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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때마다 공감백배, 감동백배를 얻게 되는 '롤러코스트'의 남녀 생활 백서에서 나온 내용이다. 여자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기본이고 그것에 감정이입을 하며 눈물을 흘리거나 크게 웃는 것과는 별개로 여자 주인공의 모든 것을 제빨리 스캔하는 능력이 있단다.

슬픈 장면에서 눈시울을 붉히면서도 여자 주인공의 머리 모양, 화장법, 옷 스타일, 들고 있는 가방, 구두 굽의 모양 등을 순식간에 다 파악을 하면서, 여자 주인공이 지난회 비해 살이 더 많이 빠진 것 같은데 요즘 무슨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 한단다. 동시에 매니큐어를 칠하거나 외출 준비로 화장을 할 수도 있으니 남자들은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여성들만의 기술이다.

지난 번에 '지붕뚫고 하이킥'의 두 여인 황정음과 신세경에 대한 남자와 여자의 의견 차이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남자들은 청순하고 참해 보이는 신세경을 더 많이 좋아하는 것에 비해 여자들은 세련되고 옷 잘 입는 황정음의 손을 더 많이 들어 주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참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셨다.


그런데 여자들이 신세경의 청순한 매력을 무시하지 못하고 때때로 그녀처럼 차분한 듯, 아무것도 모르는 듯 내숭을 떠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자들은 황정음의 애교 공세에 깜빡 넘어가게 된다.

나는 하이킥에서 신세경 보다는 통통 튀는 매력을 가진 황정음이 훨씬 더 예쁘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이 시트콤을 볼 때면 황정음의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스캔하면서 그녀의 스타일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된다. 얼마 전 케이블 재방송으로 '우리 결혼했어요'를 봤는데 예전 같았으면 채널을 돌렸겠지만 황정음의 스타이리을 복습(?)해야 됐기에 그 방송을 매우 자세히 보게 됐다.

내가 본 방송에서는 세 커플들이 모여서 운동회를 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실제 연인 사이인 황정음-김용준은 단연 다른 커플들 보다 자연스러워 보였다. 황정음은 실제로도 애교가 많은 성격인지 다른 커플들과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도 자연스레 김용준의 어깨에 매달리거나, 기대거나, 허리를 껴안거나 손을 잡거나, 대롱대롱 업혀 다녔다. 그녀 특유의 코맹맹이 소리도 여전했다.


경상도 출신인 나는 황정음 보다 신세경 쪽에 더 가까워서(물론 외모는 어느 쪽도 아니다.) 애교의 'ㅇ'도 모른 채 살아 왔다. 학창시절엔 무슨 까닭에서인지 감정이 표정에서 읽히는 것은 굴욕이라고 생각해서 얼굴도 늘 무표정이었으며 소리내어 웃지도 않았다. 그러다 감정 표현 잘 하는 'B형에, 곱슬머리에, 왼손잡이에, 외아들인' 남편을 만나서 그나마 많이 나아졌지만 생각해 보니 신랑에게 업힌 것도 연애시절 딱 한 번 이었던 것 같다.

방송을 보고 나서 나는 남편에게 '우리 결혼했어요'에서의 황정음의 이러 저러한 애교 공세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역시 내 예상대로 남편도 신세경의 청순함에 한 표를 주었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황정음의 애교를 좋아했다. 그 날 이후 황정음을 더욱 자세히 관찰을 해 봤는데 얼마나 애교 기술 숙련자인지 뭐 별 말,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을 때에도 애교가 몸에 배어 있었다. 눈도 애교, 코도 애교, 입도 애교, 몸짓도 애교, 손짓도 애교, 발짓도 애교 그 자체였다.

애교를 '글'로 배워 남편이 쓰러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나는 그녀의 다양한 표정들이 담긴 사진들을 보고 그녀가 출연한 다양한 영상들을 봤지만 역시나 삼십 일년 목석(!?!) 인생이 하루 아침에 달라 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여자인 내가 봐도 정말 예쁜 그녀 황정음, 오늘도 그녀를 볼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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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과자 어디있어? 맛만 좀 볼게. 나 한 개만, 하고 조르는 사람은 백일 된 아들 다솔이도, 남편도 아닌 우리 엄마다. 좀 전에 부스럭 소리가 들리며 엄마가 부엌 찬장이며 여기 저기를 들추는 소리가 나더니 나몰래 과자를 찾고 계셨던 모양이다. 홀로 아기를 보기가 조금 힘들어져서 당분간 친정에서 머물게 됐는데 이 때를 기회로 삼아 엄마하고 같이 다이어트를 하기로 한 것이다. 이제 아기를 낳은지 백일 쯤 됐으니 산후조리는 어느 정도 된 것 같아서 십여개월을 함께 했던 살들과 격한 작별 인사를 하기로 했다.

두리둥실한 배며, 엉덩이와 경계가 사라진 허벅지, 흔들면 날아갈 수도 있을 것 같은 겨드랑이 살을 찌우기는 참 쉬웠는데 빼려고 하니 보통일이 아니었다. 출산 전에 입었던 스키니 바지를 낑낑거리며 입으니 숨을 훅 들이쉬면 꼭 끼게 들어가기는 하지만 전혀 맵시가 나지 않는다. 하긴 코웃음을 치며 우습게 봤던 잉여 살 3kg을 아직까지도 못 빼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이어트를 한다고는 하지만 나는 모유 수유를 하고 있으니까 절대로 끼니를 거르지는 않는다. 세 끼는 든든하게 챙겨먹되 간식을 되도록 먹지 않으며, 오후에 동네 한바퀴를 돌고 저녁에는 DVD를 보며 운동을 하기로 했다.

아까 엄마와 함께 운동삼아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가게까지 걸어가서 먹고 싶은 간식을 사 왔는데, 하루에 한 번 일정량만큼 덜어서 먹기로 약속을 한 다음 나머지는 엄마 몰래 장식장 속에 숨겨 놓았다. 솔직히 나도 아구아구 과자를 뜯어서 한꺼번에 다 먹어버리고 싶은데 다이어트를 먼저 제안한 사람도, 조교를 자처한 사람도 나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손가락만 빨고 있다. 출출할 땐 따뜻한 보리차를 마시면 조금 나아질거라며 큰 컵으로 하나 가득 따라서 엄마께 드리고 나도 배부르게 마셨는데 다솔이에게 젖 한 번 물리고 나니 뱃속에서 과자를 달라고 아우성이다.

저녁 먹기 한 시간 전에 45분짜리 DVD로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면 완벽한데 삼일 정도 하니 매트를 깔기가 너무나도 싫었다. 작심삼일이라는 사자성어를 누가 지었는지 그 사람은 천재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엄마가 먼저 오늘 하루만 운동을 쉬자고 말씀해 주시면 오죽 좋을까마는 엄마는 벌써 운동할 채비를 마치신 듯 했다. 다이어트 조교 체면에 삼일만에 운동을 그만둘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헛둘헛둘 오늘도 운동을 마쳤다. 혼자 다이어트를 시작했다면 에라 모르겠다면서 벌써 침대에 대자로 누워버렸을텐데 역시 엄마와 함께 하기를 잘 한 것 같다.

그런데 소파에 앉아서 우리 모녀를 지켜보시던 아빠가 한 말씀 하신다. DVD 속 S라인 언니는 정말 열심히 하는데 나는 건성건성 시늉만 하는 것 같다는 말씀! 운동은 시작하기 전에는 끔찍하게 귀찮지만 막상 시작하면 기분이 좋아지게 마련이어서 아까도 겨우 귀차니즘을 떨쳐내고 나니 슬슬 리듬도 타지고 기분 좋게 땀도 송글송글 맺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왜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의아해 하던 찰나 에어컨에 비친 내 모습을 봤는데!!!!!!!! S라인 언니와는 전혀 딴판인 여자(물론 나이다.)가 전혀 엉뚱한 동작을 박자도 못 맞추면서 엉거주춤 하고 있었다.

럴수럴수 이럴수가! 적어도 이 DVD 속 동작들을 완벽하게 해 내기 전까진 운동을 거르지 않겠다는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엄마와 함께라서 내일도 모레도 더 잘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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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 동생이 결혼을 했다. 참하고 상냥한 며느리를 본 외삼촌 내외분들은 예식 내내 싱글벙글이셨고 축복 속에서 결혼식이 끝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계속되는 결혼식의 여운 속에서 부모님의 걱정은 시작됐다. 이제 곧 서른이 될 남동생 때문이었다. 속마음이야 어떻든 겉보기에 내 동생은 결혼의 'ㄱ'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말로는 맘만 먹으면 당장에라도 여자 친구를 사귈 수 있으며 기꺼이 자신의 연인이 돼 줄 여자들이 줄을 섰다지만 아직 제대로 된 이성교제를 해 본 적도 없으니 부모님 속이 타지 않을 수 없었다.

여러 사례들을 봐 온 결과 남자든 여자든 서른을 넘기면 결혼하는 것이 꽤 어렵다. 내 주위에 있는 노총각 노처녀들의 입을 빌리자면, 참 희안하게도 서른까지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은데 서른이 되고 나면 금세 서른 다섯, 마흔이된단다. 좀 못마땅하지만 노총각들은 결혼이 늦어져도 운(??)이 좋으면 어린 신부를 맞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노처녀의 경우엔 결혼이 늦어지면 늦어질 수록 늙수구래한 신랑(?) 혹은 헌랑(??)을 떠맡아야 되니 더욱 분발해야 된다.



내가 생각할 때 나이가 들수록 결혼하기가 더 힘든 이유는 다음의 두가지인 것 같다. 첫째로는 연애를 너무 많이 해 봤기 때문이고 다음으로는 연애를 전혀 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순적으로 들리겠지만 정말 그런 것 같다.

빼어난 미모 덕에 학창시절부터 무수한 남성들을 울렸던 A언니, 연예 경력도 화려한 그 언니는 지금 반올림해서 마흔인데 어쩌면 영영 혼자살게 될 지도 모르겠다. 도서관 쪽지세례부터 길거리 헌팅까지 언니 주변에는 늘 남자들이 득실댔는데 어느 순간 썰물빠지듯 한꺼번에 사라지더니 여태껏 혼자다. 간간히 선을 보는 모양이지만 언니 나이에 맞춘 남성들이 콧대 높은 언니의 눈에 찰 리가 없다.

언니가 선을 보고 와서 하소연 할 때마다 솔직한 내 생각으로는 그만하면 괜찮은 것 같았으나 언니의 래퍼토리는 한결같다. 최소한 그동안 언니가 매몰차게 거절했던 A군, B군, C군, D씨, E씨, F씨 보다는 나아야 될 게 아니냐는 것이다. 언제까지나 퀸카는 아닐텐데, 사실은 지금도 이미 퀸카는 아닌데 지난 날 언니 곁에 있는 숱한 남성들에 대한 미련 때문에 언니는 쉽사리 결혼을 할 수가 없다.



반면 내 친구 B양은 서른 한 살이 되도록 남자 친구를 한 번도 사귀어 본 적이 없다. 번듯한 직장에 괜찮은 외모도 갖추었지만 여중, 여고 출신에 대학까지 남자 적은 국문과를 졸업해서 남자를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종교도 없어서 그 흔한 교회 오빠 한 명이 없는 그야말로 순도 100%의 천연기념물이다. 고등학교 교사라서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까닭에 결혼은 점점 더 늦어지고 있다.

이 친구도 요즘들어 부쩍 선을 많이 보는 것 같은데 역시나 당분간은 결혼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녀가 찾는 남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성교제를 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과 같은 남자들이 진짜로 존재하는 줄로만 아는 그녀. 남자에 대한 환상이 커도 너무 큰 것이 문제다. 나는 안쓰러운 마음에 80% 정도 마음에 들면 사귀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나머지 20%는 네가 채워주면 되지 않겠냐고 말해봤지만 내 친구의 이상형은 너무나도 이상적이었다.

결혼 적령기가 점점 더 늦어지고 있는 추세지만 서른이 되기 전에 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 저것 따지지 않고 사랑 하나만 있으면 결혼을 할 수 있는 이십대가 지나고 나면 이성의 외모는 물론이거니와 하나 둘 씩 원하는 것들이 더 생겨나기 때문이다. 연애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지난 사랑에 대한 미련이 점점 더 커지기 때문이고 연애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사랑에 대한 환상이 점점 더 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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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내가 아슬아슬하게 스물 아홉 살에 결혼을 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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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 땐 몰랐다. 작년이었던가 시어머님께서 당신이 욕심내서 사셨다는 66사이즈의 옷을 도저히 입을 자신이 없으시다며 내게 내밀 때만 해도 알지 못하던 것이었다. 어머님은 연세에 비해 늘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계시지만 어쩔 수 없는 뱃살 때문에 딱 봐도 77사이즈는 입으셔야 될 것 같지만, 어머님도 여자인지라 한 치수 작은 앙증맞은 옷을 포기할 수는 없으셨나 보다.

어머님께서 내게 내미신 옷은 우연히 동대문 매장을 방문하셨다가 충동구매로 사신 것이었는데 불행히도 그 매장의 모든 옷들은 사이즈가 66까지 밖에 없었단다. 단추를 잠그는 것이 힘들기는 하지만 열심히 살을 빼면 입을 수 있으실 것 같아서 욕심내 샀지만 결국 포기하게 된 것인데, 그냥 두기는 너무 아까워서 며느리인 내게 주시기로 정하신 것이다.

어머니에 비해 체구가 작은 나는 55사이즈를 입기 때문에 그 옷을 선뜻 받아 들기가 망설여졌다. 받고 나서 입지 않을 바에야 다른 사람에게 주시도록 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옷을 받아 들고서 쭈뼛거리고 있으려니 어머님이 '그거 아가씨 66이야' 하신다.



'아가씨 66??' 66이면 66이고 55면 55지 아가씨 66은 또 뭐람? 내가 어리둥절해 있으니까 답답하셨는지 어머님은 내 손에 들린 옷을 기어이 내 팔에 꿰어 주신다. 약간 큰 듯도 했지만 어머님 눈에는 당연히 안성맞춤이다. 좀 큰 것 같은데요, 라는 내 목소리가 무색학 거봐라 잘 맞지 않냐며 예쁘게 잘 입으라는 어머님 말씀.

아가씨들은 전혀 모르는 얘기일 테지만 아줌마들 사이에서는 몸매 선을 잘 드러내 주고 비교적 몸에 착 달라붙게 만들어진 옷들을 아가씨 55, 아가씨 66이라고 부른다. 백화점 등의 마담코너를 눈여겨 보셨다면 같은 사이즈라도 40대 이상 아줌마들을 대상으로 한 옷들의 모양들이 다소 펑퍼짐하고 몸매를 은근슬쩍 덮어주는 덮어주는 디자인들이 단연 최고 인기 상품이다.

어떻게 하면 몸매를 예쁘게 드러낼까를 고민하는 것이 아가씨들이라면 어찌하면 결점을 가릴까를 고민하는 것이 아줌마인 셈이다.



결혼한지 2년이 넘었지만 나도 그 전까지는 아가씨 55니 아줌마 66이니 하는 말의 뜻을 전혀 몰랐는데, 아기를 낳고 나니 피부로 확 와 닿았다. 아기를 낳기 전과 비교해서 지금 몸무게는 겨우(?????) 3kg밖에 더 늘지 않았지만 체형이 전혀 달라졌기 때문이다. 온 몸이 지방형 인간으로 변해서 임신 전에 입었던 모든 옷들을 하나도 입을 수가 없는 상황에 처하고야 말았다. 임신 전 체지방지수가 21이었는데 지금은 25니까 그럴 수 밖에 없다.

이까짓 3kg 맘만 먹으면 한 달 안에 쫙 빼 버리리라고 코웃음을 쳤지만 벌써 두 달째 그깟 3kg을 못 빼고 있다. 온종일을 아기를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내가 먹고 자고 씻고만 하다보니 제대로 운동할 시간도 없고 운동할 기력도 없다. 3개월 이내에 다 빼지 않으면 내 몸무게로 정착 돼 버린다는 것을 알기에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싶지만 맘따로 몸따로인지 오래다.

그래도 절대로 아가씨 55에서 아줌마 55로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이 내 의지이기 때문에 내일(항상 내일)부터는 계단 오르기를 시작으로 몸무게 -3kg빼기 작전에 돌입할 것이다. 운동 전과 후를 비교하려고 미리 사진을 찍어두었는데 이 사진을 꼭 공개할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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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뜬금없이 전화를 하더니 대뜸 '밥 사'라고 한다. 무슨 영문인 줄을 몰라서 자다 깬 것 처럼 '으응?'하고 반문했더니 꺄르르 시원하게 웃으면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초대권이 두 장 생겼단다. 와우, 뮤지컬! 와우, '지킬앤하이드'! 예전에 조승우가 주연을 맡았던 그 지킬앤하이드가 아닌가? 정말 좋았다. 요즘같이 주머니 사정 어려울 때는 문화 생활을 제대로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뮤지컬은 감히 엄두도 못 낼 것이었다. 그것도 '지킬앤하이드'처럼 규모가 큰 공연은 정말 내 돈 주고 가기가 힘들다. 왠만큼 괜찮은 자리에서 보려면 정말 큰 돈이 들기 때문이다.

예전에 친구하고 뮤지컬 '맘마미아'를 제일 싼 자리에서 본 적이 있는데, (제일 싸다고는 했지만 3만원이었다. 가장 비싼 좌석은 20만원 정도??) 자리를 배정받고 보니 3층 구석진 곳이었다. 뮤지컬은 현장감이 생명인데 3층이나 되는 무대와 동떨어진 곳에서 공연을 보려니 정말 속이 상했다. 등장 인물들의 표정은 그렇다치고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기도 힘들었었다. 친구와 합하면 무려 6만원. 그 돈으로 영화 한 편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으면 훨씬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공연 내내 했었던 기억이 있다. 게다가 공연이 끝난 후 다른 사람들은(특히나 좋고 비싼 자리에 앉아 있던) 환호성을 지르면서 기립을 하는데 우리는 눈만 멀뚱멀뚱거리다가 민망해서 서로를 바라보고 한참이나 웃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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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친구의 말이 이번에 우리가 배정받을 좌석은 1층이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연을 1층에서, 그것도 무료로 보게 될 줄이야. 정말 신났다. 밥 사는 것 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평일 오후에 공연장이었던 세종문화회관으로 갔다. 명성에 걸맞게 평일이었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뮤지컬을 즐기러 광화문으로 몰려 들었다. 친구에게 기쁜 마음으로 스파게티를 사 주고 공연장으로 들어 섰다. 세종문화회관의 고급스러움과 문화 생활을 즐기러 온 여유있는 사람들의 느긋한 발걸음, 이 모든 것들이 참으로 오랫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밥을 먹으면서 친구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니, 이번 공연은 '지킬앤하이드'의 오리지널팀이 최초로 내한한 공연이란다. 그럼 모든 공연이 영어로 이루어 질 것이란 말인데...... . 좌석에 화면이 있어서 해석을 보면 되니까 뜻을 이해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겠으나 약간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실력이 있는 오리지널팀이 하는 공연에 더욱 열광하겠지만 나처럼 영어와는 거리가 먼 사람은 해석하려 공연보랴 신경이 분산돼 감흥이 약간 덜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연을 보고 나니 내 걱정은 기우였다. 배우들이 워낙 훌륭하다보니 그들의 언어가 한국어가 아닐 지라도 객석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고 나도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곧 공연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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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의 특이한 점은 오리지널팀을 그저 돈을 주고 초청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트루뮤지컬컴퍼니라는 우리 나라 회사에서 이 공연을 주도했고 호주에서 직접 배우들의 오디션을 봤으며, 한국인 정서에 맞게 내용과 극중 노래도 약간 수정 했단다. 그리고 이 작품을 해외로 역 수출 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비록 우리 나라에 서내용을 창작한 뮤지컬은 아니지만 기획단계에서부터 배우 오디션, 대본 수정작업, 무대 연출, 음향 시설 등등 모든 것을 우리손으로 했다는 것이 참으로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수출까지 한다니.

뿌듯하게 공연을 관람했는데 총 공연 시간은 무려 140분! 너무 기니까 1부 80분-휴식 15분 2부 60분 이렇게 진행이 됐다. 실력이 뛰어난 배우들이라서 정말 탁월하게 잘 했다. 노래도 그렇고 대사처리도 그렇고 너무나 완벽했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노래를 잘 할 수 있는지 감탄스럽기도 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오리지널, 오리지널 하는 것인가 싶었다. 이 날 공연을 했던 배우들은 내가 그동안 봐 왔던 뮤지컬 배우들 중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지킬 역을 맡았던 배우는 완벽하게 선과 악을 표현하였고, 악을 연기할 때는 괴물같은 소리를 소름끼치도록 잘 내서 사람들의 찬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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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내용에 감동을 받은 사람들도 여럿 있는 듯, 눈시울을 훔치는 사람들이 눈에 보였다. 공연이 끝나니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기립 박수를 쳤고 배우들도 신이 나서 여러 번 인사를 올렸다. 정말 좋은 공연이었다. 오랫만에 이렇게 값진 공연을 본 것이 정말 만족스러웠다. 친구에게 잘 봤다. 고맙다는 인사를 연거푸 한 후에 조승우의 지킬앤하이드를 봤으면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하는 우스운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오랫만에 정말 좋은 구경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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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또 여쭙습니다. 제 블로그를 방문해 주시는 고마우신 분들 중 여자분들은, 집에 계실 때 어떤 머리 모양을 하고 계신가요? 드라마 속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들이야 집에 있을 때조차 고데기로 말아서 구불구불하게 예쁜 머리를 흐트러짐 없이 늘어뜨리고 있지만, 아직은 더운데 그게 쉬운가요? 또 밥 먹을 때도 솔직히 얼마나 걸리적 거려요? 또 집에 있을 때 왁스나 젤을 덕지덕지 바라는 것도 웃기잖아요? 참 이상한 것이 밖에서는 머리를 풀고 있어도 잘만 생활하는데, 집에만 오면 도착과 동시에 머리끈부터 찾게 된답니다.

저는 파마가 풀려서 약간 굽슬한 기운이 남아 있는 긴머리를 가지고 있는데요, 밖에서는 더워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머리를 손으로 틀어올려서 목에 바람만 몇 번 쐬어 준 다음 다시 늘어뜨리고 다니면서 집에서는 왜 그렇게 안 될까요? 제가 특별히 내숭이 센 것도 아니고 우아한척(?) 고운척(?) 할 줄 아는 여우도 아닌데, 집 안과 밖의 차이가 너무나 큰 것 같아서 다른 분들께 질문 좀 하려고요.


사실 저도 집에서조차 예쁜 제 모습을 만들어 보고자 많은 노력을 했답니다. 아무래도 머리카락이 자꾸 얼굴쪽으로 쏠리게 되면 거추장스러우니까 머리띠를 사서 해 보기도 하고(처음에 샀을 땐 연예인들처럼 멋내기용으로 머리띠를 해 봤어요. 그런데 오히려 더 불편하기만 하고 전혀 시원한 감이 없는 것이에요.

그래서 아예 올백으로 시원하게 머리를 넘겨 봤어요. 얼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니까 차마 눈뜨고 못 볼 지경이 됐지만 그래도 머리를 묶지 않는 방법을 찾는 중이었기에 그냥 해 보기로 했어요. 제가 이마가 넓어서 머리띠를 하지 않는 편이라 집에서만 하려고 싼 걸 사서 그런가 착용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귀 뒷부분이 너무 아픈거에요. 굵은 것 하나 가는 것 하나를 샀었는데, 결국 사 놓고 몇 번 해 보지도 않은 머리띠만 화장대 서랍속을 뒹굴고 있답니다.)


그 뿐만이 아니에요. 머리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핀도 해 봤는데요,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으면 자꾸 상투를 틀게 돼서 묶기는 묶되 이왕이면 좀 더 어여쁘게 묶어보자는 생각에서 시도해 본 것이었지요. 그런데 머리핀도 머리끈 만큼은 편하지가 않더라고요. 하나로 묶여지는 것이니까 머리끈하고 비슷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상투머리에 길들여진 저는 머리카락 한 올도 귀찮게 느껴져서 머리카락을 바짝 당겨서 정수리에 턱하니 올려 두어야 속이 시원하거든요. 결국 집에 있을 땐 늘상 누가 볼까 두려운 올백에 상투머리입니다.(연예인들의 정성이 들어간 그 상투머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는 것 다들 알고 계시죠?)

얼마 전 크게 넘어지는 바람에  꼬리뼈를 다쳐서 아직도 움직일 때마다 너무 아프거든요? 그래서 내내 집에만 있는 중인데요, 좀 지저분하지만 머리도 안 감고 모처럼 자연인(??)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있으니 당연히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고 있지요. 머리를 바짝 당겨서 묶은 상투머리를 했다가 머리밑이 아파서 밑으로 느슨하게 묶었다가, 다시 거슬리면 위로 묶었다가를 반복하면서 계속 지내고 있어요.


그런데 인터넷에서 우연히 견인형 탈모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견인? 차를 아무대나 세워두면 견인 해 간다고 할 때 그 '견인'이죠? 그러면 견인형 탈모라는 것은 머리를 바짝 묶었을 때 머리뿌리가 당겨 올라오면서 머리카락이 탈모가 된다는 그런 말인 것 같은데 안 그래도 적은 머리숱이 저의 나쁜 습관 때문에 더 적어진다니 끔찍한 생각이 들었어요.

이러다 넓은 이마가 점점 더 넓어지고 머리카락은 뭉텅이로 빠지는 것이 아닌가 별별 상상이 다 들었지요. 그러다가 일터에서도 직업의 특성상 머리를 바짝 당겨서 묶어야 하는, (예를 들면 승무원, 간호사) 분들은 집에서도 왠만하면 묶고 계실테니 집에서만 머리를 묶는 저보다도 훨씬 더 머리 뿌리쪽이 시달릴 텐데, 그 분들은 이미 견인형 탈모에 걸리셨을까요? 샤워캡 같은 것을 사서 집에 있을 덴 그걸 쓰고 있을까 하는 우스운 생각도 해 보고 팔이 아프도록 머리를 땋아서 왠만하면 머리 뿌리에 자극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도 해 봤는데, 솔직히 가장 편한 것은 역시나 상투머리랍니다.

다른 분들은 집에서 어떻게 하고들 계신가요? 혹시 저만 추한 몰골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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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를 염두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만나면 찻집이나 밥집에서 먹고 마시며 수다만 떨면서 몇 시간이고 같은 장소에서 죽치고 앉아 있는 우리의 놀이(?) 방식에 조금 변화를 주고 싶었다고나 할까. 자주 만나든 못 만나든 이 친구만 만나면 무슨 할 얘기가 그리도 많은지 다섯 시간을 쉴 새 없이 얘기해도 샘물이 샘솟듯 이야깃 거리가 자꾸만 생겼다. 그래서 이 친구와 만날 땐 샐러드 뷔폐에 가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일 때가 많다.

찻집에서 만나면 차 마시다가 배가 고파져서 곁들이로 먹는 쿠키나 케이크 같은 것들을 시켜 먹고, 커피나 차도 또 시키고 그러다 보면 배는 부른데 제대로 된 식사는 못해서 잔뜩 먹고 나서도 무언가 허전하다. 그래서 헤어지는 길에 길가에서 파는 떡볶이와 순대라도 먹어야만 속이 든든하게 만족스러워지곤 했다. 술을 별로 즐기지 않기 때문에 너무 오래 앉아 있었다 싶으면 찻집에서 또다른 찻집으로 옮기거나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서 덜 끝난 수다를 마저 하곤 하는데, 이번에는 좀 더 활동적인 놀이를 하면서 젊음(?)을 느껴 보기로 했던 것이다. 그렇게해서 하게 된 것이 스케이트였다.

무슨 용기에서 스케이트장을 약속 장소로 잡았는지 지금 생각하면 정말 무모했다. 우리는 고등학교 체육 시간에 100미터 달리기를 손잡고 달리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100미터가 너무 길게 느껴져서 중간에 포기하지 않기 위해 손까지 잡고 달려야 했다. 엄청 빨리 달렸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23초! 체력장을 하면 저질 체력을 증명이라도 하듯 떡하니 찍혀있는 5등급에, 매일 연습해서 본 실기 시험에서는 한 번도 좋은 성적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이런 우리가 스케이트를 탈 줄 알 리가 없었다. 어렸을 때 롤러스케이트는 좀 탔어서 비슷하게 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것과는 전혀 다른 분야일 줄이야. 스케이트 실력이 형편없는 여-여 커플이 스케이트장에 들어서니 시작부터가 쉽지 않았다. 쌩쌩은 아니더라도 멋지게 앞으로 나갈 수 있을 줄 알았건만 제대로 서 있기 조차 불편했다. 발도 아프고 비틀비틀 넘어질까봐 두렵고, 친구에게 같이 가자고 내가 먼저 얘기 했으니 재미있는 척이라도 해야만 했다.


처음에는 연인들처럼 손을 잡고 탔는데, 둘다 초보이다보니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어느 정도 자기의 몸을 가눌 수 있기 전까지 개인 연습을 하고나서 다시 만나서 같이 타기로 했다. 팔을 허공에 휘저으면서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는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옆으로 씽씽 잘도 달린다. 곳곳에서 제2의 김연아를 꿈꾸는 이들이 피겨 스케이트를 연습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볼 땐 쉬워보였는데 이 정도로 어려울 지는 정말 몰랐다. 또 한번 김연아가 존경스러워지는 순간!

그렇게 계속 어기적 거리기를 몇 바퀴째, 드디어 슬슬 요령이 생기려고 했다. 제법 앞으로 가기도 하고 가다가 친구와 만나서 조금 이야기를 하면서 같이 탈 수도 있게 됐다. 조금 더 빨리 가 볼까 하는 욕심이 자연스럽게 생기려는 찰나 꽈당! 무지 민망한 자세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어찌나 세게 넘어졌는지 하늘이 다 노랬다. 창피한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아팠다. 안전 요원 청년들이 얼른 일어나라며 손짓을 하는데 도저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민폐라고 생각했는지 결국 안전 요원이 도와줘서 그의 손에 이끌려 설 수 있었고 의자에 앉아서 아픈 엉덩이를 달랠 수 있었다.



넘어진 핑계를 대고 스케이트장을 빠져 나와서 친구와 밥을 먹고 헤어졌는데, 집에 오니 엉덩이 통증이 너무 심했다. 꼬리뼈를 심하게 부딪힌 것 같았는데 몸의 중심부에 있어서 그런지 조금만 움직여도 꼬리뼈가 아파왔다. 그 동안에는 꼬리뼈가 있는지 없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중요한 부위일 줄 몰랐다. 몸에 힘이 조금만 들어가도 그 부분이 아팠고 웃을 때도 얼굴은 웃는데 엉덩이는 울었다. 내 몸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라고 말해버리고 싶을 정도로 심하게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었다. 바르는 파스를 듬뿍 발라주었지만 나을 기미가 없는 내 꼬리뼈. 아무래도 주말 내내 누워만 있어야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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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설거지도 하고 밑반찬도 조금 만들어 볼 요랑으로 시작한 부엌일, 라디오 속에서 흘러 나오는 흥겨운 음악을 들으니 일도 놀이처럼 즐겁다. 노래 한 곡이 끝나자 왠일인지 송은이와 신봉선의 목소리가 평소와는 달리 끈적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듣고 있었던 라디오 방송은 송은이와 신봉선의 재기발랄함이 돋보이는 '동고동락'이었다. 그녀들은 이윽고 끈적한 목소리로 정체 모를 발음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오늘 모실 게스트는 그레이드가 하이 하기 때문에 그냥 소개를 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알고 보니 초대 손님을 모시는 자리라서 그런 아부성 소개를 한 것이었다. 일일이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무수히 많은 영어 단어가 나열된 다음에야 '그레이드가 하이'한 손님이 인사를 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진다. 도대체 어떤 대단한 손님이기에 '비루한(?)' 우리말로는 소개할 재간이 없어서 영어도 아니고 우리말로 아닌 말을 섞어가며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던가.



부엌일을 마치고 텔레비전을 켜서 채널을 돌리던 중, 코메디 보다 더한 웃음을 주는 방송이 있어서 잠시 그 방송을 보게 됐다. 이제는 그러려니 할 때도 됐지만 볼 때마다 그냥 넘어가기가 힘이 든다. 화면 속에는 여름 옷들을 아주 싼 값에 묶음으로 팔고 있는 쇼핑호스트가 있다. '심플한 블랙이지만 디테일이 럭셔리하기 때문에~~ 옐로와 그린이 믹스돼 있는 이 블라우스는 웨이스트에 라인이 들어가 있어서~'. 모든 쇼핑호스트들은 영어 단어를 섞어쓰기를 너무 좋아한다. 홈쇼핑 연출진들이 원하는 것인지 그들을 교육시키는 학원에서 그렇게 가르치는 것인지 영문을 알 수 없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면 그들은 한국어 발음도 어딘지 모르게 영어와 닮아 있다.

이번주 '놀러와'에서는 출연진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이 경험한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 여기에서 이하늘은 아주 망신을 당하고 말았는데, 초반에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욕심으로 썼던 '픽션'이라는 단어가 틀렸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경험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만 '픽션'과 '논픽션'이 헷갈려서 무서운 얘기가 우스운 얘기가 되고 말았다. 그냥 우리말로 했으면 됐을 걸, 그는 왜 굳이 영어를 써야만 했을까.


또 며칠 전에는 임신 중인 사촌 언니와 병원에서 열린 산모대학에 참석하게 됐는데, 거기서 기가 막힌 강의를 듣고 말았다. 강의의 제목은 '영어 뇌를 만들어 주는 기적의 음악 태교' 이 제목을 보고 당장 강의를 듣고 싶으신 분들도 많을 것이다. 거창한 제목과는 달리 내용은 별거 없었는데, 음악을 담당하는 뇌와 언어를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 같으니 태교로 음악 들려주기를 많이 하면 아기가 나중에 영어 등의 언어를 잘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강의가 끝나고 '뇌까지 영어 뇌로 만들려고 하는구나' 생각하며 한참을 씁쓸해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질문이 쏟아지는 것을 보니 나와는 달리 많은 산모들은 태아 때부터 영어 교육을 시키고, 영어 뇌까지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정말, 진심으로 슬펐다.


주말 드라마 '스타일'이 인기를 얻으면서 같이 인기를 얻게 된 '엣지'라는 유행어. 아이부터 어른들까지 그것이 정확하게 무슨 의미인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쓰지 못해 안달이다. 이제는 거의 모든 상황에 '엣지'라는 말을 붙이고 있는데, 이런 현실 속에서 앞으로 '노숙자'라는 말을 쓰지 말고 '홈리스'라는 말을 쓰자는 운동이 일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으니 정말 눈물이 다 날 지경이다. '노숙자'라는 말이 주는 거부감과 부정적인 의미를 없애기 위함이라는데 영어로 얘기하면 뭐가 달라지는가.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어이 없는 웃음을, 어이 없어 눈물을 짓는 나는 시대에 뒤떨어진 '엣지' 없는 여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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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수 작은 청바지를 울며 겨자 먹기로 구입하게 되었다. 내겐 너무 작은 청바지이지만 너무 예뻐서 결코 포기할 수 없기에 나는 매일 집에서 그 청바지를 입고 있다. 텔레비전을 볼 때도 컴퓨터를 할 때도 심지어 밥을 먹을 때도 낑낑대면서 그것을 늘리고 있다 보니 요즘 온통 신경이 다이어트에 쏠려 있다.

서점에서 책을 봐도 다이어트, 길거리에 뿌려지는 광고지 속에서도 다이어트, 눈만 돌리면 다이어트라는 글자만 매직 아이처럼 보인다. 그러다 보니 현대 사람들의 염원이 다이어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영원한 내 친구 인터넷에서 최신 다이어트 동향을 살펴 보면서 뭐니뭐니 해도 운동이 최고라는 것은 또 한 번 깨닫게 됐다.

그렇지만 운동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식이요법. 무조건 적게 먹으면서 단기간에 살을 빼게 되면 그것이 요요로 돌아와서 더 뚱뚱해지는 지름길이 된다. 음식을 불규칙적으로 먹거나 전혀 안 먹게 되면 몸은 본능적으로 비상사태에 돌입하게 되고 언제 필요한 영양소를 얻을 지 모르기 때문에 음식을 먹는 족족 흡수하고 저장하게 되는 것이다. 영양의 균형이 깨지게 되는 원푸드 다이어트가 100% 실패하는 요인도 그것이고 금식이나 초절정 소식이 결국에는 더욱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까닭도 그러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끼니를 '굶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보통 1200kcal 정도의 열량은 먹어 주되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근육 운동과 유산소를 병행해야 제대로 된 다이어트를 할 수가 있다. 근육이 없으면 기초대사량이 낮아져서 운동의 효과를 내기가 힘드며 유산소를 함께 할 때 지방을 더 빨리 태워버릴 수 있다. 그리고 이제 비키니 입을 시기도 지났으니 너무 마음을 급하게 먹지도 말며 한 달에 2~3Kg 정도도 체중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천천히 인내심을 가지고 다이어트에 임해야 한다. 아, 하루에 물을 8잔 이상 마셔주는 것도 잊지 말자. 너무 유식한가? 그런데 왜 나는 기초대사량이 평균 이하이고, 근육량이 거의 없으며, 왜 한 방에 날씬해질 수는 없는지를 고민하는가? 역시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허벅지에 꽉 끼어서 옴짝달싹 하지 않고 있는 고가의 청바지를 보니 마음을 느긋하게 먹을래야 먹을 수가 없다. 인터넷에서 알게 된 방법 중 솔깃한 것이 있었는데 바로 야채수프 다이어트. 몸에 비타민과 미네랄이 충분해야 다이어트가 더 잘 된단다. 적게 먹고 나물류만 먹어도 살이 안 빠지는 이유가 바로 비타민과 미네랄 부족 때문이라고.

특히나 내가 신봉하고 있는 방송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소개한 내용이라고 하니 더욱 믿음이 갔다. 별로 어렵지도 않았다. 양파, 단호박, 당근, 양배추 각 50g에 물 800g만 있으면 재료 준비 끝! 모든 야채들을 아주 잘게 썰어 준 다음, 물을 넣고 센 불에 5분,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20분 끓여 주기만 하면 된단다. 끓인 수프 중 맑은 국물만을 하루에 한 잔 200ml씩 먹으면 살이 쏙쏙 빠진다니 얼마나 간단한가.


바로 이거다 싶었다. 그런데 막상 하려니 망설여 지는 것이 한 두개가 아니다. 야채 값이야 날씬해 진다는데 그 정도 투자를 못 할까마는 그 딱딱한 단호박을 잘게 썰 용기가 나지 않았고, 채소의 무게를 정확하게 잴 저울이 없다는 것이 또 걸렸다. 게다가 자주 야채 수프를 끓여 줘야 할 텐데 그만한 부지런함이 내게 있었던가? 역시 게으른 여자는 예뻐질 자격이 없는 것이었다.

인터넷에서 야채 수프를 먹고 성공한 사례를 찾아 보려고 했으나 많은 사람들이 시작만 했을 뿐 과정과 결과를 소개해 준 글은 하나도 없었다. 아, 이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직도 고민중이다. 야채 수프를 드시고 다이어트에 성공하신 분들은 꼭 그 성공담을 널리 알리셔서 나 처럼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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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역별로 미용실, 피부관리실, 음식점, 옷가게 등등의 상가에서 쓸 수 있는 쿠폰이 가득 들어 있는 코코X. 나는 그 책 속에 들어 있는 쿠폰을 자주 쓰는 편은 아니지만 그 지역에 어떤 가게가 있고 어떤 혜택이 있는지 궁금해서 쿠폰책이 보일 때마다 집어 와서(공짜니까) 잘 보는 편이다.

예전에 그 책이 처음 나왔을 땐 음식점이나 술집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에는 미용실이나 피부관리실, 성형외과, 특히나 반영구 화장을 해 주는 곳의 쿠폰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내 형편과 새가슴으로 고가의 피부관리실이나 성형외과에 갈 리가 만무하지만 그래도 그런 광고들을 보는 것이 참 재미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여러 가게(?)의 할인이며 쿠폰 혜택들을 자세히도 읽었다.


그러다 내 눈에 확 띈 것이 바로 헤어라인 반영구 화장이다. 반영구 화장이 눈썹과 아이라인 입술 등에만 행해지는 것인 줄로 알았는데 기술이 점차로 발달하다보니 이제는 헤어라인에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타고 나기를 이마가 넓고 앞머리쪽 머리숱이 적어서 올백으로 머리를 묶고 다닐 땐 얼굴이 더 커 보일까봐 신경이 많이 쓰인다. 어릴 땐 앞머리를 더듬이처럼 수북하게 내려서 이마아와 얼굴선을 가리고 다녔는데, 요즘에는 촌스러워 보여서 그냥 과감하게 올백을 하고 머리카락은 자연스럽게 몇 가닥만을 내린다.

대신 화장으로 이마선을 둥글게 그리고 다니는데(여기서 앙드레김을 연상하는 분도 있을 것 같아서 조금 웃음이 난다. 그러나 절대로 다르다고 강력하게 외쳐 본다.) 네모나면서도 넓은 이마를 가진 분들이라면 동그랗고 예쁜 이마에 대한 욕심이 다들 있을 것이다.


성형외과에서 뒷머리의 모근을 뽑아서 앞머리에 심는 수술을 하면 이마가 동그랗게 된다고 하고 실제로 연예인들의 이마의 변천사를 보면 큰 효과가 있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그런데 미용실 언니가 얘기 해 주길, 뒷머리와 앞머리의 생김새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숱은 늘어날지 몰라도 더 어색해 보인단다. 앞머리는 곱고 가는데 뒷머리는 굵고 뻣뻣하기 때문이라고. 뒷머리가 앞머리에 비해 덜 빠지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본 연예인들의 앞머리는 다 자연스러워 보이던데, 그것은 그만큼 고가의 수술이라서 그랬던 것인가?

아무튼 성형외과에서 모발 이식 수술을 하는 것은 너무 비싸고 반영구 화장은 훨씬 더 저렴한 가격(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20만원~25만원 선인 것 같다.)으로 이마를 작게 보이는 효과를 연출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눈썹과 아이라인을 반영구 화장한 친구들을 볼 때 처음에는 예쁜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날 수록 지저분 해지고, 뉴스 기사를 보면 실력이 없는 곳에서 시술을 받아서 치명적인 부작용을 얻은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 우후죽순으로 반영구 화장을 하는 곳이 생겨났기에 그 중에서 어떤 곳이 괜찮고 어떤 곳이 별로인지를 가려내기도 어려운 데다가 실패할 경우 심리적 상처가 너무 클 것이 뻔하니까 말이다.


생각 같아서는 연예인 모씨가 했다는 성형외과에서 큰 돈을 들여서 동그란 이마를 만들고 싶지만 가난한 나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니 선택은 두 가지 밖에 없다. 눈 딱 감고 20만원 정도를 들여서 반영구 화장을 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처럼 화장품으로 머리의 빈 곳을 아침마다 그려넣을 것인가. 아, 정말 고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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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도 보기 싫어서 '그것'이 있는 쪽으로는 의식적으로 고개도 안 돌리고 있다가 정면 승부를 한 지 10여분 째. 샅샅이 훓어보고 나니 더더욱 미워졌다. 보면 볼 수록 도저히 '입을 수가 없는' 크기인 것이 확실해 보였기 때문이다. 내 생활 신조 중 하나가 절대로, 절대로 인사치례와 '우리 다음에 밥 한 번 먹자'류의 형식적인 말은 하지 말자인데, 그 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요놈의 입방정 때문에 아까운 내 돈 십여만원을 날리게 생긴 것이다.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K가 이번 휴가 기간에 일본 여행을 간다는 말을 살짝 흘렸다. 만사가 귀찮아서 아예 '방콕'이 계획이었던 나를 비롯하여 멀리 못 가는 것이 한이 되었던 다른 친구들이 벌떼처럼 K에게 바짝 붙어서 이것저것 물어 보기 시작했다. 며칠 계획으로 가느냐, 어디 어디를 보려느냐, 예산은 얼마나 잡았느냐 등등 질문이 쉴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다 쇼핑으로 관심이 옮겨 가면서 일본에서 사 오면 좋은 물건들에 대해서 또 한바탕 논의가 이어졌는데, K는 아는 사람을 통해서 일본 외지에 있는 의류 할인 매장을 알게 됐다며 사고 싶은 옷이 있으면 자기에게 부탁만 하란다.


친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예쁜 옷 있으면 자신의 것도 한 두벌 정도 사 와 달라고 부탁했고 그 중 한명이 특정 브랜드의 청바지를 부탁하기에 뭐에 홀렸는지 나도 덩달아서 '나도, 나도'를 외쳐댔다. 그러나 사실 내가 정말로 청바지를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다들 한 마디씩 하기에 그야말로 형식적으로 맞장구를 쳤던 것이다. 그런데 K는 오늘 전화를 걸어 일본에서 '특별히' 내 것만 사 왔다면서 밥을 사라고 했다. 다른 친구들에게는 비밀로 하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지난번 모임이 있었던 날 너무 정신이 없어서 누가 어떤 것들을 부탁했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났고 치수도 몰라서 다른 친구들 것은 사 올 수 없었는데, 자신과 체형이 비슷한 내 옷만은 잘 고를 수가 있었단다.

밥 집에서 비빔밥을 막 비비고 있다가 그 얘기를 들었는데, 친구는 정말 몰랐을까? 순간 밥을 비비던 내 숟가락이 잠시 멈춰서고 의연하려고 애썼지만 미간이 살짝 찡그려 졌었다는 것을. K는 165의 훤씰한 스타일이고 나는 160-X의 아담한 스타일인데 어째서 우리의 체형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정말 알 수가 없었다. 그것이 몸무게가 비슷하다는 뜻이었다면 정말 굴욕적이지만, 실제로 K와 나는 똑같이 40킬로 후반대의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척 봐도 작을 것이 뻔한 청바지를 십몇만원 씩이나 주고 받아 와야 한다니, 너무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그것도 밥까지 사 가면서!) 너무 싸게 사서 거의 공짜나 다름 없다는 K 앞에서 '그래 정말 예쁘다, 고마워'를 외치고 있었지만 대학 졸업 이후 인터넷에서만, 그것도 시즌 오프 상품으로 80~90% 세일을 할 때만 옷을 사는(실제로는 내가 훨씬 똑똑하게 쇼핑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나에게는 너무 가혹한 가격이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의자 위에 던져 두고는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가 드디어 정면 승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이름 있는 브랜드의 바지라더니 역시나 예쁘긴 한데, 정말이지 끔찍하게 작다.

다리를 꿰어 보니 역시 허벅지까지 밖에는 바지를 올릴 수가 없다. 울며 겨자먹기로 청바지를 늘려서라도 입으려는 심산으로 집에서 텔레비전을 볼 때도 컴퓨터를 할 때도 청바지를 입고 있다.(물론 지금도 헥헥) 이렇게 며칠을 입고 있으면 조금은 늘어나겠지 하는 바람이 있고 또 이 청바지에 체형을 맞추는 다이어트를 시도하려는 계획도 섰다. 치수 작은 청바지를 사 온 친구 K양, 일부로 그러지는 않았겠지만 얄미운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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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9시 이후에 과자를 그것도 초콜릿이 듬뿍 발린 것으로 양껏, 한봉지를 다 먹었다는 것이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가끔씩(?)은 이런 재미라도 있어야 더운 여름밤을 더 즐겁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그게 너무 자주가 돼서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 날씬해지기 위해서는 야식은 금물이며 밤에 열량이 높은 음식을 먹어서도 안 된다.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수십년 동안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존경스러운 몇 명의 얘기를 들어봐도 일주일에 한 번쯤은 자기 자신을 위안하는 차원에서 그동안 먹고 싶었던 음식을 맘껏 먹을 수 있는 상을 준다고 한다. 솔직한 얘기로 먹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가? 그 재미를 모른 채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생각만 해도 삭막하다. 날씬하고 예쁘게는 살아가겠지만 폭신하고 달콤한 케이크 맛이나 고소하고 쫄깃함이 입안 가득 퍼지는 닭튀김이 주는 기쁨을 모른다는 것은 너무 슬프지 않는가? 밤중에 최고 열량을 자랑하는 다이XXX를 먹은 변명이라고 하기엔 너무 구구절절했다.


여성들 중에는 음식을 먹기 전에 열량부터 따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나도 몇 번은 해 봤는데 즐겁게 먹기에는 너무 짜증나는 일이라서 살 찌는 음식과 살 안 찌는 음식 정도로만 구분을 하면서 먹는다. 그리고 예전에도 몇 번 속은 적이 있어서 특히나 과자나 아이스크림 등 고열량 식품이 분명한 음식에 써 있는 열량표는 아예 보지도 않는다.

좀 오래 된 얘기인데 엄청 큰 크기의 과자(다 못 먹으면 붙여 두라고 큼직한 스티커가 같이 있는 그런 과자)를 냠냠 맛있게 먹다가 무심코 열량표를 보게 됐는데 생각보다 열량이 낮아서 더욱 안심하고 그 큰 걸(그러나 노래방 새우X  정도로 큰 것은 아니고 일반 과자랑 노래방 과자의 중간 정도의 크기였다.) 혼자서 꾸역꾸역 다 먹었다. 짭짤한 뒷맛이 남아서 담백하게 우유(우유또한 열량이 높다.)로 마무리까지 해 주고 다 먹은 과자 봉지를 딱지처럼 접어서 버리려는 순간 다시 본 열량표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내가 한 번에 다 먹어 버린 그 과자가 사실은 3회분이었던 것이다.


무슨 말인가 싶어 자세히 읽어보니 처음에 내가 잘못 봤던 다소 낮았던 열량표는 과자를 1/3만 먹었을 때 해당되는 말이고, 나처럼 한 봉지를 다 먹은 경우에는 거기다가 곱하기 3을 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 표를 보기 전에는 과자의 열량이 높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낮아서 안심하고 꾸역꾸역 한 봉지를 다 먹었건만(...핑계인가...?) 괜히 사기당한 느낌이 들었다. 그 이후로 과자를 먹을 땐 재미삼아서 열량표를 볼 때도 있지만 대게 그냥 맛있지만 살 찌는 음식이려니 하면서 먹는다.

오늘 엄청난 고열량을 자랑하는 것을 뻔히 아는 다이XXX를 먹으면서 여기에는 어떻게 열량을 표시하고 있는지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래서 입으로는 우물우물 과자를 먹으면서 뒷부분에 있는 열량표를 봤다. 켁! 기가 찰 노릇이었다. 너무 달다고 느껴질 때마다 연한 아이스 블랙커피를 마시면서 거의 한 봉지를 다 먹고 있었는데, 이 과자의 1회 제공량은 겨우 2개라고 표시돼 있었던 것이다. 과자를 만드는 사람들이 차마 1봉지의 열량을 다 쓸 수는 없었던 것일 게다. 그러면 나처럼 날씬한 몸매는 원하면서도 단 것을 찾는 모순덩어리들이 맘 놓고 이 과자를 선택할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1회 제공량이 겨우 두 개라는 것은 너무 심한 듯 싶다. 두 개만 먹고 과자 봉지를 닫아서 냉장고 속에다 넣을 정도의 자제력을 갖춘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모르긴 몰라도 야심한 밤에 과자를 먹겠다고 모자를 눌러쓰고 편의점까지 뛰어갔다 온 사람들 중에는 아마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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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나서 너무 덥고 달달한 것이 당겨서 마트에 수박 한 통을 사러 갔다. 요즘 수박은 어찌나 크고 좋은지 한 통을 사 두면 며칠이고 시원하고 달콤하게 잘 먹을 수 있어서 내게는 필수 과일이 돼 버렸다. 내가 주로 가는 대형 마트에는 식품관이 특히나 커서 좋은데, 큰 만큼 항상 다양한 시식회를 하기에 군것질거리가 생각날 때면 시식회만 쭉 둘러 보아도 될 정도이다. 오늘도 점심을 먹고 갔지만 마트에서 하는 시식 코너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파인애플 향과 맛이 나는 치즈에서부터 쫀득쫀득 맛있는 떡갈비와 부드러운 물만두, 매콤새콤 쫄면, 시원한 물냉면, 쫄깃한 찹쌀빵, 유기농이라는 두부 부침에 떠먹는 요구르트까지 어쩌면 점심 먹은 것 보다 더 많은 음식을 먹었을 지도 모른다. 후식(?)으로 몸에 좋다는 웰빙초까지 마시고 나서야 나는 수박을 파는 곳으로 향했다.

줄무늬가 진하고 꼭지가 신선한 것 중 적당한 크기로 고르려고 한참을 노려보고 두드려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들리는 반가운 목소리!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안내 방송이다. 직원과 가위, 바위, 보를 해서 비길 경우에 포도 5송이를 공짜로 준다는 내용이었다. 비기기만 하면 포도 다섯 송이가 공짜라니, 응원해 줄 친구 하나 없이 혼자서 직원과 가위, 바위, 보를 할 생각에 잠시 쑥스러운 생각도 들었으나, 내가 누군가 혼자서 온갖 시식코너를 종횡무진하며 한 끼 식사를 거뜬히 해결해 버린 철판녀가 아니던가. 얼른 주위를 살피니 수박 파는 곳과 가까운 곳에서 포도를 팔고 있었다.

그래도 1등으로 줄을 서기엔 좀 부끄러운 감이 있어서 눈치를 보며 조금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 아주머니 두 분이서 포도 파는 청년에게 언제 시작하느냐고 물어 보신다. 그 아주머니 두 분 다음으로 줄을 서서 직원과 가위, 바위, 보를 했다. 공짜로 준다는 포도 봉지들이 옆에 가득 쌓여있고 들여다보니 공짜라고 하기엔 너무 좋은 상품이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오고 왠지 모를 떨림이 있었는데 이게 왠걸, 이겨버렸다.


이 행사는 비겨야만 공짜 포도를 얻을 수 있기에 너무 아쉬웠다. 이대로 물러설 내가 아니지! 그 청년에게 다시 한 번 줄을 서서 도전해도 되느냐고 물어봤다. 이번에 상품을 못 받았으니 당연히 된다고 한다. 아직 홍보가 덜 된 상태인지 줄은 별로 길지 않았고 나는 맨 뒤로 가서 줄을 선 다음 그 청년의 가위, 바위, 보 패턴을 잘 살폈다.

역시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가위, 가위, 바위, 보, 가위, 가위, 바위, 보...... . 계속 그렇게 내고 있는 것이었다. 다시 내 차례가 되었고 나는 당연히 그 청년과 비겨서 알이 굵고 싱싱한 포도 한 봉지를 얻어 올 수 있었다. 생각지도 않던 포도 한 봉지를 얻으니 기분이 어찌나 좋은지 앞으로 더 자주 마트를 이용해 주겠노라고 스스로 약속까지 했다. 처음에 사려고 계획했던 수박은 반통만 사고 룰루랄라 신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들어오자마자 포도부터 씻어 먹었는데 달고 맛있었다. 아마도 공짜라서 더 맛있게 느껴졌을 것이다. 마트에서 음식도 양껏 먹고 공짜 포도까지 얻어 왔으니 오늘 정말 횡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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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뷰티클래스 행사에 다녀왔다. 열 다섯 명 남짓의 소수 인원들만 초대를 받아서 간 곳이었는데 이름 있는 외국 브랜드의 화장품 회사에서 주최하는 것이었다. 나는 화장을 좀 하는 편이지만 그 쪽에 관심이 아주 많기에 유명한 화장품 회사에서 가르쳐 주는 화장법을 새롭게 또 배워 보고 싶었다. 뷰티클래스는 처음이라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잘 몰랐는데 여러개의 탁자를 두고 네 명씩 자리를 잡고 앉은 다음 뷰티 강사가 전수해 주는 화장술을 먼저 보고, 옆 사람과 실습을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시작하기 전에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음료와 카나페, 샌드위치, 샐러드 등도 뷔폐상으로 차려 두어서 자유롭게 음식을 즐길 수도 있게 해 두었고, 한 쪽에는 그 브랜드의 제품을 진열해 두어 새롭게 출시된 제품들과 유명세를 타고 있는 제품들을 시연해 볼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나는 뷰티클래스가 처음이어서 완벽한 화장을 하고 가는 오류를 범했는데, 그곳에서 실습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벼운 바탕 화장만 하고 가는 편이 훨씬 낫다. 내 짧은 생각으로는 구두 가게에 갈 땐 가장 멋진 구두를, 옷 가게에 갈 땐 가장 비싼 옷을 입고 가야만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으니까 뷰티클래스도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거기 온 대다수의 사람들은 노하우를 이미 다 알고 있어서 가볍게 바탕 화장만 해 왔고 그 중에서 한 명은 모델로 뽑혀서 전문가의 화장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다음에 또 이런 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생기면 그 땐 꼭 청초하게 바탕 화장만 해서 가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아무튼, 그 날 뷰티클래스에서 배운 화장의 비법을 공유해 볼까 한다.(글로써 설명하기 위해 바탕 화장법만을 소개한다. 눈화장 입술 화장은 다음에 사진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사실 여성들은 누구나 화장품을 가지고 있기에 굳이 내가 다녀 온 뷰티클래스에서 쓴 제품을 쓸 필요는 없다. 그래서 나는 브랜드의 이름은 끝까지 밝히지 않을 생각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화장품을 잘 활용하면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더운 여름에는 땀때문에 화장하는 자체가 번거롭고 귀찮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러나 자외선을 차단하고 얼굴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여름에도 역시 화장은 필수인 것 같다. 이럴 때 유용한 방법이 1/2 화장법이다.

먼저 가벼운 질감의 스킨과 로션으로 얼굴에 수분을 준 후에(절대로 듬뿍 바르지 말자.) 자외선 차단 기능이 들어 있는 프라이머를 바른다. 프라이머는 메이크업 베이스가 약간 진화된 형태인데 얼굴의 요철을 채워주고 모공도 어느 정도 가려줘서 피부가 좋아 보이게 해 주는 효과가 있다. 피부에 잘 스며들도록 손으로 톡톡 두드려 준 다음 파운데이션이나 컨실러 중 하나를 선택한다. 한 때 유행이었던 물광 파운데이션은 여름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땀이나 피지 때문에 번들거리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고 피부의 잡티를 전혀 가릴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커버력이 있는 파운데이션이나 컨실러를 전용 붓으로(나도 얼마전부터 붓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훨씬 잘 발라지고 피부에 밀착도 잘 된다.) 얼굴의 1/2만 발라준다.

쉽게 컴퍼스를 사용한다고 생각해 보자 코를 중심으로 해서 이마의 절반이 되는 부분에 점을 찍어 그대로 원을 그려 보자(물론 상상을 해야 한다.) 딱 그만큼만 파운데이션이나 컨실러를 바르는 것이다. 이 때 뺨부터 바르기 시작하는데 사선으로 발라주고 남는 양을 이마와 코와 인중 부분에 바른다. 양도 많이 바를 필요 없고 넓이도 넓게 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뺨에 기미, 주근깨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 부분만 확실이 가려주면 된다. 나머지 부분에는 파운데이션이 묻어 있지 않기 때문에 훨씬 자연스럽고 어려 보이게 연출할 수 있다. 사선으로 잘 펴 발라준다음 손으로 스며들도록 톡톡톡 쳐 준다. 그 다음 파우더를 역시 솔로 발라 주는 것이 좋은데 없으신 분은 그냥 퍼프로 발라도 괜찮다. 다만 퍼프로 바를 땐 뭉치지 않도록 소량을 덧발라 준다.

다음은 얼굴 윤곽을 수정해 주기 위해 블러셔를 사용해 줄 시간인데 코코아색의 블러셔를 턱에서부터 얼굴 쪽으로 옆얼굴을 보면서 살살 말라서 그라데이션 해 주고 이마와 머리의 경계선에도 발라서 이마를 둥글게 표현해 준다. 그리고 웃었을 때 가장 볼록하게 올라오는 뺨을 중심으로 분홍, 산호, 주황색 등 자신이 좋아하는 색의 블러셔를 선택해서 둥글게 발라준다. 블러셔는 모두 솔로 발라 줘야 자연스럽다. 마지막으로 이마 중심, 볼 중심, 콧대, 인중, 턱에 펄이 들어 있는 밝은 색으로 하이라이트를 주면 끝! 빠르고 쉽게 동안 얼굴로 변신할 수 있다. 더운 여름에는 빠르고 쉽게 그러고도 예쁘게 하는 화장법이 최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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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방송 중 모 연예정보프로그램의 첫인사는 늘 이렇게 시작한다. '여성들의 9시 뉴스 ~~입니다' 재미있게 연예인들의 시시콜콜한 사생활을 들여다 보다가도 왠지 자존심이 상하는 진행자의 그 말 때문에 미간이 살짝 찌푸려질 때도 있다. 그러나 솔직히 그렇긴 하다. 나만 해도 뉴스를 잘 챙겨보지 않으며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잘 알려면 정치, 경제, 사회 등에 고루 관심을 갖고 다소 재미가 없더라도 그쪽으로도 귀를 열고 있어야 되는데 정치의 'ㅈ'만 들어도 눈 앞이 캄캄해지니 말이다. 잘 모르니까 재미가 없고 재미가 없으니 관심이 안 생기고, 그러니 부끄러운 말이지만 아주 화제가 되지 않은 이상 우리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쟁점인지 조차 모르고 지나칠 때도 있다.

그러나 정치에 문외한인 나에게도 유독 관심이 가는 정치인이 한 분 있다. 보통 사람들이 정치인을 알게 되는 것은 텔레비전을 통해서 일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정당의 공약 발표를 들을 때나, 논쟁중인 다른 당의 인물 중 눈길이 가는 사람들을 마음에 두게 되면서 그 사람에 대해 차츰 알아가게 되는 것이 기본적인 수순 아닐까? 그런데 내가 이 분을 처음 알게 된 계기는 조금 엉뚱하다. 아마도 내가 대학교에 다닐 때였을 것이다. 집에서 우연히 신문을 펼치다가 화들짝 놀랐던 경험이 있다. 신문에 등장한 한 여성의 얼굴이 나와 너무 비슷했기 때문이다. 얼굴형부터 코에서 입으로 이어지는 선, 웃는 표정까지 아주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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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이름을 찾아 봤더니 민주당의 '추미애' 의원님이었다. 나이 차이도 좀 있고 내가 거의 마술에 가까운 화장법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언뜻 봐서는 그렇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정직한(?) 화장을 하고 계신 의원님의 얼굴과 내 맨얼굴은 정말 놀랄 정도로 닮아 있기에 내 측근들은 모두 나와 추 의원님의 얼굴에서 공통점을 발견한다. 나와 이미지가 비슷한 사람이 정계에서 나라를 위해 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내가 유독 민주당과 추미애 의원님의 행보에 관심을 가지게 했다. 나는 그 날 이후로도 추 의원님의 사진만 보면 깜짝 깜짝 놀라면서 의원님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민주당의 현 관심사는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했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정치가 어렵고 솔직히 재미없다.

그런데 나에게 추미애 의원님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바이럴블로그]에서 주관하는 스타인터뷰 행사가 인사동에서 열렸는데, 운이 좋게도 초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전통차와 맛있는 쿠키가 준비 돼 있는 찻집에서 의원님과 두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였는데, 나에게는 아주 의미가 있었다. 의원님과 가까이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자체만으로도 그랬지만, 정치에 문외한인 내가 아주 쉽게 민주당의 정책과 그 속에서 특히 의원님의 목소리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셨기 때문에, 정치라면 복잡하고 어려운 것으로만 알았던 내가 나라가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게 물꼬를 트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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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회가 얼마나 뒤숭숭한가, 특히나 비정규직 문제와 미디어법 문제는 너무나 팽팽해서 합일점을 찾기가 너무나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각기 다른 이해관계 속에 얽혀 있고 각자 자기에게 유리한 목소리만을 높이다 보니 한결같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이에 대해 추미애 의원님은 당을 설득하면서까지 비정규직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셨단다. 지금 당장 민주당의 인기가 떨어질 수는 있지만 비정규직과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면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옳은 결과를 낼 것라는 데에는 자신할 수 있다고 하셨단다. 또한 미디어법 문제는 저작권의 경계를 어떻게 맞출 것인지를 조금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된다고 하시면서, 기자들이 어떤 인물의 사진을 찍어 기사화 할 때 사진속 주인공이 그 사진에 대해 저작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기자가 사진의 임자가 돼 버리는 다소 아이러니한 상황을 예로 드셨는대 정말 공감이 됐다. 또한 대중 문화의 가치는 대중에게서 오는 것인데 컨텐츠를 사용하는데 너무 제약을 둬 버리면 과연 그것을 대중 문화라고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하셨다. 정말 어느 정도까지를 제한해야 되는지 더 고민이 필요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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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터뷰 자리에는 모두 9명의 블로거들이 모였는데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추 의원님께 궁금한 점도 다 달랐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던 인터뷰 내용 중에 몇 개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당연히 A부분은 추 의원님이 답해 주신 내용이다.)

Q: '추다르크'라는 별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어머님이 나를 임신 하셨을 때 딸인 것을 미리 아시고 이름을 '미애'라고 지으셨어요. 당신의 딸이 가장 예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지요. 이름은 기대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나에게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붙여준 것은 나에게 잔다르크를 기대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국정이 어렵고 난관에 부딪혔을 때 내가 추다르크가 돼서 소신있고 열정적으로 싸워주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입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이 추다르크이니까 그 바람대로 행동해야겠지요.

Q: 진정한 진보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진보란 지금까지의 이데올로기를 벗어 던지는 것입니다. 오늘을 딛고 있으면서 내일을 생각하는 것이 진보이지요. 정치를 기득권을 위해서만 사용하면 매력이 없어요. 정치는 정책이라는 수단을 통한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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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 사회는 어떻게 변화하고 정치는 어떻게 바뀌겠습니까? 그에 따라 정치인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요?
A: 오늘의 번영이 다음의 번영에 해를 입힌다면 그것은 잘못된 정치입니다. 개인의 성과를 위해 정치를 해서는 안 되고 다음 세대를 위해 고민해야 됩니다. 지금은 고민하는 정치가 필요합니다. 자유시장겅제에서 조화로운, 조정된 시장 경제를 만들어야 될 필요가 있는 시기이지요. 지금은 변형의 시대, 조화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그러므로 정치인들은 고민하는 정치를 해야합니다.

Q: 의원님을 지금껏 지탱해 준 소신은 무엇입니까?
A: 고등학교때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겠다'는 것을 소신으로 삼았습니다. 후회하지 않는 삶이라는 것이 반성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내가 해 볼 수 있는 것은 다 하겠다라는 의지의 표현이지요.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든 몸을 사리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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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의원님의 세 자녀를 두신 어머니로서의 삶이 궁금했다. 그래서 장치인이 아닌 엄마로서 살아가는 모습이 궁금하다고 여쭤보았는데, 특유의 선한 웃음을 먼저 띄셨다. 앞서서 정책과 당의 방향성을 제시할 때의 다부지고 강한 모습과는 또다른 모습이었다.

세 자녀의 어머니이지만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너무도 못 해 주었기 때문에 자녀들을 생각하면 미안함밖에는 떠오르지 않으신단다. 누구누구의 자녀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부담을 잘 알고 계시기에 더욱 그러한데, 실제로 추 의원님의 자제분들은 모르는 사람들이 항상 자신들을 주시하고 있고 늘 다른 사람들의 관심의 영역에 놓인 채 살고 있기 때문에 힘들 때가 많단다. 학교에서도 기대치를 높게 가지는 선생님들 때문에 힘든 학창생활을 보내고 있을 텐데, 그런 자녀들을 위해 짬이 날 땐 엄마표 요리를 만들어서 같이 먹기도 하신단다. 그래도 마음 한 켠엔 늘 미안함이 가득하다는 의원님, 추다르크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이럴 땐 영락없는 대한민국의 엄마셨다.

바이럴블로그 주관으로 인사동 전통찻집에서 이루어진 스타인터뷰 추미애 의원님 편. 두 시간 조금 넘게 추 의원님의 이야기를 듣고 웃고 공감하면서 의원님의 강인한 정치적인 신념과 그 속에 들어 있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알게 돼 개인적으로 참 뜻깊은 시간이었다. 어찌나 쉽고 재미있게 말씀을 잘 해주셨는지 정치에 'ㅈ'만 나와도 전전긍긍하던 내가 뉴스며 신문의 정치 관련 기사에 눈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사람'에 대한 무한 애정으로 끊임없이 귀 기울이는 노력을 하고 계신다는 추미애 의원님. 앞으로 의원님을 지켜보는 대중들의 마음에 더 단단한 신뢰의 탑을 쌓아주시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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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개운해요. 밤에도 어찌나 더운지 창문을 활짝 열어도 도통 시원하지가 않네요. 저녁 내내 땀을 줄줄 흘리고 있다가 방금 쓱쓱싹싹 반신욕을 했더니 정말 날아갈 듯 합니다. 더운 날에도 저는 절대로 차가운 물로 씻지를 못해요. 제 남동생을 보니까 더울 땐 찬물을 착착 끼얹으며 샤워하고 나오던데, 저는 도저히 찬물은 엄두가 안 난답니다.

제 생각에는 뜨거운 물로 씻고 욕실문을 열었을 때의 그 상쾌함이 더 좋은 것 같아요. 히히히 오늘은 마트에 갔다가 사 온 기특한 녀석(?)을 자랑 좀 하려고 해요. 직접적인 상표는 언급하지 않겠지만 아마 다들 아실 것 같은걸요? 00타올인데요, 예전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었는데 너무 비싸서 맘 속으로 찜만 해 두고 있다가 드디어 오늘 장만 했답니다.

왜 대형 마트에 가면 텔레비전 광고와 함께 파는 그 00타올 말이에요. 힘들게 때를 밀지 않아도 반신욕이나 샤워 후에 비누를 묻혀서 거품을 낸 뒤 쓱쓱 닦아 내기만 하면 몸에 있는 불필요한 각질만 싹 제거 된다는 그거! 벼르던 물건을 사 와서 그런지 오늘 제 말투가 완전 광고에 나오는 사람 같습니다. 처음 마트에서 텔레비전 속 그 광고를 봤을 때 너무 신기해서 오랜 시간 그 앞에서 계속 광고를 봤던 기억이 있어요. 때를 미는 타올이니까 광고에도 당연히 때가 나오고 조금 지저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는데 너무 잘 밀리는 것이 신기해서 눈을 떼지 못하고 본 것 같아요.

극세사로 돼 있어서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때가 잘 밀린다고 목청껏 광고를 하길래 정말 갖고 싶었지만 가격은 무려 8000원부터 시작하더라고요. 보통 때밀이 타올이 500원인걸 생각하면 절대로 살 수 없는 고가의 물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비쌀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 말예요. 대체 얼마나 좋길래 이렇게까지 비쌀 수 있는지, 가질 수 없는 물건이기에 더욱더 욕심이 났던 것 같기도 해요.

요즘에는 더워서 대중 목욕탕에 잘 안 가고 집에서 샤워만 했는데 피부를 생각한답시고 샤워 후에는 꼭 바디 로션이나 젤 등을 발라 주었거든요? 그런데 럴수럴수이럴수! 제대로 씻어내지는 않고 계속 무언가를 덧바르기만 했더니 그게 쌓여서 때처럼 밀리는 것이에요~!(너무 지저분한 표현 죄송) 누가 본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너무 민망해서 조만간 더워도 목욕탕에 한 번 가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다 문득 또 그 00타올이 생각이 났어요. 지금까지 목욕탕 안 간 돈을 생각하면, 좀 비싸도 그 때밀이 타올을 사도 되지 않을까 하는 지름신의 유혹이 귓가에 맴돌았죠. 그래서 오늘 마트에 가서 드디어 그 타올을 사 왔답니다. 종류가 다양해서 어떤 것을 사야할지 고민하다가 제일 저렴한 8000원 짜리로 사서 왔어요. 클렌징용도 따로 있고 얼굴에만 쓰는 것도 따로 있고 등을 밀 수 있는 큰 것도 있고 신제품인지 만원 짜리도 있었는데, 그냥 8000원 짜리로 하나 골랐어요. 엄지 손가락이 밖으로 쏙 나온 벙어리 장갑 형식으로 된 기본형이에요. 손을 뻗으면 등도 밀 수 있고 얼굴은 잘못하다가 상처가 날 수도 있으니까 다른 것은 나중에 정 필요하면 사야겠다고 생각했지요.

방금 반신욕을 하면서 한 번 써 봤는데 꽤 맘에 듭니다. 요거 본전 뽑으려면 이제부터 당분간 목욕은 집에서만 해야 할 것 같아요. 추운 겨울이 와서 뜨끈한 대중탕이 그리워지면 그 때 다시 목욕탕에 가려고요. 너무 자주 비누칠을 하면 몸이 건조해진다기에 평소에는 물로 샤워만 했는데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이 극세사 타올을 이용해서 각질제거를 해 주면 뽀송뽀송 매끈매끈한 피부를 가질 수 있겠죠? 아, 갖고 싶었던 것을 드디어 갖게 되어서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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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 때가 되어 배는 고픈데 날씨는 덥고, 그렇다고 입맛이 절대로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뭐 좀 특별한 것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니까 편하게 시켜 먹어도 됐겠지만 닭튀김? 피자? 자장면? 암만 생각해 봐도 마땅히 주문할 음식이 없었다. 들여다 보나마나 그 속에 있는 것들은 뻔하지만 나는 한참이나 목을 넣고 냉장고 속을 샅샅이 살펴 봤다. 그 때 비닐팩에 들어 있는 반포기 정도 남은 배추가 눈에 들어왔다. 이거다! 벌써부터 입가에 군침이 돌았다.

서울 사람들은 이름조차 생소한 '배추전'을 내 고향 경상북도 안동시에서는 참 자주도 해 먹는다. (예전에는 우리 나라 전 지역에서 배추전을 만들어 먹는 줄 알았는데 서울 토박이들은 배추전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했다. 당연히 먹어 보지도 못했겠고 아무런 양념이 들어 있지 않은 생배추로 전을 부쳐 먹는것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듯 했다.)


배추전이란 생배추를 달걀 푼 부침가루 옷을 입혀 프라이팬에 지글지글 부쳐 낸 음식이다. 너무 간단하고 소박해서 과연 맛이 있을까 의심하는 분들이 있겠지만 정말 맛있다. 매콤한 김치전도 맛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배추전을 더 좋아한다. 드셔보지 않으신 분들은 고개만 갸우뚱하지 마시고 시간이 나실 때 꼭 한 번 드셔 보시길 권해 드린다.

부침가루를 물에 개고 달걀 하나를 깨 넣어 부침 옷을 만들었다. 거기다가 하나씩 떼어내어 깨끗하게 씻어 놓은 배춧잎을 푹 적셔서 옷을 입히고 잘 달궈진 프라이팬에 줄기 부분과 입사귀 부분을 지그재그로 넣어 준다.(다른 입사귀와 조금씩 겹쳐서 넣고 부침가루로 경계를 붙여 주면 된다.) 이 때 줄기 부분은 두꺼우니까 손으로 미리 쪼개 주어 잘 익을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 평소에는 살 때문에 걱정스러워서 기름을 극도로 아껴서 넣지만 오늘 만큼은 넉넉하게 둘러줬다.

지글지글 소리를 내면서 노릇노릇 익어가는 배추전이 한 장 두 장 쌓이는 것을 보니 어찌나 흐뭇하던지. 한 번 뒤집은 다음, 줄기 부분에 부침옷이 제대로 묻지 않았으면 숟가락으로 조금 떠서 그 부분에 조금 더 옷을 입혀 준다. 엄마와 함께 배추전을 만들 때, 엄마께서는 내가 부침옷을 너무 많이 바르는 것을 염려하셨지만 나는 너무 헐벗은 배추전보다는 도톰하게 옷을 입고 있는 배추전이 더 맛있다.

앞과 뒤가 노릇하게 잘 익었으면 네모 모양으로 잘 잘라서 미리 준비 한 초간장에 찍어서 냠냠 먹으면 된다. 혼자서 배추 반포기를 다 먹어 버렸다. 너무 맛있어서 절대로 멈출 수 없었다. 내일부터 비가 온다고 하던데 비 올 때 빗소리를 들으면서 먹기엔 딱일 것 같다. 별미가 생각나실 땐 싸고, 쉽고, 맛있는 배추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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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말 후텁지근하지요? 다들 휴가 다녀 오셨나요? 저는 올 여름에는 바다, 산, 계곡 보다는 그저 집에서 쉬면서 수박에다 아이스크림 등등의 시원한 음식과 평소에 먹고 싶었던 것을 먹으면서 집에서 편하게 지내려고 해요. 저녁 때는 친구들과 만나서 수다도 떨고요. 뉴스를 보니까 오늘 내일(8월 3일, 4일)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고 또 돌아온다고 해요. 그래서 내려가는 길, 올라오는 길이 모두 꽉 막힐 것 같으니까 움직일 때는 교통방송을 꼭 참고하라는 당부를 하던걸요.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고 싶을 때는 비슷비슷한가 봐요. 그러니까 최악의 교통 체증이 일어나는 것이겠지요.

오늘은 아직 휴가를 떠나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서 몇 가지 정보를 알려드리려고 해요. 휴가를 떠나시면서 혹시나 집에 도둑이 들지 않을지 걱정하시는 분들 많으시잖아요. 저도 텔레비전에서 본 내용인데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서 몇 가지를 소개할까 합니다.


최근 '보이스피싱' 사기가 많아졌고 또 그에 따른 대처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처음보다는 피해가 많이 줄어들었죠? 전화로 어디 어디로 돈을 보내달라는 것이나, 갑자기 가족 중 누가 사고를 당했으니 즉시 계좌이체를 부탁한다는 말이나, 세금이 과하게 부과 됐으니까 돌려 받을 계좌번호를 가르쳐 달라거나 등등 전화를 통한 은행 계좌번호나 신용카드번호를 가르쳐 달라는 것은 대부분이 다 사기죠. 너무 많이 알려져 버려서 이제는 별로 속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보이스피싱으로 집이 언제 비는 지를 알아내는 도둑들이 있다고 하네요.

설문조사를 한다고 하면서 집에 전화를 걸어서는(물론 설문을 잘 해주면 소정의 사은품을 준다고 미끼를 던지죠.) 언제 휴가를 떠날 것인지를 묻는 답니다. 실제로 실험한 내용을 방송에서 보여줬는데 정말 충격적이더라고요. 순수한 사람들이 많은 까닭인지, 사람들은 별다른 의심없이 묻는대로 다 대답하는 내용이 여러 차례 방송 됐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그냥 휴가 일을 가르쳐 달라고 하니까 '몇 월 며칠에 많은 사람들이 집을 떠나는지를 알려고 하는가 보다'하고 생각들 하시나봐요. 전화를 받은 사람들은 머뭇거리지도 않고 자신의 계획들을 다 솔직하게 말하더라고요.


그런데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했던 이 전화 때문에 도둑은 언제 그 집이 비는지, 언제 집 주인이 돌아오는지, 어디로 갈 것인지 등등의 사적인 정보를 다 얻게 된답니다. 그러면 그 집은 곧 빈집털이의 대상이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또다른 실험은 아파트 고층(5층 이상)의 창문들은 몇 집이나 잠겨 있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이 실험의 결과도 충격적이었어요. 어느 아파트에 실험의 내용을 자세하게는 알리지 않은 채 동의를 구하고 실험을 해 봤는데 5층 이상에 사는 사람들의 80%가 넘는 사람들이 당연한 듯 창문을 잠그지 않고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설마 5층까지 어떻게 도둑이 들어올 수가 있겠어'하는 마음에서겠지요. 그러나 전문적으로 빈집을 터는 사람들을 우습게 봐서는 안 되겠습니다. 창문만 잠궈 놓으면 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니까 외출을 할 때는 꼭 문, 창문 단속을 해야할 것 같아요.

그리고 다음은 빈집털이를 전문으로 해 왔던 사람의 고백에서 나온 얘기인데, 어느 집을 목표로 삼은 다음에 그 집 현관 문틈에 광고지 등을 끼워 놓는답니다. 그래서 다음 날, 그 다음 날 다시 그 집에 가 봐서 그게 그대로 꽂혀 있으면 비어 있는 집으로 확인이 된 것이니까 그 집을 턴다네요. 정말 무섭지 않나요? 그 사람말로는 집 주인들이 방범창을 너무 믿는 것도 문제래요. 건강한 남자들이 힘껏 떼어 봤더니 의외로 쉽게 방범창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 문, 창문을 철저하게 단속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문 단속 철저히 하시고 여름 휴가 걱정없이 잘 다녀오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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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근처에서 열린 '김탁환 작가와의 특별한 티타임'에 다녀왔다. 작가와 독자의 만남이 주선 된 자리인데, 원래 내가 가기로 예정된 곳은 아니었다. 그런데 나와 친분이 있는 다른 블로거가 거기에 간다기에 그 사람을 따라서 부록처럼 달려 간 것이었다. 역시 말이라도 한 번 해 보는 것이 좋은게, 참석 인원이 정해져 있지만 혹시나 갑자기 사정이 생긴 분들이 그 자리에 갈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까 빈자리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주최측에 물어 봤는데, 역시나 그런 분이 있었다. 그래서 운이 좋게 어부지리로 나도 김탁환 작가와 만나는 자리에 동참할 수 있었다.

소설가 김탁환이 전해 주는 '글 잘 쓰는 비결'이라는 소주제로 진행된 자리였기에 나처럼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흥미가 마구마구 생기는 모임이었다. 그러나 죄송스럽게도 나는 김탁환이라는 작가에 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고 그런 상태로 그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기에 급하게 서점으로 달려가서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역시나 나만 모르고 있었지 김탁환 작가는 아주 유명한 소설가였는데, '불멸의 이순신, 황진이' 등 그가 쓴 소설이 드라마로 만들어 진 것도 꽤 많았다. 이번에 새롭게 쓴 책 '노서아 가비'라는 소설도 곧 영화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한다.


홍대 근처에 있는 북카페에서 진행된 이번 만남은 오후 7시 30분부터 두시간동안 이루어졌다. 아담한 북카페에 서른 명 남짓 되는 사람들이 각각의 탁자에 둘러 앉아서 차를 마시면서 김탁환 작가가 전해 주는 얘기를 듣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는지를 파워포인트 자료로써 설명해 주셨는데, 전문 이야기꾼(?)답게 아주 쉬운 말로 재미있게 잘 풀어주셨다. 그래서 두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가슴에 많은 새김질을 하면서 그저 김 작가님의 말씀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프로필 사진으로만 뵈었을 땐 무척 강해보이는 인상이었는데 직접 만나뵈니 수수하기 그지 없어서 마치 동네 아저씨와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말투도 나에게는 익숙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셔서 더욱 정감있게 느껴졌다.

김탁환 작가는 학자의 길을 걷다가 돌연 소설가가 되겠다는 선언을 하고(물론 그 분이 그러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과 갈등을 겪으셨겠지만 교수가 되기 위해 박사 과정을 밟던 중에 한 선언이니 가족들에게는 정말 갑작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 이후부터 40편이 넘는 소설들을 단숨에 쏟아내셨다. 그만큼 소설가에 대한 열망이 대단했기 때문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이번 자리에는 당연히 김탁환 작가의 애독자분들도 많이 오셨는데(이 부분에서는 어찌나 부끄럽고 민망하던지 작가분과 눈이 마주칠까봐 두려웠다. 나도 꼭 김 작가님의 책을 읽어 보리라.) 나 처럼 김탁환이라는 이름을 이번 기회에 처음 듣게 된 사람들이 그 자리에 있었더라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 자리를 같이 하면서 작가님의 인생관이나 작가관 등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게 되었고 그간 여러 편의 소설을 쓰면서 작가님이 다졌던 마음가짐과 작품을 대할 때의 태도 등도 알게 됐기에 이제는 김탁환이라는 작가의 존재를 확실히 인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김 작가님으로서는 새로운 독자들을 얻게 된 셈이다.

나는 특히나 이번에 출판한 '노서아 가비'라는 책에 관심이 갔는데, 나처럼 소설과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런 책을 발견하고 그냥 넘길 리가 없다.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 속에는 인생도 있고 사랑도 들어 있다. 커피처럼 쓰고도 달콤한 이야기로 가득차 있을 것 같아서 얼른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는 작가와의 만남의 자리에 처음 가 보았는데 앞으로 이런 자리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참석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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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들은 어떠실 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두 개의 은행을 이용해서 금융거래를 하고 있다. 보통 하나의 은행을 이용하는 것이 차곡차곡 돈을 모으는 데 좋다고 하시던데, 어쩌다 보니그렇게 되었다. 대학 때부터 주로 이용하던 은행이 있고 또 특정한 돈만을 받는 통장으로 이용하는 은행이 있다는 말이다. 부차적으로 이용하는 은행에는 그저 돈을 넣어 두기만 했고(주로 이용하는 은행만으로도 생활을 할 수 있으니까, 주거래 은행이 아닌 은행의 통장은 마치 돼지 저금통처럼 절대 출금을 하지 않고 비상금처럼 돈을 모아 두리라 맘 먹었었다) 

은행들의 실명을 밝히긴 좀 그러니까 내가 부차적으로 거래하는 은행을 편의상 A은행이라고 하기로 하자. A은행을 이용한지 2년 쯤 됐는데 그동안 한번도 돈을 찾아 본 적이 없다. 그동안에는 인터넷으로 돈이 얼마가 모였나를 보기만 하다가 이제는 어느 정도 쌓였다 싶어서 돼지 저금통의 배를 가르듯 뿌듯한 마음으로 돈을 출금하고 싶어졌다. 인터넷 뱅킹으로 주거래 은행의 주거래 통장으로 돈을 보내려고 했는데 어라? 1년 동안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지 않아서 보안상 저절로 잠겨 버렸다는게 아닌가. 영업점에를 직접 찾아가서 잠긴 것을 풀어야만 다시 인터넷 뱅킹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동안 돈이 쌓이는 것만을 보느라 이체 서비스가 되는지 안 되는지(공인인증서가 있으니까 잔액조회는 계속 할 수 있었고 이체가 안 되는 것이었다)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통장을 처음 만들때 ATM기 현금 입출금 카드를 만들지 않아서 인터넷 뱅킹이 아니면 영업점에 찾아 가야만 돈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2년 동안 돈을 찾지 않고도 잘만 살다가 찾아야겠다고 맘을 먹고 나니 한시가 급해졌다. 그래서 얼른 근처에 있는 A은행의 영업점을 찾았다. 요즘 은행의 문 닫는 시간이 왜 그렇게 빨라졌는지, 세 번을 방문해서야 볼일을 볼 수 있었다. 나도 세상 물정을 참 몰랐지 첫번째는 예전 생각만 하고 6시에 문을 닫는 줄 알고 5시 조금 넘어서 갔더니 벌써 은행문이 닫혀 있었다. 친구에게 물어 보니까 문을 일찍 닫기 시작한지 꽤 오래 됐다면서 4시 쯤에는 가야 일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 친구 말만 듣고 다음날 4시 쯤 다시 갔더니 또 문이 닫혀 있다.

헉! 그럼 요즘 은행 업무 시간은 3시 반이란 말인가? 정확한 시간은 아직도 모르는 상태이다.문이 닫힌 은행의 어디에도 영업 시간을 써 둔 곳이 없어서 이 시간도 내가 그저 짐작한 것이다. 그 다음날에는 아예 아침을 먹자마자 은행으로 향했다.

잠겨 버린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다시 할 수 있게 만들고 현금입출금카드를 만드는 것이 나의 목적이었다. 이 업무는 일반 창구가 아닌 의자를 놓고 앉을 수 있게 만드는 조금 더 대접받을 수 있는 창구에서 해서 나는 별로 기다리지도 않고 의자에 앉아서 업무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이런 나의 용무를 얘기하니까 A은행의 직원은 대뜸 내 용무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 신용카드를 소개한다.

물론 그 직원은 손으로는 내가 원하는 내용을 처리했지만 자신의 목적은 다른데 있다는 듯 열성적으로 자기 은행의 카드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내가 이미 쓰는 카드가 있다고 말하면서 더 이상의 카드는 필요없다고 했더니 설명이나 들어보라면서 나를 한참 동안이나 잡아 두며 카드의 좋은점을 일일이 소개했다.

친절한 목소리와 친절한 미소로써 얘기하는 직원에게 됐다고 얘기하기가 어려워서 한참이나 듣고 있다가 더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서 '홍보지 주시면 집에가서 차근차근 읽어 볼게요'하면서 현금입출금카드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공짜가 아니었던가? 처음에 통장을 만들 때 내가 왜 입출금카드를 만들지 않았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카드를 만드는데 2천원이 들기 때문이었다. 짠순이인 내가 자주 이용하지도 않는 A은행의 입출금카드를 2천원을 더 내면서까지 만들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이다. 인터넷 뱅킹으로 돈을 이체하거나 영업점을 찾으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말이다. 이번에도 동일한 생각으로(2천원이 이럴땐 왜 이리도 아까운지) 그냥 입출금카드는 만들지 않고 인터넷 뱅킹만을 열어 두고 왔다.

일이 끝나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은행 직원이 다시한번 신용카드를 강조한다. '고객님 집에 가서 꼭 읽어 보시고 이번 기회에 저희 카드로 꼭 바꾸세요. 정말 좋아요' 다른 은행에서 A은행의 신용카드를 쓰지 말고 자기 은행으로 바꾸라고 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카드가 있다는데도 굳이 자기 은행 카드로 바꾸라는 그 은행의 직원, 너무한다 싶었다. 쓰지 않아도 좋으니 일단 발급만 받아 두라며 싱긋 웃는데 차마 같이 웃어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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