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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9시 이후에 과자를 그것도 초콜릿이 듬뿍 발린 것으로 양껏, 한봉지를 다 먹었다는 것이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가끔씩(?)은 이런 재미라도 있어야 더운 여름밤을 더 즐겁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그게 너무 자주가 돼서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 날씬해지기 위해서는 야식은 금물이며 밤에 열량이 높은 음식을 먹어서도 안 된다.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수십년 동안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존경스러운 몇 명의 얘기를 들어봐도 일주일에 한 번쯤은 자기 자신을 위안하는 차원에서 그동안 먹고 싶었던 음식을 맘껏 먹을 수 있는 상을 준다고 한다. 솔직한 얘기로 먹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가? 그 재미를 모른 채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생각만 해도 삭막하다. 날씬하고 예쁘게는 살아가겠지만 폭신하고 달콤한 케이크 맛이나 고소하고 쫄깃함이 입안 가득 퍼지는 닭튀김이 주는 기쁨을 모른다는 것은 너무 슬프지 않는가? 밤중에 최고 열량을 자랑하는 다이XXX를 먹은 변명이라고 하기엔 너무 구구절절했다.


여성들 중에는 음식을 먹기 전에 열량부터 따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나도 몇 번은 해 봤는데 즐겁게 먹기에는 너무 짜증나는 일이라서 살 찌는 음식과 살 안 찌는 음식 정도로만 구분을 하면서 먹는다. 그리고 예전에도 몇 번 속은 적이 있어서 특히나 과자나 아이스크림 등 고열량 식품이 분명한 음식에 써 있는 열량표는 아예 보지도 않는다.

좀 오래 된 얘기인데 엄청 큰 크기의 과자(다 못 먹으면 붙여 두라고 큼직한 스티커가 같이 있는 그런 과자)를 냠냠 맛있게 먹다가 무심코 열량표를 보게 됐는데 생각보다 열량이 낮아서 더욱 안심하고 그 큰 걸(그러나 노래방 새우X  정도로 큰 것은 아니고 일반 과자랑 노래방 과자의 중간 정도의 크기였다.) 혼자서 꾸역꾸역 다 먹었다. 짭짤한 뒷맛이 남아서 담백하게 우유(우유또한 열량이 높다.)로 마무리까지 해 주고 다 먹은 과자 봉지를 딱지처럼 접어서 버리려는 순간 다시 본 열량표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내가 한 번에 다 먹어 버린 그 과자가 사실은 3회분이었던 것이다.


무슨 말인가 싶어 자세히 읽어보니 처음에 내가 잘못 봤던 다소 낮았던 열량표는 과자를 1/3만 먹었을 때 해당되는 말이고, 나처럼 한 봉지를 다 먹은 경우에는 거기다가 곱하기 3을 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 표를 보기 전에는 과자의 열량이 높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낮아서 안심하고 꾸역꾸역 한 봉지를 다 먹었건만(...핑계인가...?) 괜히 사기당한 느낌이 들었다. 그 이후로 과자를 먹을 땐 재미삼아서 열량표를 볼 때도 있지만 대게 그냥 맛있지만 살 찌는 음식이려니 하면서 먹는다.

오늘 엄청난 고열량을 자랑하는 것을 뻔히 아는 다이XXX를 먹으면서 여기에는 어떻게 열량을 표시하고 있는지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래서 입으로는 우물우물 과자를 먹으면서 뒷부분에 있는 열량표를 봤다. 켁! 기가 찰 노릇이었다. 너무 달다고 느껴질 때마다 연한 아이스 블랙커피를 마시면서 거의 한 봉지를 다 먹고 있었는데, 이 과자의 1회 제공량은 겨우 2개라고 표시돼 있었던 것이다. 과자를 만드는 사람들이 차마 1봉지의 열량을 다 쓸 수는 없었던 것일 게다. 그러면 나처럼 날씬한 몸매는 원하면서도 단 것을 찾는 모순덩어리들이 맘 놓고 이 과자를 선택할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1회 제공량이 겨우 두 개라는 것은 너무 심한 듯 싶다. 두 개만 먹고 과자 봉지를 닫아서 냉장고 속에다 넣을 정도의 자제력을 갖춘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모르긴 몰라도 야심한 밤에 과자를 먹겠다고 모자를 눌러쓰고 편의점까지 뛰어갔다 온 사람들 중에는 아마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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