭패를 봤지요.
 
 


다솔이는 제가 침대에 누워서 어디론가 이동하자,
걱정스러웠는지 자기도 침대를 같이 끌어 주더라고요.




3층에 위치한 입원실에서,
보호자와 함께 수술실이 있는 지하 1층으로 이동하는 중이에요.




드디어 수술실 앞에서 대기.
수술 전에 환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등등을 다시금 확인하고,
수술 절차에 대해 설명을 듣고




드디어, 수술실로 들어가게 돼요.
한껏 예민해져 있는데, 다솔 아빠는 또 수술 상황을 찍어 오라며 카메라를 내밀어서
결국 저를 버럭하게 만들었답니다.
제가 진심으로 버럭하자, 다솔 아빠도 농담이었다며 정색했는데,
이런 상황에선 농담이 통할 리가 없지요.


저는 척추 마취로 제왕절개 수술을 했는데,
척추 마취는 전신 마취보다 회복이 다소 빠르고, 하반신만 마취가 되니
갓 태어난 아기를 바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러나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정신이 또렷하니까 수술 과정을 다 견뎌야 돼서 무서울 수 있고
수술 후 회복되는 이틀 동안 머리를 들 수 없다는 단점이 있어요.
(머리를 들면 마취제 때문에 두통이 생길 수 있대요.)


제왕절개 수술이 진행되는 과정은요,
수술 침대로 옮겨진 후, 또 다시 환자의 신원 파악을 하고
척추 마취를 하기 위해 새우처럼 등을 굽히고(배때문에 자세 잡기가 힘들어요.)
척추에 따끔하게 마취 주사를 놓아요.
다른 분들은 이 과정도 많이 아프셨다던데, 그리 아프진 않고 주사 정도예요.
마취제가 서서히 하반신으로 퍼지고,
오른쪽 다리부터 점점 감각이 둔해지는데요,



이 주사 기억나시죠? 수액과 항생제를 맞게 되는, 젓가락 정도 굵기의 무시무시한 주삿바늘이요.
간호사가 초보였는지 이렇게 아픈 주사를 마취제가 아직 퍼지지도 않은
왼쪽 발에 젓가락 주사를 꽂은 거예요!
당연히 저는 아얏! 소리를 내고, 마취 선생님도 아직 왼쪽은 아니야~ 했는데,
이미 바늘은 꽂는 중이고...... 아얏 아얏 하면서 주삿바늘을 꽂았어요.
그리고 소변줄도 꽂는데 이것도 참을만 해요.


이 날 마취과 선생님을 포함한 스태프 선생님들이 다들 초보였는지,
엄청나게 실수를 연발했는데요,
다솔이를 낳았을 땐 몸집 좋으신 마취과 여자 선생님이 정말 푸근하게 잘 해 주셨거든요?
나중에 그 선생님도 오셔서 다행이었는데 처음부터 그 분이 해 주셨더라면 참 좋았을 뻔 했어요.


시간이 조금 흐르고 차가운 알콜솜으로 마취가 됐는지 안 됐는지를 시험해 봐요.
하반신 마취니까 가슴 부위와 다리 부위에 번갈아 알콜솜을 문지르고
저에게 두 느낌이 같은지 다른지를 물어 봐요.
그러나 저는 바짝 긴장해 있었던지라 잘 모르겠더라고요.


잘 모르겠다는 말을 몇 번 반복하고,
예전 수술 부위를 집게로 콕콕 집었는데 따끔한 느낌이 조금 났지만 크게 반응은 안 했더니,
수술이 시작됐어요. 담당 선생님도 내려 오셨지요.


그런데!!!!!!
마취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에요!!


으으으.... 생각하기도 싫은 제왕절개 수술의 아픔.
원래 제왕절개 수술은 모든 과정이 다 끝나고 나야 아픈 것을 느끼고
수술 중에는 마취 상태니까 전혀 아프지 않아야 되는 것이 거든요?
근데 저는 마취가 잘 안돼서 (물론 100%를 다 느낀 것은 아니지만) 고통을 감내하며 수술을 견뎠어요.


아기를 꺼내고, 간호사가 위에서 배를 누를 땐 너무 아프고 몸이 덜덜 떨려서
수술 중에 내려 오신 몸집 좋으신 여자 마취 선생님께 더는 못 참겠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조금만 더 참으면 아기 얼굴을 볼 수 있다고, 그 후에 수면 마취를 해 주신다고 하셨거든요.)
결국 아기 얼굴도 못 본 채 아픔만 고스란히 느끼고 마취제를 추가하고 수면 마취도 했답니다.




이런 상황을 알 리 없는 가족들은 밖에서 수술 현황판을 보면서 저와 아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기는 금방 꺼내지만,
저는 회복실에서 한 시간 정도를 누워서 쉬고 있다가
수면 마취가 깨면 다시 입원실로 올라가게 돼요.
회복 시간까지 합해서 약 2시간 정도 걸린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천진난만한 다솔 군.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이다인' 양을 만났어요.
아기는 몸을 어느 정도 씻어 내고, 큰 수건으로 몸을 꽁꽁 싸맨 후
어떤 기계(?) 속에 잠시 넣어 놓는데요, 정확히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양수 때문에 몸이 퉁퉁 부어 있는 다인 양,


태어날 당시 몸무게는 2.77kg
키는 48cm




갓 태어났을 때가 제일 통통해 보이고요(붓기 때문에),
불필요한 체수분이 빠지고,
태변도 보고, 소변도 보면서 자연스레 몸무게의 약 10% 정도가 줄어들어요.




그래서 생후 3~4일 후에는
2.5kg으로 몸무게가 확 줄어 버렸답니다.
그래서 제가 3kg이상으로 다인이를 낳기 위해 노력했던 것인데,
결과적으로 저만 살이 쪘네요.




제가 회복실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쉬는 동안
수술 과정이 너무 아팠던 기억 때문에 저도 모르게 계속 눈물이 주륵주륵 나오더라고요.


가족들은 다인이를 만나서
인사도 하고, 성별과 손가락, 발가락을 확인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다인이를 맞이 했어요.



다솔이에게 '아기', '동생', '다인'이를 가르쳐 주었더니
다인이를 보자마자,
배운 말들을 다 쏟아 내면서 다인이와 인사를 했답니다.
 


다인이 사진에 뽀뽀를 하는 다솔이.
다솔이는 의젓하고 벌써 철이 들어서 다인이를 잘 보살펴 주고 예뻐해 줄 것 같은데,
동생을 만나게 된 다솔이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하네요.


 
제왕절개 수술 후,
저는 다시금 입원실로 옮겨 졌답니다.
 
 
마취가 잘 되지 않아서, 눈물이 주룩주룩 흐를 정도의 아픔?
그건 예고편에 불과했더라고요.
다음 번 글에서 제왕절개 수술 후 회복기가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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